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컴컴한 어두운 방. 침대 한편에 무표정한 모습의 한 사내가 지친 듯 앉아 있었다.
짙은 음영 사이로 소년인 듯 청년인 듯한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한참을 멍하니 있던 사내가 갈라지듯 마른 소리로 말했다.
“상태 체크.”
[현재 사용 가능한 에너지는 25%이며, 손상률은 몸통 4% 왼팔 32% 오른팔 11% 하체는 왼쪽 오른쪽 각각 27%, 33%입니다. 외피는 나노스킨으로 자가수복중에 있으며, 외피수복까지는 2일, 내부 손상 수리 완료까지는 7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친절한 여인의 음성이다. 하지만 사내는 이 소리를 누구보다 증오했다.
“크···젠장···”
사내가 억눌린 신음성을 내뱉었다. 외상이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다.
그때, 갑자기 울리는 전화 한 통.
국장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사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자네가 한 번 더 나서 줘야겠어.”
“그······꼭 제가 필요합니까?”
“힘든 것 이해하네. 장소는 문자로 보내지.”
“알겠···습니다···”
말은 부탁이지만 거절할 권한은 없다. 빌어먹을 Ai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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