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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님의 서재입니다.

관심 받아야 사는 천재 망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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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shy
작품등록일 :
2022.08.18 15:59
최근연재일 :
2022.08.19 19:43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65
추천수 :
2
글자수 :
27,734

작성
22.08.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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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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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영지에 해충이?

DUMMY

“엘린, 평소 강아지를 좋아했나?”


“맞습니다. 저택에 고용되기 전, 어렸을 적 내내 자그마한 강아지를 키웠기 때문입니다. ···주인님이 보여주시는 강아지와 닮은 귀여운 강아지였습니다.”


그렇군. 알 것 같다.


세나는 춤추는 강아지를 보고도 마나를 주지 않았다.

저는 고양이가 좋습니다, 라고 읊조리며 미간을 좁혔을 뿐이었다.


다만, 뜻밖에도 세나의 곁에 서있던 땋은 벼 머리 기사로부터 마나 한 점이 수급되었다.


나는 기사로부터 날아오는 마나 조각을 보면서 모종의 기대를 했다.

단전을 형성하고 마나를 운용하는 기사로부터 수급된 마나는 엘린을 비롯한 하인들에게서 수급된 마나보다 그 농도가 짙은 게 아닐까 기대한 것이다.


허나 그런 일은 없었다. 그녀로부터 날아온 마나 조각도 평범한 하인들과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기사답게 표정을 무색무취로 굳힌 채였지만, 순간 안면에 옅은 미소가 스치는 것이 포착되었다.

재빠르게 표정을 갈무리했지만 내 눈썰미를 속일 순 없다.


엘린과 세나, 기사를 포함하여 여태껏 강아지를 목격한 모든 이들을 고려하여 판단컨대, 마나가 수급되는 관건은 내 강아지를 보고 ‘유쾌한 감정’ 느끼느냐 마느냐 하는 것.


그렇게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므로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차례다.


특전으로 받은 ‘춤추는 강아지’는 내게 마나 수급의 가능성을 열어젖혀주었지만 이것으로 쌓을 수 있는 마나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유의미한 마나를 쌓기 위해서는, 마나 수급의 지평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나는 엘린을 마주보고 검지로 마력을 사출했다.

특정 계열 마법도 아닌, 그저 비효율적으로 마력을 방출하는 조작.

그렇게 방출된 마력을 빚어서 내 ‘춤추는 강아지’와 같은 형태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윽고 치켜세운 검지 위로 조그마한 강아지 하나가 올라섰다.

나의 특전과는 달리 마력으로만 빚은 탓에 푸른빛 일색(一色)이었지만, 미르의 천재적인 재능 탓에 그 오밀조밀한 세공이 예술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내가 검증하고자 하는 것은 특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마법으로 타인에게 유쾌함을 불러일으켰을 경우에도 마나 수급이 이루어지는가, 하는 점.


···과연 성공할 것인가?


겉보기엔 장난질 같지만, 이 시도에 나와 이 세계의 명운이 달려있다.


“푸흡!”


작은 강아지를 보고 대번에 실소를 터뜨리는 엘린.


그런 그녀의 머리통에서 예의 푸른 불빛 하나가 떠올라, 내게 날아왔다.


나는 내 복부에 얹히는 푸른 불빛을 보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만사가 형통할 것 같다는 기쁜 예감이 내 속에 가득 차올랐다.



***



내가 타인으로부터 마나를 수급하는 구체적인 원리는 잘 모른다.

허나 그 조건은 대강 파악 된 상태.

이 세계에 내팽개쳐진 후, 장장 몇 주간 마나가 없어 속앓이만 거듭했던 나로선 그만으로도 엄청난 진일보다.


마나 수급의 조건은 첫째 특전을 비롯한 마법을 타인에게 보여줄 것. 둘째 그것을 보는 타인이 유쾌함을 느낄 것.


대개 심법을 통해 마나를 쌓는 판타지 소설의 인물들과는 무척이나 상이한, 참으로 괴이한 마나수급법이다.


그토록 특이한 마나수급법이기에, 더욱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나는 현재 마나도 쌓을 겸, 그 ‘검증’을 실행하고 있다.


“와아아아!”


운집한 군중의 맨 앞줄을 지키고 서있는 코흘리개들이 즐거움에 겨워 탄성을 질렀다.

아이들의 후경에 서서 이쪽을 지켜보는 동네 아낙들과 인근 상인들도 경계심을 거두고 입을 헤벌쭉 벌리고 있다.


그 일동의 정수리에서 푸른빛이 떠올라, 내게로 날아왔다.


미량에 불과하지만, 단전에 마나가 점점이 쌓이는 상쾌한 감각이 느껴졌다.


“자. 엘린. 이제 네 차례다.”


“넵.”


엘린은 미리 언질 받은 바와 같이 판때기 위에 몸을 뉘였다.


그녀는 저택 고용인이라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검은 복면을 뒤집어 쓴 상태다.

물론 나도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는 상태.

신분을 숨기기 위한 것도 있지만, 아무리 재밌는 재주를 부려봤자 재주꾼이 망나니 공자라면 영지민들이 유쾌할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하급 염동」으로 반듯하게 누워있는 엘린의 몸을 허공으로 서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사람들이 운집한 무리에서 경탄성과 왁자한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


“오!”

“와! 떴어!”

“마법 아닌감?”

“마법이겠지.”

“그래도 신기하구만···마법을 볼 기회는 흔치 않으니······.”

“어째서 마법사가 이런 곳에서 저러고 있지?”

“몰러.”


마법과 마공학이 버젓이 존재하는 세계라도 마법사라는 족속은 원체 고급인력인데다가 콧대도 높다. 그런 탓에 이런 변방의 영지민들은 마법을 실제로 목격하는 경우가 드물다.


단순한 1성 마법이라도 그들의 눈에는 제법 재미난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다.


나는 엘린의 몸이 떠있는 허공 밑을 휙휙 손으로 쓸면서, 어떠한 장치도 없다는 뜻의 퍼포먼스를 보였다.


뻔하고 진부한 몸짓이었지만, 생전 이러한 엔터테인먼트 일체를 경험할 일이 없었던 영지민들은 내 행동이 무척 재미나다는 듯 박수를 치며 웃어 재꼈다.


운집해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들썩이며 좋아라할 때마다 그들의 머리에서 지속적으로 푸른 불빛이 떠올라 내게로 날아왔다.


엘린을 도로 내려놓은 후, 나는 길거리 마법 버스킹을 이어갔다.


준비해둔 페도라 안에서 푸드득 새가 날아갔고, 작은 돌맹이를 말도 안 되는 균형으로 끝도 없이 높이 쌓아올렸으며, 작은 티스푼을 손도 대지 않고 구부렸다.


모두 「하급 염동」을 이용해 억지로 지구에서 본 마술을 흉내 낸 것들이다. 예컨대 새는 염동으로 페도라 속에 잠시 결박해놓은 것이고 돌맹이들도 염동으로 대충 붙들고 있었던 것 뿐.


지구에 있을 때 텔레비전이든 위튜브든 어딘가에서 본 잡다한 마술들을 짜깁기한 싸구려 쇼였지만, 구경하는 관중들은 열띤 반응을 보내왔다.

이런 쇼가 생경한 그들로선 재미를 느끼는 역치가 낮을 수밖에 없겠지.


퐁!


나는 마지막으로 춤추는 강아지를 띄워서 쇼를 마무리했다.

운집해있는 관중들은 그 뜬금없는 영상에 웃음을 터뜨렸고, 내게 마나를 주었다.


“수고했다. 엘린. 고생이 많구나.”


“푸흡···아, 큽, 아닙니다. 저택에서 일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편합니다.”


강아지를 보고 다시 웃음을 터뜨린 엘린이 고개를 꾸벅이며 말했다.


나는 엘린에게 고개를 마주 끄덕여준 후 눈을 지긋 감았다.

마나가 얼마나 쌓였는지 측량해보고자 단전에 기감을 집중하기 위함이다.


···반나절 동안 노력한 것 치고 쌓인 마나는 변변찮았다.

축적한 마나와 내가 단전에 수용할 수 있는 마나 용적의 비를 계량화하여 표현한다면, 백분지일 정도에 해당하는 마나가 쌓였을 뿐이었다.


미르의 단전이 큰 것을 감안하더라도, 쌓인 마나는 1성 마법과 검기를 간신히 펼칠 수 있을 정도의 소량에 불과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되었다.

중요한 것은 마나를 쌓을 방법을 거의 확실하게 파악했다는 것 아니겠는가.


짤그랑짤그랑짤그랑!


별안간 울린 경쾌한 금속음들이 내 단상을 깨트렸다.


요란한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버스킹을 구경한 영지민들이 제각기 호주머니에서 동전을 한두 개 꺼내서 이쪽을 향해 휙휙 던지고 있었다.


재미난 구경거리를 제공한 것에 대해 삯을 지불하는 건가?

던져진 동전들이 어느새 엘린과 내 발치에 제법 수북하게 쌓이고 있었다.


“미, 미르님······.”


곤란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엘린.

복면 너머로 그 얼빠진 표정이 보이는 것만 같다.


“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할 거냐고?


나는 잠시 발치에 쌓여있는 꿉꿉한 색의 동전들을 건너다보았다.


귀족이자 제국군의 빼어난 엘리트인 미르 디차일드가 평민들이 적선하듯 던진 동전을 받아 챙기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엘린의 문제의식은 대충 그런 것이겠지.


하지만 내 사고방식엔 귀족의 기품이나 선민의식과 같은 이 세계에 특유한 이데올로기가 내장되어있지 않다.


강도질이나 동냥을 한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인데 꺼릴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게다가 볼거리를 제공한 대가로 받은 이 소정의 동전들.

이 동전들은 내게 몹시 중요한 영감을 주고 있다······.


“챙긴다.”


“······.”


“웃어.”


퐁!


“큭···! 푸흡!”


나는 인근 잡화점에서 얻어온 낡은 직물 자루에다가 염동을 사용해 동전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엘린과 내가 우두커니 서서 주둥이가 왁 벌려진 채 동전을 하나 둘 삼키는 자루를 내려다보고 있건만, 별안간 어깨너머에서 몹시 건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거기 애기들. 나 좀 보게.”


“···?”


뒤를 돌아보자 갓 초로에 접어든 듯 늙수구레한 대머리 하나와 그보다는 어려 뵈는 청년 하나가 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험악한 인상의 두 남자는 각각 허리춤에 검을 하나씩 보란 듯 패용하고 있었는데.

그 중 늙은 대머리는 위협적으로 검을 약간 뽑았다가 다시 넣었다가 하면서 스릉스릉 쇳소리를 내고 있었다.


“애기들아. 대체 누구한테 허락을 맡고 여기서 이따위 품바 짓을······.”


“입 닥쳐 그리고 꺼져.”


“···뭐라고?”


괜한 갈등을 빚기가 싫어 살벌하게 일갈했건만, 그림으로 그린 듯한 불량배 둘은 오히려 헤실헤실 웃으며 점점 거리를 좁혀왔다.


“정당하게 자릿세만 좀 뜯어가고 말려고 했더니만···그렇게 싸가지 없이 나온다면야······.”


“싹 다 뜯어가는 수밖에 없지.”


노상에서 복면 쓰고 공연한다고 내가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거침없이 진격해오는 불량배 이인조.


그 중 어린 쪽은 이미 검도 뽑았다.

하프소드도 대거도 아닌 어중띤 모양의 병장기. 그것만 봐도 수준을 알만하다.


“이 애기는 딸래미인가 보구만?”


어느새 지척의 거리로 다가와 복면을 쓴 엘린의 몸을 훑어보는 대머리.


그는 엘린의 몸의 굴곡진 부분들을 훑어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혓바닥이 메마른 입가의 자글자글한 주름을 거칠게 쓸고 지나갔다.


“얼굴 좀 보자고.”


이윽고 칼을 든 젊은 쪽이 성큼 다가와서 엘린의 복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손을 뻗은 채로 딱 동작이 멎었다.


“윽···? 엣?”


마임을 하듯 허공에 붙박인 채 정지한 젊은 불량배.


나는 엘린을 일별했다. 그녀는 위협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안함이나 두려움을 내비치기보다는 외려 차분하게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아무리 미르 디차일드가 개망나니라고 할지라도 가문의 사유재산인 하인을 해치도록 내버려둘 리가 없으며, 이따위 잡배한테 당할 무위가 아니라는 생각인가보다.


“···왜 그러냐?”


젊은 녀석의 행동이 멎자 대머리가 의아한 듯 물었다.


“골목으로 갑시다. 수중에 있는 것을 모두 내놓을 테니.”


말을 마친 뒤 빠르게 젊은 녀석을 붙든 염동을 조작하여 척척척 가까운 골목으로 걸어가게끔 했다. 마치 장난감 병정 같은 걸음걸이다.


나는 대머리가 위화감을 눈치 채지 못하게끔 서둘러서 엘린을 재촉하여 그 뒤를 좇았다.


그러자 엉겁결에 대머리가 따라왔다.



*



“허으으으···살, 살려···푸걱!”


굳이 마나를 사용하지 않은 채 대머리를 흠씬 두들겨 패주었다.


엘린은 양손을 공손하게 모은 채, 노면에 늘씬하게 뻗어있는 대머리를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다.

복면을 쓰고 있는 탓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괜찮나?”


“네···? 앗, 저는 괜찮습니다.”


그녀는 내가 자신의 안부를 물은 것이 의외라는 듯 고개를 퍼뜩 들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영지에 이런 해충이 있다니.

이것은 문제다.

해충들이 자릿세랍시고 상인에게서 금품을 갈취하고 영지민을 겁박한다면 영지의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사실.


다가오는 멸망을 대비하기 위해선 영지를 부강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


“야.”


나는 염동에 붙들린 채 우두커니 서있는 젊은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자신의 선임 불량배가 바닥에서 늘씬해진 것을 보고 지레 겁을 먹은 상태다.


빠각!


“···!”


우선 경솔하게 검을 뽑은 오른팔을 가격해주었다.

불구가 되지 않을 정도로 힘을 조절하는 세심한 배려가 담긴 손속이었다.


녀석의 안면을 비롯한 전신에 전방위적으로 얹혀있는 염동의 압박을 풀자 한바탕 몸부림과 함께 끄아아아악-하는 비명이 지나갔다.


나는 비명이 잦아들길 잠시 기다렸다가 명령하듯 고압적인 어조로 말했다.


“네 놈들의···음···아지트? 아무튼 네놈 같은 것들이 득시글 모여 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라.”


그러자 젊은 녀석이 호들갑스럽게 머리를 위아래로 주억거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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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해충 박멸 22.08.19 23 1 14쪽
» 영지에 해충이? 22.08.19 30 0 13쪽
3 쓰레기 특전 (2) 22.08.18 35 0 16쪽
2 쓰레기 특전 (1) 22.08.18 36 1 14쪽
1 프롤로그 22.08.18 42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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