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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 님의 서재입니다.

선의(善醫) : 귀신 잡는 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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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01
작품등록일 :
2023.11.02 20:17
최근연재일 :
2024.01.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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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5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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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4화

 

 

 

 

관청 앞,

 

먼저 시험이 끝난 신우. 바리에게 기출문제라도 알려줄까 싶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지각 하려나.

 

이때 멀리서 보이는 꼬질이. 바리가 뛰어온다. 저곳은 집 방향이 아닌데..? 신우는 의아한 듯 바라본다.

 

“...? 아침부터 산에 다녀온거야?”

 

아차. 헥헥대며 숨을 고르던 바리의 눈이 흔들린다. 역시 신우는 예리해.

 

 

“어..으음? 어.. 그러네?”

 

“......?”

 

“...어엉.. 근데 너는 벌써 시험 다 친 거야?”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신우의 눈이 묻는다. 바리는 애써 못본 척 한다.

 

어휴, 앓느니 죽지. 왔으면 되었다.

 

“... 나야 뭐 손이 빠른 편이니까.”

 

신우는 1차 필기 시험에서도, 수습의 과정에서도 수석이었다. 친구 하나는 잘뒀지.

 

“뭐, 용케 왔으니 다행이네. 일각 뒤면 시험이란다. 어서 들어가봐.”

 

“헤헷, 고마워!!”

 

바리는 모른 척 넘어가주는 친우가 고맙다. 슬쩍 제 속내를 표하곤 시험장에 들어가던 중. 울상을 짓고 도로 나온다. 신우야 나 어떡해.

 

“왜 다시 나와?”

 

“...의료도구함..”

 

“...? 의료도구함이 뭐?”

 

“안 가져왔어.”

 

“뭐?!”

 

전쟁터에 창,칼 안가져가는 군사 봤냐?! 신우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이내 통곡 직전인 바리의 표정을 보고 잔소리를 멈춘다.

 

아 지금은 이럴게 아니구나. 이 동네에서 달리기는 내가 제일 빠르다. 신우는 달릴 준비를 한다.

 

“내가 너네 집에 빨리 다녀올게. 내가 뛰면 반각도 안걸려.”

 

“...”

 

아니야. 그거 집에 없어. 우물거리는 바리. 신우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표정을 보아하니 예삿일이 아님을 눈치챈 모양.

 

“무슨 일인데? 뭘 알아야 도와주지.”

 

“나 사실 어제...”

 

기어가는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말하는 바리. 이제 어쩌냐며 울먹인다. 신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제 가방을 뒤적인다.

 

“너답다... 일단은 내꺼 써. 난 시험 끝났으니까... 도구함에 이름까지는 확인 안하더라.”

 

“그러다 너한테까지 불똥튀면 어쩌려고?”

 

“잊었나본데.. 나 수석이라 이미 합격이야. 2차시험은 그냥 형식적인 거라고.”

 

그래도... 미안해서 주저하는 바리. 신우는 바리의 손에 제 의료도구함을 쥐어주며 등을 떠민다. 빨리 들어가.

 

“고마워..”

 

“시험이나 잘 봐.”

 

 

 

***

 

 

 

된바람이 부는 황량한 길가, 해가 떠있음에도 그 빛이 시리다.

 

생명체라곤 보이지 않는 이곳에 나타나는 유일한 움직임. 강림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본다.

 

“...아,”

 

[사람이라 그렇습니다.]

 

밤새 그 자한테 시달려서 그런가. 그 목소리, 귀에 인이 박힌 듯하다.

 

[저가 제 것을 미처 못 아껴주었다면, 저 대신 아껴줘야 할 ‘사람’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터-엇.

 

발걸음을 멈추는 강림. 인이 박힌 곳이 귀가 아닌가보다. 강림은 이마가 뻐근한듯 잠시 멈춰서며 그곳을 문지른다.

 

제게 딱밤을 날리고 약초를 물리던 요망진 놈. 일국의 왕자로 태어나 감히 제게 딱밤을 날린 자는 없었다.

 

아... 한 분..

 

“그놈 참..”

 

생각하기도 아까워 잘 꺼내지 않던 분까지 생각나게 한다. 강림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이 망둥이 같은...

 

 

“강림님-!”

 

저를 부르는 소리에 강림은 근처를 다시 한 번 살펴본다. 멀리서 말을 타고 오는 수하들이 보인다. 강림은 그들을 발견하자 웃음기를 거둔다. 모두 무탈한건가.

 

강림 앞에 선 수하들은 서둘러 말에서 내린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악귀에 당한 상처라면 당장 군의원이 없어 곤란한 터. 제발... 비형은 걱정어린 표정을 짓는다. 강림은 짧게 답했다. 그보다 군의원이 우선이었다.

 

“괜찮다. 군의원은 어찌되었나?”

 

올것이 왔구나. 대답없이 고개를 떨구는 비형. 강림은 알아들었다는 듯 더 말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모습에서 예상은 갔다. 허나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다.

 

“가지.”

 

강림은 굳은 표정으로 말에 올라탄다. 몸이 성치는 않은지 절뚝거린다. 그 모습을 본 비형은 저가 모시겠다 말한다.

 

...그대와 같은 말을?

 

곰 같은 체격. 강림이 말없이 비형을 쳐다본다. 잠시간의 눈빛 교환을 마치고, 그 뜻을 읽은 비형은 고개를 숙인다.

 

먼저 떠나는 강림. 비형은 곧바로 따라나선다.

 

그리 질색하실 건 아니잖습니까, 주군.

 

 

 

***

 

 

 

몇 시진 뒤

 

관청 앞,

 

바리가 시험을 다 보고 관청에서 나온다. 신우는 바리가 걱정되어 그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하여튼 한시도 눈을 못떼게 하는것도 재주라면 재주야.

 

“신우야-!”

 

밝은 목소리. 인상을 구기고 있던 신우가 한순간에 밝아진다. 어째 잘 된 것 같네.

 

“시험은? 잘 본 거야? 별일 없었어?”

 

“그러엄!”

 

바리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누군 속이 바짝 말랐는데 말이지. 참으로 부러운 성격이네. 신우는 고개를 저으며 바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너 덕에 살았어! 내가 가는 길에 물고기 구워줄게! 아버지가 오늘 통발 걷어오라고 하셨어.”

 

너가 구워준다지만 결국 내가 하겠지. 그래, 가자.

 

바리는 신우의 속도 모르고 쫄래쫄래 따라간다.

 

 

*

 

 

근처 시냇가,

 

한창 낚시를 끝낸듯 도구들이 널브러져있다. 그 옆에 발장구치는 바리.

 

“자, 조심히 먹어.”

 

“헤헹... 물고기~”

 

오늘은 기어코 제가 하겠다더니 통발에 있던 물고기를 죄다 날린 터다. 신우의 눈썹이 한껏 올라갔으니 얌전히 있어야 할 것이다.

 

앗뜨..

 

“조심하라니까.”

 

어째 말을 해줘도 넌. 바리가 들고있던 꼬치를 다시 가져가는 신우. 툴툴거리면서도 식으라고 후 불어준다.

 

“고마워!”

 

신우 없으면 어찌사냐는 아버지 말이 생각난다.

그러게요 아버지. 아버지는 늙어 죽을때까지 내 뒤치다꺼리 하겠어.

 

한편, 신우는 저와 똑같이 먹는데도 입가에 검댕을 묻히는 바리가 신기하다. 저 입은 도대체 어찌 된 입이냐. 신우의 눈이 바리의 입술에 간다.

 

“......”

 

저러다 터지겠네. 입술이... 헉. 신우는 정신 차리려 고개를 흔든다.

 

“커흠.. 근데 말이야...”

 

“냠.. 음..?”

 

“시험도 끝났는데 이제 뭐 할거야?”

 

“..글쎄... 의원 되기 전 까진, 아버지 심부름 하고 있어야지?”

 

“벌써부터 확신하는거냐?”

 

“그러엄~!”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냐 하고싶지만. 사실 신우가 보기에도 바리는 충분히 의원이다.

 

자신이야 호승심에, 뒤쳐지기 싫다며 밤새 공부했지만... 얘는 그것도 아닌데. 천의(天醫)가 따로 없다.

 

너 여기 묻었다. 바리 입에 묻은 검댕을 닦아주며, 신우는 제 몫의 꼬치도 넘겨준다.

 

바리는 자연스럽게 꼬치를 넘겨받는다. 신우는 그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근데 넌 의원이 아니었으면 뭘 했으려나?”

 

“흐음....”

 

잠시 생각에 잠긴 바리. 이내 모른다고 답한다. 그래 그게 너지. 바리는 뒤가 없다. 신우는 낚시도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손에 꼬치를 꼭 쥔채 그 모습을 관망하는 바리. 오늘따라 신우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무슨일 있던 건가?

 

잠시간 생각이 잠기던 바리. 이제 성년이라 신우가 생각이 많아졌나보다 생각하며생각을 흘린다.

 

그리곤 다시 꼬치에 집중한다. 그러다 불현듯 생각난 일. 바리는 후다닥 신우를 바라본다.

 

“혹시... 어머니 더 안 좋아지신거야?”

 

“? 아니야. 어머니야 늘 똑같으시지... 요즘엔 늦기 전에 빨리 장가가라신다.”

 

아, 이 근방에서 신우는 일등 신랑감이었지. 제게 아비나 오라비같아 거기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신우도 제 짝을 만나야 할 텐데.

 

이 동네 저 동네 할 것 없이 혼기가 찬 처녀들은 대부분 신우를 좋아했다. 저가 그냥 허허 웃고 넘겨서 그렇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건 흠도 아니었다.

 

오히려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효자라고 부모님들도 좋아했다. 중매쟁이들이 신우 어머니께 와서 넌지시 혼인 이야기 얹는 걸 저가 한두번 본 것이 아니다.

 

그 중매쟁이들이 겸사겸사 저에게도 말 붙이러 왔었다는 건 모르는 바리였다. 누구씨가 절대 사수해서 그렇지.

 

*

 

통발을 걷고 돌아오는길,

 

뭔가 찜찜함이 가시질 않는다.

 

“바리 너 이노무자식!!”

 

아! 나 외박했지? 이건 꿀밤으로 끝날 일이 아닌데..?!

 

바리는 싸리비를 들고 뛰어나오는 아비를 발견한다. 아이코, 그대로 줄행랑이다. 그때 제 뒷덜미를 잡는 다부진 손.

 

“어딜가.”

 

신우야 너 이럴거냐. 우리가 그동안 나눈 우정을 생각한다면 너가 이러면 안된다!

 

그저 한숨만 쉬는 신우. 안 봐도 뭐라는지 빤하다. 신우는 아버지 편에 서서 바리를 아주 혼쭐내고 싶었다.

 

“뒤에 있어.”

 

낮은 목소리로 바리만 듣게 이야기 하는 신우. 어쩌려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지금 아부지 눈에 뵈는게 없으신데..?

 

바리의 예상과 달리. 신우가 바리 앞을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자,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으로 멈춰서는 팽 의원.

 

“신우야 비켜라. 그러다 애먼 너가 맞는다.”

 

“그.. 그래... 그건.. 그래.”

 

“넌 뭘 잘했다고!”

 

팽 의원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자 그를 진정시키려는 듯 앞으로 나서는 신우. 바리 너 이번이 마지막이다. 신우가 팽 의원 몰래 바리를 째렸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뭐냐?”

 

“오늘이 시험일인지라.. 함께 공부하다보니 밤을 새웠습니다.”

 

“너 밤샜어?!”

 

아 좀. 바리는 거짓말에 소질이 없다. 그 덕에 신우는 팽 의원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는다. 

 

“말도 없이 외박해서 죄송합니다. 헌데 사실입니다. 관청 기록에 보시면 제 이름이 남아있을 것입니다.”

 

신우가 쏜 무언의 눈빛에 깨갱하는 바리. 신우는 바리의 머리를 잡고 내리누른다. 빨리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

 

“...크흠..”

 

팽 의원은 무언가 찜찜하지만 신우가 한 말인지라 더 의심을 하진 못한다. 그래.. 관청에 이름도 남겼다니 뭐.

 

“저희가 마음이 급해서 심려를 끼쳤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깔끔하고 완벽한 사과. 여기서 말을 더 했다간 모양이 이상할 터. 팽 의원은 알겠다며 싸리비를 내린다.

 

그래도 괘씸은 하다. 팽 의원은 집으로 들어가려다 도로 와서 바리에게 꿀밤을 놓는다.

 

“아얏, 알겠다면서 왜 때려요!”

 

그냥 혼나게 둘걸.

 

 

*

 

 

신우 덕에 그리 혼나진 않았다. 바리는 아비 눈치를 보며 집으로 슬그머니 들어온다.

 

휘릭-

 

움찔.

 

“왜... 왜그래요...?”

 

지레 찔린 바리는 도로 신우 뒤로 숨는다. 그러게 죄 짓고 사는거 아니랬다.

 

“밥은.. 먹은 모양이네.”

 

밥이라도 주랴 물으려다 입술이 반질한 것이 눈에 보인다. 보나마나 또 통발 털어 먹었겠구만.

 

“저.. 아버지, 바리가 통발 걷어왔습니다.”

 

팽 의원의 의중을 눈치 챈듯. 신우가 때 맞추어 물고기가 가득 찬 통발을 건넨다.

 

“...통발을... 털어왔다고?”

 

“걷어왔다고, 아부지. 이제는 청력까지 떨어진 겁니까?”

 

“저놈이!”

 

“끼앗, 신우야!”

 

다시 신우 뒤로 후다닥 숨는 바리. 아 귀여워. 신우는 제 눈에 씌인 콩깍지에 웃음이 터진다.

 

신우의 웃음에 팽 의원도 웃고 만다. 중증일세 저놈도.

 

“...헤헤..”

 

바리는 두 사내의 웃음에 영문도 모른채 따라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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