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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되고 싶으십니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꾸꾹
작품등록일 :
2021.12.10 19:59
최근연재일 :
2021.12.11 18:00
연재수 :
2 회
조회수 :
70
추천수 :
0
글자수 :
10,143

작성
21.12.10 20:30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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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프롤로그

DUMMY

존재하기만 할 뿐인 방관주의자.


내게 있어서 신이란 그런 존재다.


‘신은 언제나 당신 곁에 있습니다.’

‘신께서 당신을 구원하리니...’


개소리다.


이상과 의존으로 젖어있을 뿐인 구절.


어렵지 않게 주워들어 본 이 말들을 나는 믿지 않는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야 김뺑! 물 떠와.”


퍽!


(이딴 일들은 진작 사라졌을 테니까.)


뒤통수를 정확히 노려 ‘퍽’하고 부딪힌 플라스틱 컵이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발뒤꿈치 쪽에 멈춘 컵을 줍자, 거북한 목소리가 내 귓속으로 들어온다.


“한 잔 가득 떠와라~.”

“미친ㅋㅋㅋㅋ쉬는 시간 끝나기 1분도 안남은 때에 그런 걸 시키냐?”

“시켜야지~달달한 쉬는 시간이 끝나가는 이 아쉬움을 달래줘야 할 거 아니야.”

“하긴 ㅅㅂ. 무슨 방학식을 2교시나 하냐?”


하도 시달려온 탓일까.


여태 시달려온 학폭이 이젠 괴롭기보단 무념무상의 마인드로 받아들여졌다.


(이 상황에도 들뜨는 나도 참...)


방학식을 마치면 한 달간 저 놈들을 만날 일이 없다는 생각에 내심 기쁨이 마음에 자리잡았다.


“여기 물...”


잔을 내민 손에서 뭔가 부딪힌 통증이 느껴졌고, 한 컵 가득 담긴 물이 내 얼굴을 덮쳤다.


“깨끗이 세수해라. 그 어둑한 인상 꼴 보기 싫다ㅋㅋㅋㅋ.”

“.....”


우리 반의 일진 대표가 휘두른 오른쪽 다리.


까딱이는 그의 발을 바라보다 시선이 아래로 내려졌다.


(그러네....언제 이렇게 어둑해졌지?)


젖은 바닥에 비친 내 얼굴은 입학 시기의 증명사진과 크게 비교될 정도로 어두웠다.


입학한 지 몇 달 지났다고...


“자아. 다들 자리에 앉아라.”


남은 1교시를 마저 진행하기 위해 담임이 교실로 들어왔다.


일진무리들을 포함한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나 역시 자리로 몸을 돌린다.


(모르시는 걸까, 아님 모르는 척하시는 걸까?)


한심한 생각이다.


학폭 당한다는 얘기를 직접 말씀드리지도 않았으면서 이런 생각을 가진다는 게...


(그럼 이제 와서라도 꼬질러?)


그리 쉽게 풀린다면, 예나 지금이나 학폭 소식이 뉴스에 거론될 일은 없었겠지.


결국은 버티는 게 답이다.


(50분만 버티면...)


툭.


잠을 자는 척 고개 내리며 시간을 때우던 중, 담임 눈을 피해 내 머리로 날아온 종이뭉치.


다 쓴 1학기 교과서를 찢는 소리와 일찐들의 웃음소리가 내 귀를 후볐다.


***


끼이익--쿵!


“하아아....드디어 자유다.”


늘 상 거슬렸던 마당 철문 소리가 유독 반가워진다.


“마당 밟는 것부터가 두근두근 거리네. 이게 방학인가?”


지겨운 학교생활과 작별인사 한 탓인지 뭘 해도 신이 난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가방을 거실에 내팽개치고는 침대를 향해 다이빙.


매트릭스의 푹신함을 만끽하며 벽면에 걸린 달력을 바라봤다.


“한 달 간의 자유라...”


한 달 하고도 1주 동안 이 지겹고 칙칙한 교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


매점셔틀, 물셔틀로부터 해방이다.


하교하자마자 일진 패거리들이 묻혀댄 교복의 얼룩들을 지울 필요가 없다.


용돈 뺏길 걱정도 없다.


아침마다 맞을 부위를 미리 붕대로 감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이유로 방학을 고대했다 생각하니 내 팔자도 참 하찮다.”


침대에서 일어나 교복을 벗어던지고 옷장에서 사복을 꺼내던 도중, 뱃속이 자그맣게 울렸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았네.”


부엌으로 향해 냉장고를 열어보자 미간에 주름이 저절로 잡혀졌다.


“하--씨. 장본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텅 비었냐.”


평소 먹는 게 소식이라 해도 지금 있는 거라고는 한 컵 양의 우유와 생수 한 통이 전부.


한숨을 내쉬며 지갑을 열어보지만 지갑 역시 냉장고와 같은 처지였다.


“맞다. 오늘도 털렸지....”


또 한 번 숨을 내쉬고는 서랍을 열어 미리 뽑아두었던 현금을 챙겨 장을 보러 나섰다.


***


“감자에 당근, 설탕 그리고 세제까지....”


빵빵해진 두 봉투를 훑어보며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봉투만 찢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옮기겠는데.”


시장을 한참 둘러 필요한 것들을 사다 보니 양손의 무게가 상당하다.


“아오! 너 때매 또 졌잖아!”


그때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움츠려졌다.


교내에서 질리도록 괴롭힌 일진 무리들이었다.


익숙해졌다 생각했던 그들의 공포심이 도져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기다!)


노을빛에 짙은 그림자로 드리워진 골목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러니까 쉴드 칠 타이밍을 잘 잡았어야지!”

“아니, 니 캐릭 스펙이 그리 낮을 줄은 몰랐다고.”


게임에 진 것을 서로에게 탓하며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그들.


대강 들어보니 PC방에 다녀오는 것 같다.


(하아....다음 버스를 타야겠네.)


버스를 기다리는 일진들을 보며 한숨을 나지막하게 내쉬었다.


시간을 확인하고 싶던 그때, 바지주머니에서 ‘웅-’하는 진동 소리에 핸드폰을 꺼냈다.


[엄마] 2021. 07. 17

미안해 아들. 이번에도 집에 들르지 못 할거 같구나. 집에 남겨둔 카드에 돈 보내줄 테니까 맛있는 거라도 사 먹으렴.


(이번에도 역시나....)


그 동안 엄마에게서 왔던 이전 문자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엄마] 2021. 07. 11

아들. 엄마 먼저 집에 들어왔지만, 일이 생겨서 곧바로 나가봐야겠구나. 밥은 다음에 같이 먹자.


[엄마] 2021. 07. 08

야간 일정이 잡혀서 집에 못 들어가겠구나. 아침에 카드 놓고 갔으니까 끼니 놓치지 말고. 알았지?


놀랍지도 않다. 한 두 번이어야지.


스튜어디스라는 직업 특성 상, 집을 비울 일이 많은 우리 엄마.


이 문자들을 언제부터 적응하게 된 건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엄마는 약과지. 아빠는....”


어느 외국인의 주치의로 활동 중인 아빠.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 외국인 한 명 보살피겠다고 1년 넘게 얼굴 한 번 안 비추고 있다.


심지어 연락조차 오질 않고 돈만 보낼 뿐인데, 이 정도면 엄마는 아주 양호한 수준이다.


“야. 그것보다, 김뺑 그···이름이 어떻게 되더라?”

“몰라. 김···승범 이었나? 아니면 세진?”


김지훈이다 이 개자식들아.


정성기

이강진

한유희


1학기동안 부지런히 괴롭히던 저 가해자 셋이 아직도 내 이름을 모른다니.


뭐 하기야, 쟤들 입장에선 나에 대해 알 필요도 없겠지.


“아무튼, 너네 김뺑 집 어딘지 아냐?”

“--!!”


일진무리들만이 부르는 내 별명도 모자라, 이강진이 내 집 주소까지 언급했다.


“몰라. 근데 그건 왜?”

“벌써부터 용돈이 쪼들려지니까. 알바하기도 ㅈ나 귀찮은데, 녀석 지갑으로 퉁 칠까 싶어서.”

“얌마. 그거 범죄야 이 새끼야.”

“뭐가? 평소 하는 거랑 비슷하잖아.”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어처구니없다.


정류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저리 대놓고 말할 줄은...


어차피 집 대문 옆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집 근처에는 경찰서도 있으니 주거침입은 걱정할 거 없지만....


“아, 됐어! 꿀 같은 방학에 그 새끼 얼굴 보고 싶냐?”


핸드폰으로 쇼핑 둘러보던 한유희가 역한 표정으로 거부반응을 보였다.


“하긴, 그것도 그렇지.”

“야 버스 온다. 내일 약속 잊지 마라.”


일진 세 명이 버스에 탑승하고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골목길에서 나왔다.


정류소에 가보니 놈들이 버스 타고 간 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정도조차 구분 못하나 보네.”


이 와중에 겁먹지 않고 놀래기만 하는 나도 참 어처구니없는 녀석이다.


***


장을 다 보고 집에 돌아오자 시간은 저녁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훈은 장 본 식재료를 활용해 저녁을 적당히 때운 뒤 방으로 향했다.


곧장 컴퓨터를 켜 인터넷에 접속한 지훈은 그의 몇 안 되는 낙을 즐기기 시작했다.


「에이치 하이! 안녕하세요 여러분~!」


미리 사뒀던 팝콘을 꺼내 인터넷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많은 채팅들이 차례로 올라갔고 지훈도 채팅을 입력해 스트리머에게 인사했다.


<두두둥님이 1,000원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룽미님 보고 싶었어요ㅠㅠㅠ-


<kdkdgg님이 2,000원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뭐야뭐야. 이제 오는 거야?-


<허울쩍님이 10,000원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누님. 오랜만이에요!!-


스트리머 룽미를 향한 인사말과 기부금액이 줄지어 올라왔다.


「어이구~저도 보고 싶었습니다! 감기가 예상보다 오래가더라고요ㅠㅠㅠㅠ」


특유의 귀여우면서도 성숙한 목소리가 이어폰을 통해 전해졌다.


목소리와 함께 화기애애한 채팅을 보며 지훈의 입고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그래. 이게 바로 친목이지.)


서로를 환대하며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이 지훈의 숨을 트이게 해줬다.


학교에서의 따돌림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이 이 방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언젠가 회장이 되고파님이 500,000원을 기부해 주셨습니다.>

-룽미야! 너무 보고 싶었던 탓에 자꾸 지갑을 열려져~!!-


「어머!! 언젠가 회장이 되고파님 500,000원!! 너무너무 감사해용~!!」


500,000원이라는 거금이 룽미의 목소리 톤을 올렸고, 채팅 분위기를 한 순간 뜨겁게 달구었다.


“10,000원까지는 이해하겠는데, 500,000이라니....”


팬심에 기부하는 맘은 알겠지만 눈에 비춰지는 거금 앞에서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뭐, 채팅만 할 뿐 후원을 하지 않는 내가 따질 입장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방송 콘텐츠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고 시간은 어느덧 밤 11시가 훌쩍 넘었다.


「에구구. 오늘 다들 이렇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저는 이만 자고 싶네요~. 모두들 편안한 밤 되세요. 안뇽~!]


방송이 끝나고 이어폰을 빼자, 방 안의 정적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으음...방송은 끝났지만 지금 자기에는 너무 아쉬운데.”


지훈은 잠깐의 뜸을 들이더니 서랍에 넣어둔 지갑을 챙겼다.


“편의점이나 가자.”


슬리퍼를 대충 신고는 유유히 밤길을 나섰다.


***


“허억...허억!”


인적 없는 어느 공사장 한편.


한 남자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달리고 있었다.


힘겹게 뛰어가던 그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덮쳐들자, ‘콰앙-’하는 소리가 공사장 안을 울렸다.


“하! 이 새끼 드럽게 끈질기네. 좋은 말 할 때 넘겨!”

“크윽!!”


쓰러진 남자의 등을 짓밟고 있는 또 다른 남자.


좋은 말 할 때 넘기라는 말과는 달리, 남자는 이미 폭력을 휘둘렀다.


“이해할 수 없네. 그냥 넘기면 편해지잖아? 이왕 사는 거 편하게 살아야지 왜 이렇게 고집을 피워?”

“ㄴ, 너 같은 게...!”

“니가 이러니까 니 동생은 아직도 그 꼴인 거야.”

“!!”


순간 감정이 격해지더니 쓰러진 그의 등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가 주춤이는 틈을 노려 그의 압박을 벗어나 반대편으로 신속히 달려 나갔다.


“큭, 저게...!”


또 다시 거친 숨을 토해내며, 누군가를 향한 도움을 빌었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작가의말

돌아왔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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