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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얀의 비밀공방

Crystal Heart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나르얀
작품등록일 :
2013.10.28 23:47
최근연재일 :
2013.10.28 23:59
연재수 :
1 회
조회수 :
189
추천수 :
5
글자수 :
2,008

작성
13.10.28 23:59
조회
189
추천
5
글자
5쪽

프롤로그

DUMMY

그대는 오직 나만의 꿈

뜨거운 심장 대신

차가운 술 채운

잔을 들리라.


깨지기 쉬운 건

유리보다 더 얇은

사람의 심장이더이다.


Crystal Heart

단단히 부여잡은 칼날에

눈물은 흐르지 않으리라.


절대로 깨지지 않는

두근거릴 수 없는

사랑할 수 없는

Crystal Heart.


*

*

*


멀리서 나라의 경사를 알리는 나팔소리가 길게 울려 퍼진다.


기다란 궤적은 잔인하리만치 선명하게 한 청년의 심장을 관통한다.

청년은 눈물 대신, 메마른 아랫입술을 꾹 깨문 채 자신의 심장을 부여잡는다.

미친 듯이 저며 오는 아픔에 끄윽 하고 긴 숨을 간신히 넘긴다.


“다시는…다시는….”


청년의 초록빛 눈동자는 그 빛을 잃고, 분노로 흔들렸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당장에라도 심장에 칼을 박아 죽고 싶다.


“다시는…이 심장이 뛰게… 하지 않겠어.”


일그러진 입술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뒤틀린 것처럼 이상하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마지막으로 하는 진심 어린 말이었다.


다시는 심장이 뛰게 하지 않겠다.


하나. 그것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둘. 그것은 사랑했던 연인에게 하는 말이었다.

셋. 그리고 세상에게 하는 말이었다.


“반드시…심장이 뛰게 하지 않겠어!”


청년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서랍장을 열고 날카로운 물체를 찾았다.


비상용으로 구비해둔 칼이었다. 칼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자신의 마법으로 자살을 하는 마법사의 운명은 너무 가혹하잖은가…….

청년은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는 그녀와 함께 떠나기 위해 꾸렸던 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짐을 꾸릴 때까지만 해도 그는 행복했다.

그녀와 멀리 다른 나라 시골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까?

가난하지만 농사라도 지으면서 땀의 결실을 맺는 삶도 행복하겠지.


한 나라의 왕녀와 도망이라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사랑했기에, 잠시 동안 꿈을 꿀 수 있어서 행복했다.

하지만 꼭 함께 가자며 하얀 새끼손가락을 걸던 당사자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일개 가난한 마법사와 도망칠 사랑에 눈 먼 왕녀라, 주점의 동네 아저씨들이 듣는다면 정신이 나갔다며 한바탕 욕설이라도 퍼부을만한 이야기였다.


청년은 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을 향해 겨눴다.

싯푸른 칼날의 빛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


“으아아악!”


힘껏 심장을 찌르려던 손에 힘이 풀려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자살도 제대로 못하는 병신’이라고 스스로 욕지기가 치밀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칼을 붙잡았다. 이번에는 진짜다.

마음을 먹고 칼로 찌르려는데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발굽 소리였다. 깜짝 놀란 청년은 다급히 칼을 숨기려다가 무심코 창문을 바라봤다.

거기엔 온통 새카만 누군가가 서 있었다.

박쥐의 날개, 염소의 발굽, 산양의 뿔, 고양이의 눈을 가진 사내였다.

위압감으로 가득 찬 그 모습에 청년은 아무 말을 잇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다, 당신은 대체….”

“나는 칠흑의 군주다. 사람들은 나를 악마라 부르더군.”


사내의 목소리는 기괴한 모습처럼 묘한 울림이 있었다.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는 거대한 강력함이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기운이 사내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청년은 칠흑의 군주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쓸모없는 심장이라면 그 심장을 걸고 나와 계약을 하자. 대신에 많은 것을 주겠다.”


평소의 청년이라면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할 말이 튀어나왔다.

자신의 심장을 담보로 얻는 댓가라니…. 그게 무엇인들 용납할 수 있을까?

하지만 오늘의 그는 달랐다.

자신에게 금기된 모든 것을 하고 싶을 만큼….

때마침 나타난 이 기묘한 상대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자신은 나약했다.


“……내게 뭘 줄 수 있죠?”


나약했기에 지키지 못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 거래 하지요.”


그러자 청년의 초록빛 눈이 점차 빛났다.

칠흑의 군주는 그 눈이 자신을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캄브리엘 쥬데카 아르히드.”

“이셀루이드 시안.”


청년의 손바닥에, 그리고 칠흑의 군주의 손바닥에 각각 상대의 이름이 푸른 글씨로 새겨졌다.


“계약은 성립되었다.”


칠흑의 군주는 노란 눈을 빛내며 씨익 웃었다. 섬뜩한 미소였다.

청년도 초록 눈을 빛내며 악마와 마주보고 웃었다. 슬픈 미소였다.


작가의말

예전에 쓴 단편을 고쳐서 쓰려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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