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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치는곰 님의 서재입니다.

본도르 가문의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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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치는곰
작품등록일 :
2020.05.11 19:26
최근연재일 :
2020.05.26 06:29
연재수 :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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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수 :
5,986

작성
20.05.26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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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의문사

또 보러오세요~




DUMMY

검과 마법을 쓰는 인간들이.

기사와 마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오러와 마법이라는 신비로운 힘을 사용하는.

다양한 이 종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 세계.


이 세계의 거대한 대륙 크로마.


천족과 마족의 길었던 천마 전쟁이 마무리되며 역사서의 한편으로 장식되고 크로마 대륙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인간들은 번성했고 번성한 인간들의 세력 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진 독보적인 세력들이 나타났다.

양대 검가 본도르 가와 자밀 가.

마법의 대가 돌핀 가.

기사와 마법사가 두루 존재하는 녹턴 제국.

크로마 대륙의 강대한 4세력은 서로를 팽팽하게 견제한다.


현시대 최강의 기사 검성 고스가 가주로 위임한 본도르 가문은 그중 단연 으뜸으로 자리 잡았다.


<제국력 3292년>

본도르 가문의 수치가 죽었다.


<에르가 르 본도르>

<사인 : 익사>


목격자가 없다는 것이 사건의 발목을 잡았으나

사(死)자는 말이 없었다.


.

.

.


1500년의 깊은 뿌리를 가진 본도르 가문.

그곳의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강인한 육체를 타고 태어났다.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말이지.’


나는 가문의 그 누구보다 노력했다.

성장이 멈춰버린 이 빌어먹을 몸뚱어리로 하루도 빠짐없이 발버둥을 쳐왔다.

내가 이런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원인 모를 병에 있었다.

튼튼하게 잘 성장하던 내 몸이 어느 날 갑자기 쇠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인보다 못한 몸뚱어리로.


내가 20살이 되던 해에 나는 아버지가 계시는 크롬 성의 가주실로 불려갔다.

[앞으로 가문의 수치인 너는 나를 아버지라 부를 자격이 없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정말 죽고 싶었다.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렇게 된 건가, 병에 걸린 걸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억울했지만 강자의 말이 곧 법이고 약자는 도태되는 본도르 가문에서 약함은 죄가 된다.


21살이 되던 해 내가 죽은 날.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가문의 외진 곳에 있는 에텔 호수의 바위에 앉아 호수의 일렁이는 물에 비친 내 앙상한 팔다리와 피골이 접한 몰골을 보고 있었다.

도저히 굵직한 검가의 자식이라고는 볼 수 없는 환자의 모습이었다.

퍼억. 첨벙!

그때 누군가가 다가와 호수를 보고 있던 내 등을 발로 찼고 나는 맥없이 호수 속으로 고꾸라졌다.


보글보글. 깊은 호수 속으로 가라앉으며 발버둥 칠 힘도 없었다.

‘이젠 놓아주자.’

힘든 삶이었다. 노력해도 그만큼의 보상은커녕 더 나빠져 가는 몸을 붙잡고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버텨왔던가.

온몸에 힘을 빼니 오히려 편안한 느낌이 내 전신을 감쌌다.


.

.

.


쭉쭉 내려간다.

‘근데 언제까지 내려가는 거지?’

어느새 그가 호수 속에 빠진 지 한참이 지났지만, 모래시계가 멈춰있는 듯 계속해서 호수 밑으로 내려갔다.

‘대체 언제까지 내려가냐고!’

적당히 내려가야지 밑도 끝도 없이 내려가니 영겁의 시간이라는 늪에 빠진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씨발!”

‘어?’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는 호수 속이 아니었나?’

나는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천천히 빛과 함께 눈으로 들어오는 익숙한 광경.

‘이곳은!’

본도르 가문의 아이들이 머무는 초혹성.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이었다.


벌컥. 방문이 열리고 분홍 머리에 아직은 앳된 소녀가 상기된 표정을 하고 다급히 들어왔다.

“도련님, 무슨 일 있으세요!?”

“뭐..야?”

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왜 그녀가 내 방에 들어온단 말인가.

그리고 저 어려진 모습은 뭐란 말인가?

그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몇 년 전 성숙해진 그녀를 엉큼하게 쳐다보던 자신의 방계 형 골리에게 빼앗긴 자신의 시녀다.

‘그놈의 방에 있어야 할 로제가 왜 내 방에..’


“로제.. 인데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가 그의 상념을 깼다.


그는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나는 분명히 에텔 호수의 바위 위에 걸터앉아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밀었다.

‘나는 분명히 호수에 빠져 죽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로제.. 오늘이 제국력 몇 년 몇월 며칠이지?

그가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그녀에게 물었다.


“3578년 3월 15일이잖아요. 정말 왜 그러세요?”

로제가 팔짱을 끼고 정말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3578년. 14년 전이잖아?’

과거로 돌아왔다. 7살 때로!

그렇게 놓고 보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갑자기 들어왔던 자신의 시녀 로제도 자신보다 2살 많은 그녀의 앳된 얼굴도 자신의 방에서 깨어난 것까지 전부.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정말 어디 아프신 거 아니에요?”

이번에는 그녀가 정말 걱정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의 얼굴.

‘너무 가깝잖아..’

내가 그녀의 어깨를 슬며시 밀어냈다.

“괘.. 괜찮아.”

호수에 빠지고 모든 걸 포기했건만 왜 다시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졌는지 모르겠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전신 거울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거울 안에는 검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 그리고 짧은 팔과 다리, 건강해 보이는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정말 돌아온건가..’


“정말 괜찮으신 거 맞아요..?”

로제가 의뭉스럽다는 듯 팔짱을 끼고는 전신 거울로 걸어가는 나를 쳐다봤다.


“그래, 정말 괜찮아. 그러니 하던 일마저 하러 가도 돼.”

“휴.. 그럼 시키실 일 있으시면 따로 불러주세요.”

“알았어.”

그녀가 별일 아니라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내 방에서 나갔다.


“드디어 나갔.. 헉!?”

별 의심 없이 잘 넘어갔다는 생각으로 로제가 나간 방문에서 눈을 떼고 다시 돌아본 거울에.

자신의 뒷통수 뒤로 넘실넘실 올라오고 있는 검은 연기가 보였다.


[뭐가 헉!?이냐.]

지금 이 연기가 말을 한 건가?

뒷통수로 슬금슬금 올라오는 연기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있던 에르가는 그 연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정말 놀라 기절할뻔했다.


“아.. 악마냐!”

하마터면 소금을 찾으러 뛰쳐나갈 뻔했다.


[내가 악마였으면 넌 벌써 뒈졌어 꼬맹아.]

말투가 매우 험한 게 꼭 동내 양아치 같았다.


“너처럼 불경스러운 검은 연기가 악마가 아니면 뭐란 말이냐!”

[뭐? 불경? 이런 미친놈이 넌 내가 본모습만 가지고 있었어도 이미 저 앞에 있는 벽에 처박혀 있었을 거다.]

검은 연기가 크게 일렁거렸다. 마치 화가 났다는 듯.


“그럼 누구.. 세요?”

솔직히 저 연기 놈의 기세에 조금 쫄았다.

누구기에 저토록 강렬한 기세를 발산한단 말인가.

죽기 전 아버지 고스의 기세도 저렇게까지 강렬하진 않았다.

세상에 소드마스터 최상급이라고 알려진 자신의 아버지를 능가하는 존재가 있다니.


[나는 본도르 가문의 수호자 지상 최강의 생명체 다크 본 고울이다.]

이번에도 연기가 살짝 크게 일렁였다. 마치 자신의 존재감을 뿜뿜 뽐내듯이.

드래곤!

에르가의 눈이 크게 뜨였다.

죽기 전 본도르 가문의 초대 가주와 함께 수많은 전선을 누빈 드래곤의 이야기가 적혀있는 서적을 본 적이 있었다.

‘잠깐 그런데 가문의 수호자씩이나 되는 드래곤이 왜 저런 연기의 모습으로 나타난 거지?’


“그런.. 대단하신 분이 왜 이런 누추한 곳에 그런 모습으로 계신 건가요?”

에르가는 드래곤에게 원한을 사지 않도록 최대한 검은 연기에게 거슬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도 모른다.]


“...”

이런 무책임한 소리가 어딨는가.

본인이 모르면 도대체 누가 안다는 소린가.

에르가는 소량의 용기를 쥐어짜 내 연기에게 말했다.

“그럼 누가 아나요..?”

또 성질을 낼까 봐 내심 조마조마했지만, 이번에는 고분고분하게 대답해주는 연기.


[어둠의 신 올가만이 알고 계시겠지.]

엥?

이제는 신이란다.

애초에 신이 존재하기는 한 것인가?

그러다 문득 든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신까지 알고 있는 저런 위대한? 드래곤이라면 자신의 병에 대해 알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혹시 뭐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요?”


[뭐냐.]

에르가는 숨을 깊게 들이마셔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그간 그를 괴롭혀왔던 근원을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담은 채.


“제 몸에 있는 병을 고칠 방법이 있나요?”

그 말에 일렁이던 검은 연기 고울이 에르가의 상태를 보는 듯 잠시 멈추었다.


잠시 후 그에게서 들은 말은 살면서 전혀 생각 도 못한 말이었다.

[독에 중독되었구나, 허약한 놈..]

참신한 개소리라고 해야되나?


“네?”

독이라니, 이 본도르 가문에 그것도 직계 혈족에게 감히 누가 독을 쓴단 말인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나는 얼빠진 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독이 아니야, 너 아직 어둠의 공능을 뚫지도 못했구나?]

저건 또 무슨소리란 말인가. 어둠의 공능 이라니.


“어둠의 공능이 뭔가요?”

[어둠에 사랑받은 육체를 타고 태어난 이들이 가지는 축복이지.]

“그럼 그 공능을 뚫지 못했다는 소리는 또 뭐에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거냐?]

“모르니까 묻는 거죠.”


이어서 설명해준 아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둠에 사랑받은 육체를 타고 태어난 이들의 몸에는 어둠이 잠식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어둠은 아이의 몸속에서 계속 잠식하고 있기에 마나를 깨우친 경지가 높은 사람이 그 어둠의 기운을 모아서 인간이 사용하지 않는 뇌의 나머지 부분에 담아주어야 한다고 한다.

5살이 되기 전에.


[그 내용은 어둠의 저서에 적혀있고 어둠의 저서는 본도르 가문에도 하나 있을 텐데?]

“있었으면 제가 이렇게 되진 않았겠죠..”

[이상하군. 사라진 건가? 어쩌면 네 몸에 있는 독기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어.]

“그래서 제 병은 고칠 수 있는 건가요?”

[병이 아니라니까. 어쩌면 날 만난 것은 너에게 엄청난 기연일 수 있겠구나. 꼬맹이.]

“제발 알려주세요.”

에르가는 간절했다.

그리고 이렇게 남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자신의 나약함에 치가 떨렸다.


[쯧,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따라 해라.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집중하는 게 좋을 거야.]

에르가는 침대에 가만히 앉아 고울의 말에 따랐다.


2시간 뒤.


치이익.

“쿨럭!”

가열된 에르가의 몸에서 수증기가 일고 입에서는 검게 죽은 피를 토해냈다.

[다 됐군.]

털썩.

에르가는 침대 위에 정신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

[솔직히 성공할 줄 몰랐는데 제법 끈기는 있는 꼬맹이군.]

2년이나 늦었기 때문에 단단하게 틀어막힌 어둠의 공능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도박. 운이 따라 준 것이다.


“...!”


희미하게 무슨 소리가 들린다.


“...님!”


누군가 내 어깨를 마구 흔들어대는 듯하다.


“에르가님!”


“아.. 로제.”

나는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크윽.”

갑자기 아파오는 머리를 손으로 짚었다.


나는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

.


다시 눈을 떴을 때 열린 창문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으음..”

상체를 들어 일어났더니 침대 아래에 팔을 궤고 잠들어 있는 로제가 보였다.


[드디어 깨어났나 보군.]

내 앞에 어제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니라는 듯 검은 연기가 두둥실 떠올랐다.

로제가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 연기는 나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모양이었다.

아래를 보니 피를 토해 지저분해졌던 옷은 사라지고 새하얀 옷이 대신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로제가 빨았나 보다.


[밤새 저 여자애가 널 간호해 줬다.]

나는 그 말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로제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덮고있던 이불을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으..음?”

그에 로제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깼어?”

로제가 에르가를 쳐다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덮어준 이불이 무색하게 벌떡 일어나 에르가의 몸을 살피는 로제.


“하하.. 보다시피.”

쓰러진 자신보다 더 걱정해주는 그녀의 모습에 더 고마웠다.


“성직자님이 며칠은 움직이지 말고 누워있으라고 하셨어요.”

“이제 괜찮아.”


“어제 괜찮다고 하시고는 쓰러지셨잖아요! 그리고 점심을 들고 들어와 보니 침대가 온통 피바다였다구요. 공자님 머리카락이랑 눈동자 색은 또 왜 바뀌신건지..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뭐?”

흥분한 그녀의 뒷말에 에르가가 살짝 놀랐다.

‘많이 흘렸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 정도였나. 이거 아무래도 며칠 동안은 침대에 얌전히 누워있어야겠군.’

그렇게 많은 피를 흘렸는데 갑자기 팔팔하게 움직이면 다른 사람들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결국 에르가는 그녀의 손속에 침대 위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절대 안정을 취하셔야되요 아시겠어요?”

“그래..”


로제는 에르가에게 다시 한번 신신당부를 하고는 방에서 나갔다.


“잠깐. 머리카락이랑 눈동자 색이 바뀌었다고?”

아까는 경황이 없어 그냥 넘어갔던 로제의 뒷말이 생각났다.


“이럴 수가..”

천천히 전신 거울로 다가가자 거울에 서서히 비치는 자신의 모습.

백발에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를 한 낯선 소년이 서 있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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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아직은 초보작가라 계속 생각만 앞서네요 ㅠㅠ 20.05.29 23 0 -
» 의문사 20.05.26 7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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