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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폴의 서재

회귀한 동자공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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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폴
작품등록일 :
2020.05.11 19:52
최근연재일 :
2020.05.14 12:19
연재수 :
5 회
조회수 :
387
추천수 :
20
글자수 :
21,800

작성
20.05.14 12:19
조회
19
추천
1
글자
9쪽

갈취는 즐거워

DUMMY

우리는 견고하고 거대한 철문 앞에 서있었다. 멋들어진 무늬들이 양각된 데다가 주변을 횃불이 은은하게 밝혀주고 있어 꽤 웅장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오 형님. 여기가 보스 방입니까?"


"그래. 빡대가리가 봐도 알만큼 뻔하지?"


"빡대가리 말씀이십니까?"


"왜. 찔려?"


"이래봬도 수능 때 5등급이었습니다. 국민 평균 아닙니까?"


이 녀석이 5등급이라니. 나름 놀랍긴 한데 저걸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걸 보면 역시 빡대가리가 분명하다.


"크흠··· 얼른 문이나 열어봐."


"옙. 간만에 힘 좀 쓰겠습니다."


"그럼 고생하고."


나는 강태진에게 손을 흔들며 저만치 먼 곳으로 피신했다. 그 모습을 본 강태진의 얼굴이 뭐 씹은 것처럼 변했다. 나를 등진 채로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은데?


"씹··· 얼마나 조까튼 게 있길래 바로 빤스런이지? 고생은 씨벌 내가 다 한다니까. 인성 줘터진···"


"나 귀 존나 좋아!"


"헐. 그게 들리셨습니까? 헤헤···"


"뭐 그렇게 불만이 많아. 그냥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편하게 평생 돼지에 고자로 살면 되지. 안 그러냐?"


"아이고, 아닙니다 형님. 제가 배가 불렀나 봅니다."


"배가 많이 부르긴 했지. 니 사이즈면 미니멈이 세쌍둥이야. 큭큭!"


강태진은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안면 근육의 통제권을 상실한 채 철문을 밀었다.


드르르륵··· 푸화아악! 푸퓨퓨퓻- 쾅!


철문을 반쯤 열렸을 때부터 기관장치가 작동하며 지금까지 겪어왔던 함정들이 종합세트로 쏟아졌다. 열 개도 넘는 함정이 철문 근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엄청난 화력이군 그래.


나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초코바 하나를 음미하며 강태진이 걸레짝이 되는 걸 느긋하게 감상했다. 온갖 폭음에 묻혀서 잘 안 들렸는데, 강태진은 거의 발작을 하고 있었다.


"악! 형님! 저 진짜 죽는 거 아닙니까?! 오메 씨부럴!"


뚫리고, 찢기고, 구워지고, 다져지고. 내가 저깄었다면 진즉 노릇하게 구워진 동그랑땡이 되어 있었겠지? 살벌하다 살벌해.


초코바 두개를 꿀꺽했을 때쯤에야 모든 함정이 잠잠해졌다. 그 모든 공세를 몸으로 받아낸 강태진은 내장이 다 보일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지만, 잘도 나에게 절뚝절뚝 걸어왔다.


"어··· 괜찮냐?"


"형님! 저 살아있는 거 맞습니까?"


어우··· 가까이서 보니까 더 징그럽다. 걸어오는 와중에도 강태진의 상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말했잖아. 넌 죽을 수가 없다니까? 그러니까 어디 연구소 같은 데 갇히지 않게 조심해."


"고생하고 왔는데 살벌한 소리를 하고 그러십니까."


강태진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제 보스 얼굴 보러 가야지. 들어가자."


"옙."



********



덜덜덜덜덜덜-


보스 방에는 작고 귀엽진 않은 고블린 한 마리가 있었다. 이 녀석이 이번 게이트의 보스. 천재 마도학자 고블린 님이시다. 이 녀석의 가장 큰 특징은 겁이 아주아주 많다는 것이다.


강태진이 보스 고블린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껄렁거렸다.


"얌마. 우냐? 울어?"


[ 케르륵- 훌쩍! 훌쩍! ]

덜덜덜덜덜덜-


"몸은 또 왜 이렇게 덜덜 떨어? 니가 핸드폰이야? 그럼 전화를 받아줘야지."


안 그래도 강태진은 거구였다. 자기 덩치의 반의 반도 안 되는 고블린을 냅다 어깨에 메더니 귀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여보세요! 이 존만한 새끼야!"


[ 케에에에엑-!! 호에엥- ]


"이상한 소리 내지 마!"


[ 후에에엥! ]


태진이 고블린을 겁박하는 사이에 나는 방 중앙의 탁자에서 게이트 내부의 지도를 찾을 수 있었다. 나갈 때는 며칠씩 헤메지 않아도 되겠군.


"좋아 태진아. 얘 제대로 쫄았네. 반지 어딨냐고 좀 더 쪼아봐."


강태진은 내 칭찬에 더 신나서 보스 고블린의 대가리를 바닥에 몇번 쿵쿵 찍어버린 후 상냥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이 씹쌔야! 반지 어따가 짱박아놨어!"


[ 금고에 있어요! 금고에 숨겼어요! 금고! 금고! ]


"어라? 형님. 이 새끼 말 잘하는데요?"


오잉? 이건 나도 몰랐다. 얘가 말도 할 줄 아는 녀석이었구나. 뭐 가끔 말하는 몬스터도 있긴 하지.


"꺼내오라고 해."


"형님 말 못 들었냐, 이 빡대가리야!"


쿵쿵- 몇 번 더 머리를 찍힌 보스 고블린은 초점이 풀린 채 헤롱거렸다.


[ 드···드리겠습니다! ]


보스 고블린은 방 구석으로 기어가더니 색깔이 다른 벽돌 몇 개를 일정한 패턴으로 꾹꾹 눌렀다.


드르륵- 벽 한쪽이 돌아가며 숨겨진 공간을 드러내고 있었다.

[ 케케케··· 다 주글 거시다!! ]


"형님. 이 새끼 웃는데요?"


강태진은 고블린의 멱살을 잡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형님? 어디 계십니까?"


보스 방 안에는 고블린과 태진 뿐이었다. 강태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드르르륵··· 푸화아악! 푸퓨퓨퓻- 쾅!

"으아아악!"



********



보스 고블린은 최후의 수단으로 자폭을 선택했다. 그래도 그 녀석이 열었던 비밀 공간이 금고가 맞긴 했는지 비밀 공간 안에 내가 찾던 반지가 있었다. 태진은 함정에 몸이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비밀 공간 안에 반짝거리는 게 있길래 냅다 집어왔다는데, 이 정도 되면 아무리 뻔뻔하게 사는 나라도 조금은 미안해진다.

반지를 집어온 직후 금고 내부가 움직이며 벽 안 어딘가로 다시 꽁꽁 숨어버렸다나 뭐라나? 태진이 조금이라도 반지를 발견하는 게 늦었으면 며칠 동안 개고생하고 전부 공칠 뻔했다.


아무튼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반지 하나를 챙겨서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어이어이 강태진이. 믿고 있었다구~"


"형님. 아무리 그래도 말도 안 하고 빤쓰런하신 건 조금 서운합니다."


"미안하다니까. 상황이 워낙 긴박했어야지. 그래도 이 정도 고생은 반지의 가치에 비하면 엄청 싸게 먹힌 거야."


"대체 그 반지가 뭐하는 물건입니까?"


"이건 토텝의 반지라는 건데, 이걸 끼고 있으면 말이지. 몬스터를 잡았을 때나 영약을 먹었을 때 흡수되는 마나가 쩜오배로 늘어."


"예? 완전 개사기템 아닙니까?"


"그렇지. 이런 귀물이 어디 흔할까?"


오른손에 쥔 반지를 아기 만지듯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고생은 제가 다했는데 말입니다."


"야. 이게 진짜 사기인 이유는 돌려가면서 쓸 수 있어서야. 너 영약 먹을 때마다 이거 빌려주면 되지."


"오, 그렇습니까?"


"근데 너 손가락에도 살 쪘잖아. 반지가 들어가긴 하려나 모르겠다."


"쓰읍-"


강태진이 쓰게 입맛을 다셨다. 싱겁기는. 빡돌아서 한 번 끼워보면 알 거 아니냐고 했으면 재밌었을텐데. 이 반지도 아티팩트였기 때문에 당연히 크기 조절 기능이 있었지만, 쟤는 아직 모르겠지.


돌려가면서 쓸 수 있어서 토텝의 반지가 좋다? 내가 한 말이 틀린 건 아니다. 그런데 어디 영약이 개똥처럼 흔한 건가? 보통은 몬스터를 잡았을 때 5할의 마나를 추가로 얻는 것에서 이득을 보게 되니, 결국 끼고 있는 사람만 개이득이지.


토텝의 반지는 전생에서는 대한민국 BIG3 길드 중 하나인 청룡 길드가 소유했던 물건이다. 청룡 길드는 힘을 이용해서 약자들을 찍어누르며 군림하던 아주 악질인 놈들이었다. 전생에서 토텝의 반지를 얻었던 청룡 길드 놈들은 온갖 곳에서 영약을 뜯어낸 후 간부진끼리 반지를 돌려 끼워가며 영약을 먹어댄 덕에 핵심 전력들이 순식간에 강해졌었다.


본래 영약이란 건 복용하고 나면 쿨타임이 있는 법이다. 쿨타임이 돌 때마다 영약을 먹는 건 앵간한 금수저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긴 한데, 세상은 넓어서 그 짓거리를 하는 놈들이 수두룩했다.

그러면 쿨타임마다 영약을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다른 사람들은 3달에 한 번씩 영약을 먹어서 100의 마나를 축적할 수 있는데, 청룡 길드 간부들은 3달에 150의 마나를 얻었다. 이건 아주 큰 차이다. 본격적으로 청룡 길드가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건 토텝의 반지를 얻고 나서부터였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이번 생에서는 내 손에 들어온 물건이다. 한 번 끼워볼까? 반지 넣을게~


손가락에 착 감기는 게, 끼운 지도 모를 정도로 착용감이 편안하다. 그러면 손에서 반지가 빠져도 모르는 거 아니냐? 하겠지만, 내 손으로 빼기 전까지는 절대 안 빠지는 기능이 있다. 손가락을 잘라가면 또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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