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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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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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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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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59화 한번 엮인 인연은 끊기 어렵다

DUMMY

559화 한번 엮인 인연은 끊기 어렵다


“하아.”


개봉 전투 이래 보직 변경이 없이 지내던 좌량옥의 부관 황주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지었다.


‘이게 맞나?’


좌량옥이 불렀다는 말에 일단 가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황주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니 이 만남을 그가 얼마나 달갑지 않아 하는지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더 밉보이고 싶지는 않은데.’


황주가 아는 한 좌량옥은 개봉 전투 이래 새로이 보직은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 남은 군사는 북방군 재건이라는 명목하에 모두 몰수당했다.


그리고 이는 황주도 다르지 않았으니 그의 보직은 여전히 좌량옥의 부관이었다.


부릴 병사 하나 없는 장군과 부관이라니, 이만큼 세상 쓸모없고 한가한 자들이 어디에 있을까 싶었다.


실제로 그간 황주는 그저 집과 거리를 오가며 한량과 다름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나마 봉록이 끊기지 않았으며 겉으로는 그들의 승전을 축하한다며 재물 얼마간이 내려진 게 다행이었다.


굶어 죽을 일도, 부끄러울 일도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간이지 이제 슬슬 누가 무어라고 하지 않음에도,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니 불안한 마음이 들던 참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이미 개봉 전투가 벌어진 것도 꼬박 일 년도 더 된다.


그런 긴 기간 동안 하릴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으면 눈치가 있다면 좌량옥이며 황주의 처지가 어떤지 알기란 어렵지 않았다.


때문에 황주도 얼마 전부터는 이 처지에서 벗어나고자 여기저기 찔러보던 중이었다.


‘저번에 마길제, 그자와는 제법 말이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었는데.’


북방군 출신으로 이제는 제독 오양 그리고 병부시랑 오삼계와 가까운 이인 마길제와 며칠 전에 만났던 걸 떠올린 황주는 그때 조금 더 밀어붙였어야 했나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상념도 더는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황 대인, 도착하였습니다.”

“음?”


그렇게 느릿하고 무거운 걸음으로 움직였는데 어느새 좌량옥의 집 앞이라는 현실에 황주는 멍하니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분명 제법 거리가 있고 느릿하였건만 어느새 도착한 것은 생각보다 빨랐으니 황주는 제가 귀신 놀음에 당했나 싶었다.


물론 그런 건 없었다.


그저 그가 생각에 너무 잠겨서 몰랐을 따름이었다.


“주인 어른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드시지요.”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좌량옥의 하인이 권하는 말에 황주는 자꾸 흔들리는 얼굴 표정을 애써 다잡으며 최대한 덤덤하게 대답했다.


“알았다.”



***



“황 동생, 어서 오게!”


자신을 크게 환영하는 좌량옥을 본 황주는 직감했다.


‘제길, 뭔지는 몰라도 이거 위험한데.’


좌량옥이 자신을 부른 이유는 모르나 그 일이 범상치 않음을, 적어도 전에 개봉을 수몰하기 정하던 때와 비교할 정도임을 직감한 황주는 당장에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어디에도 확실하게 줄을 대지 못한 상태에서 좌량옥을 적대하는 건 좋은 대처가 아니었다.


‘그렇겠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게 맞겠지?’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 하는 몸을 이성으로 애써 달래서 자리한 황주는 심호흡하고 고개를 숙였다.


‘후우,’

“좌 대인,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제가 너무 격조했습니다.”

“아, 그런 거야 바쁘게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러나. 자자, 그것보다 여기 먼저 한잔 받으시게.”


황주가 하는 말에 좌량옥은 사람 좋게 웃으며 미리 준비한 술잔과 술병을 내밀었다.


여기에 더해 몇몇 요리가 안주로서 맛깔나게 준비되어 있으니 황주는 그 대접에 외려 더욱 불안함을 느꼈다.


‘이럴 분이 아닌데?’


자신을 찾아오지 않으면 당장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대접도 변변치 않게 하던 좌량옥이다.


그런데 지금 하는 대접은 그간 알던 것과는 크게 다르니 황주는 도망치고자 하는 본능이 자꾸 커지는 걸 느끼며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쭉 들게나. 귀한 약술이라서 보양에 아주 좋은 약이라네. 조선산 인삼을 썼지.”


그냥 술도 아니고 약술, 그것도 조선산 인삼을 썼다는 말에 황주는 술을 뱉어내고 싶은 욕구가 솟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성으로 그 충동을 이겨낸 그는 잔을 비워냈다.


“맛이 아주 좋습니다.”

“입에 맞는다니 다행이군. 자자, 더 들게나.”


재차 권하는 말에 황주는 눈치를 살피며 술과 안주를 잠시동안 먹고 마셨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좌량옥은 눈짓으로 곁에 있는 하인들을 물렸다.


술기운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그러한 일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취하진 않았던 황주는 이제 본론이 시작되겠다고 여기며 긴장했다.


“아주 황송하게도 내가 이 대명의 네 번째 이성왕이 될 듯하네.”

“예?”


생각지도 못한 서두에 당황하기도 잠시, 황주는 곧바로 일어나서 자세를 고쳐잡고 좌량옥에게 절을 올렸다.


“대인, 감축드리옵니다!”

“고맙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좋은 일은 아니야.”


좋은 일이 아니라고 한 좌량옥은 손짓으로 황주를 도로 앉게 한 후에 말을 이었다.


“개봉을 받았네.”

“······잘 못 들었습니다?”

“왕명은 아직 모르지만 개봉을 받게 될 거라고 들었네. 내각 대학사인 양사창 대인에게 직접 말이야.”


친절하게 알려주는 말에 황주는 이게 대단히 고급스럽게 포장된 사약이나 다름이 없다는 걸 알았다.


“가, 가실 생각이십니까?”


저도 모르게 더듬으며 물은 말에 좌량옥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 거 같나?”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이 돌아왔으나 이보다 확실한 대답이 없었다.


상황이 파악된 황주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어떻게 여기서 벗어날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런 황주에게는 안타깝게도, 좌량옥은 그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황 동생 앞이니 솔직히 터놓고 말하지. 나는 양사창 그자가 제 자리를 위협할 사람들을 하나하나 치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네.”


무어라고 대답하기 어려운 말에 황주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러나 좌량옥은 처음부터 대답은 기대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군공이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이들이 누가 있지? 저기 양나라 시왕 전하와 대리국 국왕 전하가 전부였어. 그리고 그나마 개봉 전투로 공적을 세운 내가 살짝이나마 그러한 자리에 걸쳐 있었지.”

‘이게 무슨 소리야?’


말은 그럴듯하다.


아니, 전반부는 사실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좌량옥 자신을 언급하는 후반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맞나 싶은 말이었다.


“아니 그런가?”

“맞습, 쿨럭, 맞습니다.”


의아하게 여기다가 동의를 구하는 좌량옥의 말에 황준느 급히 대답하다가 헛바람을 집어삼킨 저도 모르게 헛기침하고 말았다.


혹여 좌량옥이 이에 신경을 기울이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다행스럽게도 그는 그 정도로 이상하게 굴진 않았다.


“내정에서는 그에 비견될 자가 누가 있을까 하면 제독 오양의 충성심이며 대항해에 간 태감 장화가 꼽히지.”

“그렇지요.”


오양을 내정에 비견되게 하는 건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근래 그의 행적은 북경 시절과 달리 군사가 아니라 내치에 더 가까웠다.


그러니 굳이 찔러서 캐물을 일이 아니라고 여긴 황주였으나 이어진 말은 여러모로 그러고 싶은 충동을 크게 자극했다.


“그런데 이제 태감은 대항해에 갔어. 오양은 제 아들을 병부시랑으로 잡혀서 함부로 준동하지 못하고 말이야.”

“크흠, 크흠.”


제 마음을 헛기침 몇 번하여 달랜 황주는 이어서 좌량옥을 달래고자 했다.


“대인, 말씀이며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이 대명에 과연 대인과 같이 크며 충성스러운 분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 나만이 할 수 있어! 그나마 나만이 아직 남은 대명의 기둥이라 할 수 있다고!”


그건 아닌 거 같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황주는 오늘 여러 번 참은 수고를 여기서 허사로 하고 싶지 않았기에 부던히 노력했다.


그가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걸 좌량옥은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부족해. 양사창, 그놈과 대적하기에는 군공도 사람도 황상의 총애도 부족하지.”

“무슨 복안이 있으십니까?”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을 포장하며 그것을 믿는 모습을 보니 이제 황주는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좌량옥의 성미를 생각하면 무언가 방법이 있지 않다면 고작 화를 풀기 위해 이렇게 말할 자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아닌 말로 당장 황주가 이 말을 듣고 양사창을 찾아가면 곤란해지는 건 좌량옥이 될 터이니 더욱 그랬다.


“당연히 있네. 다만 그 일에는 자네의 도움이 필요해.”

“제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도움은커녕 여기를 나가면 언제 양사창을 찾아가는 게 좋을까 고민하던 중이니 해가 될 사람이 오히려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낮게 보지 말게. 자네는 총명하고 용기 있지. 그러니 내게 전에 개봉 전투에서 조언도 여럿 해준 게 아닌가? 내 자네가 없이 어찌 그 일을 해냈으며 돌아오는 일이며 그 후 일도 어찌했겠나.”

“!”


좌량옥의 말에 황주는 이게 칭찬임과 동시에 협박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런 젠장.’


좌량옥이 혹여 무너진다면 반드시 자신의 일도 언급할 것이니 개봉 전투를 변호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다른 무엇을 위하여든 반드시 그러할 터였다.


“하여 이번에도 날 좀 도와주길 바라네.”


은근한 말에 황주는 눈알을 굴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인께서 저를 높이 사는 것은 실로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는 한낱 필부에 불과하니 어떻게 도움이 되겠습니까?”

“병부시랑을 찾아가 이 일이며 내 뜻을 알릴 좋은 사자가 될 수 있겠지.”

“병부시랑을 찾아가라니, 산해관 총병이던 오삼계 장군 말씀입니까?”


방금 그가 양사창에게 사로잡혔다는 듯이 말했던 걸 기억한 황주는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좌량옥은 오삼계를 염두에 두고 말한 게 아니었다.


그와 손을 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게 여기겠지만 오양을 같이 설득하지 않으면 언제고 깨어질 관계에 불과했고, 오양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걸 좌량옥은 잘 알고 있었다.


“모든 관직이 그러하듯 병부시랑도 필요에 따라 여럿을 세우고, 평시에도 보통 둘은 세우네. 이 의미, 알겠나?”

“오삼계 장군이 아닌 다른 병부시랑을 찾아가라는 말씀인 건 알겠습니다. 헌데 그분은 지금 심양에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 그러니 아주 좋지.”


좌량옥은 자신에 가득 차서 말했지만 황주는 회의적이었다.


심양에 있는 사람이 무슨 도움이 되어서 남경의 일을 흔들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본인도 돌아오지 못하고 몇 년째 심양에 있는데 무슨 도움이 된다고?’

“선황 시절부터 병부시랑, 그것도 군공도 있고 충성심도 깊음이 증명된 사람. 양사창이라는 간적을 상대하기에 이만한 영웅이 어디에 있겠나?”

“가, 간적? 영웅?”


표현이 조금 과하다 싶어 황주는 그 말들을 저도 모르게 입에 담았다.


그러나 좌량옥은 그 말을 옳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래! 양사창은 간적이니 대항할 사람으로 영웅이 필요해! 그러니 이번에 내가 산둥 감찰로 가는 일에 동행하면 자네가 조선에 도움을 받아서 심양에 가게.”

“예? 예?”


산둥 감찰이니 조선의 도움이니 하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황주는 당혹감을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냈다.


그러나 좌량옥은 이미 대답을 들었다는 듯이 말을 이어갈 따름이었다.


“심양에 가게. 그곳에 가서 병부시랑 진신갑 대인께 이 일은 전하게. 이 좌량옥이가 대명을 위해 일하고 싶으니, 부디 도와달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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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 563화 누구나 가진 것은 +1 24.04.25 115 15 12쪽
563 562화 외지 +3 24.04.24 105 10 12쪽
562 561화 말이 품은 가치 +2 24.04.23 119 12 12쪽
561 560화 달콤한 독 +3 24.04.21 114 11 12쪽
» 559화 한번 엮인 인연은 끊기 어렵다 +1 24.04.20 114 13 12쪽
559 558화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말한다 +4 24.04.19 113 13 11쪽
558 557화 번왕의 조건 +3 24.04.18 131 14 12쪽
557 556화 죽은 말 +2 24.04.17 129 14 13쪽
556 555화 없으면 만든다 +1 24.04.16 121 14 13쪽
555 554화 경쟁은 예정을 뒤튼다 +1 24.04.15 128 14 12쪽
554 553화 선택할 자유 +2 24.04.14 118 14 12쪽
553 552화 진위는 때때로 필요에 따라 정해진다 +2 24.04.13 124 12 13쪽
552 551화 사성 +2 24.04.12 121 15 13쪽
551 550화 무엇을 잇고자 하는가 +1 24.04.11 118 13 12쪽
550 549화 그들은 가지고 있다 +2 24.04.10 125 15 14쪽
549 548화 사람을 보는 순서 +1 24.04.09 130 16 13쪽
548 547화 알아서 골치 아픈 일 +3 24.04.08 124 15 11쪽
547 546화 부탁하는 방식은 가지가지다 +2 24.04.07 125 13 12쪽
546 545화 끝없는 궁리 +1 24.04.06 136 14 13쪽
545 544화 족적을 남기는 것은 대의만이 아니다 +2 24.04.05 138 13 14쪽
544 543화 꾸며낸 형상 +2 24.04.04 126 13 12쪽
543 542화 후일을 준비하는 사람들 +3 24.04.03 127 14 11쪽
542 541화 원로 +1 24.04.02 132 14 12쪽
541 540화 세 경쟁자 +2 24.04.01 139 13 14쪽
540 539화 목패 협약 +4 24.03.31 129 13 16쪽
539 538화 감추는 재미 +2 24.03.30 133 14 12쪽
538 537화 모두가 아는 비밀 +2 24.03.29 125 13 13쪽
537 536화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4 24.03.28 124 13 12쪽
536 535화 알고도 모른 척하긴 어렵다 +2 24.03.27 127 13 12쪽
535 534화 미룸은 미정이 아니다 +3 24.03.26 13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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