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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님의 서재입니다.

성검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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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작품등록일 :
2023.10.09 19:48
최근연재일 :
2023.10.1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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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8

작성
23.10.1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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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잊혀진 자

DUMMY

똑같은 일상, 지루한 반복. 그래, 지루하다. 분명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 운명에 거스를 수는 없다.

-정말로?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학교에 간다. 똑같은 학교, 매일 보는 사람, 교실, 수업. 운명을 거스르지 않는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낸다.

-아니야.

나는 어제 만났던 친구와 대화를 한다.

"나, 아무래도 찾은 것 같아."

모든 것이 어제와 같다. 아니, 같아야 했다.

-그것 봐, 아니잖아.

"뭐를?"

별 대수롭잖게 여긴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앞으로 일어날 터무니없는 일들을. 내게 닥쳐올 운명의 변화를, 알지 못했다.

"첫 번째 성물 말이야."

그것은 세상의 종말을 고하는 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현실 세계에 고하는 작별의 인사였다.


"세계에는 단 하나의 성검이 존재한다. 그러나 못된 여우의 장난으로, 그 성검은 아홉 개의 보물로 나뉘어 온 세상에 흩어지게 되었다. ······맞지?"

"그래, 아홉 개로 갈라진 보물을 전부 모아 잃어버린 하나의 성검을 되찾는 것. 그것이 우리 가문이 짊어진 숙명이다. 그 성검은 애초부터 우리 가문의 물건이었다. 어리석게도 여우의 꾀에 속아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우리의 것이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죽어도 네가, 네가 죽으면 네 후손이 다시 찾아 나서는 것이다."

"할머니, 그런데 여우는 왜 칼을 쪼개버린 거야? 이왕 훔쳐갔으면 자기가 썼으면 될 텐데."

"그건 우리 가문의 물건이야. 한심한 여우 따위가 함부로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우리 가문 사람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지. 그런데 그 욕심쟁이 여우놈, 자기만 못 쓸 수 없다고 부숴 버린 거다."

"그렇구나. 못된 여우네."

"그래, 아주 고약한 놈이지. 하지만 괜찮다. 이미 여덟 개의 보물은 선조들이 찾아 주었어. 앞으로 하나만 있으면, 우리 가문의 숙원을 이룰 수 있어."

"응, 그걸 내가 찾아야 한다는 거지? 나만 믿어, 할머니."


"잃어버린 아홉 개의 보물. 그중 여덟 개는 이미 한 가문에 의해 발견되었다. 하지만, 남은 한 개는 그 누구도 찾지 못했다. 분명 이런 이야기였었지."

"그래. 그런데 네가 그 나머지 한 개를 찾았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그동안 아무도 찾지 못한 걸 어떻게 찾았다는 얘긴가. 아니, 애초에 저런 이야기를 믿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저런 낡아 빠진 전통 신화, 차라리 제우스 신이 실존한다는 이야기가 더 신빙성이 있다. 그래도 뭐, 예의상 질문 정도는 해 주어야겠지.

"그래, 찾아서 어떻게 했는데?"

어차피 아무것도 할 일 없는 오전 중이다. 저런 헛소리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재미있다.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일곱 개의 보석과 순백의 두 보석. 무지갯빛 보석이랑 하얀색 보석은 찾았는데, 나머지 하나는 못 찾았다고 책에 나와 있었어. 그래서 나머지 한 개는 아마도 검은색일 거다, 그렇게 말했었잖아. 흰색이 있으니 검은색도 있어야 할 거 아냐. 그런데 그때 너 가고, 책 제자리에 돌려놓으려고 했는데 글쎄 찾아버렸다니까! 그래서 가져왔지."

"뭐야, 가져왔다고?"

"그래. 말보다는 직접 보여주는 게 빠를 거 같아서. 잠깐 기다려 봐, 가방에 있으니까 갖고 올게."

내 친구 호윤이는 그렇게 말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돌아오지는 못했다. 자리로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업 종이 울렸기 때문이었다.


"자, 봐. 이런 건 처음 보지? 누가 봐도 보석이다, 그치? 으히히, 이것만 있으면 나도 이제 부자인가?"

확실히 조금 유별난 돌이기는 했다. 그 돌은 자정에 올려다 본 밤하늘처럼 어두우면서도 그 사이에 빛나는 별들처럼 자그마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그게 보석이면 내가 아니라 보석상에 가져가야지. 가져다 팔면 부자되겠네."

"아이, 정말. 이건 평범한 보석이 아니라고! 신화 속에 나오는 보석이란 말이야. 헤파이스토스 정도 되면 모를까, 일반인이 이 보석의 가차를 어떻게 알아?"

헤파이스토스는 분명 그리스의 신이었다. 쟤가 말하는 보석은 우리 집에 대대로 전해지는 이야기 속 물건이다. 그러니까 물어보려면 그리스가 아니라 한국의 신에게 물어봐야 하겠지.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아무튼 보석이면 제법 값 좀 나갈 거 아니야. 갖다 팔아버려."

"내가 겨우 돈 몇 푼 때문에 이러는줄 알아? 이 보석들을 다 모으면 세계 제일가는 부자가 될 텐데 보석상에 팔아 넘기다니, 안 되지 안 돼."

"돈 때문에 그러는 거 맞네 뭐."

"흥, 됐어. 그때 가서 달라 해도 안 줄거다!"

"에휴, 달라고 하기는 개뿔이. 그런 실없는 소리 할 시간 있으면 공부나 해. 허구한 날 그런 허황된 꿈이나 꾸고 있으니 모의고사 성적이 그 모양이지."

"아, 됐어. 공부는 너나 실컷 해라. 난 보석 다 모아서 부자 될 거다."

그날은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오후의 날. 만개한 꽃의 싱그러운 향기로 가득한 어느 봄날의 일이었다. 햇살 속에서 빛나는 그녀의 장난기 어린 웃는 얼굴이, 그날 따라 유독 이쁘게 보였던 것도 같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한낮의 숲속에서 여우와 사랑에 빠졌다는 신화 속 이야기는 이때 이미 시작했었던 것 같다.


"할머니, 그런데 여우는 어떻게 칼을 훔쳐간 거야?"

"여우가 훔친 게 아니다. 여우에게 속은 거야. 우리 선조가 여우에게 홀려서, 여우를 사랑하게 되었단다. 여우를 사랑하게 된 선조님은 성검의 힘을 빌려 여우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지. 그런데 그 여우는 은혜도 모르고 성검의 힘을 탐내 그것을 독차지하려고 했어. 그런데 성검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고, 그 여우는 성검의 저주를 받아서 결국 여우도 사람도 아닌 반인반호의 요괴가 된 거란다."

"그렇구나. 그런데 그러면 여우가 불쌍해요. 자기가 훔친 것도 아닌데 저주를 받아서 요괴가 되어버리다니······."

"제 꾀에 넘어간 셈이지. 욕심을 부리다가 그렇게 된 거니 불쌍해할 거 없다. 어쨌든 우리는 성검을 되찾기만 하면 되는 거야. 다른 건 생각할 필요 없다."


집으로 돌아와 가방을 대충 던져둔 뒤 곧장 창고로 향했다. 전설이니 신화니,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해 놓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창고 안 깊숙한 곳, 오래도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그곳에 내가 찾던 책이 있었다. 벌써 10년은 되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내게 들려주던 우리 집안의 과거사를 내가 믿지 않게 되었을 때 쯤 이 책은 여기 구석에 박히게 되었다.

참고로, 이것은 저번에 호윤이네 집에서 봤던 책과는 다른 책이다. 그것은 사본이고, 이것은 원본이다. 그렇다곤 해도 둘이 다른 책이란 것은 아니다. 아주 사소한 차이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둘은 같은 책이다.

언젠가 호윤이가 우리 집에 놀러왔을 때 그 책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해서 선물로 건네줬던 것이 사본 책이다. 이제 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이렇게까지 광적으로 빠질줄 알았으면 그냥 그때 책을 주지 말 걸 그랬나 보다.

"어디 보자······."

책장을 술술 넘겨서 원하는 페이지를 찾는다. 47, 48페이지를 지나서 찾고 있던 49페이지를 펼친다. 그곳에는 마지막 돌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태초의 순수한 9갈래 빛을 모두 발견하는 자에게 길이 열린다. 그 빛이 한 데 모이는 날, 성검이 그 모습을 드러낼지어다.'


태초의 순수한 9갈래의 빛, 이것은 아홉 개로 나누어진 보석들을 뜻할 것이다. 그리고 그 돌을 모두 모으면 성검이 나타난다. 전설에 따르면, 그 검을 손에 쥔 자는 세상을 지배할 힘을 얻는다고 한다.

뭐, 그런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 어딘가의 이야기에서 하나씩 짜깁기해 와서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허술한 그런 이야기다. 몇 번을 읽어 봐도 진부하다는 감상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것을 진지하게 믿는 호윤이가 불쌍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잤다. 딱히 할 것도 없었고, 시간은 하릴없이 흘러 어느새인가 저녁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평소와는 달리 쉽게 잠들지 못했다. 어째서인지 창고에서 봤던 책의 내용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아서 내 수면을 방해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내리쬐는 햇살을 피하지도 않고 정면으로 맞으며 숲속에 누워 있었다. 어째서 이런 곳에서 누워 있었는지는 모른다. 사냥을 나왔던 것 같기도 하고,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왜 누워 있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왜 일어났는지는 알았기 때문이다. 지나간 일 따윈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뿐. 나는 몸을 일으켜 광활한 숲의 안쪽에 발을 내딛었다.

맑은 공기에 충만하다 못해 넘쳐 버릴 정도의 푸르름을 가진 숲은 평지가 아니었다면 산으로 오해했을 법한 곳이었다. 이 끝없는 자연의 생명력이 나를 깨운 것인가. 아니, 그것은 아니다.

자연은 쉬는 일 없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한 발걸음을 내딛고 나서, 내가 어째서 깨어났는지 까먹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까먹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바보처럼 서서 가만히 있는데, 내 옆으로 여우 한 마리가 지나갔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그래, 내가 일어난 이유는 저 여우 때문이야. 저 여우가 나를 깨운 거야.'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실제로 여우가 나를 깨운 것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나는 그럴 것이라고 무작정 믿으며 순진하게 달리는 그 여우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런 꿈이었다.


눈부시게 비치는 아침 햇살이 감긴 내 눈을 뜨였다. 눈을 뜨자 꿈은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나는 그 여우에 대해 생각했다. 그 여우를 따라 도착한 곳은 어디였을까 생각했지만, 정답은 알 수 없었다.


오늘도 변함없는 하루가 시작될 것이라 생각했다. 평소처럼 학교에 가고, 친구와 대화를 한다. 하지만 오늘은, 호윤이가 없었다.

"······별일이네."

나보다 늦었던 적이 단 하루도 없었던 녀석이었다. 시험 성적과는 대조적으로 성실도 하나는 남부럽지 않은 녀석이었는데, 감기라도 걸린 것일까?

곧이어 선생님께서 들어오시고, 출석을 부르신다. 출석을 다 부르시고 선생님께서 나가셨다. 그러나 그 일련의 과정이,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어야 할 그것이 오늘따라 아주 어색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선생님께서 호윤이의 이름을 부르지 않으셨다.

처음에는 안 온 것을 미리 알고 부르지 않으신 건가 싶었다. 그러나, 오늘 하루가 끝날 때까지 이상할 정도로 그 누구도 호윤이를 찾지 않았다. 마치 원래부터 없던 아이였던 것처럼.

너무나도 이상해서 나는 교무실을 찾아갔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께 호윤이가 결석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러나 선생님은 잠시 고민하더니 인상을 찌푸리곤,

"호윤이? 개가 누구야?"

라고 말씀하셨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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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운명을 가르는 두 갈래 길 23.10.10 8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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