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브더주 님의 서재입니다.

피를 마시는 나무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퓨전

완결

브더주
작품등록일 :
2017.04.08 01:18
최근연재일 :
2017.07.24 07:24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6,414
추천수 :
0
글자수 :
350,982

작성
17.07.08 08:01
조회
64
추천
0
글자
10쪽

56. 피를 마시는 나무(2)

DUMMY

“띵똥-”

또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순간 집안이 조용해지며 또다시 우리 모두는 현관으로 눈이 향했다. 그리고 곧 은우가 천천히 현관으로 걸어갔다. 난 은우가 걸어가는 모습을 그냥 바라만 보았다.


현관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수민이었다. 그녀는 손에 작은 쇼핑백을 하나 들고 있었다.


“···어라? 오빠. 이분들은 다 누구세요? 난 오빠가 아프다고 해서 죽을 만들어서 왔는데···”

수민이가 방안을 둘러보고 의아해하며 나에게 물었다.


방안의 모든 사람들이 아무 말도 없이 나와 수민이를 번갈아보았다.


“이제야 내가 본 얼굴이 등장했군.”

은우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쪽도 성진오빠의 여자친구?”

은경이가 수민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


“네··· 네?”

수민이가 대답을 하고는 질문에서 이상한 점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럼 여기 모인 다섯 명은 모두 성진오빠의 여자친구네요.”

성연이가 말했다.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오빠··· 이게 무슨···”

수민이 역시 이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미안해, 수민아···”


“······오빠, 지금 장난치는 거죠?”

수민이가 날 보며 말했다. 수민이의 표정은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모두 거짓이라고 말해 달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미안해··· 사실이야, 수민아.”

내가 수민이에게 말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오빠가 나를 두고··· 이렇게 많은 여자들을···”

수민이는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떨어뜨렸다. 안에서 죽이 담겨 있는 걸로 보이는 반찬통이 떨어져 나왔다. 수민이는 소희처럼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오늘은 성진오빠 여자친구들의 모임이 됐네요.”

은우가 모두에게 말했다.


은우의 말을 듣고 수민이는 모두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여기있는··· 모두가··· 오빠의 여자친구···”

수민이는 넋이 나간 것처럼 혼자 중얼거렸다.


“사람이 늘어난다 해도 변하는 건 없어요.”

다시 은경이가 나서며 말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지만 오빠는 저와 채의, 우리 둘과 사귈 거예요. 다른 분들은 빠져주세요.”


수민이까지 나타났지만 은경이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에선 뭔가 강한 결의까지 느껴졌다.


“웃기지마. 누가 오빠를 포기할 것 같아? 너희야말로 헛소리하지 말고 빠지시지.”

성연이도 지지 않고 은경이와 채의를 보며 강하게 말하였다.


“너야말로 다른 남자 찾아보는 게 어때? 여기서 괜히 엄한 우리 오빠나 홀리지 말고.”

채의가 비아냥거리며 말하였다.


“뭐라고?”

다시 한 번 성연이와 채의, 은경이가 싸우려 하고 있었다.


“···하하하하.”

갑자기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웃음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았다. 웃고 있는 건 수민이었다.


“하하하하하.”

수민이의 웃음소리는 점점 커져서 방안에 울릴 정도가 되었다.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나를 비롯한 모두가 수민이를 바라보았다.


“다들 너무 모르시네요.”

수민이가 앞으로 나서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까와 달리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남자란 여자가 아무리 잘해줘도 새로운 여자를 만나면 떠난다구요. 생각해봐요. 오빠가 여기서 당신 둘을 선택한다 해도 그게 영원할 것 같나요?”

수민이는 은경이와 채의를 돌아보며 물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답을 들을 생각은 없었던 듯 자신의 말을 계속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을 둘러봐요. 여자인 내가 봐도 모두 매력적이에요. 당신 둘도 예쁘지만 과연 오빠가 이렇게 예쁜 사람들을 두고 당신 둘로 만족할 수 있을까요? 저렇게 예쁜 소희가 생각이 안 날까요? 또 저렇게 예쁘고 가슴 큰 여자가 생각이 안 날까요?”

수민이는 소희와 성연이를 보며 말했다.


“······.”

모두들 아무 말 없이 수민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수민이는 자신 있게 자신의 말을 계속했다.


“제가 여러분보다는 남자들의 속마음에 대해서 더 잘 아는 것 같군요. 남자들은 아무리 잘해줘도 새로운 여자를 만나면 떠나게 되어 있어요. 그건 경험해본 내가 제일 잘 안다구요. 그러니까 괜히 우리끼리 오빠를 서로 갖겠다고 싸우면서 힘 뺄 필요 없어요.”


아마도 수민이는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경험을 토대로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살할 결심까지 하게 만든 남자친구와의 이별은 아직도 수민이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민이의 말이 맞는 건 아니다. 모든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여자친구를 떠나지는 않는다.


“그럼 뭘 어떻게 하자는 거죠?”

성연이가 수민이에게 물었다.


“우리 모두가 오빠를 번갈아 가면서 만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오빠도 여러 여자를 만날 수 있으니까 좋고, 우리도 그만큼 오빠가 우리들을 떠날 가능성이 줄어드니까 좋구요!”

수민이가 자신 있게 외쳤다.


“하! 무슨 얘긴가 했더니만 나 참···”

성연이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성연이의 반응이 당연했다. 수민이의 말은 내가 여러 여성들을 동시에 만나는 걸 우리들끼리 용인하자는 말이었다. 이건 은경이와 채의 둘이 동시에 나와 사귀겠다는 것보다 훨씬 파격적인 주장인 것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수민이의 주장은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됐다. 하물며 다른 여성들이 이 주장을 받아드릴 리는 더더욱 없어보였다. 지금 수민이는 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민이는 굴하지 않았다. 수민이는 내게 다가와 말했다.


“오빠. 저는 오빠 이해해요. 저는 오빠가 이 여자분들 다 만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오빠가 원한다면 이 여자분들 하고 다 함께 잠자리를 해도 좋아요. 전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오빠는 저를 사랑해 주시기만 하면 돼요!”


역시나 수민이의 표정과 행동은 평소와 달랐다. 얌전한 성격이라 평소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수민이었지만 지금은 표정만 봐도 그녀가 과도하게 흥분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행동과 말투에서 평소와 다른 과격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마치 옥상 위에서 수민이를 처음 봤을 때처럼.


지금 수민이는 그때처럼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과거 연인에게 버려졌던 것처럼 또다시 내게 버림받을까 두려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그녀는 내가 다른 여자와 만나도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의 속마음도 과연 똑같을까? 내가 보기엔 그녀는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억지로 감정을 짜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민아, 그러지 않아도 돼···.”

내가 수민이가 안쓰러워 말했다.


“아니에요, 오빠. 전 괜찮아요. 전 오빠를 이해할 수 있어요. 오빠가 원하는 건 다 할게요. 그러니까 절 버리지 마세요. 또다시 오빠마저 잃는다면 전···. 그냥 오빠는 평소처럼 절 사랑해 주시기만 하면 돼요. 응? 알았죠?”

수민이는 내 앞에서 간절히 말했다. 입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떨어졌다.


“······.”

수민이를 이렇게 만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모두들 잘 생각해봐요. 지금 오빠를 독점해서 나중에 버림을 받는 게 나을지, 아니면 우리 모두가 사이좋게 오빠를 만나는 게 나을지를요.”

수민이는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

“······.”

“······.”


모두들 아무 말이 없었다. 수민이의 주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리는 없겠지만, 과격해 보이기까지 하는 수민이 때문에 다들 곤란해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여전히 은우는 소희의 귀에 뭔가 속삭이고 있었다.


“···일리 있는 의견 같기도 해요.”

그렇게 말은 꺼낸 건 은경이였다.


“······!”

나는 갑작스런 은경이의 말에 놀랐다. 그녀는 말을 계속 이었다.


“성진오빠가 생각보다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보아하니 여기 있는 누구도 그런 이유로 오빠를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요.”

은경이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


그랬다. 은경이의 말처럼 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여기 있는 모두가 알게 됐지만 어느 누구도 날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나를 차지하게 위해 서로 싸우고 있는 모양새다.


나는 창문에 있는 피를 마시는 나무를 돌아보았다. 이게 다 저 나무와 열매의 힘 덕분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 자리의 여성들은 내게 욕바가지를 실컷 하거나 내 뺨을 때리고 - 혹은 둘 다하고 - 이미 이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물론 나무와 열매가 아니었다면 이런 상황에 놓이지도 않았겠지만.


은경이는 계속 자신의 말을 했다.


“저도 썩 내키는 제안은 아니에요. 오빠가 나와 채의 외의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걸 인정해야하니까요. 다른 분들도 비슷한 마음이겠죠. 하지만 생각은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자를 좋아하는 오빠는 우리 중 한쪽만 택하는 것보다 모두와 만날 수 있는 게 좋을 테니까요. 뭐 그만큼 우리가 조금씩 양보해야 겠지만요.”


은경이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 은경이의 눈빛에서도 날 원망하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그렇죠? 제 말이 일리가 있죠? 우리 모두가 조금씩 양보를 하면 어느 누구도 오빠와 헤어지지 않아도 돼요.”

은경이의 말에 수민이가 다시 맞장구를 쳤다.


은경이까지 수민이의 생각에 동의하며 나서자 순식간에 모두들 수민이의 주장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나조차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돼요.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생각을 해보면 다들 제 말이 맞다는···”


수민이가 다시 모두를 설득하려고 말하고 있을 때였다. 나도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며 잠시 수민이에게서 눈의 떼었을 때였다.


쿵!

털썩.


수민이는 미처 자신의 말을 끝맺지 못하고 갑자기 쓰러져버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피를 마시는 나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1 후기 - 현대판 구운몽 이야기 17.07.24 48 0 3쪽
60 60. 에필로그(2) - 완결 17.07.21 38 0 23쪽
59 59. 에필로그(1) 17.07.19 40 0 14쪽
58 58. 피를 마시는 나무(4) +1 17.07.11 94 0 15쪽
57 57. 피를 마시는 나무(3) 17.07.10 53 0 12쪽
» 56. 피를 마시는 나무(2) 17.07.08 65 0 10쪽
55 55. 피를 마시는 나무(1) 17.07.06 45 0 11쪽
54 54. 은경과 채의(5) 17.07.04 37 0 10쪽
53 53. 은경과 채의(4) 17.07.02 39 0 11쪽
52 52. 할머니의 제자 17.06.30 46 0 13쪽
51 51. 수호 17.06.28 43 0 13쪽
50 50. 은우(3) 17.06.26 37 0 12쪽
49 49. 은우(2) 17.06.24 44 0 13쪽
48 48. 은우(1) 17.06.22 72 0 12쪽
47 47. 은경과 채의(3) 17.06.20 54 0 11쪽
46 46. 은경과 채의(2) 17.06.18 85 0 13쪽
45 45. 은경과 채의(1) 17.06.16 67 0 15쪽
44 44. 은경(3) +1 17.06.14 124 0 14쪽
43 43. 은경(2) +1 17.06.12 187 0 13쪽
42 42. 은경(1) 17.06.10 96 0 12쪽
41 41. 소희(17) 17.06.08 121 0 12쪽
40 40. 소희(16) 17.06.06 68 0 13쪽
39 39. 소희(15) 17.06.04 62 0 11쪽
38 38. 수민(7) 17.06.02 76 0 12쪽
37 37. 소희(14) 17.05.31 114 0 14쪽
36 36. 소희(13) 17.05.29 164 0 13쪽
35 35. 소희(12) 17.05.27 82 0 15쪽
34 34. 수민(6) 17.05.25 96 0 12쪽
33 33. 수상한 손녀(2) 17.05.23 74 0 10쪽
32 32. 수상한 손녀(1) 17.05.21 114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