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것'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왔다.
'어둠'이 찾아온지 단 5분.
서울이 있던 자리는 지옥의 통로가 개방됐다.
그로써 얼마 안가 지구의 주인은 바뀌게 된다.
***
[8년 뒤 한국]
손님없는 편의점을 털어서 통조림을 얻었다. 통조림은 최상의 식량이다. 썩질 않으니까.
'운이 좋네.'
통조림을 가방에 넣으려는 찰나, '그것'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끼룩 끼룩
-하나야 공부하니?
-꺄악저게뭐야저게뭔데경찰에전화해하나야꺄아아악
-끼룩끼룩
'그것'이 내는 소리를 무시하고 편의점 밖을 나왔다.
편의점 밖 또한 '그것'들이 세상을 점거하는 중이었다.
-알파분대는 후방을 엄호하라.
-어째서 죽지 않는거야 이런 씨발.
-후퇴해라 당장 후퇴해.
-짹짹
놈들은 자신이 기억하는 소리를 흉내낸다. 인간은 적응의 생물이라고 한다. 이런 세상이지만 난 어찌저찌 목숨을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부산이 뚫렸다고? 이런 미친...
-비상계엄령을 선포합니다.
-이연옥중사너당장이리안와?야임마커헉컬으헉.
'그것'들이 헛소리를 해대며 들끓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갸냘픈 소리를 들었다.
"아무도 안 계시나요?!"
하지만 그녀또한 '그것'의 일부였다. '그것'은 악마라고 지칭한다. 그녀는 보통 악마보다 지능이 높은 개체.
"제발.."
놈들은 살아남기 위해 교활해질 수 밖에 없었다.
네이비씰 동기였던 '밥'또한 몇달 전 저것에게 속아 죽어버렸다.
'병신같이 착해 빠지기만 한 새끼.'
난 아지트에서 통조림을 까며 '그'를 생각했다.
'8년이나.. 지났어. 우리 외에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모양이야. 이제는 나 혼자만 남았지만.'
복수조차 대신 해줄 수도 없는 것이다.
보통의 악마 한 마리를 죽이기 위해선 적어도 1개 중대가 가지고 있는 화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이따금씩 지난 날의 평화를 회상한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었으며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실 수 있던 시대를.
'..목 마르다.'
주변의 사소한 것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행복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일단 가장 먼저 씻고 싶어.'
그렇다고 낙이 아예 없는건 아니다.
해가 완전히 저물면 하늘을 바라본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풍경. 가히 예술과도 같았다.
'담배랑 맥주 한 캔만 있었다면...'
더이상 이 도시에서 얻을 수 있는건 없다. 떠날 때가 온 것이다. 낮이 되면 놈들의 활동량은 배가 되니까.
"쉴 틈도 없네, 아주."
다른 지역으로 이동 해야했다.
'이번엔 어디로 가볼까. 부산? 인천?'
산을 통해 그 곳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산은도시에 비해 악마도 적고 비교적 안전한 통행로니까.
'자, 떠납니다요.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혼자 남은 내가.'
동물이 멸종된 산은 그저 적막하기만 할 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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