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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1,172,707
추천수 :
7,117
글자수 :
428,485

작성
07.05.16 10:05
조회
21,239
추천
136
글자
8쪽

강호풍운록(의기 1)

DUMMY

둘의 눈빛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한쪽은 못마땅하다는 듯 쏘아보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의아함이 깃들어 있는 눈빛이다. 진여송과 연휘다.

진여송은 못마땅했다. 어떻게 키워온 기반이고 사람들인데, 아직까지 성향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런 자한테 넘겨준단 말인가. 양위의 앞에서야 어찌해볼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의 말대로 그렇게 하겠다고 했었다. 하루가 지나 연휘가 깨어났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곳에 오는 동안만 해도, 그렇게 모든 것을 넘겨주려고 했었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막상 연휘의 얼굴을 앞에 두게 되자 괜히 심통이 나는 것이다. 아직 경륜이 얕아 보였고 나이도 어렸다. 광도를 비롯한 백인대를 무자비하게 저며 대던 모습은 기억 속에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눈빛이 곱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연휘가 공대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자신은 이곳의 총관이며, 연휘는 백인대주로 자신보다 하급자였으니까. 그런데 그런 생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는 결코 몰랐다.


마주 앉은 지 일각(一刻)이 넘어가고 있음에도 곱지 않은 눈빛으로 쏘아 보기만 하는 총관에게서, 은연중에 나타나는 적대감을 연휘가 모를 수는 없었다. 다만, 어떤 일인지는 몰라도 용건이 있어서 찾아 온 것이 분명 할 터인데, 이제까지 한마디 말도 없이 적대감을 담은 눈으로 뚱한 표정을 하고 있으니 속에서 열불이 올라오는 연휘다.

그러던 중에 갑작스레 첫날의 일이 떠올랐다. 지대 건물로 안내를 해주며 철저히 자신을 무시하던 총관의 모습. 첫날이라는 점 때문에 극고의 인내심을 발휘해 참아냈던 일이었다. 헌데 또다시 그때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 당시에도 간신히 자제했던 연휘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코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자존심이 용납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좌를 하고 앉아있던 연휘의 바깥쪽 다리가 사선을 그리며 진여송의 옆얼굴에 작렬했다. 상체를 등 쪽으로 가볍게 기울이고 두 손은 지지대를 찾아 어깨 뒤로 살짝 빗겨서 바닥을 짚었다. 큰 힘이 실린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상대를 무력화시키기에는 충분한 공격이었다. 사전 예고도 없었고 눈치도 보이지 않았다. 공격에 대한 어떤 실마리도 제공하지 않은 채 그저 자연스럽게 움직였던 것이다.


“퍽” 소리가 나더니 곧바로 “쿠당” 거리는 소리와 함께 진여송이 널브러졌다.

그렇게 널브러진 상태에서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 진여송이다. 허나,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연휘의 곁에는 광도 조찬이 자신들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하고 성스럽다고 생각되어지는 몽둥이를 고이 모셔 두었었다.

백인의 피를 흠뻑 빨아먹고 검붉게 변한 채 은은한 광택까지 뿌려대는 몽둥이. 새하얀 면포를 곱게 접어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오연히 자리 잡고 있던 몽둥이가, 어느새 연휘의 손에 잡혀 있었다.

그 순간부터 검마 진여송은 없었다. 그저 떨어지는 몽둥이의 공포에 짓눌린 채, “끅끅” 신음을 흘리는 애처로운 중년사내가, 비참한 몰골로 망가져 가고 있을 뿐인 것이다.


‘크... 불쌍한 인간아! 그러게 처신을 잘 했어야지’

‘에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르지. 안됐어’

광도와 대원들이 진여송의 망가질 모습을 생각하며 속으로 삼키는 말이다. 그렇다고 연휘를 말릴 생각은 결코 없는 그들이었다.


처음에 몽둥이로 한 대 맞았을 때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반격을 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일어설 만한 여유가 없었다. 연휘의 몽둥이는 그럴 틈을 전혀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공도 소용없었다. 호흡이 안정이 되어야 내공을 끌어 올릴 터인데, 몽둥이질이 얼마나 교묘했던지 순간순간 호흡이 끊겨 버렸기 때문이다. 광도를 비롯한 백인대원들이 주위에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창피함에 비명을 참았지만, 그것도 처음 얼마간의 일일 뿐이었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주변에 누가 있는지 그런 것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저 새우처럼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최대한 급소들을 피해보려는 본능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몽둥이는 그런 자신의 몸을 가볍게 젖혀놓고 배를 찌르며, 가슴을 타격해 왔다.

몽둥이에 대한 공포는 한마디 말도 없이 그저 자근자근 저며 대기에 정신없는 연휘에게로 전가되고 있었다.

이젠 의식마저 가물거리는 진여송이다. 그런 그의 뇌리에 연휘와 몽둥이가 깊이 각인되고 있었다.


얼마 후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온 몸에서 호소하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그에게, 연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옥의 야차가 말을 한다면 이런 분위기를 풍길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서리가 쳐진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것이다.“

총관이 듣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도 하지 않는다. 아니, 꼭 총관이 들으라고 하는 말도 아닌 것 같았다.

대원 모두들 느닷없는 연휘의 말에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다.’ 라는 말처럼은 아니었지만, 총관을 짓이기는 연휘의 모습에서 야릇한 쾌감이 일었던 그들이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인해 긴장이 풀려 있었던 터였지만, 바로 자세를 가다금고는 몸에 힘을 주고 시선은 연휘의 가슴께에 둔다.

“남들보다 좀 더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하여 그 자리를 빌어 행세를 하려는 놈들 치고, 제대로 된 놈들을 보지 못했다. 무맹에서는 파벌을 등에 업은 놈들이 그 짓거리를 해대더니, 변방의 하찮은 지부에서조차 얄팍한 권력을 휘둘러대는 네놈들이 역겹다.”

그 누구도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진여송 또한 꿈틀거리던 몸뚱이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다.

“배경이 없고 세력이 없어 이곳으로 쫓겨 내려온 것들이, 꼴값들을 하는 것인지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이나 하면서 세월을 축내고 있다. 그렇게 하면 남들이 동정해 줄 줄 알았더냐?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폐인이 되어 버리면, 네놈들을 이곳으로 보낸 파벌들이 기특하다고 다시 불러들일 줄 알았느냔 말이다.”

이곳에 있는 자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었다. 파벌들의 눈치를 보며 숨죽이고 살아가는 강호인 모두에게 하는 말이었다. 어쩌면 연휘 자신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연휘의 가슴께에 두었던 시선들이 발끝으로 내려졌다. 나약했던 자신들의 모습에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것이다.


“사내로 태어나서 뜻을 세운바가 있다면, 몸뚱이가 난도질을 당하고 머리가 깨져 죽더라도 한 번쯤은 제대로 된 칼질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힘이 있고 없음을 탓하지 말라! 되든 안 되든 해보는 것이 사내다!”

구구절절 이어지는 연휘의 말은, 이제껏 살아왔던 그들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의 말에 반발할 수는 없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정의롭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의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내게 이득이 되는 것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며 살아왔을 뿐이기 때문이다. 척살대주의 자리에 올랐을 때도 그 자리를 이용해 남을 핍박하거나, 알량한 위세로 뽐내지도 않았다. 그러기에는 사내로서의 자존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비록 파벌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젠 그것도 없다. 이제까지 배경이 없고 세력이 없다는 것으로 그들을 용납하고 피해 왔었다. 하지만, 오늘부터 난 그들을 향해 칼을 겨눌 것이다. 내게는 걸릴 것이 하나도 없다.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다. 그들과 싸우다가 잘못되어 들개의 배를 채워주는 신세가 된다 하더라도, 나는 그 길을 갈 것이다.”


변방 오지라 할 수 있는 운남에서 연휘의 포효가 시작 되었다. 그것을 지켜본 자들은, 자신들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는 연휘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도 나름대로의 뜻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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