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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실각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헌터는 명장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우선정
작품등록일 :
2022.11.16 19:55
최근연재일 :
2022.11.1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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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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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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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은퇴한 헌터는 명장이 되었다 1화.

DUMMY

#1




온통 베이지색으로 점철된 지루한 느낌의 사무실 안에 두 남자가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한쪽은 깔끔하게 가르마를 탄 채 고급 정장을 입고 있는 비즈니스맨이었고, 다른 한쪽은 부스스한 인상에 묘하게 불안한 듯 보이는 젊은 남자... 그러니까 ‘나‘였다.


"2031년 2월 24일 출생으로 추정, 출생지는 불분명. 이후 고아원에 들어가 12세때까지 살다가 능력을 각성... 정부 산하 영웅사관학교에서 조기졸업 후 바로 FA."


내 일생을 몇 개의 문장으로 요약해버리는 솜씨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틀린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넘기던 서류철을 책상 위에 집어던졌다.


“뭐, 이딴건 하등의 쓸모도 없는 내용이고.”


남자는 두 손을 책상위에 올린 채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 탓에 그와 내 몸사이의 간극이 좁아진다.


“나는 하나만 봐. 너. 뭐 하려고 여기 왔어? 보니까 딱히 돈 때문에 온 것 같지도 않고. 우리 길드는 그쪽이랑은 거리가 꽤 먼데.”


그의 몸에는 귀기가 서려있었다. 마치 산 자의 생기를 빨아먹는 령(靈)과 같은 귀기가. 다만 나는 그것이 두렵지 않다는 듯 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냥 왔습니다.”

“그냥?”


내 말이 어이없다는 듯 조금은 화난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흥미롭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남자.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찌 이리 초연할 수 있었는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과거의 나‘는 다소 무감각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죽고싶거든요.”



***



찌르르르ㅡ


“...... 후우.”


매미가 제 짝을 구하려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6월 초여름. 날씨는 화창하고 온도는 선선하니 여타 다른 사람들에겐 좋은 아침이겠지만, 내게는 여전히 최악이다. 방금 전까지 꾸던 꿈의 잔재가 머릿속에 트릿하게 남아있다. 연결되지 않은 tv의 노이즈처럼 머릿속에서 자꾸만 소스락거린다.


“쯧.”


여운을 떨치기 위해 담담히 고개를 내젓고 이어 방 밖으로 나섰다.


거실에는 이미 햇살이 드리우고 있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그러하니 정말로 여름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저 무감각하다. 여름은 내게 있어 그다지 특별한 계절이 아니니까.


화장실로 걸어가 거울과 마주한다.

부스스하게 정돈되지 않은 머리칼이 거슬렸다.

다크서클은 짙게 내려와있고, 눈은 흐리멍덩하게 탁하다.

만약 지금 내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면... 절대 호감을 사지는 못 할 것이었다.

그토록 엉망이었다.


딱 7년전... 그러니까 내가 현역일때만 하더라도 이런 꼴은 상상도 하지 못 할 일이었다.

오른손으로 수도꼭지를 비틀어 쥐며 후우ㅡ 한숨을 흘렸다.


...... 대강 몸을 단장하는데에는 10여분정도?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여전이 동공은 트릿하지만 몰골은 좀 낫다. 이 이상으로 무언가 단장할 생각도 없었기에 거실로 나갔다. 어차피 오늘도 외출은 없다.


“티비 켜.”


음성이 거실에 낮게 울리자, 이내 스크린이 점멸하며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매일 아침마다 듣는 소리라 그런지 이제는 정겹기까지 하다. 나는 피식 웃으며 쇼파에 걸터앉았다.


[최근 4년간 열리지 않았던 포탈에 대한 전수 조사가 오늘로 막을 내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로서 더 이상 균열이 열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능력자들의 출현하는 빈도가 저조해진것도 같은 시점이라는 것을 근거로ㅡ]


이제 진짜 끝인가.

뉴스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며,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ㅡ 또한 동시에 2세대 능력자들에 대한 사법적 제한 조치에 대한 입법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만약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면, 이들은 과거 위험구역으로 지정되었던 장소에서의 능력 사용 또한 허가받아야 하며, 만약 이를 어길 시 5년이상 20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상 1억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그 내용은 능력자들에 대한 제제를 가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담잠히 바라보았다.


2세대 능력자들.

저 범주 안에는 분명 나도 속해있었다.

다만 기분은 딱히 불쾌하지 않았다. 단지 묘할 뿐.

또한 내가 저 법을 어길 가능성도 없을테고.


나는 지금으로부터 23년전, 그러니까 12살이 되던 때 능력자로 각성을 했다.

지금과는 다르게 전 세계가 난립하는 괴생명체들로 인해 혼란스럽던 시절.

능력자들은 그 괴생명체, 통칭 크리쳐들에 대항해 목숨을 바쳐 싸웠다.


물론 그러한 희생에 뒤따르는 보상 또한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처음 크리쳐들이 나타난 2005년부터 2060년까지.

능력자들은 55년동안 사회적으로 막강한 지위를 누렸다.

책임에 따른 보상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보상에 따른 책임이라고 해야할까.

그 선후관계는 아무튼 알 수가 없지만 적어도 나는 그 둘중 어느쪽도 해당되지 않았다.


[한편 이러한 내용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2세대 능력자들을 향해 발할라 던전의 마지막 생존자, 구원자 김준우 헌터의 예를 들며, 위와 같은 불만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는ㅡ]


“...... 웃기는구만.”


왜, 내 이름을 들먹이는가.

뉴스를 보던 차에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런 내용만 나왔다 하면 언급이 꼭 한 번씩은 나온다.

나 스스로도 얻기를 바라지 않았던 내 이름에 딸린 권위를,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기도 싫은 이들이 사용한다......


티비를 꺼버렸다.

더 이상 기분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를 듣고싶지 않았다.

곧이어 온 집안에 정적이 찾아온다.


“.......구원자, 구원자라.”


뉴스에서 떠들어 대던 나에 대한 호칭이 떠오른다.

멋대로 ‘구해진‘ 놈들에게 그런 소리따위는 듣고싶지 않았다.


만약, 내가 다른 2세대들처럼.

귀환 후에도 이능을 사용할 수 있었고, 그 어떠한 후유증 또한 남지 않았다면.

모든 힘과 보상을 다 가진채로 이 지구로 다시 돌아왔었더라면.

그들은 여전히 나를 구원자라고 부를 수 있었을까.


범람하는 감정을 삭이며 몇 분.

모든 분노가 휘발되고 난 이후에 찾아오는 것은 그저 공허함이다.

오늘은 또 무얼 하며 하루를 보내야 하는가......


링링ㅡ


“...... 누구?”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전화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내 개인 연락처를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부작위로 뿌리는 스팸 혹은 보이스피싱 전화 또한 차단되므로, 그러한 종류 또한 아니었다.

폰을 들어 누구인지 확인하고 나서야 납득할 수 있었다.


[최시현]


아, 얘구나.

그나마 연락할만한 사람이면 이 정도밖엔 없지.


최시현은 과거 내가 소속 길드에서 활동했던 시절 막내 길드원이었다.

내 입장에서 보면 어리숙한 녀석이지만, 나름 인망이 있는 듯 지금은 30대 초반의 나이로 협회 중진을 맡고 있다.

물론 그 협회라는 것 자체를 고깝게 보는 내 입장에서야 별것아닌 감투지만......


“무슨 일이야?”

“어? 받았네? 무슨일이래?”


자기가 걸어놓고 이건 무슨 개소리지.

인상을 찌푸리며 전화를 끊으려 하니, 다급한 음성이 그를 막아선다.


“아니아니, 그냥 원래 전화해도 잘 안 받았잖아요. 단번에 받은게 신기해서 그렇지. 보통 이 시간대면 자고있거나 하니까......”


그렇긴 하다.

본래는 침대에 누워있을 시간이다.

요즈음 들어 이 시간대에 기상하기 시작했지.

억지로라도 생활 패턴을 돌리지 않으면, 영 폐인이 되어버릴 것 같았으니.


“용건만 말해.”

“진짜로 섭섭하게ㅡ”

“끊는다?”

“아, 알았어. 너무하네. 용건 말할게요. 이번 주에 경기 있는데 같이 관람하러 가자고 연락했─”


뚝─


들을 가치가 없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고, 소리가 멎었다.


“경기는 무슨...”


과거엔 경기라고 하면 무슨 경기? 라는 말이 뒤따랐다.

축구, 야구, 배구등의 구기 스포츠가 대표적이었고 격투기라던가 레이싱 같은 종류도 있었지.

하지만 지금에 와서 경기를 보러가자고 하면 한 가지 밖에는 없다.

이터널 리그. 대중들에게는 현 시대 최고의 오락거리라고 평가받지만, 내게는 영 시큰둥한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리 좋지 않게 보고 있다.


역설적으로,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이던 크리쳐들이 모두 사라지면서.

그래서 96프로 이상의 능력자들은 모두 일반인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간다.


여기서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의문점.

그렇다면 4퍼센트는?

그들이 바로 ‘이터널 리그‘를 이루는 구성원이다.


능력자들의 능력을 그대로 구현한 가상현실게임!

대중들에게 유명한 능력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비교적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2,3세대 능력자들의 능력을 그대로 베껴와 가상현실에 구현한다.

거기에 기존에 있던 경쟁형 게임의 형식을 들고와, 외형과 능력만 덮어씌우는 것이다.


언뜻 별거없는 아이디어로 보이지만, 그걸 플레이하는 주체가 능력자들이라는 점과 실제 능력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재현율과 사실감이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동시에 따라오는 것은 나와 같은 사람들의 비판이다.

과연, 그 과거 수많은 이들이 희생했던 역사를 단순히 오락거리로서 사용해도 좋은 것일까.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의견을 꼰대들의 소리로 치부했지만... 어쨌건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협회장이랍시고... 쯥.”


최시현은 사실상 망해가던 협회의 명줄을 붙들어준 이터널리그의 운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전부터 계속 제안해왔던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이유겠지.

거의 유일하게 게런티를 거절하고 능력을 제공하지 않은 나를 어떻게던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분명 화가 났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집안에 틀어박혀 외부와 소통을 끊어버린 나보다는 훨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녀석이라는 걸.

그렇기에 마냥 안 좋게 볼 수도 없었다.


링링ㅡ


근데, 이건 조금 과하지.


“안 간다고.”

“아, 제발. 어려운 얘기도 아니잖아요. 아아아! 끊지마악!”


다시 받은 전화를 끊어버리려던 순간, 저 너머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슨 제발이야. 경기? 그래, 솔직히 말하면 경기 뛰는 애들이 죄 지은것도 아니고. 걔네는 거의 대부분 3세대니까. 볼 수야 있지. 그런데 관람? 얼굴 한 번 비추는 순간 기사가 쏟아질텐데, 지금 나보고 그걸 감당하라고?”


또 어떻게던 이상한 소문들과 엮어보려는 놈들이 달라붙을게 뻔하다.

기자란 족속들이 그런 가십으로 먹고사는 놈들이니.


“아니, 진짜로. 제가 제대로 숨겨줄게요. 그냥 순수하게 경기나 한 번 관람해보라는 의미니까. 마스크랑 모자 눌러쓰면 누군지 어떻게 알겠어?”

“너랑 같이 가면 다 알겠지.”

“아.”


녀석은 순간 말문이 막힌 듯 신음성을 냈다.

이어 잠시간 전화가 끊기더니,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뭔 촌극이냐 이건.

이쯤되면 안 받기도 뭣하니, 순순히 한 번 받아줬다.


“짠, 이러면 누군지 모르겠지?”

“...... 뭐야?”


다시 연결된 후, 액정 너머로 보이는 최시현은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아니,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두상이 보일정도로 짧은 머리에 각진 턱, 남성미가 넘치는 모습

원래의 그녀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하나도 비슷한 것이 없었으니까.


“폴리모프(Polymorph)?”

“어, 바로 알아보네요.”

“모를수가 없지. 그런데 넌 원래 못 썼잖아.”

“그렇죠. 이것도 협회에서 최근에 만들어낸거에요. 이제 무기나 방어구 같은거에 마석을 쓸 필요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런거에 쓰는거지.”


씨익 웃는 그 모습에 위화감이란 없다.

내가 세상과 소통을 끊은 사이, 많은 것들이 변화한 모양이었다.

너무 긴 기간이기는 했으니.


“제발, 한 번만.”


간절한 목소리로 두손을 모아 부탁하는 최시현.

본래 모습도 아니고 낯선 사람의 모습으로 그러니, 뭔가 부담스러웠다.


“하아......”


진짜 별론데.

본인이 감당하겠다곤 하지만, 분명 귀찮은 일이 생길 가능성도 있고.

그러나 무시하기가 힘들다.

솔직히 얘한테는 여러모로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셈이기도 하니.

그렇다고 원하는대로 다 해주긴 조금 그러니까......


“두 경기. 그날 두 경기만 본다.”

“어어? 두 경기면...... 그날 경기가 총 6갠데요?”

“다는 안 봐. 네가 골라놔. 두 개만.”


뭔가 불만인 듯 입을 오물거리던 녀석은, 액정을 통해 나와 슬쩍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납득했다.


“...... 그래, 뭐. 팀장님치곤 나름 많이 양보한거겠죠. 그러면 토요일 오후 2시. 그때 와요. 장소도 보내줄테니까.”


뚝ㅡ


“삐졌네.”


피식, 웃음을 흘리며 화면을 껐다.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감정을 숨기는데엔 서투른 녀석이다.


“그래도 한 번 봐야하나.”


반쯤 억지로 보게 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그 두 경기동안 뭐라도 보고 오지 않겠는가.


나는 그대로 방에 들어가서 이터널 리그 공식 사이트에 접속해 프로 경기 리플레이를 켰다.


그리고, 나흘이 지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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