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덜컹. 덜컹.
“여긴 어디야?”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그 말에 나는 눈을 뜬다.
덜컹대며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난 뭘 하고 있어?”
“아무것도.”
천천히 나는 주변을 둘러본다. 삐죽빼죽 막대그래프처럼 오르내리는 빌딩과 선그래프처럼 움직이는 능선들. 끝없이 이어진 하늘. 호화롭다면 호화롭고, 아름답다면 아름다운 도시. 나의 시야는 그 아름다움을 집어삼키며 앞으로 나아가다 거대한 벽에 부딪힌다. “4-5”라고 쓰여 있는 거대한 벽이 사방에 둘러져있다.
“아무것도?”
나는 잠시 고민한다.
“그럼 난 뭘 해야 해?”
“글쎄······?”
주변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온다.
“내가 뭘 먹어도 돼?”
“네가 원한다면.”
나는 에스컬레이터 밖의 바닥을 바라본다. 정확한 모양의 사각형이 알맞게 맞물린 바닥이다. 무척 인상적이다. 그러나 섣불리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눈앞에 불꽃이 번쩍였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처량하게 애쓰는 모습의 서커스단이 열렬한 환호 속에 갇혀있는 게 보인다.
아니지. 아니야.
열렬한 환호 속에서 애쓰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 때문에 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는 것을 까먹고 만다.
“구경하는 건 자유지?”
내가 묻는다.
“물론이지.”
“그럼 됐어. 난 구경만 할래.”
“네가 원한다면.”
대답해주던 이가 조용히 웃는다.
“그것보다 넌.”
바람이 불어온다. 머리카락이 얼굴에 부딪힌다.
“도대체 누구랑 대화하고 있어?”
“뭐?”
그 순간, 나는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소음에 휘감긴다. 그건 사람들이 내지르는 환호성과 하늘을 수놓은 붉고 푸른 불꽃이었다. 누군가 쏘아 올린 폭죽은 다시 한 번 하늘에서 터졌다. 점점이 자신의 폭발을 자랑하며 흩어지는 불꽃들과 그것과 같이 환호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나를 집어삼킨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어느새 “4-5”라고 쓰인 거대한 벽 앞에 서 있었다.
덜컹. 덜컹.
에스컬레이터가 멀쩡하다고는 하지 못할 소리를 낸다. 나는 그 소리와 하늘을 수놓는 불꽃과 쏟아지는 환호를 만끽하며 “4-5”라고 쓰인 거대한 벽을 통과했다.
- 작가의말
정말 짧은 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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