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슥슥 님의 서재입니다.

내 특성 음향사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슥슥
작품등록일 :
2019.03.13 23:35
최근연재일 :
2023.10.28 22:0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255
추천수 :
5
글자수 :
20,891

작성
23.10.21 16:40
조회
31
추천
1
글자
11쪽

3화: 피리 부는 사나이(2)

DUMMY

다행히 내가 공복에 쓰러지기 전에 제니가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제니가 가져다준 식전 빵을 급하게 입에 쑤셔 넣었다.

분명 게임이지만 느껴지는 공복은 현실이었다.

그렇게 차례로 나온 수프, 스테이크, 볶음밥을 끝으로 수저를 내려놓았다.


[음식을 섭취했습니다.]

[공복이 줄어듭니다.]

[현재 공복은 0입니다.]

[이 이상 음식을 섭취할 수 없습니다.]


배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아쉽게도 음식의 맛은 아직 완전히 재현하지 못한 듯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아주 미세한 차이였기에 의식하지 않으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 디저트랑 마실 거는 서비스에요!”


“고마워 제니.”


“헤헤.”


배시시 웃는 순진한 미소가 퍽 귀엽게 느껴졌다.

여동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남동생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디저트로 나온 푸딩을 합 입 퍼먹었다.

어째서인지 다른 음식들과 다르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여태껏 먹은 푸딩 중 최고의 맛이었다.

달콤함과 살살 녹는 식감에 절로 입가의 미소가 지어졌다.

푸딩을 다 먹어 갈 때쯤 귓가에 잔잔한 건반 소리가 울렸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가게 중앙 홀에 밴드로 보이는 사람들이 합주하고 있었다.

보컬, 피아노, 드럼, 기타로 이루어진 가장 정석적인 밴드 구성이었다.


“오늘도 제시의 여관을 찾아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도 달려봅시다!!”


여성 보컬이 분위기를 잡으며 피아노가 음향을 키우며 경쾌하게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드럼과 기타가 들어오며 순식간에 잔잔하던 여관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커피를 마저 홀짝이며 밴드의 공연을 감상했다.

약 1시간 정도 공연이 진행되었다.


“아쉽지만, 다음 곡을 끝으로 마무리할게요. 슬슬 힘드네요. 마지막 곡은 늘 그렇듯 손님과 함께 진행하겠습니다. 오늘은···”


보컬은 손님들을 쭉 둘러보더니 이내 나를 바라보고 갈색 눈동자를 반짝였다.


“혹시 다음 곡, 같이 해주시겠어요?”


띠링!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


[비올라 밴드]


제니의 여관에서 주마다 공연하는 비올라 밴드는 매일 공연 마지막에 손님을 초청해 함께한다.

그들과 함께해 다른 손님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아라.


난이도: F


제한 시간: 10분


조건: 1개 이상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어야 함.


보상: 헤대세 마을의 명성 +10, 경험치+10, 재능 +10, 손재주 +10


+/+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N)]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흔쾌히 하겠습니다. 잠시 악기를 가지고 내려오겠습니다.”


공연을 보는 동안 계속해서 손이 근질거렸다.

아마 퀘스트가 뜨지 않았더라도 고민하지 않고 제안을 수락했을 것이다.

2층에서 빠르게 바이올린을 가지고 내려왔다.

보컬은 내 악기를 보고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저는 비올라라고 해요. 바이올린이라···. 재밌겠네요.”


손을 맞잡으며 답했다.


“잘 부탁합니다.”


“네.”


간단히 다른 밴드원들과 간단한 눈인사를 나누었고 비올라는 내게 악보를 건넸다.

오랜만에 보는 악보를 빠르게 훑었다.

전체적으로 신나는 곡이었다.

몇 번 바이올린을 들고 음을 치며 감을 잡았다.


“슬슬 해도 될까요?”


비올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마지막까지 신나게 달려봐요! 다들!! 갑니다! 원 투 원투 쓰리 포!”

손님들의 환호성과 함께 드럼과 피아노 기타가 한 번에 들어갔다.

신나는 분위기 속 보컬이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전주와 악보만 있으면 충분했다.


[‘초급 연주 Lv. 1이 발동됩니다.]

[악기를 연주합니다.]

[‘특성: 음향사(音響師)’가 반응합니다.]

[‘음악’의 대한 재능이 더해집니다.]

[어색한 동작을 바로잡습니다.]


바이올린을 켜는 동안 나는 음악과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그렇게 느껴졌다.

잠시 다른 세계의 빠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한 곡을 연주하는 그 시간이 내겐 황홀함의 연속이었다.


[‘연주’를 성공적으로 무리했습니다.]

[패시브 ‘초급 연주’의 레벨이 1 상승합니다.]

[당신의 연주의 다수의 관객이 환호합니다.]

[재능 3이 상승하셨습니다.]

[손재주 3이 상승하셨습니다.]


연주를 끝났을 때 숨이 거칠었다.

꽤 진심으로 연주한 모양이었다.


짝, 짝. 짝짝짝짝


“와아아!!! 대박이잖아!!”


손님들의 환호성과 박수 세례가 쏟아졌다.

퍽 만족스러운 광경이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헤대세’ 마을에 당신의 명성이 10만큼 퍼집니다.]

[‘뮤’ 왕국에 당신의 명성이 1만큼 퍼집니다.]

[재능 10이 상승하셨습니다.]

[손재주 10이 상승하셨습니다.]

[경험치 10을 획득하셨습니다.]

[레벨 1이 상승했습니다.]

[모든 피로도와 공백을 회복합니다.]

[10개의 능력치 보너스가 추가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비올라 밴드였습니다!!”


***


공연이 끝나고 분위기에 휩쓸려 비올라 밴드와 술자리를 가지게 됐다.


“짠!”


5개 맥주잔이 부딪치며 맑은 유리 소리가 울렸다.


“동갑인 거 같으니까 말 편하게 한다. 너 이름이 뭐야!”


공연을 마치고 한껏 들뜬 비올라가 물었다.

다른 밴드원들도 궁금한지 별말 없이 내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신이라고 해. 오늘 덕분에 즐거웠어.”


“난 비올라 밴드에서 보컬을 맡은 비올라라고 해. 옆에는 피아노를 맡은 히르야.”


차랑거리는 백단발이 독보적인 연약한 보이는 소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반가워. 피아노 잘 치더라.”


“고마워···.”


히르는 좀처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개를 떨궜다.

제대로 대화하지 못하는 히르를 대신해 비올라가 말을 이었다.


“얘가 원래 낯을 좀 많이 가려. 저기 근육 짱짱한 애는 드럼이고 그 옆에 금발이 샌님처럼 생긴 애는 기타.”


탄탄한 근육과 흑색의 올백 머리의 살짝 무서운 인상이 특징인 남성이 손을 내밀었다.


“반갑다. 지크라고 한다. 비올라가 말했다시피 드럼을 맡고 있어. 바이올린을 그렇게 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손을 맞잡으며 답했다.


“너도 한 솜씨 하던데.”


“생각보다 훨씬 맘에 드네. 뭣하면 같이 밴드 해볼 생각 없냐?”


“생각해볼게.”


“쳇 바로 안 넘어오는구먼.”


“지크 너 같으면 별 돈벌이도 안 되는 소규모 밴드가 하고 싶겠냐? 반가워 신. 난 제프라고 해. 기타를 맡고 있어. 제프의 말은 크게 신경 쓰지 마! 어차피 그냥 던져보는 말일 테니까. ”


화목한 분위기를 보고 있자니 씁쓸함이 느껴졌다.


“여유만 있다면 같이 했을 거야. 아직 그럴 여유가 없어서.”


정말로 마음과 같아서는 게임을 즐기며 이들과 같이 밴드로서 활동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멈춰서 자기만족으로 그치기에는 내 마음이 아직 너무 무거웠다.


“그렇게 생각해준다면야. 네 자리는 남겨둘게, 우린 언제나 여기 있으니까. 여유가 되면 언제든지 돌아오라고! 너 정도의 실력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니까.”


“그럼.”

“당연하지!”


“맞아···.”


그렇게 비올라 밴드와 말을 트며 처음 경험하는 술자리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경고! 경고! 외부 신체의 충격이 감지되었습니다.


-재천아, 밥 먹어라.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술잔을 내려놓았다.


“아쉽긴 한데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들어가!”


“다음에 또 보자고!”

“조심해서 들어가.”


“안녕···.”


비올라 밴드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여관 2층으로 올라가 배정받은 방에 들어가 침대에 앉아 손가락을 원을 그리고 아래로 내렸다.


[메뉴를 불러옵니다.]


―――――――――――――――

*상태창

*설정

*로그아웃

―――――――――――――――


앞에 뜬 창에 로그아웃 버튼을 클릭했다.


[세이프존이 아닌 다른 곳에서 로그아웃할 경우 캐릭터가 1시간 동안 무방비 상태로 방치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종료하시겠습니까(Y/N)]


여관은 세이프존에 속했기에 별 망설임 없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움직였다.


[게임을 종료합니다.]


시야가 어두워지며 이내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를 감싸고 있던 1세대 버츄얼 스테이션(Virtual Station)을 벗고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당연하지만, 게임 안에 있을 때와 다르게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저 몇 시간 정도 게임을 했을 뿐인데도 심각한 괴리감이 몰려들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거실에 식탁에 어머니와 마주 앉았다.

아버지는 오늘도 야근하고 들어오시는 모양이었다.

어머니와 식사하는 동안 단 한 마디에 대화도 없었다.

그저 이따금 음식을 먹는 소리가 넓은 거실에 조용히 울려 퍼졌다.

밥을 다 먹고 어머니는 수저를 내려놓으며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시선에서 걱정, 슬픔, 안도 등 다양한 감정들이 느껴졌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그저 어머니를 바라보며 대답할 말을 찾았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설거지하고 있을 테니 다 먹으면 그냥 식탁에 두고 가. 아들.”


어머니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주방으로 향했다.

남은 밥을 먹고 그 자리에 앉아 고민한 끝에 겨우 대답할 말은 찾았다.

간신히 먹은 그릇들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벽을 짚으면서 빈 그릇을 들고 오는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래며 내 손에 들린 접시를 빼앗듯 가져가셨다.


“그냥 두라니까. 왜. 말을 안 듣니! 그러다 넘어져서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어머니는 내가 먹은 빈 그릇을 싱크대로 가져가 마저 그릇에 거품을 칠하셨다.

나는 그 뒷모습을 잠시간 바라보다 고민한 답을 내놓았다.


“엄마도 너무 걱정하지 마요. 엄마 아들 생각보다 강하니까.”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하고는 낯부끄러워져 벽을 짚으며 빠르게 주방을 벗어났다.

어머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떠한 대꾸하지 않은 채 묵묵히 빈 그릇에 거품을 물로 닦아내셨다.

내가 주방을 완전히 벗어나자 물이 떨어지는 소리 사이로 미세하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모른 척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1세대 버츄얼 스테이션(Virtual Station)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게임을 하며 있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몸을 마음대로 움직였고 게임이라지만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정말 꿈만 같다.

그나마 멀쩡해 오른손을 뻗어 주먹을 쥐어다 피길 반복했다.

만약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 내 마음은 ‘Your Ending Page’이라는 VR MMORPG 매료되어 있었다.

게임에서라지만 오랜만에 정말 심력을 다해 연주한 탓인지 자꾸만 눈이 감겨왔다.

나른함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긴다.

오늘은 5년 전 그날 이후 끊임없이 꾸던 악몽을 꾸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르르 시야가 사라지며 간만에 단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말

정말 많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개인상정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뿐인 언제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ㅠㅠ
최대한 혼을 갈아넣어 써봤습니다. 만족스러운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특성 음향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4화: 피리 부는 사나이(3) 23.10.28 18 1 12쪽
» 3화: 피리 부는 사나이(2) +2 23.10.21 32 1 11쪽
3 2화: 피리 부는 사나이(1) 23.10.07 43 1 12쪽
2 1화: 비운의 천재 23.09.30 78 1 11쪽
1 프롤로그: 천재 23.09.29 84 1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