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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나그네 님의 서재입니다.

희한한 사회복지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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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12월나그네
그림/삽화
12월나그네
작품등록일 :
2024.01.18 16:11
최근연재일 :
2024.04.28 01:35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146,839
추천수 :
3,198
글자수 :
832,128

작성
24.0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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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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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
14쪽

착한 일을 많이 하자

DUMMY

04. 착한 일을 많이 하자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구세군 냄비에 가지고 있는 현금을 다 넣으면 숫자가 더 보이게 되는 건지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이상하게 여길까 봐 참았다.


호정이가 로또 용지를 들고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애들아, 자 여기 보면 종이 한 장에 총 다섯 개를 할 수가 있어. 나는 돈이 없어서 두 개만 했거든.

하나에 2천 원이니까 최소, 한 개부터 사면 돼.”


나는 다섯 개 만 원어치를 모두 하기로 마음먹고,

좀 전에 나타난 번호 21을 먼저 다 표기했다. 그리고서 나머지 번호들을 모두 표기했다.


다들 술을 적당히 마시고 적당히 좋아진 기분에 로또까지도 사서 마음이 부자가 되었다.


“자아, 다들 집에 가면서 꿈을 꿔라. 난 집에만 있어서 눈치 보느라 많이 늦으면 안 되니까 이쯤 들어갈게.”


“과연 1등은 누가 될 것인가? 호정인가, 재정인가? 아니다. 내가 1등이어야지. 대박 나면 난 유학을 호화롭게 가야지.”


“아니야, 민기야. 내 주변 사람들 말 들어보면 유학이나 어학연수는 헝그리 정신이 없으면 망한단다. 고로 1등은 내가 할 게. 너는 헝그리 정신으로 어학 연수 가면 꼭 성공해라.”


우리는 서로 구매한 로또를 가슴에 간직한 채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어느덧 9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어디 당첨번호가 어떻게 되었나 확인해 볼까?


컴퓨터를 실행하는 동안 전화가 걸려 왔다.


“나다. 호정아, 집에 도착했어?”


― 내가 제일 거리상으로 가까우니 당근이지. 너, 로또 확인해 봤어?


“나는 지금 들어와서 이제 컴퓨터 켜고 있었지. 넌 확인해 봤고?”


― 쩝, 두 개 다 꽝이지 뭐. 야, 내가 불러줄 테니까 한번 맞춰 봐.


“그래? 잠시만 펜을 좀 챙겨올게.”


책상에서 굴러다니는 볼펜과 로또 구매용지를 챙겨 앉았다.


“됐어. 불러봐.”


― 번호가 11, 16, 19, 21, 27, 31이고 보너스 번호는 30이야.


“11번, 16번, 19번, 21번, 그리고 뭐라고?”


― 27, 31.


“어, 27번, 31번, 보너스 번호는 볼 것도 없고.”


― 야, 어떻게 됐어?


“번호 세 개 맞춘 것 두 개이고 나머지는 번호 하나씩 맞았네. 그럼 다 꽝이냐?”


― 아니야, 세 개면 5등이야. 네가 만 원어치 산 거 있지? 다섯 개? 그거로 바꿔주는 거야. 그니까 5등이 두 개니까 만 원짜리 두 개 생긴 거네. 야, 어떻게 두 개씩이나 맞추냐? 축하한다.


“에이, 그럼 그냥 본전치기네.”


― 나는 다 꽝인데 그게 어디야. 민기는 어떤지 전화해 봐야겠다. 너 당첨된 거 집 근처 판매소 아무 데나 가면 바꿔준다니까 잘 찾아봐.


“어, 그래. 잘 쉬어. 그리고 월요일에 되는지는 내일 내가 김 반장님한테 물어보고 알려줄게.”


― 땡큐, 잘 자라.



전화를 끊고 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못 한 채 로또 번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역시 눈앞에 나타난 번호는 미리 알려 주는 번호였었다.


주식은 전체를 알려 줬는데 왜 로또는 번호 하나만 알려 주는 거야?


정성이 부족해서인지 테스트도 해 봐야겠구나.


그런데 착한 일을 하는 걸 테스트까지 해가면서 얻어 낸다는 게 좀 속물이 되어가는 거 같은데?


돈이 없어도 착한 일을 해야 하는 건데 이 능력은 돈을 줄 테니 착한 일을 해라 뭐 그런 거네.


희한한 능력이다.


암튼 나한테 이런 능력을 준 이유는 이렇게라도 해서 돈도 벌고 착한 일 많이 하라는 걸 테니까 잘못된 일이면 다시 꿈에 나타나든가 하겠지.


나는 시험에 붙은 사람이니까.



**********


월요일 아침 일찍 양재역 4번 출구에서 호정이를 기다렸다.


너무 이른 아침이나 호정이의 성격상 늦는 건 아닌가 걱정하긴 했는데 다행히도 늦지 않게 오는 모습이 보였다.


손을 흔들어서 서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고생했다. 너희 집에서는 교통편이 불편할 텐데 어떻게 일찍 잘 왔네.”


“어휴, 춥다. 멀어서가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나오니까 훨씬 더 추워서 힘들다. 늦게 일어나서 낮에만 활동할 때는 몰랐어.”


“그렇긴 해. 깜깜할 때 나오는 게 쉽진 않아. 사람 습관이 바뀌는 게 힘들지. 안 그래도 너 늦음 어떻게 하나 걱정하고 있었지.”


“참, 우리 엄마가 새벽 일찍부터 놀러 가냐고 뭐라 하시더라. 너랑 같이 일 다니게 되었다고 하니까 나가는 것 붙잡고 밥은 먹고 가라고 하셔서 늦지 않으려고 빨리 나오느라 혼났다. 피곤하고 졸리다.”


“애썼다. 그래서 현장에서 숙식하는 게 잠도 더 많이 자고 좋은 장점이 있지. 얼른 가자. 여기 양재가 일하는 곳이 아니라 당분간 일하는 현장은 고양 일산이거든. 그래서 오늘 다 같이 이동이야.”



나는 어제 일요일에 아침에 늦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호정이가 알려 준 대로 5등을 새 구매용지로 교환하기 위해 동네 판매소에 찾아갔더니 문 앞에는 오늘이 휴일이라고 쓴 종이가 붙어 있었다.


아, 발표 다음 날은 무조건 쉬는구나.


에잇, 허탈이네. 호정이도 교환하러 다녀 본 적이 없어서 그건 몰랐나 보네. 당첨된 내가 알려줘야겠구나..


그리고, 오후에는 김 반장님한테 전화를 걸어 호정이 얘기를 했더니 잡일 보조는 괜찮다고 하셔서 호정이에게 허락받았다고 오늘 만나자고 문자를 보냈었다.


“김 반장님이 나랑 같이 일한다고 하니까 보조 일이라 야근이나 특근은 없고 낮 근무만 하게 되는데 그래도 괜찮다고 하면 딱히 상관이 없으시데. 괜찮아? 나는 숙식하면서 내가 야근이나 특근할 때 너는 컨테이너에 혼자 있어야 하는데?”


“괜찮아. 맘 편하고 좋지 뭐. 집보다 괜찮아. 그리고 야근할 때 너한테 방해가 안 되면 그냥 너 옆에서 도와줄 게.”


“그래, 너 일하다 힘들면 저녁에는 여기가 일산이라 저녁에 너 혼자라도 PC방 가서 놀아도 되지 뭐.”


“오, 그래? 그럼 굿이지 뭐.”



나는 일을 하면서 로또를 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번호 하나만 보여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주가 목표가를 알려 줄 때도 온전히 알려주지 않았을 건데, 그리고 안 보이던 숫자가 갑자기 보인다는 것은 좋은 일 기준으로 보면 구세군에 넣은 성금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로또 용지를 눈으로 보기 전에 기부나 구세군 통해서라도 성금을 좀 더 하고 나면 번호 개수가 더 많이 보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산에도 거리에 나가면 구세군이 있겠지?


돈을 찾아다 성금을 넣는 게 제일 빠를까? 아니면 인터넷으로 기부 이체를 할까?


그때, 나한테 능력을 준 뭔가도 무작정 불우이웃돕기에 돈을 많이 내라는 건 아닐 테고 내 능력도 형편에 맞게 발휘되겠지?


진짜 양심 없이 나한테 큰 능력을 주는 거 없이 내 재산을 다 도와주는 데 쓰라는 건 아닐 테니.


음, 교회 같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헌금을 얼마나 하는 걸까?


그러면, 내가 지난 현장에서 받은 돈이 이백 정도이니까 한 10만 원 정도 기부를 해보자.


이런저런 별의별 생각을 하며 로또를 떠올리기 전에 해야 할 일을 고민했다.


이틀 후

현장에서 며칠 때 힘을 쓰느라 지쳐서 점심을 먹자마자 잠든 호정이를 뒤로하고 현장 주변에 은행 ATM을 찾아갔다.


기부할 십만 원을 출금했고, 어제저녁에 호정이랑 야근 후 산책 겸 나왔다가 봐둔 구세군이 있는 곳에 가서 망설임 없이 십만 원을 넣은 봉투를 성금 함에 넣고 왔다.


사실 오는 길에 로또 판매소에 들르려고 했지만, 주중 저녁에 호정이를 데리고 가는 게 나중을 생각해서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 그냥 왔다.


“어디 갔다 와?”


“밥을 많이 먹어서인지 배도 부르고 해서 그냥 한 바퀴 돌고 왔어. 많이 힘드냐?”


“나도 안 해본 일이라 그런지 온몸에 알이 배겨서 죽겠다.”


“파스 붙여야 하는 거 아니냐? 사다 줄까?”


“야, 전역한 지 얼마나 됐다고 힘 좀 썼다고 파스냐? 아직 젊거든? 며칠 더 지나면 익숙해지겠지.”


“그럼 다행이고, 힘들면 나중에라도 파스 붙여. 그리고, 반장님이 너 잘 보셨는지 어제 왔다 가시면서 너 일 잘한다고 칭찬하시더라.”


“너 욕 안 먹게 하려고 요령 안 피고 일하느라 그렇지. 말도 마라. 장비 이동시키느라 바쁘고, 배관은 왜 그리 무거운지. 가스통도 무겁고. 나도 얼른 기술을 익혀야지.”


“처음이라 힘들기도 하고 그런 거 옮기는 게 은근 귀찮기도 해서 그렇지. 하하하. 오늘 저녁에 밥 먹고 야근하기 전에 로또나 사러 가자. 나 5등 된 거 바꾸러 가야 해서 요 옆에 보니까 판매소 있길래 거기 가려고.”


“아, 맞다. 민기도 번호 한 게 맞은 거 하나 빼고 다 꽝이라더라. 우리 중에서는 네가 1등이다. ㅋㅋㅋ”


“야, 그럼 뭐하냐 정작 된 건 5등뿐인데.”


오후 일을 하고 저녁에 로또 판매소를 찾았다.


판매소에는 주중이라 그런지 서울이 아니어서 그런 건지 이미 들어와 있는 손님은 한 명이었다.


호정이와 나는 각각 자기 용지를 챙겼고 호정이는 번호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나는 종이를 들고 번호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번호가 보이기를 희망했다.


“야, 또 뚫어지게 쳐다보냐? 나도 그래 볼까? 그럼 나도 너처럼 5등은 되려나?”


호정이는 나를 따라 종이를 위로 들고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


나는 겉으로 웃으면서 속으로는 긴장하며 번호를 떠올렸다.


이번 주 1등 번호가 무엇일까요? 나타나라. 얍!


순간,

번호 두 개가 보였다.


31, 40


오, 능력이 발휘되는 방법을 드디어 찾은 거구나.


번호가 나타난 사실보다 내가 예상한 방법으로 인해 능력이 발현되었다는 사실에 더 감격했다.


그런데 더 많이 기부해야 했던 거구나.


10만 원에 번호가 두 개.

그럼 앞으로는 30만 원 기부해 봐야겠네.


나는 교환이 되는 두 장, 총 열 개에 번호를 표기하기 시작했다.


열 개 모두에다가 31, 40을 표시했고, 나머지 번호는 생각나는 대로 골라서 표시했다.


“다 했냐? 나는 이번에도 두 개만.”


“나는 공짜로 열 개다. 사장님 여기 5등 두 개인데 교환해주세요.”


판매소 주인은 지난주 로또 구매용지를 기기에 넣어 5등 두 개를 확인하고, 내가 새로 표기한 용지를 구매용지로 바꿔 줬다.


“재정아, 오늘부터 목, 금, 토 3일간은 다시 부자 꿈을 꾸게 되는구나.”


“1등 꿈이라도 실컷 꿔라. 난 3등 꿈을 꾸련다.”


“야, 고작 3등이 뭐냐. 꿈은 자고로 이루어진다. 히뎅크 감독님 말씀 모르냐?”


“난 작고 소박하게 꿔서 안 되도 덜 실망하련다. ㅋㅋㅋ.”



처음 계획은 내가 하던 대로 매일 같이 일하고 야근이며 특근이며 계속하려고 했지만, 호정이가 힘쓰는 일에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토요일 오후까지만 일하고 일요일은 하루 쉬기로 계획을 세웠다.


물론 나는 로또 때문이라도 시간을 비울 필요가 있어서 호정이를 핑계 삼아 겸사겸사 계획을 바꾼 것이다.


우리가 일하는 배관 설비 현장에는 나와 조씨 아저씨, 호정이, 그리고 이 현장에서 처음 본 고동욱 형님이 있다.


잡일 보조를 하는 호정이를 제외하고 세 명은 각자 일주일간의 일의 양을 끝내고 각자 김 반장님한테 보고 하면 되는 일이라 언제 쉬든 크게 문제가 안 되었고, 호정이는 평일이 아닌 주말에 쉬는 것은 자유였기에 일요일에 쉰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었다.



토요일 점심.


“호정아, 나는 9동 가서 야근까지 끝내고 퇴근하니까, 조씨 아저씨랑 동욱이형 7동, 8동 배관 다 나르면 먼저 퇴근해도 돼.”


“어, 월요일에 봐.”


“그래, 수고해. 참, 돈은 총무 누나한테 오늘 것까지 해서 신청했으니까 저녁에 되면 돈 들어올 거야. 나중에 확인해 봐.”


“오, 드디어 돈이 들어오는군. 고마워.”


“그래, 부모님께 맛있는 고기 사드리고 와.”


로또에 당첨 결과가 많이 궁금했지만 쪼이다가 보는 쾌감 같은 걸 즐기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기에 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는 내내 로또 생각보다는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를 썼다.


현장에서 씻고 나오느라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자, 컴퓨터를 켜고 옷을 갈아입고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이 로또 구매용지 두 장을 나란히 책상에 펼쳤다.


어디 보자. 로또 4회차 당첨번호는···?


14, 27, 30, 31, 40, 42

그리고, 보너스 번호는 2.


우선은 당연하게도 열 개 모두에게서 번호 두 개 31, 40은 무조건 동그라미.


나머지 네 개의 번호들을 체크 해 나갔다.


5등 다섯 개.

4등 두 개의 결과가 나왔다.


아쉽다.


4등 당첨금이 얼마냐. 세금을 제한 금액을 보니 12만 원이 조금 넘었다.


한 달 넘게 주식에 백만 원 투자해서 30만 원을 번 것 보다 일주일 만에 번 25만 원 정도가 훨씬 가성비가 좋았기는 했지만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번호를 두 개는 알고 시작한 것 치고는 남들보다 당첨이 더 잘되는 느낌은 아니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당첨 결과를 검색했다.


이번 주는 1등 당첨자가 없는 걸 보면 그렇게 억울할 일도 없는데도 말이다.


차라리 사람들한테 번호 한 개에 얼마씩 받고 파는 게 더 이득인 것 아닌가?


가만, 어? 판다고?


주식처럼 카페를 만들어서 회원을 모아서 번호를 팔면 그게 더 이익인 것 아냐?


예측 번호 개수가 더 늘지 않고 당분간 계속 두 개만 보이는 거면 내가 당첨될 확률이 그리 올라갈 것도 아닌 듯한데 차라리 번호를 판매하는 게 효과적이려나?


우선 기부금을 늘려서 과연 나타나는 번호의 개수가 더 늘어나는지 알아보고 그게 아니면 또 시범 삼아서 번호 한 개 정도만 파는 카페도 해봐야겠네.


방법들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면 어느 쪽이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 알겠지. 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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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돈을 모아라 +3 24.02.05 3,969 65 17쪽
2 숫자가 나타났다. +5 24.02.02 4,359 68 13쪽
1 시험(TEST) +5 24.02.01 5,958 6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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