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판타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20.05.11 20:59
최근연재일 :
2020.05.24 23:4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764
추천수 :
295
글자수 :
52,308

작성
20.05.14 22:58
조회
366
추천
14
글자
7쪽

제 3장 : 좀비 폭죽(2)

DUMMY

***


나는 영원의 마나석이 잠들어 있는 ‘무너진 공방’ 지역으로 갈 준비를 했다.

‘무너진 공방’이라는 명칭은 게임 내에서 나왔던 지역명으로 한때 실력 좋은 마법사가 지냈던 곳이라는 배경 설정이 있었다. 이후, 전쟁이 시작되면서 그는 전쟁에 동원됐다 전사하였고 공방만이 남게 되었는데 그 공방에 남은 유산이 바로 영원의 마나석이었다.

참고로 일전에 다녀온 지역은 ‘무너진 상점’이다.

처음엔 아무것도 나와 있지 않은데 근처로 가면 뭔가 기호로 표시가 되어 평범한 곳이 아님을 안다. 그리고 탐험을 마치면 지역명이 표시가 되면서 가는 길까지 모두 공개가 된다. 앞으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보면 미니맵이 풍성하게 채워질 것이다.

걸어서 반나절이 채 안 걸렸던 [무너진 상점]에 비해 [무너진 공방]은 하루 내내 가야 했다. 신체강화 마법이나 텔레포트 같은 거라도 배운다면 금방 갈 수 있을 텐데 아쉬웠다.


“별들 참 많네.”


종일 걷고 해가 지자 바윗돌 틈새에 자릴 잡고 누운 나의 감상이었다.

하늘에 가득 수놓인 별들은 하나하나가 존재감을 내뿜듯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새카만 도화지 위에 새하얀 가루를 뿌린 것 같았다. 맛을 보면 달콤하지 않을까.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으로 볼만한 광경을 실시간으로 감상하는 기분은 제법 좋았다. 보통 잠은 지하실에서 자기 때문에 이런 하늘을 오늘 처음 보았다. 상점에서 잤을 땐 거기도 건물 안인지라 제대로 못 봤거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두어 시간만 걸으면 도착한다.’


해당 위치는 딱 경계선 부근. 안으로 더 들어가면 좀비들이 즐비하다. 물론 그들을 상대할 준비는 만반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딱한 일이긴 하다. 좀비라고 표현하긴 하는데 그들은 본래 사람이지 않았는가. 그래도 나는 인류애니 인정이니 하는 감성적 가치에 휘둘릴 생각이 없었다. 내가 감정이 메마른 냉혈한이 되겠단 소리가 아니다.

딱하긴 해도 결국 좀비가 되어 이성이 있는 사람이 아닌 괴물 비슷한 존재가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게다가 나의 앞길을 막는 방해물인 이상 해치운다는 선택지만이 답이었다.

이 스텐스는 앞으로도 유지할 것이다. 나와 상관이 없는, 내가 얻을 게 없는, 혹은 나에게 중요한 위치가 아니라면··· 그저 지나가는 요소일 뿐이다.

생각에 잠겨 있다 보니 스르륵 잠이 왔고 한순간에 아침이 찾아왔다. 나는 설치해놨던 얼음시계로 얼맞게 잠에서 깨어났다.

이거야 원. 기초 빙결마법으로 참 여러 가지를 해내고 있는 나였다.


-저벅저벅.


황색의 대지를 우직하게 걷다 보니 저만치에 살짝 솟아있는 기둥이 보였다. 저것이 바로 마법사가 거처로 사용했던 공방이었다. 중간쯤이 부서진 모양새였는데 멀쩡했다면 좀 더 크고 높았으리라.


“많네.”


미니맵에 표시되는 붉은 점들. 수많은 좀비들이 포진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준비해온 전략을 실행할 때가 됐다.


“그어···”

“그으으어···”


더 앞으로 가니 낮은 울음소릴 흘리며 정처 없이 걸어 다니는 좀비들이 육안으로도 확인됐다. 나는 그들 앞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다, 이 멍청이들아!”


소리를 지르자 순식간에 녀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기에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지만 나는 쫄지 않고 더욱 소리쳤다.


“신선한 인간이다! 어때, 우걱우걱 씹고 싶냐?”

“그와앍!”


화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의 괴성과 함께 좀비들이 삽시간에 달려들었다.


“한 번 잡아봐라!”


놀리듯 말하고 휙 달렸다. 좀비들은 어떻게든 나를 잡으려 했지만 행동이 굼뜨고 느려서 그 많은 숫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실패했다. 물론 나도 그걸 알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거였다.


“그왁!”


한 덩치 큰 좀비가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당황하지도 놀라지도 않으며 아래쪽으로 굴러서 그대로 통과했다. 다리 사이가 비었잖아.


“그억?”


어리둥절한 목소릴 내는 건 덤비었다.


-탁탁탁.


한껏 어그로를 끌며 달리니 주변에 있던 좀비들이 삽시간에 모여들었다. 그 좀비들 틈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데 마치 핵앤슬래시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신나고 즐거웠다! 땀 흘리며 움직이는 느낌이 아주 신선해!

이게 뭔 목숨을 건 게임인지? 누군가 그렇게 물을 지도 모르겠다.


-휙!


확실히··· 방금도 좀비의 우악스러운 손아귀가 나를 잡아 찢을 기세로 스치긴 했다. 옷깃이 살짝 찢어지는 걸 보니 안 그래도 격렬한 심장의 소리가 더욱 커졌다.

뭐, 엄밀하게 따지자면 나는 성장을 앞당기기 위해 참으로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셈이었다. 확신과 믿음, 그리고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짓이랄까.


“으라차!”


피할 각이 안 나오면 아낌없이 몸을 던졌다. 거친 모래바닥에 끄시는 감각은 상당히 아팠지만 치솟는 아드레날린과 달궈진 신체의 고동이 그걸 상쇄시켰다.


‘거의 다 됐다.’


대부분의 좀비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좀비들의 우악스러움을 보고 있자면 ‘포위’라는 개념의 공포가 이해되었다. 이성이 없어 말도 안 통하지. 저 입 쩍 벌리고 우어우어 달려드는 걸 보라고. 없던 겁도 생기겠어.

실제로 나는 긴장감과 스릴, 그리고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나라고 뭐 강철심장이야? 무서운 건 무서운 거야.

끌어들인 좀비들을 공방에서 최대한 떨어트린 지점까지 유인했다. 지금부터 내가 할 짓이 큰 소동을 요하기에 필요한 조치였다.


“어웨이크.”


[마력 10%가 감소했습니다.]

[현재 마력 : 90/100(%)]


내가 서있던 지점의 대지가 쿠구국 솟아올랐다. 됐다. 안전지대가 생겨났다. 대지마법은 평소엔 쓸 일이 없지만 이렇게 히든카드로 써먹게 되는 것 같네.


“오픈.”


-턱!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뒀던 양동이가 손아귀에 떨어졌다.

이 양동이엔 기름이 가득 들어있다. 어디서 났냐고? 몬스터로부터 얻은 거지 뭐겠어. 훈제 만들면서 나온 기름, 땅바닥에 안 버리고 고이 모셔놨었단 말씀이야. 물론 이럴 때 쓰려고 모은 건 아니었다. 그저 이번 모험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자원을 바탕으로 고민한 결과 사용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나는 뚜껑을 열고 주변에 모인 좀비들에게 골고루 뿌렸다. 좀비들은 기름이 쏟아지건 말건 어떻게든 나에게 달려들려고 몸부림쳤지만 이 이성이 없는 바보들에겐 3m 높이로 솟아오른 돌기둥도 상당한 장애물이었다.

그렇다고 가만 놔두면 꾸역꾸역 뭉치다 못해 밟고서라도 올라올지도 몰랐다. 좀비의 몇 없는 강점 중 하나가 인해전술 아니던가.


“자, 폭죽 터트릴 시간이다.”


씩 미소를 지었다.


“파이어.”


딱 손가락을 튕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판타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각은 오후 11시입니다. 20.05.11 256 0 -
15 제 4장 : 다른 마법사의 은신처(4) +2 20.05.24 254 12 11쪽
14 제 4장 : 다른 마법사의 은신처(3) +2 20.05.23 217 11 8쪽
13 제 4장 : 다른 마법사의 은신처(2) +2 20.05.22 261 14 11쪽
12 제 4장 : 다른 마법사의 은신처(1) +3 20.05.16 312 11 7쪽
11 한 현자의 이야기 20.05.16 335 16 7쪽
10 제 3장 : 좀비 폭죽(4) 20.05.15 339 17 7쪽
9 제 3장 : 좀비 폭죽(3) +1 20.05.15 350 17 8쪽
» 제 3장 : 좀비 폭죽(2) 20.05.14 367 14 7쪽
7 제 3장 : 좀비 폭죽(1) +2 20.05.14 409 19 7쪽
6 제 2장 : 아이템 주우러 가자(3) 20.05.13 449 20 7쪽
5 제 2장 : 아이템 주우러 가자(2) 20.05.13 479 26 7쪽
4 제 2장 : 아이템 주우러 가자(1) 20.05.12 547 23 7쪽
3 제 1장 : 생존기반확보(3) 20.05.12 623 29 8쪽
2 제 1장 : 생존기반확보(2) +2 20.05.11 735 32 9쪽
1 제 1장 : 생존기반확보(1) 20.05.11 1,085 3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