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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탄광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의 빌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글탄광
작품등록일 :
2023.10.18 03:01
최근연재일 :
2023.10.19 15:05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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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추천수 :
0
글자수 :
11,577

작성
23.10.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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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멸망의 빌런 002화 ─ 이태성, 결심하다(2)

DUMMY

“아얏! 왜 때려요?!”


세아는 붉은 눈시울로 게슴츠레하게 쳐다봤다.


“뭐 네가 보면 어쩔 건데?”

“와아 오빠가 어린애도 아니고? 아니 맞나? 하는 짓 보면 맞는 것 같지 않아요?”


그 말을 들은 이태성은 순간 자신의 정신 연령이 혼동되었다.

1회차 때 그는 누구보다 황폐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을 돌보기보단 고유 스킬을 얻어내기 위해서 매우 절박했다.

나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묵묵히 버티기 위해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기계처럼 행동했다.


고유 스킬을 얻은 이후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서 인류는 변질되었고 그도 지쳐만 갔다.

이웃이 정(情)을 잃고 가족은 애(愛)틋함을 버렸다.

친구는 벗(友)을 모르고 사람 사이에 믿음(信賴)은 잊혔다.


당장 제 앞의 이득을 좇지 못하면 생을 마감해야 했다.

설령 이타적인 이들이 가끔 등장하면 어김없이 그 빛을 쫓은 탐욕에 이용당하고 처참히 무너졌다.


그래서일까?

아직 사람들 간에 진심이 교류되는 이 세상은 이태성에게 더 없는 안락함을 주었다.

언젠가 제 손으로 무너뜨려야 되는 게 꺼려질 만큼.


‘하지만.’


자신이 손을 쓰지 않아도 이 세상은 망가진다.

아니 관여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죽지 못해 살아가다 인간성이 없는 비탄만이 남을 것이다.

차라리.


‘내 손으로 지워버리자.’


천상의 군주가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일 년 동안 최대한 많이.

이태성은 그리 마음을 정했다.

더는 슬픔에 내어줄 시간이 없었다.


“세아야. 솔직히 말해줘.”

“뭘요?”


세아는 이태성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기세가 변했다고 해야 하나?

미묘한 무언가가 틀어지고 사람이 바뀌었다.

평소에도 사람의 태도가 바뀌는 게 두려워서 눈치를 많이 보는 세아가 아니라면.

항상 진심으로 마주 보고 대해주는 이태성이 아니었다면.

알아볼 수 없는 아주 작은 변화.


‘장난을 치는 게 아니야.’


태성에게 무언가 계기가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부드럽고 따스했던 저 눈이 저리 슬픔과 비장함으로 가득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세아는 어렵지 않게 어제 일을 떠올리며 연관 지을 수가 있었다.


“너 가호를 받지 않았어?”


세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눈치가 비상했기에, 태성이 어렵사리 말을 꺼내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인생의 분기점을 지금 맞이하는 걸지도 몰랐다.


[은세아(말소된 자)]

[가호: 위조 광기]

[광명(狂命)의 기사 Lv. 1]

[고유 스킬: 사상(思想) 전염]

[스킬: 광증의 전투 ─ 정신 오염, 초직감, 초야성, 맷집 강화]


‘이거 말해도 되나?’


세아는 상태창이 ‘헛것’이 아니며 실제로 현실에서 발휘될 수 있는 초능임을 명백히 알고 있다. 인터넷을 뒤질 필요도 없이 청아보육원에서 지금 남수혁이 손에서 플라즈마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나이로 남매처럼 지낸 수혁이가 세아 몰래 마술을 배울 리도 없었고 그럴 돈도 없으니 하루 아침에 바뀐 현실이 진짜라는 거다. 덕분에 태성이와 옆에서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아이들은 관심조차 줄 겨를이 없었다.


‘그래도······.’


사상 전염은 너무 선입견이 강하게 드는 능력이었다.

그 외에도 가호나 직업, 나아가서 스킬까지.

무엇 하나 평범한 게 없었다.


과연 태성이 어디까지 알고서 이야기를 꺼낸 걸까?

이걸 얘기하면 자신을 보는 눈빛이 안 좋게 변하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난무하며 부딪친다.

세아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애먼 바닥을 지그시 누르고 있을 때.


[공지: 룰이 변경됩니다!]


눈앞에서 메시지가 반짝였다.


[천상의회에서 다수결로 대규모 이벤트를 제안합니다!]

[대미궁 출현 시기를 앞당깁니다!]

[신의 유희가 개방됩니다!]

[세력의 창립이 허가됩니다!]



“뭐야 이게?!”


이태성의 눈이 마구 떨린다.

극심한 동요가 당혹스러운 말과 뱉어졌다.

이런 미래는 본 적이 없다.

아예 존재한 적이 없는 과거란 뜻이며 현재였다.


[Day ─ 365]


“어째서···?!”


게임이 시작된 지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본래 그의 기억대로라면 미궁은 앞으로 일주일은 지나고.

군주들과 소통의 창구가 되는 신의 유희는 한 달.

각성자를 모아서 회(會)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석 달은 돼야만 했다.


‘내 기억에 오류가 있었나?’


회귀자라지만 앞에 ‘불완전한’이 붙어 있다.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런 대형 사건을 한꺼번에 놓칠 리가 없다는 위화감이 들었다.

그러니 다른 가설을 내놓았다.


‘어떠한 개입이 생겼다.’


만약······.

이태성 자신 혼자서 과거로 돌아온 게 아니라면?

초월적인 존재인 군주나 그의 사도들이 기억을 가진 채 회귀한 거라면?


‘어쩌면 인류는···.’


···구원받을 수 없는 걸까?

망연자실함이 가슴을 가득 눌러 채운다.

자신의 기억이 어느 정도 쓸만하다는 전제라면 군주의 사도들은 괴물이다.


인간을 벗어난 인외.

말 그대로 다른 생물로 거듭난 괴생명체였다.

군주의 직속 부하로 거듭난 그들은 생전 사람이었던 존재를 열등한 벌레로 취급한다.


그렇기에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었다.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헌터든 빌런이든 가리지 않고 종족을 바꾼다.

게임에서 얻은 ‘종족 변경권’마냥 외형이 바뀐다.

그런데 그 수는 제한되어 있어서 인간끼리 서로를 때리고 죽인다.

끝에 서 있던 것은 한 아이의 부모였고 리치로 부활한 부모는 아이를 죽이고 좀비로 되살렸다.


그 끝은 비참하며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우욱···!



“하아······! 하아······!”

“오빠 괜찮아?”


이태성은 속이 들끓는 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정신을 다듬었다.

세아가 걱정해 오지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다가올 격변을 대비했다.


대미궁.

반세기 동안 조사했으나 1할도 밝혀내지 못한 종잡을 수 없는 깊이와 넓이를 지닌 차원이다.

밝혀진 사실은 그 1할도 지구 면적의 세 배가 넘으며 출입구가 전부 연결되어 있어서 나라와 나라를 오갈 수 있는 새로운 유통 수단으로 부상한다.


‘거기에 조건을 충족하면 다른 차원으로 이동이 가능하지.’


다른 공간과 연결된 특수성 때문에 기존 지구에서 본 적 없던 다양한 특수 환경이 적용되며 마수들이 서식하고 있다.

거기다 대미궁 자체적으로 나무에서 뻗어 나온 뿌리처럼 소미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새로운 공간은 마수가 득실거리는 마경일수도 있고, 예상외로 안락한 거점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빌런들이 대미궁에 자리를 잡았지.’


어디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자유로움과 몸을 숨기기 좋은 넓고 복잡한 지형.

또한 군주들이 침략의 통로로 사용하기에 이태성은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 당장 요충지를 점령해야 하나?’


원래라면 일주일 정도 고심한 끝에 무언가를 정했을 것이다.

회귀는 갑작스러웠고,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으니까.

하지만 울고불고 징징대도 변하는 사실은 없다.


그리 생각을 정리하자 세상이 일렁이며 한차례 무언가가 ‘나’라는 존재를 휩쓸었다.

공간과 공간이 겹치면서 세계를 정의하는 법칙과 순리가 깨지고 재정립된다.

지구라는 범우주적인 차원이 버틸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용적량을 자랑하는 대미궁을 받아주기에 우주는 너무 작았다.


그렇기에 나뉜다.

대미궁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쪼개고 쪼개서 존재하는 모든 것에게 나눠주었다.

그 과정에서 밀고 들어오는 대미궁의 정보가 영혼에 강제로 입력된다.


버틸 수 없다면 죽을 것이고 버틴다면 대미궁에 입장할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위이이이잉!


‘시작된다!’


이태성은 세아의 손을 굳게 붙잡고 목소리가 묻히지 않게 크게 외쳤다.


“세아야 버텨!”


─위이이이이잉!!!!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귀에서 돌발성 이명이 박힌다.


─지이이이이!!

끝은 언제일까?

쉴 새 없이 바뀌고 귀를 찌르는 듯한 감각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공간이 파괴되며 수복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에 매질로 그 진동이 전해져 온다.

그런데 그 진동을 소리로 바꿔주는 신경 세포는 처음 경험하는 정보를 전기 신호인 펄스로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그대로 뇌에 전송했다.


─끼리리리리릿릭!!!

파멸적으로 날뛰는 펄스 신호에 뇌가 타들어 가는 듯하다.


시각은 눈을 감으면 된다.

미각은 입을 닫으면 된다.

후각은 잠시 숨을 멈추면 된다.

촉각은 가만히 몸을 내버리면 된다.

그러나 청각만은 아니다.


인간이 유일하게 통제할 수 없는 기관.

신체적으로 청각을 막을 수 있는 부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주는 커다란 자극은 버틸 수 없는 괴로움이자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를 악물며 귀를 틀어막고 쓰러지듯이 웅크리고 있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

.

─············.

모든 소리가 멎었다.

소리가 종식되자 이태성은 재빨리 세아를 찾았다.


세아는 옆에서 거품을 물고 토사물을 게워 내며 쓰러져 있었다.

태성은 토사물로 목이 막히지 않게 숨을 쉬기 편한 자세로 고쳐주고 보육원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한구석으로 치우고 세아처럼 해주었다.


전화 따위를 해서 소방관이나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어차피 어딜 가든 모두 똑같은 상태이니 신고는 의미가 없으니까.


‘지금부터 재앙이 시작된다.’


대미궁에 적응한 사람은 반송장처럼 쓰러져 있을 것이다.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필히 죽어 나가 길가에 널브러져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사이 발생한 ‘의식불명’이다.


화기나 전기를 다루는 사람.

차를 몰던 사람.

수술을 진행 받던 사람.

건설 현장에 있던 사람.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 것이다.

이태성 자신이 어찌할 도리도 없이.

문제는 이게 겨우 일차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더욱 큰 재앙이 온다.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이차 문제로 취급되지도 않는다.

대미궁이 열리면서 마수들이 풀려난다.


일차 몬스터 웨이브(Monster Wave).

사람을 좀 먹는 군주들의 놀이가 시작되었다.


이태성은 미치도록 달렸다.

우습게도 지금 사람들이 죽어선 안 되었다.

절망 너머의 세계는 일종의 극락이며 천국이다.


‘정확히는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세상.’


특별한 힘에 휩쓸리지 않는 굳건한 인간성을 지닌 사람을 선별해서 다시 한번 평범히 살아갈 기회를 주는 스킬이다.

다음날이 두려워도 희망이 있는 나날.

서로를 마주 보며 두 눈으로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는 일상.

쓸데없는 화두로 대화를 채우는 비효율적인 즐거움.

태성은 그런 세상을 원했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구원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태성의 고유 스킬은 지독히도 편협했다.

오직 태성이나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이 죽인 영혼만을 거두어 준다.

마수나 인외족에게 죽은 것은 완전히 외면해버린다.

그들의 영혼이 갈 곳은 지옥뿐인데 말이다.


‘죽어서도 절망은 계속돼.’


직접 지옥에도 다녀왔으니 그 현장을 차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태성은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게이트를 지긋이 올려다보았다.


상공에는 멀리서도 확연할 만큼 거대한 문이 떠 있었다.

인식하는 사람의 두뇌에서 통로가 연상되는 이미지.

태성이 보기엔 게이트를 이루는 문은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때 울고 웃고 사랑했던 사람의 거죽들이 한데 엉켜서 비명을 지른다.

그 비명이 문을 비틀며 열리는 소리였다.


‘제대로 된 방어구나 무기도 없네.’


회귀했다고 너무 편안했나?

겨우 4시간 동안 긴장을 풀었다고 다음 일초를 생존하기 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너무나 미워지며 사무쳤다.


단 하루도 쉴 수 없고.

바삐 움직이는 순간에도 어찌할 수 없는 절망은 성큼 다가온다.

그럼에도.


“나밖에 할 수 없어.”


태성이 쏟아져 나오는 마수를 향해 읊조렸다.


─떠올려라.


초급 흑마법이 억울하게 죽은 영혼을 긁어모은다.

애석하게도 죽은 사람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대미궁으로 죽은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마수에 짓밟힌 사람이.


그들의 영혼이 한데 모여서 빚어낸 것은 인류가 그토록 원했던 영원.

망상이자 꿈이었다.


[초급 흑마법 ─ 사령귀속 + 초급 연금술 복제 마수가 높은 이해도로 집합됩니다.]

[융합 스킬 ─ 그림자 마수가 생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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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망의 빌런 002화 ─ 이태성, 결심하다(2) 23.10.19 6 0 13쪽
1 멸망의 빌런 001화 ─ 이태성, 결심하다(1) 23.10.18 1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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