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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떼로 님의 서재입니다.

절대검마 복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주짓떼로.
작품등록일 :
2024.03.29 13:14
최근연재일 :
2024.04.27 22:2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5,146
추천수 :
431
글자수 :
188,127

작성
24.03.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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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복수의 감각을 느끼다

DUMMY

일월성신교(日月星神敎)의 신도들은 신에게 무릎꿇지 않는다.

신에게 경배 올리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신이란 쏘아서 떨어트려야 할 존재.

수련과 좌선을 통해 도달해야할 경지에 지나지 않는다.


언젠가 교도들은.

태양을 조종하고, 달을 딛으며, 별을 쏘아 떨어트릴 것이다.

그들이 매료되고, 동경하는 존재는 단 하나.


신교 최강의 무인.

교주, 백운천 뿐이다.


백우진은 땅바닥에 엎드려 힘겹게 숨을 토해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 

온몸이 벌벌 떨리고 이마에서는 미친듯이 식은땀이 흐른다.

분명 봉작대의 최상층에 있었던 교주는, 어느세 백우진의 앞에 서 있었다.


답천(踏天).

하늘을 밟고 이곳에 이르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수련이 이 같은 이적을 가능하게 하는가.


교주, 백운천이 무릎을 구부리더니 백우진의 턱을 잡아 거칠게 들어올렸다.

백운천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하군······. 정말로 이상해. 반로환동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경지에 이른거지?”


백우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교주에게 검을 시연한 것은 단 한번.

그럼에도 꿈속에서 검을 단련한 100년의 세월을 들켜버린 것이다.


백운천은 백우진의 경악은 신경쓰지도 않는다는 듯, 파죽지세로 행동했다.

커다란 손이 백우진의 팔을 만지작거렸다. 


‘부드럽다.’


검을 휘두르면 당연하게 발달되어야 할 근육조차도 말랑말랑했다.

거의 신생아에 비견될 정도로 빈약한 근육이었다.

백운천은 백우진이 검을 한번도 휘둘러 보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방금 백우진이 보여준 그 검격은.

그 검격에 담겨 있던 경지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녀석은 분명히 의념(疑念)을 다뤘다.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한듯 했지만. 

백우진이 검을 휘두른 순간.

세상 모든 것을 쪼개버리겠다는 의념이 밀려들었다.


저 허수아비를 보라.

교주가 허수아비를 살작 밀치자.

허수아비의 허리가 반으로 쩌억-하고 갈라졌다.


허수아비는 몸의 반절이 베이고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곧게 연무장에 서 있었다.

교주가 건드리고 나서야.

자신이 베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지켜보던 신도들의 눈동자가 크게 떨렸다,


‘여, 역시 교주님! 허수아비 따위는 손으로 살짝 미는 것만으로 부숴버리시는 군!’

‘장풍을 검기의 형태로 방출하신건가? 허수아비를 손으로 밀었는데, 꼭 칼에 베인 것 같잖아.’

‘······숙면공자가 허수아비를 벤 건 아닐까? 그게 이제야 쓰러진거고.’

‘예끼, 이 사람아! 저 비실비실한 놈이 그런게 가능할거라고 생각하나!’

‘하하······그냥 해 본 말일세. 해 본 말.’



교주가 인상을 찌푸렸다.

백우진의 검은, 수신교가 추구하는 패도적이고 강맹한 검술이 아니었다.


깊이가 깊어질수록 오히려 눈에 띄지 않아 아무것도 없는 것 처럼 보이는.

투명한.

도교의 가르침을 닮은 정순한 검술이었다.

교주는 저도 모르게 턱에 힘을 넣었다.


‘언젠가 신을 떨어트릴 것이라며 수신의 기치를 내세운 놈들이······’


이 검격에 담긴 경지를 눈치채지는 못할망정. 

비웃고 깔보다니.

백운천은 한심함에 혀를 찼다.





백우진은 조부를 천천히 올려다 봤다.

만나는 것은 이게 처음이다.


‘이 자가 내 할아버지라고······?’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혈육을 바라보는 따뜻한 정 따위는 없다.


이자에게 같은 핏줄이라고 하여 특혜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지금 자신은 사선에 서 있다!

백우진은 숨이 끊어질 듯한 압박감 속에서, 그것을 이해했다.


“검을 어디에서 배웠느냐?”


교주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백우진은 겨우겨우 교주에게 이마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검······을, 따로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교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백우진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연약한 팔다리는 단 한 번도 검을 휘둘러보지 않은 사람의 그것이었으니까.


‘재능인가?’


가만히 내려다보던 백운천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교주는 백우진이 궁금해졌다.

그가 손을 크게 펼치더니 백우진의 단전에 내력의 실타래를 드리웠다.

기혈을 꽉 막고 있는 탁기가 느껴졌다.


“허어, 웬 지저분한게 덕지덕지 달려 있구나.”


교주는 손바닥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더러운 건 질색이라서 말이다.”


단전을 통해 내공 수위를 살피려 했는데, 이래서야 방해되지 않는가.

불처럼 끓어오르는 기운이 백우진의 체내를 침범하고.

교주의 내공에 반응한 백우진의 단전이 환한 빛을 내뿜었다.


“끄아아아악!!!”


평소 백우진을 싫어하는 자들도, 동정심에 몽골이 송연해질만큼 처절한 비명이었다.

백우진의 무릎이 바닥을 찍었다.

전신의 모든 수분이 끓어오르는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하지만.

기절만큼은 하지 않았다.


교주의 몸짓.

말투.

움직임 하나까지.

분석하여 자신의 것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초월시야는, 피륙 너머 자신의 혈도를 투시하고.

교주의 내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새겼다.

교주는 기절하지 않기 위해 악을 쓰는 백우진을 향해, 한마디 중얼거렸다.


“제정신이 아니구나.”


이것은 고통을 잘 견디거나, 몸이 튼튼하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정신의 문제였다.

교주는 단전에서 손을 떼고 뒤로 돌아섰다.

기댈 곳을 잃은 백우진이 땅바닥에 얼굴을 박았다.


“의무관으로 보내라.”


교주는 한마디를 남기며 돌아섰다.

연무장에서 신도들이 안쓰러운 눈으로 백우진을 쳐다봤다.


‘쯔즈, 교주님을 화나게 했으니 이제 숙면공자 생활도 끝이군. 교의 지원이 모두 끊길태니, 집에서 쫓겨나려나?’

‘이렇게 노하시는 건 오랜만에 보는군. 교주가 되 신 뒤로 한번도 화낸 적 없는 분인데.’


연무장에서 퇴장한 교주는 어두운 복도에 들어섰다.

그는 지나가는 투로, 한마디 중얼거렸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건 재능이 아니야. 갈망이지.”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해준 대가는 다 치렀다.

후에도 또 비슷한 것을 보여주라는 뜻에서 웃돈까지 얹어줬다.

누군가 본다면 무모한 투자라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백우진은 집에서 쌀만 축내는 버러지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숙면공자?

오늘이 수신관 입학 시험인데, 지금까지 한번도 검을 잡지 않았다고?

그딴게 어쨌단 말인가.


혈도에 내력을 불어넣고 있음에도, 백우진의 눈빛은 전혀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를 바득바득 갈아가며 끝까지 기절하지 않기 위해 버텼다.

그런 눈을 한 자들은 쉽게 죽지 않는다.


강자존인 일월성신교.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백우진은 강해지리라.

강해져서, 언젠가 이 앞에 서리라.


교주는 그것이 기대되었다.




•••



눈을 떠보니 꿈 속이었다.


‘기절한건가?’


나는 기절하기 직전의 상황을 떠올려봤다.

끈적한, 피가 출렁이는 듯하는 눈동자.

감히 숨조차 쉬기 어려운 압박감.

떠올리는 것만으로 기분이 안 좋아진다.

만약 이곳이 현실이라면 구역질을 했으리라.


“도대체······도대체 교주는 무엇이란 말인가.”


압도적.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폭풍이나 죽음이 의지를 가지면 그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분명 같은 종(種)일 터인데, 백우진 자신과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 존재였다.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몸 내부를 투시해 살펴봤다.

교주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야 했다.


“이건?”


분명 탁기과 먼지로 가득 차 있어야 할 혈도가, 깨끗해져 있었다.

조금 깨끗해진 것도 아니다.


‘내공을 운용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정도잖아······.’


분명 교주가 무언가 한 것이리라.

나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렸다.


‘실력 있는 자가 진기도인을 한다면 내 혈도를 청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지.’


다만 그 진기도인이라는 것이, 나와 시전자.

양측 모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데다가.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내 혈도가 멀쩡할 수 없으므로 함부로 시행할 수 없다고 했다.

혈도 내의 탁기을 타인의 내력으로 불태워야 하는데, 혈도가 버틸 수 있을 리 없다던가.


‘그런데 혈도에 이상이 생긴 것 같지는 않은데.’


가설은 두 가지다.

첫째로 내 혈도가 범인의 그것보다 훨씬 튼튼했을 경우.

······둘째로 교주의 진기도인 실력이 상식을 훨씬 우회했을 경우.


‘후자겠군.’


도대체 교주가 무슨 바람이 불어 내 혈도를 치료해 준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아직도 내 혈도는 탁기로 막혀있다.

이래서야 내력을 사용할 때마다 진기도인 때 느꼈던 고통을 느끼게 될 텐데.

그래서야 무인이 되는 건 불가능하겠지.


내가 완전히 치료되지 않은 이유는 짐작이 간다.

아무리 교주라도 단번에 치료할 수는 없었겠지.

혹 주기적으로 찾아가 치료해달라고 하면 받아줄까?


‘······그럴리가.’


혈육의 정 때문에 움직이는 사내였다면 진작 나를 찾아왔을 것이다.

그 남자에게 그런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비록 혈도를 전부 고치지는 못했지만,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전신의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고통에서도 내가 끝까지 정신을 붙들고 있던 이유가 있다.

나는 가부좌를 틀고, 교주가 했던 방식으로 운기를 시도했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운기 경로를 틀렸다.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목숨이 위험해질 정도의 상처를 입었겠지.

운기라는 것은 항상 주화입마의 위험을 동반한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곳은 꿈 속.

현실의 육체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교. 

아니, 무림 역사상 최강의 무인을 따라 하려는 것이다.

하루 이틀 연습한다고 하여 되지 않을 일임을 알고 있다.


‘그 역시 상관없다.’


나는 꿈속에서의 순간을 영원으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은, 이제 나에게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초월 시야로 본 교주의 운기 경로를 따라.

내 혈도에 미약한 내력을 흘러 넣었다.




•••



기절에서 깨어난 백우진은 의무관을 나섰다.

백우진은 천천히 혈도 안에서 내력을 움직여봤다.

미약한 내력이 혈도 안을 돌아다니며 천천히 탁기를 불태운다.


‘된다.’


백우진은 가슴에 손을 올렸다.

꿈속에서 교주의 운기를 모방하여 연습하고.

꿈에서 깨어난 직후, 단전을 최대한 쥐어짜 미약한 내력이나마 만들어냈다.


교주가 진기도인을 해줬을 때만큼 극적인 변화는 없다.

허나 이런 식으로 계속 운기를 한다면.

언젠가는 몸 안의 탁한 기운을 전부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게 언제가 될지는 확신할 수 없겠지만······.


꿈속에서 100년간 검을 휘두를 때, 꿈속의 경지가 현실에서도 통하리라는 확신 있어 휘둘렀던가.

지금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었다.


상념에 빠져있던 걸음이 멈춘다.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을, 다섯 명이나 되는 또래들이 막아서고 있었다.


“······뭐지?”

“백류성 공자님의 호의를 무시하고도 사지 멀쩡하게 집에 돌아갈 줄 알았나?”


백류성 똘마니 중 가장 덩치가 큰 녀석이 말했다.

백우진보다도 머리 두 개 만큼이나 컸다.


패거리들이 손을 뚜둑, 꺾으며 백우진에게 다가왔다.

백우진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은 일에 휘말렸군.

감상은 그것뿐이었다.


좁은 골목을 덩치들이 막아서서, 도저히 빠져나갈 길은 보이지 않고.

등을 보이고 달려간다고 해도, 백우진의 한심한 체력으로는 금방 따라잡히고 말 것이다.

2차 입관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조금도 다치고 싶지 않았다.


“잠깐.”

“?”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하지.”


백우진의 말에 다가오던 패거리들이 멈췄다.

지금까지 교주의 핏줄이라고 뻗대는 자들만 보았는데.

이렇게 비굴하게 나오니 당황스러운 것이다.


“몸 성히 보내준다면 후에 백류성에게도 정식으로 사과하겠어.”

“이, 이 새끼. 공자님이 니 친구냐? 이름을 함부러 부르네.”

“나와 그는 동갑인 사촌지간이 아닌가. 오히려 높혀 부르는게 이상한 것 같군.”


그 말에 패거리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다음 순간 백우진이 보일 행동에 비하면, 지금 느끼는 경악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백우진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패거리를 향해 이마를 조아렸다.

말투도 아예 존대로 바뀌었다.


“부탁합니다. 제발 몸 성히 집에 보내주세요.”

“······.”


교과서에 실려도 될 정도의 석고대죄였다.

그 비굴한 모습에서, 패거리들이 느낀 것은 우월감이 아니었다.


한기였다.

침을 꿀꺽 삼키고, 손등을 싹싹 문지르는 이도 있었다.

그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심장의 쿵쾅거림이 들린다.

이성적으로는 잘 설명하지 못하지만.

건드리면 큰일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 하하. 같잖은 녀석. 그렇게 아픈 게 싫더냐? 네가 정말 반의반이나마 교주님의 핏줄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

“크크······계속 그렇게 웅크려서 살라고. 다음에 눈에 띄면 이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테니.”


패거리들은 뭐가 켕기는 사람처럼 한둘씩 뒤돌아 골목을 빠져나가려 했다.

도망치는 동료들을 바라보던 패거리 하나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 백우진을 도발한, 덩치가 제일 큰 녀석이었다.


“이봐, 너희 왜 이러는데? 꼴에 교주님 핏줄이라고 뒷감당을 걱정하는 거냐? 걱정하지 말라고! 이 새끼 에비는 몰라도, 애미는 신교의 교도조차 아니야! 어디서 굴러먹다 온 지 모르는 개뼈다귀라는 거지.”


개뼈다귀.

그 말에.

백우진이 천천히 이마를 들어 올렸다.

덩치는 침을 튀기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혹시 모르지? 이 새끼는 아버지 얼굴도 못 봤다던데. 애미가 에비 뒤진 사이 몸 험하게 굴리고 교주님의 핏줄을 낳은 척 떵떵거리고 살았을지도. 하하!”


두근.

두근.

가슴이 뛰고, 목에 힘줄이 불거져 돋아났다.


만약 여기서, 사고를 치면 수신관 시험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

싸운다고 한들 이길 확률도 희박했다.


······그게 어쨌단 말인가.

백우진은 미쳤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덩치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뭐, 뭐야 이 새끼!”


눈 깜짝할 사이, 이미 덩치의 지척이었다.

내공을 익히지 못하는 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


덩치는 당황하면서도 반사적으로 오른발을 휘둘렀다.

눈 앞을 발끝이 가득 뒤덮었다.

백우진은 고개를 약간 비틀었다.

발차기가 일으키는 풍압에 얼굴 솜털이 떨렸다.


행동을 낭비한 덩치의 품 안에 파고든 백우진.

덩치는 백우진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크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단단함이 느껴지는 몸.


‘몸을 때려서는 안 된다.’


때려야 하는 곳은 얼굴.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이 집중된 턱을 노려야 한다.

물론 뛰어오르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공격의 위력은 대지를 단단히 딛은 하체에서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백우진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과악, 백우진이 악력에 힘을 넣었다.


‘떨어트려야지.’


주먹에는 진작에 바닥에서 주운 짱돌이 들려있었다.

백우진이 그 짱돌로 덩치의 왼쪽 무릎을 내리쳤다.

얼마나 강하게 내리쳤는지, 짱돌이 백우진의 손아귀에서 튕겨 나갔다.


“억!”


덩치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놈의 자세가 쑥 무너지며, 얼굴이 가까이 왔다.

허나 백우진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지 않았다.

주먹을 내지르기에는 아직 이르다. 


백우진은 덩치의 옷깃을 잡고, 끌어당기는 동시에. 자신은 튀어나갔다.

퍼억!

백우진의 박치기에 코를 얻어맞은 덩치가 코피를 흘리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시야가 빨갛다.

이마가 깨진 피에 덩치의 코피가 섞였다.

백우진은 두통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분노에 의한 두통인지, 박치기에 의한 두통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이제 덩치의 턱이 텅 비었다는 것이다.


백우진은 그 텅 빈 턱을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빠악─!


그런데도 덩치는 눈빛이 좀 흐려졌을 뿐, 기절하지 않았다.

백우진은 한 번 더 주먹을 꽂았다.

한번 더.

한번 더.

한번 더.

이미 팔이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아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덩치가 패거리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는 정상이 아니게 된 턱으로 말했다.

사, 살려줘. 바람 빠지는 소리가 같이 났다.

골목 끝을 향해 내민 손길이 부르르 떨리더니, 그대로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백우진은 그 몸에 올라타 계속 주먹을 날렸다.

비명을 지르거나 아파하지도 않았다. 


“으, 으아아아. 으아아아아!!!!”

“도망쳐! 도망쳐어어어!!”


그 모습에 질린 패거리들이 줄행랑을 쳤다. 


빠악─!

빠악─!

빠악─!


계속 주먹을 날리던 백우진이, 우뚝 멈춰섰다. 

혀를 빼물고, 눈동자는 색이 없어졌다.

덩치가 죽어버린 것이다.



백우진은 시체 위에 올라탄 자세 그대로 하늘을 바라봤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었다.

하늘은 언제나 평화로웠다.


그는 피냄새를.

팔의 아픔을.

쓰러트린 적의 얼굴을 보았다.

백우진은 몸을 부르르 떨며, 복수의 감각을 느꼈다.


째지는, 기분이었다.


강한 햇살에 눈이 부셨다.

백우진은 피 묻은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작가의말

다음화는 일요일 16시 35분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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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린아(麒麟兒)의 등장 24.03.31 990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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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몽중검로(夢中劍路) 24.03.29 1,094 16 10쪽
2 저 녀석이 숙면공자라고? +1 24.03.29 1,214 13 13쪽
1 서(序) +1 24.03.29 1,490 1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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