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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더블유 님의 서재입니다.

기억의 빈자리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빅더블유
작품등록일 :
2020.04.25 05:51
최근연재일 :
2020.05.26 13:0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22
추천수 :
0
글자수 :
110,501

작성
20.04.2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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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화 머리가 아닌 심장이 기억하는 여자

DUMMY

“......저기요”


“네?!”


3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지후와 소연의 눈이 마주친다.


눈을 여러 번 깜빡이자 지후의 눈썹이 올라간다.


그녀의 기억속에는 지후가 놀랏을 때 저런 표정을 짓곤 했다.


놀라는 지후의 표정을 보니 내가 축가를 불러줄 거라고는 알지 못한 모양이다.


하긴······. 전여친에게 결혼식 축가를 불러 달라고 하는 정신 나간 남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노래는”


“아!, 네! 해야죠! 이제 할게요”


‘아! 맞다’


지후의 눈을 마주치자마자 잠시 이곳에 온 목적을 잊었단 걸 알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난······. ‘전여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에 결혼을 하든 말든 상관없는 일이다.


속기 침을 하면서 목을 가다듬는다.


이제 노래를 해야겠다.


소연이 준비한 노래는 남자가수가 부른 <다행이다> 라는 곡


흔히 청혼할 때 많이 부르는 이 곡은 사랑하는 여자가 옆에 있어 줘서 다행이고 고맙다는 내용이다.


***


“하······.”


불편한 시간이 끝나고 결혼식장을 빠져나오는 소연은 벤치에 앉자마자 긴 한숨을 내쉰다.


그녀의 한숨에는 참아왔던 불편함이 가득했다.


“이런젠장”


혹시라도 나중에 만나게 된다면 잘나가는 내 모습에 후회하는 지후의 모습을 상상했다.


미련 정도는 남아있기를 바랬으니까······.


최악의 재회가 아닐 수가 없다.


머리는 떠나라고 하지만 심장이 지후를 잊지 못해 왔나 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 오히려 잘됐지 뭐”


지금 이 시간 이후로 이제는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후련함 마저 느껴졌다.


결혼도 했겠다. 이젠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이니까


벤치에서 일어난 소연은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기로 하면서 지후에 대한 미련은 이곳에 두기로 하지만 후련한 마음이 들지 않은 이유는 뭘까?


***


결혼식이 끝나고 차 안에 있는 지후와 유나


“혹시 아는 사람이야?”


“누가?”


3년 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지후의 기억 속에 소연은 없다.


기억을 잃기 전 가수로 지냈던 지후는 기억을 잃고 난 후 지금도 여전히 가수 활동을 하고 있다.


기억을 잃고 뭘할지 몰라 이것저것 해보다가 자신이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SH 엔터테인먼트에 오디션을 보러 갔었다.


SH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는 유나의 아버지인 이상혁


당시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유나는 지후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 버렸고 지후가 지금 이렇게 가수를 할 수 잇게 된 이유는 유나 덕분이다.


“축가 부른 여자”


“아니, 몰라”


지후와 팔짱을 끼고 있던 유나는 지후가 소연의 얼굴을 보자 지후의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갑자기 쿵쾅거린 걸 느꼈고 여자의 촉이 발동돼 소연과 지후가 어떤 사이였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냥 아는 사이가 아닌······. 애인이었을 것이다.


물증은 없지만, 여자의 직감이 확실한 증거라고 말해주고 있다.


찌릿, 전여친이 결혼식에 오다니······. 그것도 하객이 아닌 축가를 불러주다니······.


지후를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까지 나 혼자만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유나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단 한 번도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지후에게 서운했었다.


운전 중 갑자기 멈추는 지후를 바라보는 유나


“왜? 갑자기?”


“잠깐만”




길가에 정차시키고 차 밖으로 나오는 지후는 한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유나의 미간이 좁아졌다.


바로······. 축가를 불렀던 소연이었다.


***


“저기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걷던 걸음을 멈추는 소연


고개를 돌리자 지후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시는 안 볼 줄 알았건만······.


“결혼 축하해”


“......네?”


소연의 얼굴을 보자마자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린 걸 느끼고 모르는 사이가 아닐 거로 생각한 지후


기억 속에는 없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유 없이 그냥 육감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닌······.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고······.


만약 모르는 사람이 불렀다면 ‘왜요?’ 혹은 ‘무슨 일인데요.’라고 말했을 테지만 축하한다는 소연의 말이 제 생각이 맞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저랑 무슨 사이였죠?”


“네?!”


화들짝 놀라는 소연은 혹시 방금 잘 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아니면 이름도 같고 도플갱어 급으로 얼굴도 닮아서 내가 알던 이지후가 아닌 다른 남자 이거나······.


당연히 전자라고 생각했지만, 지후의 말이 둘 다 틀렸다고 말해준다.


“3년 전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습니다”


“아······.”


이런 거로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소연은 괜스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저, 아시는 거 맞죠?”


“......네”


소연과 또 마주한 지금, 다시 한번 쿵쾅거리는 심장을 보니 무슨 사이인지 알 것만 같은 지후


애인 사이였거나 아니면 나 혼자만 좋아했거나


“그게······.”


지후의 눈을 바라보는 소연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내리면서 올려다보는 저 모습은 뭔가를 바라고 있다는 걸 안다.


‘여전히 그대로네······.’


솔직하게 애인 사이였다고 말해도 이상할 건 없다.


결혼도 했겠고 어차피 3년 전에 헤어진 사이이니, 이젠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냥 아는 사이였어요”


“......아 그렇군요”


고개를 숙이면서 오른쪽 아래로 눈이 돌아가는 저 모습은 기대한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지후가 했던 행동이라는 걸 아는 소연


이제야 승리감을 느끼는데, 지후의 뒤에서 걸어오는 유나의 모습을 확인한다.


지후의 팔짱을 끼는 유나를 보자니 저절로 인상이 구겨지는 소연


“여기서 뭐해?”


“......아무것도 아니야”


지후 쪽으로 몸을 더 가까이하고는 소연을 바라보는 유나


“축가 잘 들었어요”


“네”


“우리 남편 좀 잘 부탁해요~”


“네?!”


강조하듯이 ‘우리 남편’에 힘을 주어 말하는 유나


“오빠가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했거든요. JS보컬에서”


“......아, 네”


JS보컬은 현재 소연이 보컬트레이너로 일하는 보컬학원의 이름이다.


결혼 전에 지후가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했었고 보컬학원을 알아보는 와중에 JS보컬을 선택했다고 설명을 하는 유나


JS보컬에 축가 제의를 했으니 당연히 소연이 그곳에서 일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전여친이 있는 곳에 지후가 있는 게 굉장히 마음에 걸리지만, 소연에게 이남자는 내꺼라고 보여주기 위해서 저지른 말이었다.


당장이라도 다른 학원을 알아보고 싶지만 이미 뱉은 말이니······. 한 달만 채우고 다른 곳을 알아보기로 한다.


***


출근하자마자 지수가 있는 원장실로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벌컥 연다.


“언니! 미쳤어?!”


“왜?”


“이지후 그 자식을 왜 여기서 가르쳐?”


“그게 무슨 소리야?”


지수가 결혼식 축가 제의받았을 때 유나가 자신의 남편이 이곳에서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이지후라고 말하지 않았다.


유나의 아버지가 SH 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상혁이라는 걸 알기에 잘 보이고 싶었던 지수


그녀에게 잘 보여 SH 엔터테인먼트와 가까워진다면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소연이 어제 있었던 일의 설명을 듣고 깜짝 놀라는 지수


“......헐”


“당장 빼!”


“어떡하지······. 이미 한 달 치 수강료 다 지급하셨어.”


“환불하면 되잖아!”


하긴······. 지금이라도 환불을 해주면 되고 결혼한 전남친과 다시 재회하는 소연의 마음이 어떨지 안다.


하지만, 축가 제의도 해줬고 전남편을 잘 봐달라는 유나의 선물로 축가를 포함한 여러 행사 일정도 잡아줘서 지후를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말하는 지수


“......하”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


현재 병실에 누워있는 남동생의 병원비를 간신히 내면서 버티고 있는 소연은 이곳 말고는 딱히 일할 곳도 없다.


지수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녀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더 이상의 권한은 없다.


언제나 감정보다는 이성이 먼저 앞서는 그녀였다.


전남친에 대한 감정으로 인해 지수에게 해를 끼지고 싶지 않았다.


“한 달만 버텨주라, 어제 유나 씨가 한 달만 한다고 했어.”


“......”


다시 또 마주하게 된다니······. 그야말로 최악이다.···.


그것도 이제 막 신혼을 즐기고 있을 전남친과······.


“그럼 나 말고 다른 트레이너로 해줘”


“......”


“그건 가능하지?”


“근데 지후씨가 너 말고 안된다고 해서······.”


“......!”


***


며칠 후


착잡한 마음으로 지후를 기다리고 있는 소연


결국, 한달만 참아보라는 지수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래······. 어차피 끝난 사이니까”


아무렇지도 않다고 세뇌해 보지만 불편함은 지워지지 않는다.


결혼식에서 만난 후 지후에 대한 마음까지도 그곳에 버리기로 다짐했지만, 심장이 말을 듣지 않는다.


결혼까지 했는데 나란 여자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지후가 없는 지금도 심장이 뛰는 데 그를 보고 있으면 더 크게 쿵쾅거릴 것만 같다.


***


문을 열고 들어오자 소연을 보고 인사를 건네는 지후


“안녕하세요, 선생님”


“네”


이번엔 선생과 제자로 마주하는 소연과 지후


3년 전 가수로 활동할 당시도 이랬다.


그때도 충분히 잘하는데 아직 부족하다고, 배워야겠다고 하면서 자신한테 노래를 배우려고 하는 지후였다.


“이쪽에 앉으세요”


“네”


소연이 가르치는 의자에 앉는 지후는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딱히 할 말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기에, 바로 수업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원래부터 그래오기도 했고 지후라면 더더욱 수업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우린 아무사이도 아니니까


“시작할게요. 숨을 들이······.”


“저 소연 씨”


“네?”


바로 수업부터 시작하려고 하는 소연의 말을 자르는 지후


‘소연씨’ 라는 단어······.


지후로부터 참 오랜만에 듣는다.


“남자친구 있어요?”


“네?”


지후의 질문이 화살이 되어 꽂힌다···.


관심이 있든 없든 애인이 있냐는 말은 자연스레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기에 결혼한 사람이 그런 건 왜 물어보냐고 받아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진실대로 없다고 말하자니 이것 또한 내키지 않고······.


“없어요”


“네”


결국, 내키지 않지만, 사실을 선택한 소연


이런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소개팅이라도 해서 없는 애인이라도 만들 걸 그랬다.


지수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고 그녀의 소개팅 제안을 거절한 게 후회가 됐다.


“저도 없습니다”


“네?!”


왠지 모를 패배감을 느낄 새도 잠시 지후의 말이 훅치고 들어왔다.


며칠 전 3년 만에 결혼식에서 만나고 지금까지 또 한 번 사고를 당해서 기억을 잃은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드는 소연


이게 지금 무슨 시츄에이션?


“그새 또 기억을 잃은 거예요?”


“아닙니다. 며칠 전 축가 불러준 소연씨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콧방귀를 끼는 소연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럼 애인은 없고 와이프는 있다는 건가?


자신이 알던 이지후라는 사람은 그런 말장난을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혼란스러울 뿐이다.


혼란스러움을 느낄새도 잠시······.


지후의 말이 또다시 훅치고 들어온다.


“유나와 저,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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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21화 내 남자야 20.05.26 13 0 11쪽
20 20화 아무렇지 않은 사이 20.05.23 8 0 12쪽
19 19화 어쩔수 없는 선택 20.05.21 17 0 12쪽
18 18화 함께라면 20.05.20 10 0 12쪽
17 17화 합당한 처벌 20.05.16 10 0 12쪽
16 16화 선택의 기로에서 20.05.14 9 0 11쪽
15 15화 네가 필요해 20.05.12 56 0 12쪽
14 14화 흔들리는 삼각관계 20.05.09 14 0 12쪽
13 13화 비슷하면서 다른 두남자 20.05.07 14 0 12쪽
12 12화 자꾸만 흔들려 20.05.06 14 0 11쪽
11 11화 예전처럼 20.05.02 14 0 12쪽
10 10화 연하 말고 연상 20.04.30 35 0 12쪽
9 9화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20.04.28 23 0 12쪽
8 8화 시작되는 삼각 관계 20.04.25 20 0 12쪽
7 7화 다가가도 괜찮을까? 20.04.25 14 0 12쪽
6 6화 흐릿하게 들어오는 너 20.04.25 16 0 12쪽
5 5화 쿨하고 싶은 전여친 20.04.25 15 0 12쪽
4 4화 지울 수는 없는 걸까 20.04.25 17 0 11쪽
3 3화 아무사이가 아니기를 20.04.25 21 0 12쪽
» 2화 머리가 아닌 심장이 기억하는 여자 20.04.25 25 0 12쪽
1 1화 전남친과의 재회 20.04.25 5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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