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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멸망해도 5초는 버티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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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1.20 02:40
최근연재일 :
2024.01.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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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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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저가요. 회귀잔데요.

DUMMY

“뭐라고?”

“회귀자라고요. 죽으면 과거로 돌아가는 그거요.”


뻑!


“악!”

“회귀잔데 왜 못막아.”

“오늘 처음 만나는 거니까요!”

“그럼 죽고 다시와라. 내 주먹을 막으면 회귀자라고 인정해주지.”

“회귀잔데, 제 마음대로 회귀할 수는 없어요. 무조건 정해진 시간이 지나야 돼요.”

“하하, 이번 미친놈은 꽤 설정을 짜둔 미친놈이구만.”

“교관님. 저를 정신병자라고 보시는게 당연해요. 미친놈과 놀아준다고 생각하고, 좀 도와주십쇼.”

“하아. 작년에 그냥 퇴직할걸······.”


히어로 협회의 A급 헌터이자, 현재는 신입 히어로들의 교관직을 맡고있는 차태식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칙.


손가락의 마찰열만으로 담배에 불을 붙인 차태식이 불량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자신에게 배정된 신입을 바라보았다.


“관상은 주인공이 아닌데.”


싸움이라고는 모르는 샌님. 운동이라고는 걷는게 전부인 회사원.

그러나 눈빛만큼은 달랐다. 흔들림이 없다.

약쟁이도아니고, 놀리려고 말을 지어내는 정신병자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냥 미친놈이었으면, 돌려보냈을거다.’


차태식은 신입의 이름을 떠올리려고 해봤다. 그러나 떠오르지가 않았다. 신입이 온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이력서를 안 봤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그래. 우리 회귀자 신입씨.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가?”

“강석구입니다.”

“이름도 주인공이 아닌데. S급 헌터들 이름들 봐라. 진태진, 이연희, 강신. 얼마나 멋잇고 있어보이냐? 근데 뭐 강석구? 참네.”

“저기요 교관님. 전 애초에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거든요?”

“회귀자 치고는 검소하시군. 그래서, 우리 회귀자께서 이 하찮은 A급 헌터 따위에게 무슨 볼일이라고 하셨더라?”

“지구가 멸망하는데,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지구 멸망이라. 식상하긴 한데··· 끌리는 맛이군. 어떻게 멸망하는데? 몬스터 게이트가 결국 폭주해서 인간을 싹다 죽여버리나?”

“핵폭탄이 터지면서 지구가 쪼개져요.”

“······.”


피우려던 담배를 내리고 강석구를 노려보는 차태식.


“너, 내가 바본줄 아냐? 지구가 탱탱볼인줄 알아?”

“잠깐만요. 핵으로 지구를 부술 수 없다는 건 알아요. 저도 이상하게 생각하긴하는데, 읻단 제가 본게 그거 거든요?”

“그래, 일단 핵으로 지구가 쪼개졌다치자. 그래서 뭐?”

“핵이 발사되는걸 막아보려고 별 짓을 다했는데요. 일반인 신분으로는 택도 없더라고요. 당연히 미친놈 취급이고, 조금 강압적으로 굴면 바로 정신병동에 갇혔고요. 원인이 뭔가 했는데, 제가 영향력이 없어서 말을 들어주지도 않은 것 같아요.”

“너 말고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는 놈들이 한둘인줄 아냐? 전세계에 다 모으면 만 명은 될 거다.”

“그래서 생각해봤는데요. 옛말에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예술이 된다잖아요. 그래서, 일단 유명해지려구요. 히어로로서. 그러면 제 말을 들어주지 않을까 싶어서요.”

“정의로운 미친놈이구만.”


차태식은 헌터 생활도 해보고 히어로도 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정신나간 놈들을 백 명 이상은 만나봤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강석구는 처음보는 종류의 미친놈이었다.


“그래서 히어로에 지원했구만. 유명해져서 발언권을 얻으려고.”

“네. 교관님은 S급 히어로인 김신의 스승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도 꼭 S급으로 키워주십쇼!”

“후······ 이봐. 석구야. 혹시나해서 물어보는데, 회귀자가 너 말곤 없는거냐?”

“그럴걸요.”

“지금이 몇회찬데.”

“7회차요.”

“그떄 동안 지구가 계속 멸망했어?”

“네. 1초의 오차도 없이요.”

“너같은 놈에게 지구의 운명이 걸렸다고 상상하니, 그냥 자살하고 싶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넌 S급이 될 수 없어.”

“왜요? 김신은 S급으로 만드셨잖아요? 시간이라면 많아요. 제가 회귀자잖아요.”

“야임마 그건 그냥 김신이 S급의 재능을 가졌던거야. 나는 그걸 좀 더 일찍 깨워준거고. 그놈이 인터뷰에서 날 띄워주겠답시고 전부 내 덕분이라고 한 말을 순진하게 믿는가본데, 그러겠냐고.”

“백년간 노력해도요?”

“너에게 그럴만한 정신력은 없을 것 같다고 보는데.”


강석구는 반박하려다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100년은 좀······.”

“석구야. 네가 진짜 회귀자라면. 이 지구를 구하고 싶은거라면. 굳이 네가 강해질 필요는 없다. 진태진, 김연희, 김신. 그들을 찾아가서 협조를 구해. 그들이 세상을 구하게 하라고. 물론 너는 그들의 신뢰를 얻어야겠지. 어렵겠지. 근데 네가 S급이 되는 것보단 훨씬 쉽다.”

“그것도 당연히 해봤는데, 안 만나주던데요.”

“그러면 내가······.”


차태식은 ‘김신을 만나게 해줄게’라고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혹시 이 새끼가 김신을 암살하려고 나에게 접근한게 아닐까? 자연스럽게 이런 대화를 이끌어내서, 김신을 소개시켜주는 쪽으로 유도한거지.’


회귀자라는 것도,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도 전부 믿을 수 없다. 그럴 증거가 없으니까.

미친놈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미친놈이 아니라는 증거도 없지 않은가.


“김신을 소개시켜주신다고요?”


차태식이 말을 끊으니, 강석구가 말을 대신해줬다.


“그럴 생각이었는데, 그건 안 되겠다.”

“에, 왜요?”

“다음 회차에 찾아오면 소개시켜줄게. 대신, 다음 회차의 나에겐 확실하게 네가 회귀자라는걸 증명해내라. 그럼 알려줄거다. 지금의 나는, 너를 신뢰할 수 없다. 뭣하면 지금 여기서 죽여줄까?”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는 차태식. 강석구는 손사래를 쳤다.


“제 마음대로 회귀할 수 있는게 아니라니까요? 지구가 쪼개져야만 회귀할 수 있어요. 그 전에 죽으면 그냥 죽어요.”

“설정은 꼼꼼하게 잘 짜뒀네. 어쨌든, 난 너를 김신에게 소개시켜줄 수 없다. 가봐라.”

“어디를요?”


차태식은 두 번째 담배를 꺼내며 목을 뒤로 젖혔다.


“어디든.”



* * *



담배를 입에 물고만 있던 차태식이 이마를 쓸어내렸다.


“왜 안 가냐?”

“아직 제 할 말은 안 끝나서요.”

“난 끝났는데. 널 김신에게 소개 시켜줄 생각 없다고.”

“안 해주셔도 되는데요. 애초에 기대 안 했어요. 그냥 히어로서의 기술이나 노하우좀 가르쳐주세요.”

“임마··· 내가 멋있게 끝맺음 맺어줬으면, 가줘야 하는게 암묵적 합의라고.”

“제가 다른건 몰라도, 자기객관화는 좀 되는 놈입니다. 전 싸움에 재능이 없어요. 애초에 싸우는 것도 싫어하고요. 그래서 이능력을 개화하고서도 능력을 쓰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일반인으로 살았죠. 하지만, 지금은 저밖에 세상을 구할 사람이 없어요. 설령 김신같은 사람에게 일을 맡기더라도, 제가 약하면 될 것도 안 되는 일이 많을게 분명해요.”

“말은 씨발, 청산유수구만.”

“이전 이야기는 없던걸로 해주셔도 되니까, 제 스승이 되어주십쇼, 차교관님.”


하늘을 올려다보던 차태식이 강석구의 눈빛을 슬쩍 확인했다. 결의에 찬 눈빛이었다. 그러나 차태식의 눈빛은 서늘했다.


“너같이 스승이 되어달라고 찾아온 놈이 백 명은 된다. 나도 처음엔 다 받아줬다. 나라에 이바지하고 싶어서? 지랄. 그냥 내가 이렇게 잘난놈이라는 걸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버티는 놈들이 없더라. 난 내 나름대로 살살 봐주면서 하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이건 하나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다. 내 교육에 버틴놈은, 어중이떠중이는 안 된다는거. 왠지 알아? 내 제자라는 놈이 어중이떠중이 취급 받으면, 내가 죽여버릴거거든.”


꿀꺽.


강석구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차태식의 눈빛은 어느새 사람의 눈이 아닌, 맹수의 눈으로 번들거렸다.


“네가 회귀자고 지랄이고, 다 떠나서··· 내 제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 시험을 봐야겠다.”

“예 뭐든지 하겠습니다!”

“다들 처음엔 그렇게 말하지. 일단, 가볍게 시작해보자. 뛰어.”

“어디로요?”

“너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


똑똑하진 않아도, 잔머리는 기가막히게 돌아가는 강석구다. 본능적으로 흔한 음식을 떠올려냈다.


“저 던킨도너츠 좋아합니다.”


스윽.


지갑에서 이만원을 꺼내어 강석구에게 내미는 차태식.

강석구는 역시나 싶었다.


‘몇분내로 사오라는 시험이겠지?’


던킨도너츠라면 오는 길에 있었던 것 같다. 전력으로 뛰면 10분이면 족하리라.


“던킨도나츠는 부산이 유명하지. 해운대점에서 사와라. 오리지널로 2박스. 음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

“48시간 준다. 시작.”


타탁!


시작을 외치자마자 뛰어가는 강석구의 등을 보며, 차태식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불평안하고, 일단 달리고 봤다는 점에서 호감 점수 2점 추가.’


차태식과 강석구가 만난 곳은 서울의 북단인 일산이다. 일산에서 부산까지 뛰어서 간다? 걸어서 가라고 해도, 시간을 한달을 줘도 모두가 실패할 것이다.

이능력자는 일반인과 다른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건 반만 맞는 말이었다.


‘이능력자의 신체도 처음엔 평범한 인간에서부터 시작한다. 던전의 마력에 적응하면서 신체가 점차 탈인간화 되지.’


강석구는 단 한번도 던전에 들어가본적 없는 이능력자다. 즉, 그의 신체는 일반인의 신체다.

그렇다고한다면, 상식적으로 48시간만에 부산에 도착하는 것도, 다시 일산으로 돌아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교통 수단을 쓰면 가능하겠지만. 뛰어서는 절대 불가능하지.’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시켰다.


“잠재력이 있을지도 몰라. 내가 보지 못한 잠재력이.”


쫌스럽게 감시를 한다거나 그런 짓을 하진 않는다. 그러지 않아도, 정말로 다리로 뛰어서 갔다왔는지, 아니면 교통수단을 사용했는지. 그도 아니면 아예 가까운 가게에서 샀는지. 눈을 보면 다 보인다.

그렇게, 차태식은 그 자리에서 48시간을 기다렸고.

강석구는 오지 않았다.

씻지도, 먹지도 않고 자리를 지킨 차태식은 세 번째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하루 정도는 봐주마.”


24시간을 더 기다려준 차태식은 결국 히어로 관리사무소로 찾아갔다.

그곳에서 강석구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있어, 음성사서함으로······.


“하.”


짧은 한숨을 내쉰 차태식이 네 번째 담배를 물었다.


“진짜 은퇴해야겠구만. 내 눈도 썩은 모양이야.”


강석구는 미련해도, 재능은 없어보여도, 끈기는 있어 보였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도 다른 놈들처럼, 포기하고 잠적해버렸다.


“씨발, 너는 또 속냐? 멍청한 차태식. 그러니까 이혼당하고, 자식 새끼들도 안 만나주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한 차태식은 곧바로 히어로를 사퇴했다.



* * *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옛적엔 관광명소였으나, 현재는 몬스터의 출몰로 출입이 금지된 곳.

한 남자가 홀로 햇볕을 쬐고 있었다.

전 A급 헌터였던 차태식이었다.


“헤이, 미스터 차!”


푸른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차태식을 부르는 현지 안내인.

차태식은 손을 휘적여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널 찾아온 손님이 있어!”


차태식은 돌아보지 않고 코웃음쳤다.


“히어로 협회 사람 안 만난다고 했잖아! 애초에 은퇴한지 3개월이나 지났는데, 왜 이제와서 귀찮게 찾아오고 지랄이야 지랄은? 꺼지라 그래!”

“오, 미스터 차. 히어로 협회 사람이 맞긴 맞는데. 정말 돌려보내? 이 친구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친구가 아니야.”

“사연은 씨발. 그딴 감성팔이가 나에게 통할 것 같애?”

“그러지말고 한번만 봐줘. 나도 어지간하면 안 데려오려고 했는데, 사연을 들어보니까 널 만날 자격이 충분해보였어.”

“하아, 언제부터 내 매니저 역할까지 겸하셨나?”


짜증는 팍팍내도, 하와이 생활에 도움을 많이 준 가이드였기에, 차태식은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눈이 커졌다.


“가, 강석구?”

“알로하.”


태연하게 인사를 하지만, 강석구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치료했지만 전신에 남아있는 흉터들은 결코 가벼운 상처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손에 들린 박스 같은 것에 시선이 갔다.

물에 젖고, 찢어진 것을 테이프로 봉합했지만.

그건 분명, 던킨도너츠의 박스였다.

선글라스를 벗은 차태식은 강석구의 눈을 바라보았다.

강석구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48시간은 못지켜서 죄송합니다. 도중에 몬스터를 만나서요. 이래저래 살려고 하다보니 핸드폰도 부서지고··· 주신 돈도 잊어버리고. 하여튼, 해운대점에서 사긴 사서 돌아오는데, 또 몬스터가 나타나서요. 이렇게 됐습니다.”


박스를 열어보이는 강석구. 도넛이었던 무언가 끔찍한 덩어리가 있다. 썩어서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도너츠들. 그걸 도너츠 모양으로 빚었다.


“어차피 시간도 한참 지났긴 한데. 찾아가보니 없으시더라고요. 협회 찾아가보니까 은퇴하셨다하고. 어디로 갔냐니까 아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시간이 좀 오래 걸렸습니다. 이건 제 탓 아닙니다?”

“너, 너 임마. 재수가 없었으면, 실패했으면 포기하면 그만이잖아. 너에겐, 다음이 있잖아.”

“없을 수도 있잖아요.”

“······!”

“지구가 멸망하는 전날에. 지구가 멸망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회귀할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고요. 그러니까 지금 까지는 회귀할 수있었지만, 다음에도 회귀할 수 있을거라는 보장은 없죠. 어쩌면,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이런다고 감동먹어서, 널 제자로 삼아줄줄 알았냐?”


강석구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꽤 높은 확률로요.”


퍽!


“악!”

“아프다고 소리치지마라. 설령 팔이 날아가도 눈하나 깜짝하지 마.”


우득, 우드드득!


양어깨를 좌우로 돌린 차태식의 눈빛이 변했다.


“그게 내 첫 번째 가르침이다, 제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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