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뜨료시카 규명하기
마뜨료시카 규명하기
내가 빚은 도기들은 미안이라는 말을 담고 있어
군데군데 금이 가 있다
도기를 빚을 때면 당신을 끌어다 썼고
당신의 오목눈에는 빛이 저장돼 있어서
암실에서 여러 도기의 흠집들을 찾아내는 용도로 쓰였다
찰칵 찰칵
셔터 누르는 소리와
서걱 서걱
작두를 내리는 소리가
엇갈리는 곳에서
오목눈이 오목눈이
다음에도 쓰려고 햇빛에 잘 말려두었다
당신은 눈이 멀어도 웃어주는 사람이었다
웃으세요 치즈
찰칵 찰칵
서걱 서걱
빛바랜 기억과
웃음인지 흠집인지
마주본 건지 등을 돌린 건지
헷갈리는 곳에서
가끔은 도기를 꺼내 잠깐만 슬퍼지곤 했다
당신의 흔적을 많이 앗아가는 바람에
여전히 미안하다는 말을 담아두었다
자세히 보면 가공을 마친 도기에도 지문이 남아 있다
지문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당신에게 나는 진실이 중요치 않은 사람일 것이다
- 작가의말
지나고 보면 미안한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무엇이 그렇게 미안했을까요
제가 미안해하던 순간마다 지문이 남았더라면
견딜 수나 있었을까요
그래서 그 사람을 만날 때에는
웃음이 나오나 봅니다
미안한 표정을 짓기에는
그 사람과 보내온 시간이 너무나 찬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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