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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불리스트 님의 서재입니다.

Y.E.T.(Yame English Teacher)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나불리스트
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최근연재일 :
2021.05.14 00:06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5,173
추천수 :
87
글자수 :
365,104

작성
21.04.27 23:34
조회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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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가정법

DUMMY

“혁보는 요즘 어때? 설마 아직도 파닉스 하고 있어?”


민수 엄마가 묻자 혁보 엄마가 얼른 손사래를 쳤다.


“파닉스는 정말 선생님 말대로 일주일만 했죠.”


혁보 엄마가 산뜻한 표정을 짓고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은 기본문장하고 있는데, 한권 끝내는데 10일도 안돼서 끝났어요! 대략 한 100문장 정도 그림만 보고도 말하고 쓰고 하는데······. 혁보야, 가방에서 그림 카드 좀 꺼내봐.”


뭔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었는지 혁보를 불렀다.


혁보가 가방에서 그림카드를 꺼냈는데, 그림카드는 비닐팩에 3개에 따로따로 분류되어 있었다.


“언니, 언니! 이거 봐!”


혁보 엄마는 첫 번째 비닐팩에서 50여장 정도로 보이는 그림카드들을 꺼내서 한쪽에 모아두고 두 번째 비닐팩을 열었다.


두 번째 그림 카드는 대략 20장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두 번째 더미를 모아두고, 세 번째 비닐팩에서 카드를 꺼냈다.


세 번째 더미는 10장도 안 되는 것 같았다.


“언니, 여기서 아무거나 한 장씩 골라봐요.”


혁보 엄마는 민구 엄마가 아닌 우리 엄마에게 첫 번째 더미와 두 번째 더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도 선생님한테 배우지만, 선생님이 초등학생들에게는 어떻게 가르치는지 무척 궁금했다.


혁보가 가진 그림카드가 어떤 건지 살짝 훔쳐보니 첫 번째는 더미는 명사에 해당하는 그림카드였고, 두 번째 더미는 동사를, 세 번째 더미는 전치사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초등학생들에에 ‘품사’ 같은 어려운 용어를 가르칠 수가 없으니 저렇게 카드를 분류해서 자연스럽게 품사를 익히게 하려는 목적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혁보 엄마는 ‘아무거나’라고 말했지만, 엄마는 나름 신중하게 카드를 뽑았다.


엄마가 카드를 혁보 엄마에게 내밀자 아줌마는 그 카드를 혁보에게 보여주었다.


혁보는 카드의 그림들을 물끄러미 보며 뭔가 생각하는 것 같더니, 명사 카드더미에서 몇 장의 카드를 더 고르고 전치사 카드더미에서도 몇 장을 더 골랐다.


고른 카드를 신중하게 배열하고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A girl eat ribs at the table and she has something on the face.”


단어별로 약간씩 끊기는 느낌은 들긴 했지만, 혁보는 발음도 좋고, 특히 억양이 조금씩 들어가서 더 잘해보였다.


솔직히 나보다 혁보가 발음이 훨씬 좋게 느껴져 형으로서 살짝 창피한 생각도 들었다.


“언니, 언니! 이거 봐! 이건 책에 나오는 문장이 아니거든? 근데 이런 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그림들을 연결해서 자기가 문장을 만드는 훈련을 해.”


“······.”


“기본 문장 외우고 얼마 안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이렇게 응용을 하네?”


혁보 엄마는 봐도봐도 신기하다는 듯 상기된 얼굴로 혁보를 기특해했다.


“그 괴짜 선생이 모르긴 몰라도 초등교육은 정말 잘 하는 것 같긴 하네. 그런데 입시는······.”


민수 엄마는 은근히 말끝을 흐리더니만 별안간 나를 소환했다.


“건이야! 너는 모의고사 본 적 있니?”


아줌마의 질문에 갑자기 엄마와 혁보 엄마까지 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민수가 그러는데 고등학교 모의고사는 중학교 시험이랑은 완전히 달라서 미리부터 연습을 해 둬야 한다고 그러던데?”


“선화같이 좀 잘하는 애들은 가끔 문제를 푼 것 같던데요, 저는 아직 모의고사는 풀어 본 적이 없어요!”


그렇다고 거짓말은 못하겠고, 그래도 혹시라도 아줌마가 우리 선생님을 얕잡아볼까 싶어서 물어보지도 않은 선화얘기를 했다.


“아니! 아니! 아직도 모의고사를 한 번도 푼 적이 없단 말이야?”


아줌마는 그렇게 나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저번에 그 엉터리 같은 테스트 한번보고 시험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단 말이지?”


아줌마는 속사포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이 선생님 큰일 날 사람이네? 그러면 건이야, 정 선생님이 Reading(독해), Listening(듣기), Grammar(문법), Vocabulary(어휘) 이걸 혼자 다 가르치시니?”


나는 아줌마의 질문의 의도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좋은 의도는 아닌 게 확실해보였다.


“모르겠어요. 다른 애들은 모르겠는데 일단 저는 정 선생님이랑 문법위주로 수업했어요.”


나는 신중하게 생각한 후, 조금 애매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아이들 레벨도 막 섞여있어서 서로 서로 뭘 배웠는지 잘 모른다는 말이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우리 민수네 학원은 총 16개 레벨을 나눠서 레벨에 맞추는데······.”


뭔가 내 의도와 달리 흘러가는 것 같았다.


아줌마의 말에서 막연한 악의를 느꼈다고 하면 나의 착각일까?


아줌마가 우리 선생님께 악의를 품을 일이 뭐가 있다고.


그냥 내가 걱정 되서 그러시는 거겠지.


그러나 아줌마는 뭐가 그리도 궁금한 게 많은지 다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어휘는 하루에 몇 개씩 외우니? 민수네는 하루에 50개씩 외우게 시킨다는데······.”


“글쎄요? 음 일단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의 불규칙 변화형이랑 접속사, 전치사는 다 외웠고······.”


“그래서 하루에 몇 단어 외우는데?”


“하루에 몇 개씩이라고 정해진 건 없는데······.”


“정해진 게 없어?”


아줌마의 반응이 점점 거북스럽게 느껴져서 뭔가 우리 선생님을 변호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루에 정해진 건 없지만, 초등단어 1000개, 중등단어 3000개, 고등단어 5000개를 순차적으로 통과하라고 권장해 주세요. 아마 개인마다 단어 외우는 실력이 다르니까 그렇게 하시는 것 같아요.”


“아니, 그렇게 중구난방이면 외운 걸 어떻게 확인해? 안 해놓고 그냥 했다고 하면 어쩌려고?”


어쩐지 내가 말을 하면 할수록 선생님을 곤경에 빠뜨리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아줌마도 별로 기분이 좋으신 것 같지 않고 이 자리가 마냥 불편하기만 했다.


“하기야 건이는 순하고 성실하니까 괜찮겠지만, 우리 민수처럼 뺀질거리는 애들은 학습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아줌마가 괜히 민수를 흘겨보는 바람에 민수 눈치까지 보였다.


즐거운 크리스마스이브가 얼룩지고 있었다.


나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줌마에 이어 엄마까지 보탰다.


“그럼, 건이야! 오늘 공부한 내용은 어땠어?”


내가 짐짓 당황한 표정을 짓자 엄마가 부드럽게 다시 물었다.


“다 설명하기 그러면 기억에 남는 것만이라도 간단하게 이야기해 줄래?”


“뭐······. 어차피 간단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선생님은 항상 엄청 간단하게 설명하시거든! 이걸로 다 될까 싶지만, 나중에 보면 어려운 것들도 엄청 간단하게 이해가 돼!”


나의 말에 아이스크림 파르페에 정신이 팔린 혁보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눈이 나에게 향했다.


엄마와 혁보 엄마, 민수 엄마, 그리고 민수마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오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래! 건이야, 그럼 우리한테도 간단하게 설명 좀 해줘볼래?”


혁보 엄마가 상냥하게 웃으며 나에게 부탁을 했다.


“그럼······.”


나는 머릿속으로 문법나무를 한번 그려보고 오늘 배운 조동사와 연결되어있는 부분들을 머리 속으로 정리한 뒤 가방에서 선생님이 주신 문법나무 프린트를 꺼냈다.


나는 조동사의 문법적 특징(조동사+동사원형) 과 조동사의 종류 및 의미 그리고 조동사와 to부정사의 연관성을 차근히 설명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가정법이예요.”


“아! 그거 더럽게 헷갈리던데! 건이야, 설명 좀 해봐봐!”


내 설명을 지루하게 듣고 있던 민수가 ‘가정법’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는 민수에게 고개를 끄덕여준 후, 가방에서 연습장과 볼펜을 꺼내 3개의 문장을 썼다.




1. If it rains, we will not go on a picnic.(가정법 현재)


2. It it rained, we would not go on a picnic.(가정법 과거)


3. If it had rained, we would not have gone on a picnic.(가정법 과거완료)




민수가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지 아줌마들을 제치고 내 옆으로 가까이 붙었다.


“이 세 문장으로 설명해볼게. ‘If’가 들어가면 가정, if절에 쓰인 동사의 시제를 붙여 이름을 붙인 거야. 봐봐. 1, 2, 3번에 다 ‘if’가 들어가니까 가정법이고, 1번에 ‘rains’은 ‘현재’, 2번에 ‘rained’는 ‘과거’, 3번에 ‘had rained’ 은‘과거완료’니까 이름이 저렇게 되는 거야.”


민수는 거기까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1번 문장은 사실 ‘가정법 현재’가 아니고 ‘조건절’이라고 해.”


“시제에서 ‘시간조건 부사절에 속하는 동사에는 will을 쓰지 않는다.’는 게 있거든? 여기서 중요한 건 조건과 가정의 차이야.”


“······?”


“‘조건’이란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 모르는 것이고, ‘가정’은 이미 일어난 일을 반대로 말하는 거야.”


민수의 눈이 동그래지고, 엄마들도 조금 놀라는 것 같았다.


“우리 선생님이 그래서 가정은 아쉬움이나 기쁨 같은 감정적인 요소가 많이 섞인 것이라고 하셨어요.”


나는 민수를 향해 집중적으로 설명하다가 엄마들을 보며 말했다.


“그런 점을 주의하면서 해석하면 1번은 비가 오면 소풍을 가지 않을 건데, 내일 있을 일이라 아직 모르는 거고, 2번과 3번은 실제로 비가 오지 않아서 소풍을 갔다는 거니까, ‘그래서 다행이다’ 또는 ‘기분 좋다’라는 감정이 들어가는 뜻이 돼요.”


엄마의 기분 좋은 표정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1번은 가정법에서 빠지게 되고, 2번과 3번의 차이에 대해 말해 볼게요.”


“······.”


“가정법과거는 현재의 반대이고, 가정법과거완료는 과거의 반대예요.”


나는 선생님이 설명하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연습장에 첨삭을 했다.




1. If it rains, we will not go on a picnic.(가정법 현재):조건절로 가정법 X


2. It it rained, we would not go on a picnic.(가정법 과거):현재의 반대


3. If it had rained, we would not have gone on a picnic.(가정법 과거완료):과거의 반대




“이제 가정법을 실제상황으로 바꿔볼게요. 2번의 경우 ‘현재’니까 ‘과거로 쓴 동사를 현재로’ 바꾸고, ‘반대’니까 ‘긍정문은 부정문으로, 부정문은 긍정문으로’ 바꾸면 돼요. ‘It doesn’t rain, we go on a picnic.’ 이런 식으로요.”




“자 마지막으로 문장 2개가 붙어서 동사가 2개니까 접속사가 있어야 돼요.”


“······.”


“근데 이걸 해석해보면 ‘비가 오지 않았다. 우리는 소풍을 갔다.’니까 이어서 말하면 ‘비가 오지 않아서 소풍을 갔다’가 되겠죠? 해석상 어울리는 접속사를 찾으면 ‘as’가 적당하니까 ‘as'를 붙이면 ’As it doesn’t rain, we go on a picnic.‘ 이렇게 변형이 가능해져요.”


어쩐지 엄마들의 입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같은 방법으로 3번은 과거의 반대니까 ‘it didn’t rain, we went on a picnic.’ 이렇게 쓰고, 이것도 같은 이유로 접속사는 'as'가 적당하니까 ’As it didn’t rain, we went on a picnic.’”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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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최종보스 공략전 21.04.16 76 3 11쪽
63 조동사, Battle 1:N 21.04.13 74 2 11쪽
62 그 남자의 관심사 21.04.09 66 1 11쪽
61 데이트 21.04.09 64 0 12쪽
60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下 21.04.02 65 2 11쪽
59 현재, 진행, 과거, 현재완료 上 21.03.31 64 2 11쪽
58 오버 정용화 선생 21.03.25 65 2 11쪽
57 그럼 뭐 먹지? 21.03.23 65 1 11쪽
56 지각동사 下, 소개팅? 21.03.19 69 1 11쪽
55 무대, 사역동사, 지각동사 上 21.03.16 115 1 11쪽
54 탑골 미션 21.03.12 71 1 11쪽
53 마음이 흐르는 방향 21.03.09 64 1 11쪽
52 실력자 21.03.04 6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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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막무가내 YET 선생 21.02.26 67 1 11쪽
49 YET, 문제적 영작 21.02.24 84 1 11쪽
48 최 실장이 궁금한 그녀, 신현정 21.02.19 77 1 11쪽
47 PC 구하기 대작전 2 21.02.16 67 2 11쪽
46 PC 구하기 대 작전 21.02.05 100 1 11쪽
45 질문, 질문, 질문! 21.02.03 77 1 11쪽
44 부가의문문, 간접의문문, 도시락 21.01.28 72 1 11쪽
43 이게 학원이냐? 21.01.22 84 2 11쪽
42 정 선생의 도전기: 운전면허 21.01.20 7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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