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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1,172,68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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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8,485

작성
07.05.13 13:15
조회
22,346
추천
135
글자
7쪽

강호풍운록(좌천 4)

DUMMY

술병을 고개위로 쳐들고 목구멍으로 쏟아 붇던 사내가 가장 먼저 횡액을 당했다. 영문도 모른 채, 옆구리를 강타당하고 일 장여를 굴러간 것이다. 비명을 지를 겨를조차 없었다.

연휘의 분노는 건물 안에서 정신을 놓고 늘어져 있던, 다 망가져 버린 그들이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폭풍처럼 장내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일곱 번째 사내가 나뒹굴며 침상 뒤에 붙여져 있던 사물함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쿠다당! 쿵 쿠르르”

그때야 비로소 대원들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아마도 이전에는 그들끼리 다투는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런 다툼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일어나곤 했기 때문에, 그저 그런 일상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어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연휘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서 의아함이 나타나는 순간, 늘어져 있던 신형들이 부스스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수장(首長)으로 보이는 사내가 연휘의 앞으로 나섰다. 평상시 암묵적인 약속이라도 되어 있었던 것처럼 연휘를 둘러싸는 사내들이다.

대부분 비슷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나른함을 방해한 자에 대해 어떻게 응징해야 시원할까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들의 눈에 노한 빛은 없었다. 그저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의 눈빛과도 같은 모양이었다. 그저 호기심만 가득할 뿐인 것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이 연휘의 분노에 부채질을 해댔다.

‘한심의 극을 달리는 놈들이다. 무인이기를 포기한 패배자들일 뿐이야. 하지만 내가 온 이상 네놈들은 달라져야 할 것이야. 그렇지 않으면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하게 만들어 줄 테다’

그런 생각 한 편으로는 파벌에 대한 적개심이 더욱 커진다. 창창하던 무인들을 이렇게 폐인으로 만들어버린 원흉이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두려움도 생긴다. 한때는 지금의 자신처럼 분노하고 적개심에 불타는 사내들이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이 이처럼 망가졌다는 것은 개인의 무력이 아무리 출중하다 하더라도, 견고한 파벌의 벽에는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떨쳐 버릴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 그래서 연휘는 더욱 광포해 졌다. 저들의 모습 속에서 자신을 비웃고 경멸하는 파벌들의 모습을 떠 올리며, 연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맨처음 연휘의 앞에 나섰던 사내가 바닥을 구르며 힘겹게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인다.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움직임을 볼 수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연휘의 주먹이 상대의 복부를 가격하고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던 것이다.

아무 말도 없었다. 이유도 물론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누구이며, 왜 이러는 것인지 설명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저 행동반경에 들어오는 모든 사내들에게 분노를 쏟아버리는 연휘다.

팔이 걸린 자는 "뚜가각"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팔이 부러지는 고통에 비명을 터트렸고, 다리가 걸린 자는 공중으로 떴다가 바닥으로 처박히며 신음을 흘렸다. 목에 연휘의 손길을 허용한 자는 칼 맞은 짚단처럼 주저 앉았으며, 피하려고 뒷걸음질 치던 사내는 코뼈가 부서지며 이빨을 한 움큼 뱉어냈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나마 안도의 숨을 쉬고 있던 사내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좀 전에 보았던 동료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며 고통에 빠져들고 있었다.


서있는 자들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들 상처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며 비명을 토해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연휘의 분노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주위를 휘둘러보던 연휘의 눈에 문간의 빗장으로 사용되는 제법 굵은 몽둥이가 뜨인 것은, 이들 운남지대원들 에게는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었다. 몽둥이의 길이가 한자 반으로 손에 들고 휘두르기에 딱 좋았다. 무자비한 구타가 시작되었다. 장내가 온통 타격소리와 비명소리, 그리고 신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오십 명의 대원들이 쓰레기처럼 곳곳에 버려진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온몸 구석구석 성한 곳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간간히 미약한 신음소리만 들릴 뿐인 적막한 공간속에서 연휘는 혼자 앉아 술병을 입에 물고 있었다.

그런 연휘의 눈에 아주 작은 양이었지만 눈물이 고였다. 소리 내어 흐느낄 수도 없었지만 울음을 삼키고 있는 것이다.

죽을힘을 다해 용을 써 봐도 꿈쩍도 하지 않을 것만 같은 거대한 벽이 눈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자신을 붙잡고 있는 깊은 수렁은 연휘라는 먹이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앞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사내들의 모습이 머지않은 미래의 자신으로 보였다. 고뇌와 번민 속에서 몸부림치며 울부짖던 운남지부에서의 첫날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깊고 어두웠던 밤을 몰아내며 둘째 날이 찾아왔다. 조금조금 어둠을 몰아내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더니 어느새 주변을 환한 빛으로 물들인 태양이 솟은 것이다.

운남지대 건물 안에는 널브러진 대원들의 꿈틀거림과 고개를 숙이고 앉아 미동조차 않는 연휘의 모습뿐이었다.

어느 순간 건물 밖이 소란스러워 지더니 "끼이익! 그그그극"거리며 지대의 문이 비명을 토하고 있었다. 급작스런 빛의 침입에 놀라 어둠이 소스라치며 달아났다.


품안에 술병과 안줏거리를 가득 끌어안고 오늘의 근무조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평상시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들어선 그들의 눈에 꿈틀거리며 널브러져 있는 대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상황에 그들의 사고기능이 마비되어 버렸다.

"어?"

"앗!"

"이게?"

정신이 돌아오자 갖은 소리로 놀람을 표현하는 사내들이었다. 앞선 이들이 멈춰 서서 놀란 소리를 뱉어내자, 뒤에서 상황을 보지 못한 대원들이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며 밀고 들어왔다. 우르르 몰려 들어온 그들의 눈에 비친 광경은 참혹하기만 했다.

"도대체... 누가...?"

의문을 가득 품은 말소리가 흘러 나왔다. 영문을 모른 채 웅성거리는 그들의 앞에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장대한 체구의 연휘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 든 몽둥이에는 피딱지가 엉겨 붙어 시커멓게 변색된 채 돌기가 형성되어있었다.

"누구...?"

대원들 중에서 가장 먼저 들어왔던 이가 물음을 채 표현하기도 전에, 몽둥이가 공간을 갈랐다.

"빠각!"


거대한 연무장이다. 이천 명이 동시에 연무할 수 있을 만큼의 넓이였지만, 오래도록 사람들의 발길이 없었는지 잡초들만 무성했다.

그 안에서 운남지대원 일백 명이 뒹굴고 있었다. 일부는 뛰면서 연무장 외곽을 돌고, 한쪽에서는 마보(馬步)를 취한 채 땀을 흘린다. 또 다른 일부는 오리걸음을 걸으며 꽉꽉 거리고 있었다.

연휘가 운남지부에 온 지 열흘째 되던 날 늦은 오후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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