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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판타

알쏭달쏭 우당탕탕 황금마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86미혼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56
최근연재일 :
2022.11.12 1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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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48

작성
22.11.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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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 판타지아!

DUMMY

#6. 판타지아!


태초에 빛이 있었고 빛이 어둠을 낳았고 어쩌구 저쩌구.. 뭐 이런 너네들 인간이 만든 창세기 있잖아? 그거 전부 헛소리라고. 뭐? 누가 만들었는지를 내가 어떻게 아냐? 아무튼 인간이 지어낸 거야. 그거 다 틀려먹은 거라구. 그래, 너는 앞으로 우리 이야기를 기록해야 하니까 내가 쪼~큼은 이해하기 쉽도록 아~ 주 간단하게 설명해줄게. 잘 들어.


0이라는 신이 있었어. 그 신이 왜 어떻게 있는지 아무도 몰라. 0자신도 몰라. 그냥 있던 거야. 그 0이 모든 세계의 시작이 되었지. 0은 심심해서 공간을 만들었고, 다음으론 흐름, 그러니까 시간을 만들었어. 0은 공간만 봐도 즐거웠고, 흐름만 봐도 행복했지. 그렇게 공간과 시간을 보며 즐기던 0도 어느 순간 심심해졌지. 그래서 만든 게 1이야.


1은 0의 복제야. 똑같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자신을 복제한 거야. 그렇게 0과 1은 둘이 놀게 되었어. 근데 시작은 똑같았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0과 1은 점점 다르게 변해갔어. 놀랍지 않아? 시간이라는 놈은 가만히 있는 놈이 아니었던 거지! 변화를 주는 능력이 있던 거야. 그렇게 서로 조금씩 달라진 0과 1은 이제 다툴 일이 생겼어. 그래서 0은 2를 새로 만들었지. 중간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라고. 그랬더니 이번엔 1이 3을 만들어. 2가 0의 복제라면 당연히 자신보다는 0을 더 닮았을 테니까, 1도 자신을 닮은 2를 만들었지. 0,2와 1,3의 편 가르기가 시작된 거야. 근데 생각해봐 어차피 하나씩 싸우던 게 둘씩 싸우게 된 것뿐이잖아? 그래서 이번엔 0,1,2,3이 모두 서로를 조금씩 섞여서 4를 만들었어. 모두가 4의 의견에 따르기로 합의를 하고 말야. 근데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생기지!


서로를 모두 섞은 4는 만들어지자마자 0,1,2,3을 없애 버려. 응! 말 그대로 없애 버린 거야. 소멸. 그래서 지금도 0,1,2,3은 어디에도 없어. 4는 뭐든 만들 수 있으니까 뭐든 없앨 수도 있던 거지.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된 4는 이번에는 5,6,7을 만들었는데, 여기부터가 세계의 태동이라 할 수 있어. 4가 5,6,7을 만든 건 말 그대로 정말 새로운 걸 만든 거야. 이전까지는 복제의 개념이었다면 이번에야말로 창조의 개념이지. 야, 자냐? 콱- 씨! 똑바로 자세잡고 들어봐, 이제부터 재미있다구.


0,1,2,3,4가 모두 하나의 원본을 가지고 복제된 것들이라면 5,6,7은 4가 직접 만든 창조물이야. 그래서 능력에 제한을 뒀어. 4는 5,6,7에게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능력만 나눠줬어. 4는 이 세계에 새로운 무언가를 가득 채우고 싶어했거든. 그렇게 5,6,7은 이것저것 막 만들었지. 계속, 계~속 말야. 그랬더니 문제가 생기고 말았지. 4가 한가지 간과한 게 있었어. 0이 만든 공간은 무제한이 아니었던 거야. 5,6,7이 쉴틈없이 만들어내는 것들 때문에 공간이 붕괴 직전의 위험에 처하게 돼. 자꾸만 늘어나는 창조물을 계속 없애다 지친 4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일을 도와줄 8을 만들었어. 5,6,7과는 정 반대로 모든 것을 없앨 수만 있는 능력을 나눠줬지. 5,6,7은 계속 만들고, 8은 계속 없애고. 그렇게 지금의 생태계가 구성된 거야.


그러던 어느 날, 8이 자각을 하게 돼. ‘어라? 5,6,7이 만든 창조물을 없애는 것보다 그냥 5,6,7을 없애는 게 더 빠르잖아?’라는 생각이었지. 8은 무엇이든 없앨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그렇게 했을 때, 4에게 혼날 일이 두려웠어.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러면 4부터 없애면 되는 거네?’라는 결론을 얻었지. 그래서 8은 4,6,7을 한번에 없애. 응? 5는 왜 빠졌냐구? 물론 4는 5도 없애려 했지만 실패했어. 눈치를 챈 5가 어느 순간부터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만들어냈던 거야. 그래서 결국 5와 8만 남은 세계에서 5는 5를 계속해서 만들고, 8은 그렇게 만들어진 5를 계속해서 없애는 일이 반복된 거야. 자, 이 이야기는 너도 알지?


인간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내용부터는 인간사에도 ‘창세기’라는 이름의 기록으로 남아있더라고? 너희가 ‘오메가’라 부르는 생명의 신이 여기서 말하는 5고, ‘파이’라 부르는 죽음의 신이 8이야. 쯧쯔, 그런 멍청한 표정을 보기 위해 이 이야기를 시작한 건 아닌데.. 하긴, 이해는 해. 나도 처음 생명의 신과 죽음의 신에 관한 ‘창세기’를 읽었을 땐 깜짝 놀랐어. 어떻게 인간이 이 일을 알지? 하면서 말야. 자, 그렇다면 너희들이 창조신이라고 착각하는 그 신은 누굴까? 맞아, 바로 9야. 5와 8의 끝없는 싸움은 너무도 무의미했지. 그래서 결국 둘이 합의를 본거야. 5의 능력과 8의 능력을 합친 9를.


재미있지 않아? 결론은 0이 다시 9가 되어 돌아온 거니까. 이 9가 바로 너희 인간들이 말하는 세계의 창조신, ‘우로보로스’야. 나오가 제일 싫어하는 영감탱이기도 하고. 뭘 그리 놀래? 아, 신이 진짜로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서? 야, 나도 신이거든? 킥킥, 물론 지금껏 말한 신은 너희 인간들이 생각하는 그런 신이 아니야. 그들은 신을 만들고 소멸시키는 ‘신들의 신’이지. '인간의 신'이 아니거든.


자, 이야기가 길어졌네? 암튼 이후로 ‘구세기’니, ‘과도기’니, ‘신세기’니 하는 건 너도 얼추 알고 있을 거야. 오늘 들은 ‘창세기’이야기는 어디가서 발설하지 말고, 너 혼자만 알아 두도록 해. 괜히 신들의 일을 너 따위 인간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네 운명 자체가 꽤나 고달파질 수도 있으니까 말야.


※ 펠에게 전해들은 ‘신과 함께’ 이야기 상편



*



케리는 지금 자신이 살아있는 게 맞는지 자꾸만 의심이 들었다.


“모야모야? 인간?”


“인간이약!”


“인간이넴?”


“잉? 인간 아닌뎅?”


“얘는 인간마장!”


날파리마냥 자신의 주변을 앵앵-거리며 날아다니는 정령들의 등장부터 그러했다.


“아, 시끄러워! 다들 저리가!”


보다 못한 나오가 파리를 쫓듯 팔을 휘두르며 한소리를 했지만, 그럼에도 정령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려 그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이번엔 케리가 아닌 나오에게로 몰려들어 괴롭히기 시작했다.


“오, 성깔!”


“더러워, 더러워!”


“화났쩌? 화났쩌?”


“더러운 성깔 흰 머리!”


“흰 머리는 성깔이 더러워!”


정령들은 꺄르륵- 거리면서 나오의 정수리에 앉았다가 도망갔다가 하면서 황금마차를 들쑤셨다. 케리는 얼이 빠진 채 지금 이런 상황을 받아드리지 못하겠다는 듯 멍청히 눈만 깜빡였다.


황금마차가 타르칸 제국을 지나, 더 북쪽으로 올라온 이후 케리는 지금까지 자신이 배운, 아니 인간들이 배운 교육과 지식이 모두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지금 이곳은 인간이 만든 지도로 치자면 대륙의 끝, 타르칸 제국을 넘어서고도 한참이나 더 올라간 망망대해 한복판이었다.


‘너희가 대륙의 전부라고 생각한 곳은 단지 미들랜드 일부에 불과해. 그러니까 거대한 땅덩이의 한쪽 끄트머리를 세계의 전부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지.’


펠의 설명에 따르자면, 이곳은 노스랜드. 인간이 갈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벗어난 진정한 세계의 북부였다. 그리고 이곳에도 인간들처럼 영지를 나누고 나라를 세워 다스리는 생명체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멈추시오.”


말의 형상에 사람의 상체가 달려있는 몬스터.


“꺅! 도망가라~ 도망가~!”


“켄타우로스가 나타났다~!”


“꺄~! 꺄~!”


“큰일이다, 큰일~!”


인간들에게는 동화로, 신화로, 크게 인기를 끈 환상 소설, 아니면 예술작품. 혹은, 음유시인이나 만담꾼의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던 바로 그 생명체들이 있었다.


‘켄.. 타우로스?’


케리는 마차를 막아선 몬스터를 두려움도 잊은 채 빼꼼히 쳐다보았다.


“혹, 그대들이 방랑상단 황금마차입니까?”


단단히 무장을 한 켄타우로스의 물음에 마차를 몰던 소서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우리. 황금마차. 부탁받았다. 그래서 왔다. 하라리 여왕. 만남. 보시오. 통행증과 초대장.”


어설픈 서대륙어였으나 켄타우로스는 모두 이해했다는 듯, 소서노가 건넨 초청장과 통행증을 건네받아서 확인했다. 푸른 전류가 맴도는 특수한 재질의 가죽 위로 난생 처음보는 문자가 적혀 있었다. 한창 가죽 문서를 살펴보던 켄타우로스가 확인을 마쳤는지, 다시금 문서를 접어 소서노에게 전달하고는 오른팔을 가슴께로 치켜들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여왕님의 손님을 모십니다. 이제부터는 저희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들이 예법처럼 보이는 자세를 취하자 케리는 말문이 막혔다. 이 상황을 덤덤한 받아내는 나오와 펠, 소서노의 태도가 되려 이상해 보일 지경이었다.


“손닝이랭, 손닝!”


“하라리 여왕? 레이시? 레이시?”


“하라리 여왕의 손닝!”


“꺄르륵-!”


정령들은 정신이 산만하게 날아다니고, 끊임없이 조잘거렸다.


“여왕님의 귀한 손님이다! 왕궁까지 최선을 다해 모셔라!”


“넵!”


몇몇의 다른 켄타우로스가 어느새 나타나 황금마차의 앞뒤로 도열하여 호위했다. 그들이 황금마차를 지키고 서 있자 준비가 되었다는 듯, 소서노가 이곳까지 마차를 끌고 오느라 수고한 청이와 홍이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마법?


어루만지는 소서노의 손에서 검은 연기 같은 알 수 없는 기운이 퐁퐁퐁- 하고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곧이어 검은 연기는 청이와 홍이의 몸을 순식간에 휘감았고, 이후 바람이 검은 연기를 걷어낼 즈음,


크아아아앙-!


찢어지듯 날카로운 하울링이 들려왔다.


드래곤! 드래곤이다. 거대한 발톱, 단단한 비늘, 하늘을 뒤덮는 날개, 뾰족한 꼬리! 흉악한 포식자! 그 드래곤이 눈앞에 나타났다!


“어.. 어버버.. 버버.. 버벗?”


케리는 눈앞의 광경에 충격을 받아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한 채, 나오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드래곤을 가리켰다.


“뭐? 왜? 청이랑 홍이잖아? 고향으로 돌아와서 본 모습을 찾은 것뿐이야. 너는 진짜 쟤들이 단순히 마차 끄는 도룡뇽이라 생각했니?”


퉁명스런 나오의 대답이었다.


크르르륵-! 크렁!


긴 변신에서 풀려난 두 마리의 드래곤은 고향으로 돌아와 기쁜지, 아니면 본 모습을 찾아서 기쁜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엄청난 하울링 소리가 천둥처럼 온 하늘에 크게 울려 퍼졌다.


“소음. 이놈들. 조용하시오. 아픔. 귀가 상했다. 입을 막다. 출발한다. 출발. 달리다.”


소서노도 시끄러운 건 마찬가지였는지, 잔뜩 찡그린 얼굴로 귀를 막고는 청이와 홍이에게 명령을 내렸다. 소서노의 말을 들은 청이와 홍이는 크롱크롱- 하더니 어깻죽지에서 날개를 활짝 펴 올렸다. 그러곤 두어 번 펄럭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날아올랐다. 당연히 그들의 몸체에 결속되어 있던 황금마차도 두둥실- 공중으로 떠올랐다. 곧 마차의 곁을 지키던 켄타우로스들 역시 허공을 걸으며 날기 시작했다.


두 마리의 드래곤이 이끄는 마차는 공중에서 쏜살같이 어딘가를 향해 속력을 붙였고, 덩달아 마차를 호위하던 켄타우로스들도 허공이 아닌 땅을 밟고 뛰는 것처럼 자연스레 하늘을 밟으며 내달렸다.


‘아.. 아아, 이것은.. 대체!’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람은 케리 뿐이었다. 하긴, 애초에 이곳에 있는 ‘사람’은 케리가 유일했다.


붉은 용암지대와 뼛속까지 시린 빙한지역을 건너, 검은 돌이 장벽처럼 솟구친 암석지대를 넘고, 성채보다 큰 식물들이 그물처럼 가로막은 정글숲을 지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드래곤이 끄는 마차를 탄 채 공중을 날아가고 있었고, 그 옆으로 하늘을 달리는 전설 속 생명체들이 자신을 호위하고 있었다.


힐끔, 케리는 지금 자신이 내려다보고 있는 지상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머릿속이 백지가 되어 아무 단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반인반마가 달리기 시합을 하고, 늑대인간이 검술을 훈련하며, 코가 길쭉한 난쟁이와 귀가 길쭉한 고블린이 카드 놀이를 한다. 키는 작지만 모든 것이 두꺼운 드워프들이 땅굴을 파고 있었고, 나무들은 더 좋은 토양을 찾아 저벅저벅 걸어서 무리이동을 하고 있다.

케리가 지금 눈으로 지켜보는 광경은 대륙 최고의 이야기꾼, 환상 모험기로 큰 인기를 끈 톨킨 왕국의 소설가이자 만화가, ‘피터 잭슨’의 작품에 등장하는 바로 그 생명체와 모습들이었다.


판타지아!


‘인류의 위대한 예술가’ 칭호를 받은 피터 잭슨. 그는 젊은 시절 몇년간 행방불명이 된 적 있는데, 어느 날 멀쩡히 되돌아온 그는 실어증에 걸린 사람 마냥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며 죽을 때까지 작품 활동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그가 남긴 수천편의 이야기와 그림들은 후세 사람들에게 ‘판타지아’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대륙 최고의 예술 작품 중 하나로 찬양을 받았다.


그, 판타지아가 여기에 펼쳐져 있었다.


‘피터 잭슨이.. 이곳에 왔었구나!’


케리는 자신의 입에서 침이 흘러나오는 것조차 모른 채 넋을 잃고는 또 하나의 세상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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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우당탕탕 황금마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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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신살자 출격 22.11.12 9 0 12쪽
9 #9. 선물을 갖고 튀어라 22.11.11 9 0 12쪽
8 #8. 누가 그린 큰 그림 22.11.10 11 0 15쪽
7 #7. 용의 후예, 하라리 22.11.09 12 0 11쪽
» #6. 판타지아! 22.11.06 14 0 13쪽
5 #5. 손해는 메꿔야지 22.11.05 19 0 11쪽
4 #4. ㄴㄴ 쟤 인간 아님 22.11.04 21 0 14쪽
3 #3. 아슬로니아의 수호자 +2 22.11.03 23 1 12쪽
2 #2. 어와둥둥 우리 막둥이 22.11.02 22 1 14쪽
1 #.1 황금마차 등장! +2 22.11.01 3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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