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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illa Chron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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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울림
작품등록일 :
2019.04.08 14:54
최근연재일 :
2019.04.09 16:54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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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1,393

작성
19.04.0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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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화. 조시아스.

DUMMY

올리버 사제님은 폐하를 알현한 뒤로 마음이 편해진 모양이다. 수도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하지만 나는 마음이 편치 못했다.

"올리버 교구장, 이런 일을 벌일 작정이었다면 나하고 미리 상의를 했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폐하와 알현한 바로 그 날, 무려 최고사제가 곧바로 올리버를 붙잡고 따지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올리버는 담담하게 한마디를 했을 뿐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최고사제도 더이상 크게 화를 내지는 못했다. 얼굴만 붉으락푸르락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쏘아보다가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올리버 사제님은 워낙 세상사에 관심이 없는 쑥맥이라 잘 모르겠지만, 사냥꾼들이나 시정잡배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런 저런 뒷소문을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제롬 총독은 휴즈와 연줄이 닿아 있다는 것을. 아마도 휴즈에게 거액의 뇌물을 바치고 총독자리를 꿰찼겠지. 그리고 최고사제가 저렇게 화를 내는 것으로 보아서는 휴즈와 최고사제 또한 서로 뒷배를 봐주는 사이일 것이 뻔했다.

그에 비하면 올리버 사제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버스도우에서야 어쨌든 교구장이니 결코 낮은 직위가 아니었지만, 버스도우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좀 심하게 말해 그냥 평사제나 다름없다. 안심하고 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내 걱정과 달리 버스도우로 돌아가는 일정은 며칠 간 아무런 탈 없이 지나갔다. 무려 왕의 친위대원들 중 다섯명의 기사들이 호위로 따라붙었고, 꽤나 호화스런 마차도 제공받았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은 편안하지 않았다.


내 나쁜 예감은 수도를 떠난지 열흘 째 되는 날에 현실이 되었다.

오전까지는 너무나도 화창한 날씨였다. 맑게 개인 하늘에 햇살이 쨍쨍해서 마차 안은 꽤나 더웠다. 나는 더위를 피해 마차에서 내려 조수석에 올라탔다. 마차의 고삐를 쥐고 있는 기사는 이 더운 날씨에도 갑옷을 입고 있었다.

"고생이 많으시군요. 이거라도 좀 드시죠."

나는 어제 시장에서 산 plutil 과즙이 가득 들어 있는 물통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그는 반색하며 물통을 받아 목을 축였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날씨는 반전하여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는가 싶더니 폭포처럼 비가 쏟아져 내렸다. 나는 놀란 다람쥐 마냥 얼른 비를 피해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콰르르릉!!!

귀청을 찢을 듯한 우렛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올리버 사제는 평온한 표정으로 명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왠 놈이냐?!"

스릉스릉하고 검을 뽑아드는 소리가 났다.

"잠을 부르는 구름이여."

나직한 목소리. 그와 함께 알 수 없는 수증기가 마차 안으로 들어왔고, 급격히 졸음이 몰려옴을 느꼈다. 무언가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나는 본능적으로 메이스를 집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평소에는 가볍게 휘두를 수 있었던 무기가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조시아스, 뭔가 이상하구나. 몸이......무겁구나."

올리버 사제는 어렵게 입을 열어 말했다.

"사제님, 여기 꼼짝 말고 계세요.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쏟아지는 졸음을 가까스로 참으면서 마차의 문을 열고 나가보니, 이미 다섯 명의 기사들은 땅에 쓰러져 있었다.

"호오, 대단한 정신력이군......내 마법에 이 정도로 저항할 수 있다니."

자욱한 구름 사이로 저벅저벅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검은 지팡이에 검은 로브. 마치 사신과도 같은 형상이었다. 그의 얼굴은 로브의 후드에 깊숙히 파묻혀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더.......이상........다가오지 마!!"

나는 발악하듯 소리쳤다. 두 손으로 메이스를 쳐들어 그를 향해 겨누었지만, 그것을 휘두를 힘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 말 따위는 가볍게 무시했다. 그는 단검을 꺼내어 들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올리버 사제. 당신은 대단한 의인(義人)이야. 죽이기에는 너무 아깝지. 하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네. 이 죄값은 내세에 치루도록 하겠어. 지옥에 가는건 이미 각오한 몸이니까. 고통은 없을거야. 미안하네."

내 머리는 쭈뻣 섰다. 저 자는 올리버 사제를 죽이러 온 것이 분명했다.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혀를 힘껏 물었다. 지독한 통증과 함께 순간적으로 졸음이 달아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차 안으로 쫓아 들어가 봤자 메이스를 휘두를 공간도 없다. 졸음이 다시 몰려오면 큰일이다. 어떻게 한다. 나는 잠시의 고민 끝에 괴한의 등을 노리고 메이스를 집어던졌다.

"커헉!!"

의외의 일격을 얻어 맞은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었다. 젠장, 척추나 뒷통수에 제대로 맞았다면 골로 보낼 수 있었을텐데. 안돼.....올리버 사제님이......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땅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나는 고아였다. 길에서 구걸을 하다가 노예상인에게 납치되어 단돈 1 undi에 노예시장에 팔려나왔다. 그렇게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외모가 대단히 예쁜 것도 아니고, 체격이 건장하지도 않은 7살난 아이를 데려다 어디다 쓸 것인가.

"이런 쓸모없는 쓰레기 새끼."

노예상인은 나를 볼 때마다 욕설을 퍼부으면서 침을 뱉었다. 침을 뱉는 날은 오히려 대우가 나은 편이었다. 발길질이나 주먹이 날아오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가여운 아이......이제 나와 같이 살자꾸나."

올리버 사제는 그런 나를 구해준 은인이었다. 그리고 내 생애에 처음 만난 진짜 아버지나 다름없었다. 그는 나를 특별대우해주지는 않았다. 딱히 애정표현을 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언제나 그의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다분히 반항적인 수도사였다. 외출금지령을 몇번이나 어기고 저잣거리에 놀러가는가 하면 사냥꾼들과 어울려 사냥에 참여하고는 했으니까. 올리버 사제는 그럴 때마다 엄한 벌을 내리면서도 결코 교회에서 나를 쫓아내지는 않았다.

"올리버 사제님!!!"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고함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내 몸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깨어났나."

무미건조한,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모노톤의 말투. 바로 그 흑마법사였다. 그는 여전히 로브의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너.......올리버 사제님을 어떻게 했어?"

내 몸은 마치 가위에 눌린 듯이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는 죽었다."

그 무덤덤한 말 한마디에 나는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

"이.......개자식......가만두지 않겠어!!!"

나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내 몸은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다.

"똑똑히 들어라. 그의 죽음은 제롬 총독이 사주한 것이다."

"제롬 총독이?"

"그렇다."

그는 짤막한 대답과 함께 몸을 돌려 걸어갔다.

"잠깐 기다려!!! 너는 대체 누구냐? 내게 이런 걸 가르쳐주는 이유가 뭐지?"

그는 내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방을 나가버렸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사라짐과 거의 동시에 내 몸의 가위눌림은 풀렸고, 나는 벌떡 일어나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끼룩. 끼룩. 끼루룩.

쏴아아 철썩.

갈매기 우는 소리와 파도소리. 그랬다. 여기는 배 위였다. 그것도 크기로 보아 꽤나 호화여객선임이 틀림 없었다.

"아, 3호실의 손님이시군. 잘 주무셨소? 아침은 곧 준비되니 잠깐만 기다리쇼."

갑판 위에서 큰소리로 선원들을 호령하던, 선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뱃사람 특유의 시원시원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상황을 미루어 보아 나는 며칠간 정신을 잃었던 것이 분명한데, 그는 나를 아는 듯 말하고 있었다.

"아니.....저를 아십니까?"

"알고 말고요. 엊저녁에 이 배에 타시지 않았습니까. 꽤나 무겁고 큰 상자를 옮겨 드리느라고 죽는 줄 알았소."

그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냐는 듯이 대답했다. 미루어 보건대 그 흑마법사가 나로 변장해서 배에 올라탄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깨어난 지금 누군가 다른 모습으로 변장하여 이 배에 숨어 있겠지. 어떻게 찾아낸담.

내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자 선장은 별 희한한 사람 다 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 배는 어디로 가나요?"

"이상한 사람이로군. 버스도우 행이오. 오늘 저녁이면 도착하지."

그는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했는지 퉁명하게 말한 뒤 등을 돌렸다.

갑판 위에서 일하는 선원들만 하더라도 줄잡아 스무명은 넘었다. 승객들까지 포함하면 족히 서른은 될 것이다. 오늘 저녁까지 흑마법사를 찾아낼 수 있을까. 별로 자신이 없었다.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책상위에는 피가 잔뜩 묻은 사제복이 놓여 있었다.

'이것이 올리버가 죽었다는 증거다.'

단정한 글씨가 적힌 메모가 사제복 위에 올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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