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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 제국의 붉은 무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notshy
작품등록일 :
2022.08.02 21:46
최근연재일 :
2022.08.1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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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8,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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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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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티나 숲 던전 (1)

DUMMY

마력본위(魔力本位).

이 세계를 관통하는 말이다.


개인이 체내의 마나를 활용하여 출력하는 힘.

마석을 활용하여 산출되는 힘.

그 모든 것은 마력이라는 공통적인 척도로 환원된다.


심지어 마력은 화폐의 단위로 기능하기도 한다.

샐러리온을 비롯한 이 세계의 국가들은 국고에 보관 중인 마석과 마유에 따라서 화폐 발행을 조절한다.

세상의 모든 가치가 마력으로부터 나온다면, 가치의 교환권인 화폐 역시 그에 연동되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마력을 중핵으로 삼는 사회 시스템.


그 시스템 내에서 신분이 고귀할수록 거대한 마력을 보유하는 것은 자명하고.


신분이 미천할수록 보잘것없는 마력을 보유하는 것 또한 자명하다.


비단 재산뿐만 아니라, 개인이 신체에 들이는 마나와 그 활용에 있어서도 그렇다.


한 마디로 귀족은 거대한 재산을 보유할 뿐만 아니라 일신의 무력 또한 강하다는 뜻.


만약 이런 세계에서 재산은커녕 체내에 마나가 한 톨도 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 인간은 하층민이라 부르기에도 머쓱한 밑바닥에 속할 것이다.


그토록 마력이 중시되는 세상인 탓에 피상스 동부 행정청의 관료 클레망틴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최근 제도(帝都) 피상스 동부 외곽 지역에는 던전 발생이 잦았다.


던전은 주요한 마석 채굴지로 제국 황실 차원에서 엄격하게 발생과 현황이 파악되고 공략된다.


클레망틴의 직책은 전력 배치관.

전력 배치관은 던전과 전장에 전력을 배치하는 과업을 수행하는 고위 관료다.


그녀는 눈 밑에 시커먼 자욱을 드리운 채 마지막 문서를 집어 들었다.


“흐음······.”


문서를 살펴보던 클레망틴의 미간이 좁아졌다.


인상을 찌푸린 클레망틴은 탁상 위에 있는 노란색 수정구를 집어 들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수정구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연락 받았습니다.”

“튀어와. 당장.”


클레망틴은 표독스럽게 쏘아붙인 후 수정구에서 마력을 거둬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하급자가 튀어오길 잠자코 기다렸다.


머지않아 클레망틴의 하급자, 던전 조사관 라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클레망틴의 집무실 앞에 섰고.

노크를 위한 그의 손길이 문에 채 닿기도 전에 클레망틴은 염동으로 문을 열어젖혔다.


확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클레망틴.


그녀는 풍성한 금발을 뒤로 쪽진 채 비스듬한 각도로 라크를 노려보고 있었다.

냉랭한 이목구비에 냉랭한 표정.

예민한 화가가 그린 인물화처럼 고우면서도 날카로운 생김새.


밤을 세가며 업무를 본 탓에 피로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낯빛이지만 그럼에도 그 예기(銳氣)는 여전하다.


‘이 인간은 지치지도 않나······.’


“라크”

“네···네엡.”

“이게 뭐지?”


문서철이 클레망틴의 염동에 실려 라크의 앞에 날아와 펼쳐졌다.

클레망틴이 보면서 인상을 구겼던 바로 그 문서철.

문서철 속의 모든 서류 하단에는 라크의 직인이 찍혀있었다.

그것을 일별하는 순간 라크는 상황을 파악했다.


문서철에는 제도(帝都) 피상스 동부 외곽의 ‘칼티나 숲 던전’에 관한 정보가 정리되어 있었다.


칼티나 숲 던전은 2년 전 클리어된 후 안정적으로 마석 채굴지로 기능하던 장소.

그랬던 최근 칼티나 숲이 다시 던전으로 화(化)했다.


특정 지역이 다시 던전화 했을 때는 먼젓번과 비슷한 던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던전으로 변하는 경우도 때때로 있는데.

따라서 매번 새로이 던전을 조사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라크와 같은 던전 조사관의 역할이 그것이다.


클레망틴이 라크의 목전에 들이민 문서철 속 정보들은 그렇게 새로이 조사, 분석된 것들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2년 전 칼티나 숲 던전에 관한 정보.

즉 먼젓번 던전에 관한 정보였다.


물론 라크는 새로 조사한 것처럼 문서를 꾸몄으나 클레망틴은 속지 않았다.


‘아니 이 여자는 어떻게 2년 전에 공략된 던전 정보를 기억하고 있는 거야? 별로 중요한 던전도 아닌데······.’


2년 전 칼티나 숲 던전은 당시 난이도 하중(下中)급에 효율등급은 4급의 던전.


효율등급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난이도가 낮았다.


던전의 마석 생산량은 대략 난이도와 비례한다.

칼티나 숲 던전의 난이도는 12개 등급 난이도 중 하위에서 2번째인 하중급. 즉 그다지 중요한 던전이 못 되는 것이다.


별 볼일 없는 던전이 같은 장소에 반복 생성되었을 때 먼젓번의 자료를 재사용하는 것은 던전 조사관들 사이의 관례였다.


관례는 반복적으로 기능하면서 굳어진 것.

대부분의 고위 관료들이 던전 조사관의 그런 직무유기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혹은 보고도 못 본 척해준 탓에 그런 관례가 기능하고 굳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라크에게는 불행하게도 클레망틴은 그런 류의 관료가 아니다.


클레망틴의 쏘아붙이는 시선.

그 시선에 라크는 몸을 떨었다. 오한이 등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혹시 클레망틴이 가역계열의 냉기마법을 쓴 것이 아닐까.

라크는 그런 황당무계한 망상을 하며 변명조의 거짓말을 하기 위해 입을 뗐다.


“던전 어귀에 가서 마력감지도 해보고, 초입까지 진입하여 조사해본 정보입니다.”


라크의 말에 클레망틴의 날카로운 눈매가 가늘어졌다.


“조사해본 결과, 2년 전 던전의 정보와 대부분 흡사했다?”

“예.”

“···그래. 던전이 같은 지역에 재발생하면 먼젓번 던전이 재현되는 경우가 잦지. 하지만.”


말을 멈춘 클레망틴은 중지와 엄지를 마찰시켜 딱-소리를 냈다.

그러자 둥둥 떠 있던 문서철에 끼워져 있던 문서들이 돌연 문서철에서 빠져나와 허공에 산개했다.


곧 다수의 문서들은 라크의 앞에 좌르륵 반듯하게 오와 열을 맞춰서 펼쳐졌다.

동시에 펼쳐진 문서들 위로 푸른색 동그라미 수십 개가 동시에 떠올랐다. 자세히 보니 푸른색 동그라미는 모두 문서 위에 쓰인 특정한 어휘들을 표시하고 있었다.


“2년 전의 정보와 놀라울 정도로 표현이 비슷하군. 딱히 고유명사도 아닌 어휘나 조사의 사용이 아주 유사해. 라크.”

“······.”

“먼젓번의 보고서를 참조한 정도의 유사성이 아니야. 2년이 지나면서 칼티나 숲도 조금씩 변화했을 텐데······. 다시 한 번 묻지. 2년 전 정보를 재활용한 것이 아니라 네가 직접 현장을 답사하고 수집한 정보들이 맞나?”


약삭빠른 던전 조사관 라크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고 신속하게 판단을 이끌어냈다.


‘지금 이 상황은 거짓말로 모면하고 앞으로는 정보를 재활용하지 말자!’


참으로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어차피 하중급 던전이면 아무리 허접한 공략인원이라도 무탈하게 클리어할 수 있는 정도.

혹여 변이가 발생했더라도 기껏해야 하상급. 진짜 난리가 나봐야 중하급 턱걸이겠지.


그 정도면 공략 과정에서 무슨 탈이 나서 라크를 비롯한 관료들에게 영향이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역시 클레망틴은 눈빛의 예기만큼이나 지성이 날카로운 여자다.

앞으로 속여 넘겨볼 생각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라크는 대답했다.


“제가 이 두 발로 직접 뛰면서 조사한 정보가 맞습니다. 조사관으로서 명예를 걸고 맹세합니다!”


클레망틴은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뜨고 라크의 호언장담을 지켜보았다.


이내 그녀는 손을 휘휘 저으며 라크에게 나가라는 뜻을 전했다.


축객령에 라크는 어마어마한 안도감을 느끼며 허리를 깍듯이 숙이며 집무실을 나섰다.


“흥.”


떠나는 라크를 바라보며 클레망틴은 냉소했다.


그녀는 라크의 말을 믿지 않았다.

딱히 습관적으로 쓰는 어휘들도 아닌데 똑같은 언어적 표현이 2년이란 시간을 넘어서 고스란히 반복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라크는 정보를 재활용한 것이 분명했다.


허나 어차피 라크가 계속 시치미를 뚝 떼면 더 이상 추궁할 방법이 없으므로 다음부터는 자제하라는 경고를 전달했다고 치고 넘어간 것이다.


‘···만약 던전 공략 과정에서 특이한 변수라도 발생하면, 참 볼만한 상황이 벌어지겠군.’


클레망틴은 그렇게 생각하며 칼티나 숲 던전 공략을 위한 차출 인원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별 볼 일없는 던전인 탓에 유력한 가문이나 단체의 신청도 없는 상황.

물론 마탑이나 무탑 같은 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계제도 못 된다.


그저 던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클레망틴이 군이나 경찰 소속의 적당한 인물들로 파티를 꾸린 후 각자에게 통보하면 된다.


클레망틴은 빠르게 공략 파티를 꾸렸다.

아무래도 관료로서 만만한 것은 군경.

대부분의 전투원들을 군경에서 차출한 클레망틴은 치유술사까지 정해놓은 후 마지막 고민에 이르렀다.


‘생체포션은······.’


클레망틴은 칼티나 숲 던전 공략에 배정될 생체포션을 고르기 위해 책장에서 문서철 하나를 염동으로 빼내왔다.

제도 피상스에 위치한 제 1 판옵티콘에 수감 중인 생체포션을 목록화한 문서들을 보관한 문서철.


그것을 펼치자 붉은 글씨로 생체포션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공략이 쉬울 것이므로 생체포션도 제일 저질스러운 것을 쓰는 것이 합리적일 터.

생체포션은 소모성이니까.


‘어디보자···수인을 쓰는 것은 물론 말도 안 되고.’


클레망틴의 시선이 지난번 차출에서 치명상을 입고 가까스로 생환한 인간 생체포션에서 멈췄다.


하지만 그녀는 생체포션의 상세를 확인한 후 고개를 저었다.

그를 차출하면 딱히 전투에 휘말리지 않더라도 저 혼자 지쳐서 죽을 가능성이 있었다.


···클레망틴은 그를 건너뛰고 다음 후보를 찾기 시작했다.


‘괜히 굴려서 죽이는 것보다 회복하도록 내비 두면 다음에 또 쓸 수 있잖아?’


클레망틴이 계속해서 붉게 적힌 생체포션 목록을 살펴보고 있는데 별안간 누군가 그녀의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클레망틴은 하던 일을 멈추고 문 밖의 사람에게 말했다.


“들어오십시오.”


클레망틴이 대답하며 염동으로 문을 열자 카트 위에 종이다발을 산처럼 쌓고 다니는 관청 심부름꾼이 쾌활하게 인사하며 집무실에 들어왔다.


심부름꾼은 종이 더미를 한 아름 안더니 순식간에 클레망틴의 집무 책상 위에 얹어놓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클레망틴은 자신의 집무 책상 위에 새로이 쌓인 문서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개같은······.’


그런 와중에 클레망틴의 눈에 밟히는 것이 있었다.

쌓여있는 종이더미 맨 위의 문서에 붉은 글씨가 적혀있었던 것이다.


클레망틴은 고개를 빼고 그것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역시 생체포션에 관한 보고였다.


이번에 새로 제 1 판옵티콘에 수용되는 생체포션의 목록인 듯했다.


그것을 찬찬히 읽어보던 클레망틴의 눈이 어느 지점에선가 멈췄다.


바로 랜디온이라는 북동부 전선 백부장이 노획 책임자로 기재된 생체포션의 상세가 기록된 대목이었다.


그 기록에는 클레망틴이 보기에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바로 책임자 의견과 신체 기록 간의 괴리.


노획 책임자 랜디온은 외팔이 생체포션을 두고 생명력이 끈질기고 육체가 매우 강건하여 활용 잠재력이 극히 높다는 의견을 보고했다.


허나 신체 기록을 살펴보면······.


‘장난하냐?’


노획과정에서 등허리에 깊은 자상이 남았고 오른팔이 잘림.

노획 후 병영에서 치유에 활용됨.


‘산송장이잖아.’


클레망틴은 랜디온이 자신의 실적을 조금이라도 부풀리기 위해서 과장된 보고를 했다고 판단했다.


‘괘씸하군.’


생체포션의 향후 활약, 활약이라 해봤자 얼마나 오래 살아남아서 피를 뽑히느냐 하는 문제지만, 그 활약에 따라서 노획자는 약간의 인사 상 이득을 본다.


클레망틴은 랜디온의 이득을 즉시 차단할 목적으로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칼티나 숲 던전 공략 인원 차출 관련······.


문서를 한참 작성하던 클레망틴은 생체포션의 이름을 보기 위해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오른팔이 잘렸다는 그 사실에 경도되어 이름도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클레망틴은 약간 인상을 쓰고 문서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생체포션의 이름이 붉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시온’이라는 이름이었다.


***


“어이! 생체포션은 계속 붙들고 있으라니까? 왜 말을 안 들어 처먹어?”

“···에이 전투 중일 때나 구속하면 되지. 휴식 중일 때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요.”

“······.”


라움이 공격적으로 쏘아붙였음에도 치유술사 엘로디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생체포션에게 가죽 물주머니를 건넸다.


“마셔요.”


차분하게 물주머니를 건네받은 생체포션은 슬그머니 그것을 입에 대고 기울였다.


생체포션의 구속을 담당하는 것은 치유술사.

즉 엘로디의 책임이다.


그녀는 이 곱상한 얼굴의 외팔 생체포션의 구속을 해제한다고 별다른 사고가 발생할 것 같지 않았다.

심지어 전투나 이동 중인 것도 아니고.


“어이. 무시하는 건가?”

“생체포션도 물은 마셔야죠.”


라움이 재차 쏘아붙이자 엘로디는 다소 짜증이 난 투로 답했다.

그러자 라움은 자리에서 일어나 엘로디와 생체포션이 앉아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성큼성큼 위협적인 몸짓으로 다가온 라움은 노상에 쭈그려 앉아있는 엘로디와 생체포션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엘로디와 생체포션도 라움을 물끄럼 올려다보았다. 라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엘로디는 그렇다 쳐도 생체포션까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당당하자 라움은 모욕감을 느꼈다.


퍼억!


라움이 거칠게 생체포션을 걷어찼다. 그러자 생체포션은 뒤로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노면에 털썩 쓰러졌다.


라움은 걷어찬 발에 얹히던 무게가 이상시리 가벼웠던 것이 이상했지만 역정을 내는 동안 자연스럽게 잊어버렸다.


엘로디는 멍한 표정으로 발라당 누워있는 생체포션을 바라보았다.

전혀 놀라지 않은 듯한 태도.

엘로디의 태평스러움에 라움은 제 풀에 화가 솟구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생체포션에게 물을 먹일지 말지는 내가 정해! 내가 이 공략 파티의 리더니까! 자! 그 멍한 눈깔로 똑똑히 봐! 봐라고!”


라움이 자신의 목에 채워진 초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국 행정청이 공략 파티의 리더 격에게 착용 의무를 부여하는 초커.


그것을 차고 있다는 것은 이러나저러나 라움이 칸티나 숲 던전을 공략하고 있는 일행의 리더 역할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엘로디는 어깨를 으쓱해 보인 뒤 쓰러진 생체포션을 일으키기 위해 다가갈 뿐.


그 광경을 본 라움의 얼굴이 노기로 얼룩져 붉어졌고.


그러자 다른 파티원 두 명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이라고 판단했는지 라움을 말리기 시작했다.


생체포션이야 인간이 아니라 물건이므로 걷어차든 말든 상관없지만(그래도 비전투 사망이라도 하게 되는 때에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파티장과 치유술사가 다투는 것은 곤란하다.


파티원들이 한참을 뜯어 말리고 달랜 후에야 라움은 씩씩 대며 원래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피곤해진 팀원들은 저들끼리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왜 저래 진짜······.”

“파티장 처음 해봐서 그래. 괜히 불안하니까 지랄하는 거지. 팔 한 짝 없는 생체포션이 뭐가 무서워서 저렇게 붙들고 있으라고 염병인지 병신새끼 저거.”


“···자 파티장님. 휴식은 이만하고 출발할까요? 힘내서 후딱 클리어 해버리자구요.”


라움에 대한 악담을 신랄하게 속닥거리던 파티원은 즉시 낯빛과 어조를 바꾸고 라움을 향해 제안했다.


던전 공략을 속행하자는 그 쾌활한 제안에 라움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답했다.


엘로디는 걷어차인 생체포션을 살펴보았다.

거칠게 차여서 바닥을 구른 것치고는 멀쩡해보였다. 엘로디가 물었다.


“괜찮아요?”

“네.”

“···다시 구속할게요.”


리더의 목에 초커가 채워졌듯 생체포션의 목에도 초커가 채워져 있다.

엘로디는 생체포션의 목에 채워진 초커에 손바닥을 가져다대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푸른 마력 로프가 엘로디의 손과 초커 사이에 생성되었고 동시에 푸른 포승줄이 생체포션의 양팔과 입을 묶었다.


그 초커 역시 제국 행정청이 생체포션에게 채우도록 강제하는 아티팩트.


구속이 잘 되었음을 확인한 엘로디가 말했다.


“그래도 던전이 무난해서 다행이네요.”


칼티나 숲 던전의 중간지점까지 오면서 엘로디는 아직 치유마법을 쓴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다.


“잘하면 피를 안 뽑아도 될지도?”


던전을 중간 가량 공략하면서 마주친 마수라고는 고블린이 전부.

역시 하중(下中)급 던전다웠다.

고블린 정도면 파티원이 아무런 부상 없이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생체포션 씨도 오늘은 무탈하게 마치겠네요. 별 일없이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한 엘로디는 무심코 흑발 생체포션을 보았다가, 흠칫 놀랐다.


생체포션이 씨익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커로부터 뻗어 나온 푸른 포승줄을 입에 물고 있는 탓에 그 표정은 한층 더 괴이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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