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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먹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대체역사

글울림
작품등록일 :
2019.04.09 17:51
최근연재일 :
2019.04.24 21:29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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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9,458

작성
19.04.2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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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장양과 담판하다.

DUMMY

망할.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필 원소도 아니고 원술도 아니고 원기가 뭐람.

'황건적의 난이 진압되면 곧바로 십상시의 난.....그리고 동탁이 등장하니까 역사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보면 순식간에 게임오버다....어떻게 한다.....어떻게 한다.....어찌하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면서도 한숨만 나올 뿐, 적당한 계책은 떠오르지 않았다.

'차라리 이렇게 된 바에는 나도 황건적이 되어서 낙양에서 같이 호응을 해버려?.....아냐 아냐, 망할 게 뻔한 놈들이랑 같이 해서 어쩌겠다는 거야......'



"아버님,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는 다음날 아침식사 후 다과를 즐기는 시간에 어렵게 말을 꺼냈다.

"왠일이냐, 네가 정색을 다하고."

원봉은 의아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번 황건의 난을 계기로 해서, 우리도 사병을 키워봄이 어떻겠습니까."

"뭐? 사병? 그런건 키워서 어디다 써먹으려고."

원봉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번 민란은 단순한 민란이 아닙니다. 전국 8주에서 동시에 일어난 반란이죠. 무엇보다 중앙정부에서 전국에 동원령을 내린 사건입니다."

"....."

"두고 보십시오. 이번 민란이 지나면 황건적들은 지방군벌들에 의해 흡수될 것이고, 규모가 커진 지방군벌들은 더이상 중앙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독자세력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전한, 후한 400년간 이어져온 통치 질서가 무너진다는 말입니다. 이제는 중앙보다 지방에서 더 큰 기회가 있을 터, 우리 원씨 가문이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들 못지 않은 무력을 가져야 합니다."

"형, 그건 좀.......우리 가문이 사세삼공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중앙과 지방 모두에 뻗쳐 있는 넓다란 인맥 덕분이에요. 낙양을 버리고 지방으로 간다는건 말도 되지 않아요."

원술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술이가 하는 말이 맞다. 이 수도 낙양에서 사병을 양성했다가 무슨 소릴 들으려고. 안그래도 십상시들은 이번 민란이 발생한 이후로 어떻게든 군권을 손에 넣으려고 하고 있어. 이런 상황에 우리가 사병을 키운다는 소문이라도 나봐라. 십상시들에게서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될 거야."

"십상시의 세상은 머지 않아 끝날 겁니다. 황제의 목숨이 곧 다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말에 원봉과 원술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무슨 망언이냐!! 네 놈이 원씨 집안을 망하게 할 작정이로구나!! 폐하의 춘추가 올해로 고작 29이거늘, 감히 승하를 운운하다니......썩 물러가거라!!!"

원봉은 버럭버럭 호통을 쳤다.


결국 내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급히 서두르지 말고.......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지금 천하에서 가장 큰 세력이라면 첫번째는 십상시. 두번째는 황건적이다. 세번째는.....대장군으로서 곧 권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될 하진이다.

하진한테 빌붙기는 힘들다. 황건적의 난을 평정하기 위해 한동안 낙양 밖에 나가있을 사람인데 발탁이 되지 않은 내가 접근할 수는 없다. 원소나 조조보다 뒤쳐질 수 밖에 없겠지.

황건적들과 함께 할 수도 없고 하진에게 빌붙기도 어렵다면......답은 한가지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는 중인데,

'"형, 들어가도 되겠소?"

방 밖에서 원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시게."

나는 대답했다.

"형, 아까는 얘기가 너무 갑작스러워서.......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형 말이 이치에 맞는 부분도 없잖았던 것 같소. 특히 지금부터는 무엇보다 무력이 필요하다는 말.....참으로 공감하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원술은 잠시 말을 끊고 뜸을 들였다.

"우리가 먼저 십상시에게 찾아가서 새로운 군대창설을 제의하는건 어떻겠소?"

"우리가?"

"그렇소. 솔직히 십상시로서도 혼자서 밀어붙이기에는 좀 눈치가 보이는 안건이니 만큼, 우리 원씨 집안에서 대신 매를 맞아주자는 거지. 새로 만든 군부대의 요직 몇자리를 꿰어차는 조건으로."

원술은 특유의 음흉한 미소을 지으면서 말했다. 자신의 계책에 상당히 만족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건 괜찮은 생각이다.'

십상시가 만들게 될 군대라면 서원팔교위인데, 조조와 원소도 이 팔교위의 일원으로서 십상시의 난 때 크게 활약했던 것이었다. 수도에 주둔하는 군대라는 것은 그만큼 커다란 메리트가 있었다. 환난이 일어나면 적은 병력으로도 단숨에 궁궐을 장악하고 천자를 손아귀에 쥘 수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원공자님들이시군. 어쩐 일로 나를 찾아오셨는가?"

장양은 방안 한구석에 반쯤 눕다시피한 자세로 장죽을 입에 물고 있었다.

"천하가 민란으로 어지러우니 저희들 마음도 편치 않아 어르신께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

원술이 제법 능란하게 입을 열었다.

"허허......이 늙은이에게 가르침을 받으려고 찾아오셨다......."

장양은 비꼬듯이 원술을 말을 되풀이 하더니 담배연기를 한모금 깊이 빨아들인다음 천천히 내뱉었다.

"오히려 이 늙은이에게 가르침을 주려고 찾아온 것 같은데?"

작은 체구의 노인 답지 않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클클클.....그래, 할 말이 무엇인지 해보기나 하구려."

"이번의 민란은 심상치가 않습니다. 금군(禁軍)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금군을?"

"그러하옵니다. 이번 기회에 군권마저도 어르신의 손 안에 넣으심이 마땅하다고....."

나는 원술에게 질세라 말을 보태었다.

"허! 어린 공자님들이 겁이 없으시군!"

장양은 이렇게 한마디를 쏘아붙였다.

"지금 우리 십상시는 천하의 공적이 된 상황이오. 황건의 무리들이 우리들의 생살을 씹어먹질 못해 안달이고, 이번에 대대적으로 복권된 청류파들도 지금이야 황건적들을 잡는게 우선이겠지만 이 난이 지나가면 곧 칼부리를 우리에게 돌리겠지.

이럴 때 군권에 욕심 냈다가는 어떤 사단이 날지 알 수가 없어. 지금은 일단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게 좋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원가에서 나서드리겠다는 겁니다."

원술의 말투에는 사세삼공 명가의 자손 다운 자부심이 묻어났다. 우리가 나서서 하겠다는데 천하에 안될 일이 뭐 있겠냐는.

".........그래요? 그럼 이번에는 한번 부탁을 해볼까?"

장양은 나름대로 한참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허허......조건이라.......지금 이 장양을 상대로 거래를 하겠다는 건가?"

장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렇습니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될 경우 새로운 금군의 교위 자리를 두 개 내어주십쇼."

"흠......원효렴......난 말이지.......나와 대등한 지위에 있으려고 하는 자와는 결코 같이 일하지 않아. 폐하께서도 나를 상보라고 부르시는데, 자네 같은 애송이가 나와 거래를 하려고 해? 자네가 지금 나에게 요구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그의 말투는 조금씩 준엄해졌다. 자존심이 짓밟힌 원술은 얼굴이 울그락푸르락했다. 이 내시 새끼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러다가 딜이 깨지겠군.'

난 이렇게 생각하고 얼른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

"어르신, 저희가 어디 감히 어르신께 요구를 할 수 있겠사옵니까. 이 모든 일이 폐하와 국가를 위한 일.....저희들은 그저 상소를 올리고 처분을 기다리도록 하겠사옵니다."

그러면서 원술의 바짓자락을 얼른 잡아당겼다. 그러자 원술도 마지못해 무릎을 꿇기는 했다.

장양은 여유있게 담배 한모금을 머금고 맛을 즐긴다음 후우 하고 내뱉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나와 원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세삼공의 자제들이 자기 발 밑에 무릎 꿇고 있는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분명했다.

'사디스트 새끼.....'

속으로는 욕이 나왔지만 나는 오히려 고개를 수그렸다.

"......하하하핫!!! 역시 사세삼공의 자제분들!!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참으로 가상하오. 자자, 왜들 그리 까다롭게 예를 차리시나 그래.....일어들 나시오. 이리와서 이 늙은이랑 담소나 나누면서 담배나 같이 한 대 태우십시다. 여봐라!! 여기 침상 두 개를 더 가져오도록 해라."

원술과 나는 장양의 말을 거절할 수 없어 같이 침상에 누워 담배를 즐겼다. 장양은 의기양양하게 궁중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썰들을 풀어놓았는데, 음담패설이 상당했다. 과연 하루 종일 황제를 상대로 갖은 이야기 상대를 해주면서 권력을 움겨쥔 사람다운 화술이었다.



결국 우리 둘은 담판을 지으러 찾아가서 보상에 대한 확답은 받지 못하고 돌아온 셈이었다.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원기형, 그 때 그 자리에서 장양녀석한테 왜 그렇게 저자세로 나간거야..... 얘기는 그냥 파토내고 나왔어도 되는데. 아예 말을 꺼내지 않았던 것만도 못하게 된 거 아냐."

원술 말대로 일단 말을 꺼내놓았으니 상소를 올리기는 해야 했다. 교위 자리를 약속받지 못했으니 이건 장양한테만 유리한 것이 일단은 맞았다.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지. 장양이 한 말을 못 들었어? 지금 십상시는 천하의 공적(公敵)이라고. 폐하가 십상시를 비호해주니까 다들 건드리질 못하는 것 뿐이지.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무력이 절실해. 특히......"

"특히?"

"우리 원가를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이고 싶어할 거야. 청류파와 십상시 양 쪽을 중재해줄 수 있는 것은 우리들 뿐이니까."

"과연 그럴까? 이번 십상시의 난만 지나가면 다시 청류파를 쓸어버리려고 하지 않겠어? 굳이 중재자가 필요할까?"

"아니, 이번 황건적의 난은 단순히 당고의 금을 해제한데서 그치지 않았어. 그들에게 사병을 모을 권한까지 줬다고. 이번 민란을 틈타서 지방군벌들이 도처에 생길 것이고, 그들 대부분이 당고의 금에서 적든 많든 피해를 본 사람들일 게야. 이제 사병까지 손에 넣은 그들이 예전처럼 고분고분 중앙정부의 말을 들을 것 같아? 십상시는 무력만 필요한 것이 아냐. 청류파 인사들에게 말발이 먹히는 중재자도 필요할 거라고. 두고봐. 장양이 지금 당장은 우리들 기를 죽여놓고 보려고 강하게 나왔지만, 반드시 먼저 손을 내밀테니까."

"확실히......형 말이 일리가 있군."

원술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내 말에 찬성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오늘의 굴욕은 참을 수가 없어. 언젠가 장양 저 불알 없는 노친네의 목을 내가 따주고야 말겠어."

이를 부드득 갈더니 이렇게 말했다. 눈에서는 흉흉한 살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역시 원술답군. 작은 원한도 절대 잊지 않는 인간......'

난 쓸데 없이 원술한테 원한을 만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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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먹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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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양과 담판하다. 19.04.24 87 0 11쪽
2 원기? 원기가 누구야? 19.04.09 132 0 8쪽
1 프롤로그 19.04.09 162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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