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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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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nrdisgod
작품등록일 :
2021.06.02 23:39
최근연재일 :
2021.06.03 20:17
연재수 :
3 회
조회수 :
50
추천수 :
1
글자수 :
13,529

작성
21.06.03 19:43
조회
27
추천
1
글자
9쪽

쓰레기 게임, 쓰레기 아티팩트

DUMMY

몰려오는 현기증에 머리를 부여잡고 키보드에 얼굴을 박았다.

잠시 뒤, 다시 고개를 들어 모니터에 시선을 향하자-


-우적.

-우적.

-으아아아아아악!!!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패다.

그 대가로, 내 가엾은 캐릭터가 끔찍하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어우, 가슴 아파라..."


게임 속에서 '움직이는 재앙'이라 일컬어지는 강대한 괴물에게 말이다.


"저걸 도대체 어떻게 잡냐..."


그, 족히 3m는 넘길 거대한 몸뚱이!

그, 통나무처럼 굵은 팔과 다리!

그, 어떤 날붙이에도 흠집도 안 날 것 같은 질긴 겉가죽!

그, 끓어오르는 썩은 늪처럼 역겨운 색의 우둘투둘한 피부!


그건 마치 구현화 되어 움직이는 폭력이자 악몽이요 재앙 같았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재앙...!'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놈을 무찌르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다.


-시, 시발! 트롤이다...! 진짜 트롤이야!!!

-우린 끝났어...!


게임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비명이 내 심경을 대신했다.

그 끔찍한 괴물 놈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무력감과 절망감에 몸서리치고 있던 그때였다.


-크롸롸롸롸!!!


"응?"


-쨍그랑!


밖에서 일대를 저릿하게 울리는 포효소리가 들려오더니, 갑작스럽게 휘몰아친 강풍이 집의 창문이랑 창문은 죄다 박살내버렸다.


-우당탕!

-쾅!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집 안을 휘저어 놓으면서 지랄지랄 개 지랄을 내 놨다.


"..."


그러는 와중에도 내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얼마 전에 큰 마음 먹고 장만한 그 모니터에 박힌 큰지막한 유리조각.


우라지게 비싼 만큼 별의 별 기능이 다 탑재되어 있었지만, 날아오는 유리 조각을 버텨내는 기능은 없었나보다.


"막 어지럽네..."


요즘 같은 시대에 높은 내구도는 필수 아닌가.

시대착오적으로 설계된 불량품을 거금에 팔아 먹는 회사에 살의를 느끼길 잠시.


살의를 가져야 할 상대를 착각했음을 깨닫고, 곧장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 쓸데없이 거대한 같잖은 몸뚱이.

그, 살아 있는 상태론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백해무익함.

그, 파충류 주제 날개 달린 근본 없는 신체 구조.


놈이 활짝 펼친 날개로 빌딩 숲을 사이를 활공하고 있었다.

날개에 부딛힌 빌딩들이 빌/딩이 되어 무너져 내렸다.


"찐짜, 저 비늘 달린 바퀴벌레 새끼들은 잡아도 잡아도 계속 기어나오냐."


지체 없이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아무래도, 오늘도 '그 망할 게임'을 깨긴 글러먹은 것 같았다.



***



세계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게이트’라 명명된 그 정체 불명의 현상은 괴물을 토해내는 등 온갖 이상 현상을 야기했고, 세상은 무슨 일이 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개판이 되었다.


그런 세상에서도, 이건 특히 이상한 경우였다.


‘무너진 세계’.

일명 무세는 내가 게이트를 공략하고 얻은 전리품이자 아티팩트로, 케이스 안에 담긴 게임 씨디였다.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게이트와 게임이라니.


거지 같은 파인애플 피자가 '우리 같은 친구들이 또 있었군'이라며 기분 나쁘게 친한 척 할 것 같은 조합이었다.


뭐, 그래도 일단은 그러려니 했었다.


공략하는데 피똥 좀 쌌던 게이트 아닌가.

그런 게이트에서 나온 아티팩트가 아닌가.


당장은 케이스 안에 담긴 게임 씨디라는 골때리는 형태를 하고 있을지라도 알고 보면 속이 꽉찬 새끼, 그래서 더 멋진 새끼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게임에서 얻은 만병통치약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다니!'

'게임에서 배운 스킬이 왜 내 머릿속에 있지?'

‘너무 놀랍다! 즐겁다!’


숨겨진 능력이 그런 전개를 보여줄 거란 기대를 품고, 일단 무세를 플레이 해보기로 했다.


무세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무대인 판타지 세계 ‘하메룬’.

살기 참 좆같은 곳일세,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세계였다.


지도자들은 악마에 지배당하거나 뭔가에 미쳐서, 혹은 그냥 십새끼라 부조리와 학살을 일삼았다.

악신이니 뭐니 이상한 거 섬기는 미친놈들이 끼리 끼리 모여서 미친 짓을 자행했고-

그런 놈들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은 도처에 들끓는 몬스터의 한 끼 식사가 되었다.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

피와 절규가 끊이질 않는 세계.

그냥 판타지가 아닌, 다크 판타지 세계.


그게 하메룬이었다.

정확히는, 하메룬의 멀지 않은 미래였다.


하메룬을 침식하는 어둠과 비극을 걷어내고 예정된 암담한 미래로부터 구해낸다.

그게 플레이어들이 맡은 바 역할이었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의 분신이 되는 캐릭터는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해내기엔 너무나도 무력했다.


게임을 시작하면 ‘이름 없는 노예’가 되어 ‘파멸의 시발점’에 놓이면서 본격적으로 하메룬을 구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퀘스트가 시작된다.


그런데 노예에겐 첫 번째 퀘스트조차 클리어할 능력이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손이 밧줄로 묶인 노예가 아무런 장비도 없이 대규모 도적단을 무찌르고, 괴물’움직이는 재앙’을 상대하란 걸까.


다른 게임이었다면 노예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던가, 조력자가 지원을 온다던가 했겠지만 이 게임은 그런 것도 없었다.


[파멸의 시발점]

인물 - 상인, 카린 달리안

>조건 : 앞으로 들이닥칠 위험에서 카린 달리안을 구하라.

>추정 난이도 : 불가능

>보상 : ???


더군다나, 애당초 '불가능'으로 책정되어 있는 퀘스트의 난이도.


그렇게 당연하단 듯 퀘스트 클리어에 실패하면 게임은 강제로 종료되고, 피폐해진 하메룬의 미래를 보여준다.


나는 어떻게든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놈의 앞으로 들이닥칠 위험에서 카린 달리안을 구해보려고 모든 경우의 수를 시행해 보았다.



광기에 가까운 집념!


그리고 포기!


단순히 실력이나 게임 이해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표기된 퀘스트의 난이도대로, 구조적으로 클리어가 불가능했다.


그에.


이런 부조리한 게임의 구조는 하메룬이 다크 판타지가 되는 암담한 미래에서 벗어나지 못할 운명임을 시사하기 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납득이 됐다.


-... 그래서, 나보고 뭐 어쩌라고?

-... 그리고, 이 아티팩트는 도대체 어디다 쓰는 건데?


결국 결론은 그거였다.


무세는 쓰레기다.

쓰레기 게임이고, 쓰레기 아티팩트다.


무세와 동급인 아티팩트들은 무언가를 찢고, 붙이고, 봉인시키고, 되살리고, 지배하고, 오른 손으로 비비고, 왼 손으로 비비고- 아주 그냥 기적에 가까운 권능을 행사하기 바쁜데.


이 쓰레기 아티팩트가 행사하는 권능이라곤 그래픽이 엄청나고, 물리 엔진이 엄청나며, 최적화 또한 엄청나다는 게 전부였다.


아티팩트의 주인을 엄청나게 어지럽게 만드는 효과는 덤이었다.


그렇듯, 무세는 내게 아주 알싸한 경험을 선사했고 절대로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그래서일까.

하필 지금 그놈의 무세가 떠오르는 건.


‘이게 그, 죽기 직전에 본다는 그··· 주마등인지 뭐시긴가···’


인생의 마지막에서 떠오르는 게 하필 무세라니.


‘진짜, 마지막까지 빅엿을 선사하는구나. 이 쓰레기 같은-.’


시야가, 의식이 흐려진다.

바닥에 엎어진 나는 마지막 힘을 짜내 고개를 들어, 앞을 응시했다.


최후의 게이트의 주인이 거기에 쓰러져 있었다.


‘개새끼, 좀 곱게 뒤지지···구질구질하게...’


드디어, 게이트 현상이 종식된 평화로운 세계에서 좀 여유자적하게 사나 싶었는데.


‘죽쒀서 개 줬네···’


놈의 시체가 먼지가 되어 흩어진다.

놈과 내가 자빠져 있는 게이트의 내부와 같이.


그걸 확인한 뒤에야, 나는 억지로 붙잡고 있었던 의식을 놓아줬다.

그러자 곧바로 내 의식은 어둠보다 더 어둡고 공허한-




· · ·



. .



.




. .


· · ·



‘... 뭐지.’


어둠이 내 의식을 완전히 뒤덮기 직전.


영겁의 시간 동안 어둠 속에 갇혀 있다가 밝은 곳으로 나온 듯 눈부신 광채가 그 어둠을 물리쳤다.


먹먹했던 귓속이 이명으로 가득찼다.


빛은 어둠을 완전히 밀어내고 난 뒤에야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사고와 몸의 감각이 서서히 되돌아오는 걸 느꼈다.


이내, 눈을 뜰 수 있을 정도의 밝기가 되자 안면 근육이 안간 힘을 주어 겨우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여긴···”


우리.

마차에 딸린 나무 우리 안이었다.


낯설지만 왠지 모르게 지긋지긋한 광경.


“...발, 트롤이라니. 이거 좆된 거 아니야?”

“너그덜 트롤 실제로 본 적 있냐?”

“실제로 본 적이 있으면 지금 이렇게 살아 있겠어?”

“큭큭, 하긴 괜히 토벌 참가했던 기사 놈들이 학을 떼면서 움직이는 재앙이라 부르는 게 아니겠지.”


무세를 구하기 위해서 무수히 반복해, 거의 뇌에 딱지가 져서 달라붙은 그 지긋지긋한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시야 한 켠에는-


[파멸의 시발점]

인물 - 상인, 카린 달리안

>조건 : 앞으로 들이닥칠 위험에서 카린 달리안을 구하라.

>추정 난이도 : 어려움

>보상 :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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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정적인 차이 21.06.03 13 0 11쪽
2 용병대, 행상단, 카린 달리안 21.06.03 10 0 10쪽
» 쓰레기 게임, 쓰레기 아티팩트 21.06.03 2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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