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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더주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가 모쏠 탈출할 수 있을까?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F

완결

브더주
그림/삽화
브더주
작품등록일 :
2021.08.25 00:06
최근연재일 :
2021.12.03 17:24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758
추천수 :
45
글자수 :
150,209

작성
21.10.29 07:57
조회
14
추천
1
글자
8쪽

30화. 정말 쓸데없는 짓

DUMMY

다음날, 아침 일찍 아만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평소 아침은 집에서 간단히 먹고 가지만 오늘은 빈속으로 갔다. 도서관 매점에서 빵으로 때울 생각이었다.


도서관 오픈 시간에 딱 맞춰 들어간 아만은 자리를 맡자마자 바로 매점으로 내려갔다. 샌드위치와 우유를 골라 들고 주인아주머니께 카드를 내밀었다.


“영수증은 버려드릴까?”


아주머니가 기계에서 영수증이 나오는 것을 보며 물었다.


“아뇨! 주세요!”


아만의 대답에 아주머니는 카드와 영수증을 돌려주었다. 서둘러 확인해보니 역시 영수증 밑에 알파벳이 쓰여 있었다.


<Y>


또다시 대문자였다. 역시나 알파벳은 아직 끝난 게 아녔다. 다른 결제를 하면 또 나올 것이다. 지금 바로 다른 걸 사서 결제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전에 할 일이 있었다.


“아주머니,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아만이 공손한 말투로 묻자 매점 아주머니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가 어제 여기서 먹을 걸 산 다음에 영수증을 버려달라고 했거든요. 근데 지금 그 영수증이 꼭 필요해서 그런데 어떻게 찾을 수 없을까요?”


“영수증?”


아주머니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학생 같은 부탁을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표정이었다.


“네. 죄송하지만 그 영수증이 꼭 필요해서요. 어떻게 안 될까요?”


아만은 가능한 착하고 예의 바르게 물었다. 아주머니는 잠시 아만을 쳐다보다가 말한다.


“영수증이라면 여기 카운터 밑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지. 아직 비우지 않았으니 어제 영수증이라면 있을 거 같긴 한데.”


“그럼 그 쓰레기통 제가 비워드릴게요! ”


주인아주머니는 아만을 잠시 바라보다가 알겠다고 말한 뒤, 테이블 밑 쓰레기통을 열어 커다란 비닐봉지를 꺼냈다. 언뜻 보기에도 수많은 영수증이 들어있었다.


“이렇게 많은데 찾을 수 있겠어?”


아주머니가 괜찮냐는 듯이 물었다.


“한 번 해봐야죠. 감사합니다.”


“찾으면 나머지 쓰레기는 다시 갖다 줘요. 어차피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려야 하니까.”


“네.”


아만은 주인아주머니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영수증이 가득 든 쓰레기봉투를 받아왔다. 한적해 보이는 도서관 1층 구석에 자리를 잡고 영수증을 찾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는데, 곧 직원이 다가와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물어왔다. 사정을 설명했지만, 실내에서 쓰레기를 뒤지는 건 곤란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아만은 어쩔 수 없이 건물 밖으로 나와 도서관 마당 한쪽 구석에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쓰레기 봉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봉지 안에는 영수증이 대부분이었지만 가끔 빈 음료수 캔이나 과자 봉지 같은 것도 들어있었다. 우선 영수증이 아닌 쓰레기는 마당에 있는 재활용 통에 분리해서 버리고 영수증만 남겼다. 그렇게 해도 얼마나 많은지 가늠이 잘되지 않았다. 최소한 백 장 정도는 가볍게 넘을 것 같았다.


아만은 쓰레기봉투 속 영수증을 하나하나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 결제한 내용만 다를 뿐이어서 언뜻 보기에 모든 영수증이 다 똑같았다.


처음엔 자신이 결제한 카드와 회사명, 번호가 일치하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생긴 영수증에 작게 쓰여있는 정보를 일일이 확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장 넘어가지 않았는데도 금세 눈이 아프고 피곤해졌다. 이런 방법으로는 찾기 어려워 보였다.


‘그래. 내가 찾는 건 영수증이 아니라, 맨 밑에 있는 알파벳이잖아?’


그 생각이 든 아만은 영수증 하단에 알파벳이 있나 없나만 확인했다. 어차피 자신의 영수증이라도 알파벳이 쓰여있지 않다면 소용없으니 이편이 훨씬 간단하고 효율적이었다.


아만은 쓰레기봉투에서 영수증을 꺼내 하단만 확인하고선 옆에 놓아둔 책 밑에 깔아두었다. 바람에 날아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하니 훨씬 빠르고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확인작업은 속도를 내어 책 밑에 깔아둔 영수증이 탑처럼 쌓여갔다. 아직 봉투 속의 영수증은 많았고 알파벳이 쓰인 영수증은 단 한 장도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영수증은 어젯밤에 버려졌으니 조금만 뒤지면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아만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운이 없게도 봉투 밑으로 들어가 섞여버린 모양이다.


한 시간이 넘게 확인했지만 찾는 영수증은 나오지 않았다. 점점 손과 눈이 아파오고 속도도 느려졌다. 적어도 백 장은 될 거란 생각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지금까지 대략 삼백 장 정도 확인한 것 같은데 봉투 안에는 아직도 영수증이 많았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앉아있는 거지.’


힘은 들고 찾는 건 나오지 않자, 본질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한창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하는 시간에 불필요한 개인적인 호기심 해결을 하고 있다니. 자신이 정말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 생각까지 들자 갑자기 하기 싫어졌다. 어차피 알고 보면 별거 아닐 알파벳 같은 건 잊어버리고 공부하러 들어가고 싶었다. 그게 맞아 보였다.


아만은 책 밑에 깔아놓은 영수증들을 다시 봉투 속에 쏟아 넣으려고 주워들었다. 얇은 종이들이 모여 상당한 무게가 나갔다. 그러자 이만큼이나 많이 확인했는데 관두고 들어가는 것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럼 딱 10분만 더 확인해보자.’


아직도 많이 남은 영수증을 10분 안에 다 확인할 수는 없었고, 적어도 그 시간 동안만 찾아보기로 자신과 타협했다. 아만은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


묵묵히 10분 넘게 찾아봐도 영수증은 나오지 않았다. 이제 관두고 들어가기로 계획 했지만, 아만은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 계속하다 보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끝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아만은 바깥 벤치에 앉아 1시간이 지나도록 영수증을 확인했다. 이제 봉투 속 영수증보다 꺼낸 영수증이 많아지고 아만도 슬슬 지쳐갈 때 즈음이었다.


“찾았다!”


아만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온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상관없었다. 1시간 넘게 찾던 알파벳이 적힌 영수증을 드디어 찾은 것이었다.


<e>


영수증 밑에는 소문자 e가 쓰여있었다. 시간과 내용, 카드사를 확인해보니 자신이 어제 결제한 영수증이 맞았다. 봉투 안에 남은 영수증이 몇 장 남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낸 것이었다. 지금까지 육백 장이 넘는 영수증을 확인한 아만이었다.


아만은 찾은 영수증을 챙기고 나머지 영수증들은 다시 봉투에 넣어 매점 아주머니에게 돌려주었다. 원하는 건 찾았냐는 아주머니의 물음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고생했다며 음료수 하나를 공짜로 주려 하셨다.


자신을 위해 한 일인데 공짜로 받기에 죄송해서 아만은 커피 캔 두 개와 간식거리를 카드로 결제했다. 이번에도 영수증 밑에 알파벳이 나왔고 거기에 적혀진 건 o였다.


열람실 자리로 돌아온 아만은 지금까지 찾은 알파벳 영수증을 시간순으로 나열했다.


<n, t, o, M, e, t, Y, o>


단서가 더 생기자 이제 무슨 말이 될 거라는 기대를 했지만, 아직은 정확히 뭔지 알 수 없었다.


한가지 이상한 점이라면 알파벳이 쓰인 영수증은 자신의 영수증밖에 없다는 거였다. 매점에서 사람들이 결제한 육백 장이 넘는 영수증을 확인했지만, 알파벳이 있는 영수증은 자신의 것 단 한 장뿐이었다.


만약 이번 일이 카드사의 이벤트 같은 거라면 같은 카드사의 다른 사람 영수증에도 알파벳이 발견됐어야 했다. 그러나 자신의 영수증 단 한 장외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게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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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서 21.11.17 11 1 9쪽
37 37화. 사진가의 목적 21.11.15 11 1 7쪽
36 36화.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기는 무리 21.11.12 16 1 9쪽
35 35화. 초대장 21.11.10 12 1 7쪽
34 34화. 진짜와 가짜 중에 가짜가 진짜 21.11.08 13 1 8쪽
33 33화. Rainbow 21.11.05 13 1 7쪽
32 32화. 메시지는 해석했지만 21.11.03 13 1 6쪽
31 31화. 현성이라면 언제나 그랬듯이 21.11.01 11 1 6쪽
» 30화. 정말 쓸데없는 짓 21.10.29 15 1 8쪽
29 29화. 어디에도 있을 수 있고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 21.10.27 12 1 8쪽
28 28화. M과 t 21.10.25 13 1 6쪽
27 27화. 마음만은 따뜻한 기계들 - 아만 21.10.22 19 1 8쪽
26 26화. 아내와 재회 21.10.20 17 1 6쪽
25 25화. 중대한 기로 21.10.18 14 1 4쪽
24 24화. 둘이 들어가 한 명만 나오다 21.10.15 12 1 7쪽
23 23화. 최고의30분 21.10.13 13 1 6쪽
22 22화. 모태솔로를 노리는 범죄조직 21.10.11 15 1 7쪽
21 21화. 저랑 자러 가요 21.10.08 13 1 5쪽
20 20화. 진짜 사기꾼 아줌마 21.10.06 14 1 9쪽
19 19화. 여자를 만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 - 현성 21.10.04 17 1 7쪽
18 18화. 나랑 결혼하자 21.10.01 18 1 10쪽
17 17화. 가장 외로운 중권 21.09.29 15 1 7쪽
16 16화. 비밀통로 21.09.27 2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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