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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신화

하늘섬에서 힐링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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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신화
작품등록일 :
2023.05.17 14:19
최근연재일 :
2023.06.0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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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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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42

작성
23.05.2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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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 에그머니나

DUMMY

“이걸로 완성이다.”


마지막 나무를 베어넘기자, 시야가 드넓게 트였다.


직각으로 떨어지는 폭포와 그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밀림, 그리고 하늘섬의 푸르른 창공까지 모든 것이 한눈에 담겼다. 세상에 하나뿐인 절경, [워터폴 파노라마 와이드 뷰]의 완성인 것이다.


“후아! 가슴이 후련~ 하네!”


여기다 펜션을 지으면 거짓말 안치고 조망권 하나만으로 먹고 산다.


나는 내가 서 있는 바로 이 자리에 오두막을 짓고자 마음 먹었다. 창문 하나 큼직하게 낸다면, 이 아름다운 풍경을 집 안에서도 관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작업을 시작하려니, 이래저래 도구가 아쉬웠다.


내가 가진 도구 라고는 장검 하나에 단검 하나가 끝이었으니까.


“기어이 도구를 자작해야 하는 시점이 와버렸네.”


봐온 것이 있으니, 막막하진 않았다.


공병을 따로 두지 않는 왕국군의 병사들은, 늘 현지에서 부족한 것들을 조달하곤 했다. 마차가 수렁에 빠지는 일은 흔했고, 바퀴가 이탈되었을 때 그걸 다시 끼우는 일은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 때 알게된 사실 중 하나는, 나무망치를 급조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었다.


-음? 또 무엇을 만들 생각이십니까?-


“나무망치.”


-주인님의 주먹이라면 망치가 필요치 않을텐데요.-


“그렇긴 하지만, 각도가 안나오잖아.”


무심결에 대답하고 나니, 은근히 웃겼다.


하늘섬은 대체 나를 뭘로 보는걸까.


“야. 주먹으로 건물을 지으라니, 그게 무식하게 뭐하는 짓이냐? 원시인도 뼈망치 정도는 썼다고.”


-푸후후. 알겠습니다. 조용히 있을게요.-


하늘섬은 내 농담에도 웃을 줄 알게 되었다.


‘후딱 만들어 보실까.’


나는 망치머리가 될 나무토막에 구멍 뚫었다.


이 구멍은 아무렇게나 뚫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이곳에 끼울 막대는 두께를 세심히 조절해야 했다.


‘이 작업이 핵심이지.’


사포가 있었다면 금방이었겠지만, 지금은 단검으로 살살 깎아내는 수 밖에 없었다. 나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사각사각’ 하고 막대를 깎아나갔다. 한쪽 끝 부분은 두꺼운 채로 놔두고, 나머지는 나무토막의 구멍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깎는다. 이러면 망치를 휘둘렀을 때 두꺼운 부분으로는 절대 빠져나가지 못한다.


구멍이 넓어질 리도 없으니까 말이다.


사실 이대로 써도 된다. 망치란게 쓰면 쓸수록 바깥으로 빡빡하게 끼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완벽하게 만들었다.


손잡이 쪽에서 망치머리 쪽으로, 쐐기 모양의 작은 나무조각을 끼워놓고 물을 먹였다. 이렇게 하면 나무의 부피가 불어나, 꽉 끼게 된다. (실제로 나무쐐기에 물을 먹이는 것은 바위를 조깰때 쓰는 강력한 방법이다.)


“어때? 금방이지? 바깥 방향으로는 애초에 빠질 수가 없는 구조고, 이렇게 하면 손잡이 쪽으로도 내려올 일이 없어.”


-호오. 생각보다 내구도가 좋아보이는군요. 급조한 나무 망치로는 안보입니다.-


나는 망치를 한바퀴 던져올렸다 잡아채곤, ‘훗!’ 하고 자신만만한 포즈를 취했다.


이젠 도구도 있겠다, 오두막 건설에 열을 올릴 차례였다.


-뀨륵!-


“응? 하양이 왜? 너도 집 지어줄까?”


-뀨르르르~-


“하하, 알겠어. 맡겨만 달라고.”



***



‘뚝딱뚝딱’ 소리가 반복적으로 울려퍼진다.


나무망치로 오두막을 짓는 소리였다.


임시거처 지붕에 주홍 딱따구리가 앉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 나는 하염 없이 망치질을 했다. 허리를 펴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흐르는 땀을 닦지도 않고서 작업에 열중했다.


철못 하나 없이도 통나무 집은 잘만 지어진다.


건축 방식으로 ‘노치(Notch)’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나무와 나무가 만나는 교차점에 반절가량 홈을 파내어 서로 겹치게 쌓는 방식으로, 나무끼리 물리는 형식이기에 구조적으로 튼튼할 뿐만 아니라, 지진이나 지반 침하에도 잘 견디는 특징이 있었다. 통나무집 형식으로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며, 내가 살던 지구에서도 흔했고 여기 이세계에서도 흔한 방식이었다.


그런데 내가 마주한 현실은 조금 달랐다.


그럴싸한 설명과는 다르게, 여기저기서 실수가 난무하고 있었던 것이다.


‘앗차.. 여기도 안맞네.’


족제비 가족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틈과 규격차 발생하고 있으니, 이건 뭐 제대로 된 오두막이라고 하기엔 엉성해 보였다.


-흐으으으으음..-


아니나 다를까, 나를 관찰하는 것 밖에는 취미생활이 없으신 우리 위대한 하늘섬님께서 매우매우 못 마땅한 소리를 내셨다.


“아니. 내 건축실력이 형편없는 것도 있는데, 원목이 휘어있어서 더 그렇단 말이야.”


-확실히 휘어있긴 했습니다만.-


“좀더 곧게 뻗어있는 나무는 어디 없을까?”


-그런 교목(喬木)은 하늘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상의 침엽수림에서 찾아보시거나, 인간들로부터 목재를 구입하시는게 어떠실지요.-


‘휴, 결국은 지상에 한번 내려갔다 와야하는건가.’


“그래 알겠어. 하지만 ‘하던 일을 중간에 멈추면 죽는 병’에 걸려서 그러는데, 일단 이 오두막은 완성해놓고 지상에 주차하던 해보자. 어때?”


-계속 하신다구요? 오두막에 듬성듬성 나 있는 빈틈은 어쩌시게요?-


“강 바닥의 진흙을 퍼올려서, 자갈과 섞은 후 빈틈에 바를거야. 흙집 보수하듯이 그렇게 빈틈을 메꾸면 나중에는 이끼도 끼고, 조금 더 자연 친화적인 모습이 되겠지.”


-호오, 그럴듯한 방법이군요.-


“늘 차선책은 존재하는 법이니까.”


나는 하던대로 오두막을 완성시켰다.


여기서 오두막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보자. ‘사람이 겨우 들어가 살 정도로 작게 지은 막. 또는 작고 초라한 집.’ 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오두막 다운 오두막을 완성시킨 걸지도 모른다.


‘그래. 괜히 주눅들 필요 없어. 처음 해 보는 일이었잖아.’


나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하양이가 기쁨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뀨릇! 뀨루루!-


“하양아?”


하양이는 내 오두막 옆에 지어진 ‘미니어처 개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참을 뀨륵 거렸다. 아무래도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다. 가로 세로 삼십센치 정도 되는 작은 목재 박스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입주민이 마음에 들면 그만이 아니던가!


나는 형편없는 건축가가 아니다.


적어도, 하양이에게는 세계제일의 건축가였다.


“하양아! 마음에 들어? 나 잘한거 맞지?”


-뀨르륵!!!-


“으으, 사랑스러운 녀석.”


나는 하양이를 볼에 갖다대고서, 눈을 감은 채로 힐링했다.


한참 동안이나.



***



“그래, 정리해보자. 지금 필요한 것들이..”


어쩔 수 없이 지상에 가야한다면, 한번에 모든 일들을 끝마치고 올라오는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다시 내려가는 일이 없도록, 행여나 다시 내려간다 해도 최소한 몇년 뒤에 내려갈 수 있도록 말이다.


내게 지상이란 그만큼 끔찍한 공간이었다.


“건축을 위한 목재, 농사를 위한 작물, 어획을 위한 그물과 통발, 그 외에도 각종 있으면 편리한 도구들.”


나는 목판에 구입해야 할 물품들을 적어 내려갔다.


수중에 돈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목돈을 마련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 놓여진 장비들을 아련한 눈으로 보았다.


‘아테시아의 지혜. 무결점의 투구였지.’


‘그리핀의 발톱. 치명적인 건틀렛이었어.’


‘팔리아스 루시스. [불가침의 성소]라고 불리우던 갑옷이었지.’


‘해신 라키오. 대양의 무게로 날 지탱해주던 부츠···’


회상하다 말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울컥’ 했다.


추억인지 아픔인지 분간할 수 없는 기억들이었다.


“후우.”


용사의 장비들을 풀잎으로 감싸며, 나는 하늘섬에게 명했다.


“지상으로. 가장 가까운 인간들의 대도시로 착륙한다.”


-명 받들겠습니다 주인님.-


고도를 낮추며 하강하기 시작한 하늘섬은, 이윽고 대도시 주변의 산맥에 자리를 잡았다.


하늘섬의 밑면에는 ‘긴꼬리 극락조’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직접 지면에 ‘쾅’ 하고 착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하늘섬의 정령이 누구인가. 흙의 상급정령, ‘유히리안’이다.


하늘섬은 마치 일반적인 산맥의 봉우리 처럼 보일 수 있도록, 철저하게 위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산맥 중간에 구덩이를 파놓고는, 절묘하게 하늘섬을 끼워맞춰 눈속임을 한 것이다.


-착륙 완료하였습니다. 어떤 생물도 다치지 않게, 이 간격을 유지하겠습니다.-


“대단한걸. 어서 나도 익숙해져서, 너처럼 하늘섬을 조종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천천히 하셔도 좋습니다. 그래야 제가 활약할 시간이 늘어나니까요.-


나는 ‘피식’ 웃어보이곤, 허공에 손을 흔들었다.


“하양이 잘 지켜주고 있어! 나 말고는 누가 와도 열어주면 안된다?”


-이 결계의 조작권은 주인님께서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말이 그렇다는거지.”


하늘섬의 말대로, [신의 결계]는 내 소유다.


누가 두드리면 즉각 인지할 수 있고, 대상을 들여보낼지 말지 나 혼자서 정할 수 있었다.


사실 불안요소라곤 처음부터 눈꼽만큼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금방 다녀올게!”


나는 장비들을 품에 안은채로 하늘섬에서 뛰어내렸다.


물론 이대로 떨어지면 용사고 나발이고 얄짤없이 죽는다.


하지만 내게는 새로운 힘이 있지 않은가.


“흡!”


다가오는 땅을 향해서 손을 ‘확’ 뻗치자, 산맥의 거친 비탈길이 부드러운 경사면으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고운 모래사장에 착지하듯, 발을 박아넣고서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흙은 사방팔방으로 튀었고, 돌뿌리가 ‘턱턱’ 걸리는 둥 약간의 불안한 요소는 있었지만 전체적인 그림으로는 안정적이었다. [맨땅에서 파도타기] 착륙 작전이 멋들어지게 성공한 것이다.


“유후~!!!”


나는 짜릿한 속도감을 즐기며, 그대로 산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려갔다.


물론, 어지럽힌 산의 지형들은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대도시로 향하는 수 많은 행렬과 마차들 사이에 끼어드는건 어렵지 않았다. 나는 주변에 보이는 적당한 사람을 향해서 말했다.


“거기 당신, 잠깐 나 좀 봅시다.”

“예? 나요?”

“그래요. 그 꾀죄죄한 로브, 지금 당장 나한테 파쇼.”

“다짜고짜 그게 뭔 정신나간 소리요? 입고 있는거 안보여?”


나는 품에서 금화 다섯냥을 꺼내,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잔말 말고.”


금화를 본 행인은, 다급하게 자세를 낮추면서 말했다.


“무, 물론 내어드려야지. 저쪽으로 이동하는게 좋겠소. 사람들의 눈이 없는 곳으로.”


그렇게, 나는 시커멓고 때가 잔뜩 탄 로브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걸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 쓰고서, 일부러 몇몇 곳을 찢어놓는 것으로 거지행세는 문제 없었다. 금화를 받은 행인은 ‘이게 웬 떡이냐’ 하고서 헐레벌떡 자취를 감추었고, 나는 다시 대도시로 가는 행렬에 합류했다.


문지기가 내 앞을 막아섰다.


“통행세. 동화 닷냥이다.”

“여기요.”

“어이, 얼굴을 보여라. 우리는 수배범을 찾고 있다.”


용사였던 나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때문에, 나는 최대한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들었다.


“뉘에에..?”


문지기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와, 진짜 열받게 생겼네.”


무사히 통과하게 된 나였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역시 지상은 기분 나쁜 곳이야. 인간들의 대도시라면 더더욱.’


속전속결로 돈을 마련할테다.


나는 너무 알려지지도, 그렇다고 허름하지도 않은 전당포에 들어갔다.


-쿵!-


“주인장. 이 물건 처분하고 싶은데.”


전당포 주인은 단번에 물건의 가치를 알아봤다.


“이, 이거 용사님이 쓰시던 장비 아닙니까?”


그가 말하길, 이 정도의 물건이 가품일 리가 없다며 한사코 나를 의심했다.


“어딜 어떻게 봐도 장물이잖아! 용사한테서 훔쳐온거야? 아니면 혹시..?”


로브의 후드를 푹 눌러쓰고 있었지만, 그는 나를 의심스런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에휴.’


나는 하는 수 없이 또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영사여? 잘모드갯눈데.”

“에그머니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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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 라이 +3 23.05.23 213 10 15쪽
» 6화 - 에그머니나 +1 23.05.22 244 10 12쪽
5 5화 - 집터 확정 +2 23.05.21 265 14 15쪽
4 4화 - 작고 귀여운 친구 +3 23.05.20 335 16 14쪽
3 3화 - 하늘섬의 정령 (2) +1 23.05.19 368 12 13쪽
2 2화 - 하늘섬의 정령 (1) +1 23.05.18 448 12 13쪽
1 1화 - 천혜의 낙원 +4 23.05.17 617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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