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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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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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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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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82,298

작성
21.05.29 20:1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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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7
글자
11쪽

나는 코딱지를 파기 싫었다.9

DUMMY

"왕대희 수험생, 그럼 당신은 일상적인 상거래에서 이 화폐란 것을 쓸 것입니까?"


"어... 그것이..."


아니, 저 양반... 되게 깐깐하네.


하지만 말릴 이유는 또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설차가 몰아붙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 화폐는 기존의 쌀을 대체하여 물건을 거래하는 수단입니다. 헌데 사람들이 쌀 대신 쇳덩이를 주면 받겠습니까?"


"그... 그것이..."


사실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국가에서 세금을 화폐로 걷는 것. 그렇게 하면 화폐의 신뢰성은 충분히 확보가 될 것이고 천천히 화폐를 쓰기 시작하겠지.


"소인...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요..."


대답을 마친 그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것만 같았다.


"좋습니다.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나으리... 그럼 저는..."


"나중에 시험 결과가 붙을 테니 그때 확인하시면 될 것 같군요. 고생하셨어요."


"아... 감사합니다요..."


나중에 출근해서 보자고요, 아저씨.


사실... 인물정보를 확인하면 간단히 그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나는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우선은 그 사람이 누군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것만 보고 대강 지레짐작하고 싶지 않았고 이 정보창이라는 것 자체가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까지는 반영을 해주지 않을테니 내 나름대로 사람을 보는 눈을 기르고 싶었으니까.


그 뒤로도 나는 흥미로운 수험생들을 많이 만났다.


우경법을 주장한 수험생, 둔전을 제안한 수험생, 상인들의 처우 개선을 제안한 수험생 등등...


"후... 이제야 면접이 다 끝났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재무장관. 어찌... 조금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있었나요?"


"예, 전하. 다행히 우수한 인재들이 좀 보이더군요."


"흐음... 육군장관은 어떻습니까?"


"전 별로... 무관직을 뽑은 것이 아니니 소관이 드릴 말씀이 딱히 없습니다."


그의 투정에 나는 그저 웃는 수 밖에 없었다.


"하하, 조만간 무과도 한 번 시험을 보아야겠군요."


"하하하하"



자신만만하게 면접을 보고 온 왕대희는 술을 연신 퍼마시고 있었다.


"왕 서방, 취했네. 이만 돌아가는 게 어떤가?"


"하 서방... 이때 취하지 않으면 언제 취하라고?"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술을 퍼마시는 그를 하 서방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그의 소원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 사람..."


"내심 기대했었네. 한데... 그런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다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그래도 그... 수학인가 뭐시기에서는 수석을 차지하지 않았나"


하 서방의 말에 그는 빈 술병을 내동댕이치며 외쳤다.


"하! 계산이나 좀 하는 놈을 누가 뽑아 주겠나?"


<수험결과>

30600 김도진: 불합격

30601 왕대희: 차석합격

31892 서시한: 합격(78등위)

......

......


"... 자네 어제 무어라 했나?"


어이가 없다는 듯한 하서방의 말은 지금 그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쯧쯧..."


"차석이라니! 내가 차석이라니!!!!"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만이 가득했고 눈꼬리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


그의 얼굴에는 멍청함만이 가득했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아니... 그 시험관 나으리?"


"왜 그러시죠?"


"그... 제가 꼭 전하를 뵈어야 하는 것입니까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자 그가 급히 항변했다.


"아니... 소인 그리 귀한 신분도 아니굽쇼... 그..."


"차석합격자가 전하를 뵙지 않는다고 하면 참 좋아하시겠습니다."


지금 참 좋아하고 있어. 그니까 그냥 좀 들어가자.


"아.. 알겠습니다요... 후....하...."


"준비 다 되었으면 들어갑시다. 전하, 차석합격자 왕대희이옵니다."


나는 그리 말하며 문을 열었다.


끼이익...


에이씨, 왜 이럴때만 경첩소리가 큰데?


왕대희가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나는 문을 닫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저, 전하를 뵙습니닼, 아웃.... 요."


혀 씹었다. ㅋ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내 자리에 앉았다.


"고개 드세요."


"예, 시험관 나으리... 어라?"


"왜 그러시죠?"


그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은채 처량하게 이리저리 표류했다.


"그... 전하께선 어디 계십니까요?"


"눈 앞에 있지요?"


"저어어어어언하!!"


나는 살짝 웃으며 그의 몸을 일으켜 주었다.


"하핫, 일어나세요. 그리 부담가질 것 없습니다. 차석합격자가 이리 기죽으면 어쩝니까?"


"아아아...아니, 그 소인이 미처 몰라뵙구..."


"괜찮습니다. 자자... 일어나세요."


나는 흐느적대는 그를 끌어다가 의자에 앉혔다. 아니, 아무리 봐도 이게 더 실례같은데...


"우선은... 차석 합격 축하합니다."


"마, 망그극하옵니다요..."


"음...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말투, 고치는 게 좋아요. 수석 합격자였던 그 사람은 아마 국토부로 갈 것 같고... 당신은 아마 재무부로 가겠죠? 최초의 차석 합격자라는 감투는 그리 가벼운 게 아닙니다. 하기 나름이지만 어쩌면 추후에 현 재무장관의 뒤를 이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거죠, 당신은. 그 때도 계속 그런 말투를 사용할 건가요?"


"소인이 어찌..."


"자신을 막지 마세요. 할 수 있다고 믿어도 힘든 일을 왜 할 수 없다고 가정하고 시작하는 겁니까? 왕대희 씨,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이 이 자리에 설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 했을 텐데요."


내 시선이 더 강렬해지자 그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아, 알겠습니다요... 아니, 알겠습니다."


"좋아요. 습관과도 같은 것이니 쉽게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천천히 고쳐나가세요. 그럼... 어디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나는 그의 신상정보가 적힌 죽간을 펼쳤다.


"음... 솔직히 말하자면 아깝네요. 마지막 질문만 잘 대답했으면 수석 합격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아, 아닙니다....."


"아니요, 발상은 되게 좋았어요. 그걸 설명하는 방법도 괜찮았구요. 아마 재무국으로 가시겠죠?"


"그렇습니다요...헙!"


"하아... 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니까 서서히 고쳐 나가시겠죠... 음... 차석이니까, 9급부터 시작하겠군요."


"그... 9급이면 어느 위치인지..."


나는 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건 설명해 줄 필요가 있었다.


"이번에 새로이 개편하며 2성 9부로 개편이 된 것 정도는 알고 있겠죠. 그리고 관료들이 많이 모자라게 된 것도."


내 말에 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품계도 싹 다 정리를 했어요. 1급부터 10급까지.


1급이면... 국방총리나 내무총리가 있지요, 이 둘 이외엔 1급은 없어요.

2급이면 도지사, 국방/내무 부총리, 근위대장... 대강 이 정도.

3급은 근위부장, 그리고 시험장에서도 보았던 재무장관이나 육군장관

4급은 차관급이나 시장급

5급은 청장, 6급은 부청장이랑 군수, 7급은 구청장, 수석 합격자가 8급부터 시작하고 당신은 9급부터.

9급이면 지방직으로 따지면 동장 정도가 되겠네요. 대충 이해가 가셨나요?"


"예에..."


"그래도 지금 관료가 많이 비어서... 공적을 쌓을 기회도, 승진할 기회도 널렸어요. 하기 나름이니까 기회를 잘 잡아보세요."


진짜다. 지금같은 상황이면 일만 잘 하면 고속승진은 눈에 따놓은 당상이다. 어쩌면 몇 년안에 청장 자리를 차지할지도 모른다.


"흠... 이야기가 잠시 샜는데... 왕대희 씨."


"아, 옙!!"


"재무국 일 힘든데... 감당 가능하시겠어요?"


"그, 그렇습니다요옵"


"..."


"..."


"뭐 좋아요. 그 정도 각오는 당연히 했겠죠. 지금 재무장관이 국토장관을 겸업해서 하고 있어서 아마 엄청 바쁠 거에요. 일은 빨리 배우겠네요."


내 말에 그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요동치는 걸 본 나는 피식 웃었다.


"긴장하지 마요. 말했죠, 지금은 기회가 널렸다고. 아, 그리고... 전 허례허식 별로 안 좋아합니다. 예절이라는 건 마음을 담는 행위니까요. 굳이 복잡하고 어렵게 할 필요가 없죠. 이 점은 명심해주세요. 뭐... 알아서 착착 적응해 나가시겠죠."


"아, 그리고... 하나 더. 화폐는 언제쯤부터 제작하고 유통하는게 좋을까요?"


"그걸... 소인이 정해도 되는 것입니까...?"


"그런 건 아니고... 적어도 의견을 낸 제안자가 그 시기 정도는 생각해 놓았을 것 아닌가요?"


내 말에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윽고 답을 내놓았다.


"적어도 백성들이 두 끼 이상은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요, 아 합니다. 먹지도 못하는데 돈을 쓸 여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음, 뭐 알겠어요. 그 외 궁금한 점은 없나요? 저한테라든지... 아니면 다른 사항이라던지"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 아 아닙니다요..."


"말 할 때까지 안내보내줄 거에요. 설마 저랑 달밤의 밀회라도 하고 싶으신 건 아니겠죠?"


아니면 빨리 말해, 괜히 궁금해지잖아. 나 이런거 있음 잠 잘 못 잔다고"


"그, 그 거시기... 그 소인에게까지 존댓말을 쓰시는 건..."


"아, 그거였어요? 음... 기억하기 위해서요."


"....?"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더 이야기 해줄 것은 없었다.


"자, 이만 돌아가세요. 밤이 늦었네요. 내일부터 관복 맞추고 이것저것 하려면 피곤할테니까... 들어가 쉬세요."


"그, 그러시면 물러가 보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나는 그가 나간 방문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기억해야 한다. 말을 함부로 해서 나와 그에게 어떤 상처를 입혔는지.


그 전에도... 또 그 전에도... 얼마나 깊은 상처를 주고 받아왔던가.


"... 후우..."


그렇게 1차, 2차, 면접 시험까지 모두 합쳐서 총 119명을 뽑은 1차 공채는 모두 종료가 되었다.


기준치를 너무 높게 잡은 걸까? 하지만 적어도 똥통으로 채우는 것보다는 낫지.


최종 합격명단에는 기존에 하던 일을 적어놓았으니 거들떠도 안 보던 사람들도 느끼는 것 정도는 있겠지.


그리고...


"아니! 가장 급한게 재무부랑 국토부 아닙니까? 적어도 70명은 받아가야 합니다!"


"어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교육부에 투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관님."


두 사람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싸워댔다. 으음... 이거 내가 다 미안해지는구만


"지금부턴 외교싸움인데 외교부에도 사람 좀..."


아, 외교부도 참전... 궁성에 때 아닌 삼파전이 벌어졌다.


... 이기는 사람 내 편


작가의말

취직을 축하합니다. 나가실 문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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