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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서재입니다.

부산에 다시 한 번 우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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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9.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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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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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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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DUMMY

“오랜만이구나, 이게 몇 년 만 이지?”


신회장은 자신의 호텔 레스토랑에서 마주 앉은 용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정한 자켓과 셔츠 차림의 김용태는 캐주얼하면서도 격식을 갖춘 차림으로 신회장 앞에 앉아있었다.


“아마, 5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회장님은 그대로시네요. 전혀 변하지 않으셨어요.”


신회장이 슬쩍 미소짓는다.


“너는 아부가 늘었구나.”


이번에는 김용태가 웃는다.


“조금 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그래, 작년에는 올해의 감독상도 받았다고? 평생 미국에 살 계획인거야?”

“뭐.. 네, 일단은 그렇습니다.”

“결혼은? 네가 올해 몇이지?”

“마흔 세살 입니다. 한국식으로는 마흔 네살이겠군요.”


“아니야, 한국도 요새는 만 나이가 기준이다. 미국, 일본과 같아. 실생활은 여전히 괴리가 있지만..”


서로 안부를 묻는 스몰 토크가 오고간다.


편한듯 불편한 자리,

김용태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상사이자 온 가족이 신세를 지는 신회장이 편할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은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신회장이 항상 김용태를 애틋하게 봐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네 형처럼 진작에 나와 같이 일했으면 좋았을 것을..”

“저희 가족이 회장님께 너무 신세를 졌죠.”

“난 너희 아버지한테 너무 신세를 졌다. 평생 갚아도 못 갚을 거야. 그 일만 아니었어도..”


신회장이 생각에 잠긴다.

용태의 아버지는 아주 오래전 신회장 대신 해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다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신회장은 마음의 빚도 빚이었지만 자신을 가장 잘 알아주는 부하를 잃었다는 아픔이 더 컸다.

그리고, 용태의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아버지를 많이 닮은 용태가 항상 애틋했다.


“회장님, 식사 하시죠? 저 배고픕니다.”


김용태가 씨익 웃자 가뜩이나 작은 그의 눈이 초승달이 되어 웃고 있었다.


“그러자꾸나. 내가 말이 길었네. 너 결혼은?”

“인기가 없어서요.”


다시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김용태.


“본론을 이야기 하자. 이미 알고 있겠지만 네가 3년만 우리 팀을 맡아 줘, 사실 우승하면 좋겠지만 뭐, 40년 가까이 못 한 팀이니까 괜찮다. 너 하고싶은 대로 한 번 해 봐.”


신회장은 죽을 떠 한 입, 입 안에 넣으며 본론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2년, 2년 계약으로 하시죠.”


다소 의외인 대답,

안 한다고 하면 몰라도 계약기간을 스스로 짧게 해달라는 경우는 없다.


“왜 2년이니?”

“그래야 선수들이 납득할 겁니다. 팬들도요. 한국은 신임감독은 2년, 빅네임은 보통 3년이더군요. 2년 계약하시되 돈을 많이 주시면 됩니다.”


김용태는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능글맞게 웃었다.


신회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넌 참 네 아버지를 많이 닮았어, 네 형은 어머니를 닮았는데 말이야.”


김용태의 아버지가 사고로 죽은 후에 신회장은 그 집의 가계를 책임졌다.

형을 유학보내고, 동생인 용태가 야구선수가 되는데 부족함이 없게 지원을 했다.

오히려 자신의 아들 이상으로 신경을 썼다.


지금도 겉으로는 무심한 척 하지만 미국 법인을 통해 매년 김용태가 어떤 활약을 하는지 보고받고 있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마음이 놓이는 구나, 그래, 넌 우리 팀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니? 유우타?”


재일교포인 김용태의 일본식 이름은 金本勇太 (카네모토 유우타) ,

신회장은 유우타라는 이름이 입에 배서 그런지 항상 그렇게 불렀다.


김용태가 젓가락을 들다말고 내려놓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상대보다 득점을 적게 합니다. 실점을 많이 하죠. 야구의 근본은 그것입니다. 상대보다 많은 득점을 해야 이긴다는 것. 어떠한 인적구성이건, 과정을 거치건 야구의 진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5위를 했어, 가을야구에도 갔다. 그래서 너를 신임감독으로 앉히면 그만큼 팬들의 반발도 있을거야.”


신회장은 입가를 닦으며 잔잔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네, 상관없습니다. 결국 프로야구 팀은 우승하느냐 마느냐니까요.”


“그래, 어떻게 할 계획이니? 어떻게 우리 팀의 득점을 실점보다 많게 만들 거니?”


신회장은 약간의 흥미가 돋았다.

사실 김용태가 어릴때부터 봐 왔지만 이렇게 앉아 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용태 아버지와 같이 일하던 시절이 중년으로 접어드는 용태의 얼굴을 통해 투영되었다.


“하하하, 잘 해야죠. 뭐, 이거다 할 방법이 쉬운게 있으면 누군가는 했겠죠. 하지만, 지금 작은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어디에서 가능성을 보는데?”

신회장의 눈이 살짝 빛났다.


“올해 부산 자이언츠의 성적은 70승 1무 73패로 .490로 5위였습니다. 1위와는 23경기차였죠. 내년에 23경기를 뒤집는 것은 무리일 수 있습니다.”


신회장은 아무 말없이 김용태의 눈을 쳐다봤다.

신회장은 의견을 듣고 싶을 때 최대한 부드러운 표정으로 사람을 쳐다본다.

자신의 눈에 힘이 들어가면 상대가 얼어붙어 말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용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편하게 이야기했다.

김용태 또래의 사람들 중에는 거들먹거리는 정치인들을 제외하고는 신회장에게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23경기를 따라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3위와는 7경기차였죠. 그 7경기만 따라갈 수 있으면 됩니다. 우리가 꿈을 꿀 수 있는 마지노선은 3위입니다. 그게 이 팀의 전통이기도 하고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빙긋 웃는 김용태.

신회장은 김용태의 말이 듣고 싶은게 아니었다.

말은 아무래도 좋다.

지금껏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앞에서 우승을 해 내겠다고 장담 해 왔던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편하게 이야기하는 김용태와의 대화가 즐거웠다.

그 옛날 용태의 아버지가 살아돌아온 듯한 느낌을 순간 받았다.


“넌 정말 네 아버지를 많이 닮았구나. 내 앞에서도 전혀 긴장을 하지 않고..”

“무슨 말씀이세요? 위궤양에 걸릴만큼 긴장하고 있습니다. 눈이 작아서 티가 안 나는 것 뿐이라고요. 하하”


김용태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거리낌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경박하지는 않지만 먹을 건 먹으면서 이야기도 잘 한다.


그래서 신회장은 이 자리가 편했다.


5년만에 만나는 자리인데도 어제 같이 회의한 자리같은 편안함을 주었다.


‘대단한 녀석이야.’


신회장은 속으로 작게 감탄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그래, 3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은 보여?”

“네, 뭐 가능성이니까요. 최대한 잘 하면? 5위에서 3위가 되는 건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 말은 내년에 우승하겠다는 소리네?”

“물론이죠. 저는 항상 그랬습니다. 타석에서는 10할을 노리고, 감독이 된 이후에는 전승을 노리고, 그리고 우승을 노립니다. 그게 승부에 나서는 자가 할 일이니까요.”


자기가 말 해놓고 아차 싶었는지 김용태가 손사래를 치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선수들을 혹사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길 수 없는 시합도 많다는 정도는 잘 아니까요.”


김용태는 평소에 비해 말이 두 배는 많아지고 리액션도 커지고 있었다.

신회장은 김용태를 귀여운 녀석 정도로 보고 편하게 생각하지만 김용태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자리였기에 음식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우리 팀의 가장 큰 문제가 뭐니? 투수? 타선?”


“수비죠. 부산 자이언츠는 전통적으로 수비가 약한 팀입니다. 그런데 사실 더 큰 문제가 있죠.”


신회장은 김용태의 눈이 빛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 계속 말해 봐.”


“휴우.. 수비가 약한 걸 타개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수비가 좋은 선수를 선호합니다. 시합이 터지는 걸 막기 위해서죠. 그런데 그게 안되니 어쩔 수 없이 공격력 위주로 편성하죠. 즉, 부산 자이언츠는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들이 많습니다. 거기에 샐러리 캡 여유는 없고요.”


“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신회장, 아니 윗사람들이 자주 쓰는 어법이다.

곤란한 상황에서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방법.


“꼬였을 겁니다. 어디선가 투자를 하는 시점에 투자한 선수들이 활약을 못 했을 테고, 그러면 샐러리는 꼬이고 악순환이 되죠. 악성계약이 끝날때까지 필요한 선수들을 잡을 수 없는.. 하지만 문제는 결국 팀의 뎁스가 약하다는 게 근본적인 이유일 겁니다.”


“해결할 수 있겠니?”


“운이 따라주면요, 야구건 일이건 운칠기삼이니까요. 하하”


김용태는 무안한지 뒷머리를 긁었다.

하지만 이내 진지해지며 말을 이었다.


“결국 하게 하던가, 할 수 있는 사람을 모으던가 둘 중 하나입니다. 무수히 많은 방법이 있지만 결론은 그 둘 중 하나를 하던가 둘 다 해야합니다. 그 외에는 없죠.”


그는 실제로 부산 자이언츠의 선수들을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건 이틀 남짓한 시간동안 가능한한 많은 숫자들을 봐 온 것 뿐, 개개인의 능력치는 대부분 알지 못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은 매크로 관점으로밖에 파악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뚜렷하게 보이는 문제들이 있죠. 확실한 건 개혁을 하지 않으면 팀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김용태의 이야기를 들은 신회장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도 이 녀석, 뭔가를 하려고 하는구나.

하려고 하면 지 아버지처럼 비난이나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것이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고 약간의 재미도 느꼈다.


“해 봐, 필요한 거 있으면 구단 사장한테 말하고, 내가 이야기 해 둘게.”

“감사합니다.”


김용태가 웃을때마다 초승달같은 눈이 더 작아졌다.

눈을 뜬건지 감은건지 구분할 수 없는 수준.


“그런데, 너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참 한국어를 잘 하는구나, 부러워.”


신회장이 깊은 눈으로 김용태를 쳐다봤다.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면 김용태가 일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일본에서 나온 재일교포라는 사실을 알기 어려울 것이다.


“뭐, 아버지한테 많이 맞았으니까요. 아시잖아요? 저희 집은 무조건 집에서 한국어 써야 했다는 걸.

그나저나 회장님께서는 절대 일본어를 안 쓰시는 군요, 저랑 있을때는 편하게 쓰셔도 되는데..”


“눈이 많잖니?”


항상 조심스러운 성격의 신회장이었다.

당연히 레스토랑 별채에서 식사중이긴 하지만 서버들은 들락거린다.


신회장이 교포출신인거야 전국민이 다 아니 일본어를 한다고 흠잡힐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회장은 조금이라도 말이 나올까 싶어 한국 내에선 철저하게 한국어만을 사용했다.


“내일 부산에 내려가라, 아마 구단에서 다 준비를 해놨을 거야. 그리고 보도자료도 나갈거고..”

“네, 알겠습니다.”


어차피 싫어요 서울에 더 있을래요 한다고 통할 상황도 아니다.

김용태는 근 20년만의 한국이었지만 신회장의 말에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숙였다.


“너 하고싶은 대로 해 봐, 재밌게..”


이제는 신회장이 웃고 있었지만 오히려 김용태의 표정은 굳었다.


“우승 시키겠습니다. 그러려고 왔으니까요.”


“그래, 그리 말해주니 고맙다. 나도 내일모레 곧 80이야, 가기전에 우승 한 번만 보고 가자.”


신회장이 농담을 섞어 말했지만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야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우승을 못 보고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은 은근히 거슬렸다.


“여기까지 왔으니, 뭐든 해 봐야죠.”


김용태가 생긋 웃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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