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3479_rksnlsek4 5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들의 게임에 초대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enech
작품등록일 :
2019.01.08 22:12
최근연재일 :
2019.01.11 22:00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85
추천수 :
2
글자수 :
17,029

작성
19.01.09 22:00
조회
60
추천
1
글자
11쪽

매점 탈환 (1)

DUMMY

학교가 이세계로 오게 된지 이틀째.

우리의 생활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은 아이들은 이 세계의 참혹함을 알고 곧바로 반에서 목을 매달고 자살했다.

아마 그 수만 해도 백명은 족히 되지 않을까.

이세계로 온 것 같다고 좋아하던 연이도 어느새 조용해져 있었다.

왠지 모르게 학생들을 제외한 선생이나 조리사들은 이 세계에 소환되지 않았다.

소환된 것은 우리들 학생들 뿐이었다.

어째서일까.

왜 학교 건물 자체가 소환되었으면서 교사들은 소환되지 않았을까.

이런 창작물에 대해 잘 아는 연이나 정보 수집에 능통한 성민이에게 물어봐도 답은 알 수 없었다.

악마라는 것들은 우리를 방임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세계에 우리를 소환한 채 아무런 행보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지는 않았다.

악마라는 녀석들이 사는 곳이 담 너머의 기이한 건물들인 건 불 보듯 뻔했다.

백 명의 학생들이 한 번에 희생당했는데 그것을 보고도 그 녀석들의 건물에 가는 바보 짓을 할까.

아니, 그런 녀석은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밖으로 나갔다고 한 녀석들 중에 살아서 돌아온 녀석은 없었다.

행복하게 살고 있거나 죽었거나, 극과 극이겠지만 아마도 죽은 것이 아닐까.

대부분이 그 의견에 찬성하며 암묵적으로 우리는 학교 건물 안에 고립되었다.

그렇게 고립이 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화장실일까?

아니, 화장실은 평소와 다를 바 없다.

실험하기는 역겨워서 못하지만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변기도 잘 내려간다.

화장실의 물도 색깔이 미묘해 불안하지만 잘은 나온다.

그렇다면 숙박일까?

그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니 숙박까지 학교에서 하게 되었지만 많은 아이들이 죽은 터라 꽤 공간은 넉넉했다.

밤이 되면 눈치껏 빈 자리에 누워 자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배고프다... 어제부터 아무 것도 못 먹었네..."


"그러게..."


식량과 물이다.

매점과 식당에 음식들이 있을 터였지만, 그것들은 눈치 빠른 아이들의 손에 점령당했다.

원래같았으면 같은 인간으로서 나눠달라고 했을 테지만, 어차피 일주일 뒤에는 죽을 목슴인데 어련하실까.

멀쩡해 보였던 정수기의 물도, 부족을 알고 난 뒤의 아이들이 각자의 텀블러에 물을 가져가 어느새 다 떨어졌다.

나와 연이의 경우 곧바로 물은 챙겨뒀지만 식량은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다.

나와 연이가 교실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성민이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힘들다... 애들 전부 멘탈이 나간 상태야..."


"너야말로 어제부터 계속 돌아다녔잖아..."


"그야 어떻게든 상황을 살펴야 하니까... 회장이 어떻게든 식당 쪽은 해결해줄 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문제는 매점.

아무리 영양가가 없다고 해도 매점에는 가장 중요한 수분이 있다.

식당의 물은 다 떨어진지 오래니 마지막 남은 그 수분은 어떻게든 사수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생존 게임에서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을 챙겨줄 필요가 있을까?

이런 것을 생각하고 학생 회장은 곧바로 식당으로 달려가 그쪽의 중심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식당은 학생 회장의 의무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식당이 영리단체라면, 비영리단체인 매점은?

완전한 개인주의가 된 이 곳에서, 전체주의를 내세워봤자 이득을 볼 수 있을까?


"이건 내가 원하던 이세계가 아닌데..."


"그렇게 신세 한탄해봤자 소용 없잖아..."


책상과 의자를 전부 구석으로 밀어놓은 반에는 약 20명.

10명 정도가 죽은 것이었다.

죽지 않은 것도 결국은 공포 때문이었다.

어차피 죽을 것을 알면서도,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공포.

그리고 한편에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운명의 1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의 초조한 말을 듣자 연이와 성민이는 기운을 잃었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기에 당황한 나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연이는 그렇다쳐도 성민이까지 이 정도라니.

인간의 나약함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너네들, 혹시 물 있어?"


반의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은 별로 없는 사과머리를 하고 있는 이 여자아이의 이름은 안세희.

우리 반의 여회장이다.

언제나 침착하고 똑똑해서 그런지 이런 상황에서도 기운을 잃지 않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 물음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입을 열었다.


"아니, 우리도 물은 별로 없는데."


"흠... 수상한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솔직하게 말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개인주의니 전체주의니, 영리단체니 비영리단체니를 논하긴 했지만 나도 결국은 똑같았다.

살기 위해서는 이기주의를 외치는 악랄한 인간이었다.

내가 살기 위해선 남이 어떻게 되든 좋은, 단순한 이기주의에 불과할 뿐이었다.

연이는 나의 대답에 놀란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지만 곧이어는 나의 의도를 알았다는 듯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우리의 모습을 보던 안세희는 조용히 나를 노려보았다.


"정말로 물이 별로 없는 거 맞아?"


"응."


"한정현. 원래 네가 장난을 잘 친다는 건 잘 알아. 하지만... 지금이 장난을 칠 상황이 아니라는 건 잘 알 텐데? 정말로 물이 없어?"


안세희의 말을 듣고 무심코 그녀의 뒤로 보이는 여자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두 달이나 같은 반에서 지낸 친구들이다.

그 중에는 중학교나 초등학교 때부터 봐왔던 아이들도 있고, 연이나 성민이의 친구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연이와 성민이를 버리라는 선택을 할 자격이 있을까.

적어도, 내 딴에서는 우리 세 사람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역부족이다.


"없어. 우리도 남은 건 기껏해야 뚜껑 반 컵을 내일까지밖에 못 마신다고."


"흠... 그래, 알았어."


차라리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어젯밤에 생각했다.

사실은 우리에게 공부를 하라고 만든 선생들의 몰래카메라이길 바랐다.

하지만 죽은 아이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고, 한 시가 멀다 하고 자살하는 아이들만이 늘어났다.

이미 반마다 적게는 5명, 많게는 15명의 학생들이 죽어나갔다.

그런 사회에서 제정신일 수 있을까.

이기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사람으로서 살 수 있을까.

이 지옥 같은 상황은 우리를 악마로 만들고 있었다.

이미 매점을 점령한 아이들부터 물을 독차지한 아이들.

그리고 그렇게 식량들을 독차지해 놓고 다른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방관하고 있는 아이들.

그런 잔혹함을 보고도, 우리를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살기 위해 움직인 우리에게 인간다움을 요구할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했다.

우리는 이 악마의 게임에 초대받은 이상, 인간이 아닌 악마로서의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단지 살기 위해.

1분 1초라도 살아서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우웁..."


"정현아?!"


갑자기 속이 이상해졌다.

연이의 외침을 뒤로 한 채로 나는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화장실의 변기에 대고 토를 하기 시작했다.

먹은 것이 분명히 없는데도 왜 이러는 것일까.

뭔가를 잘못 먹은 것은 확실히 아니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나조차 몰랐던 나 자신의 이기주의가 너무 역겨운 것이었다.

평범하긴 개뿔, 평범하지 않은 악랄함을 속에 숨기고 살아왔던 나 자신이 역겨웠다.

주변 사람들 사이에 숨기고 있던 나 자신의 평범함이, 이렇게 무력하게 된 상황을 바라보니 너무 한심한 것이었다.


"괜찮은 거야..?"


"어..."


"일단 성민이한테는 애들 좀 지켜보고 있어달라고 말해 놨어..."


"응..."


연이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만약 연이와 싸우거나 게임을 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의 친절함은 돌변하고 살기 위한 난폭함으로 변하지 않을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연이에게뿐만이 아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성민이에게도.

반 친구들에게도.

이기적으로 나 혼자 살기 위해 발버둥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이 녀석들을 어떻게 쳐다봐야 할까.

어떤 표정으로 이 녀석들을 맞이해야 할까.

그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 얼굴을 붙잡았다.

그 순간이었다.


"한정현! 계속 이렇게 힘없이 있을 거야!"


"응..?"


연이가 나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겁을 먹은 채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날 보더니 곧이어는 나의 얼굴을 자신에게로 고정시켰다.


"솔직히 힘든 거는 알고 있어. 그리고 네가 그렇게 혼란스러워 하는 이유도 잘 알고. 그치만 기운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되잖아."


"너네를 어떻게..."


"알아, 만약 둘이 붙게 된다면 어떻게 될 지를 생각하고 있던 거지? 그건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나도 그렇게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니까."


연이는 작게 미소지으며 손을 놓았다.


"그래도 하루하루를 힘내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아. 이런 지옥 같은 상황이라도, 하루하루를 버티다보면 나아질 거란 희망을 품고 있어. 그렇게 내일로 내일로 향하다보면 언젠가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결책을 찾는다니... 그런 거 가능할 리가..."


"불가능일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살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오늘을 살고 싶어 하는 의지라고 생각해."


살아본다.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이렇게 살아봤자 결국 죽을 텐데.

살고 싶어 하는 의지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그리고 일단 어서 와서 입부터 헹궈..."


"...잠깐만."


"응?"


연이의 말을 듣는 순간 계책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이 계책을 들키지 않도록 주변의 상황들을 바라보았다.


"연아."


"응..?"


"고마워."


"갑자기..?"


"덕분에 어떻게든 살 희망을 챙긴 것 같아."


연이에게 미소를 짓고는 반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천천히 반 밖으로 나왔다.


"이건 나 혼자로는 불가능한 작전인데... 들어 볼래?"







"뭐야, 넌? 꺼져. 매점은 우리 거니까."


"음..."


한정현과 그의 반 아이들이 매점을 향해 걸어왔다.

매점을 점령하고 있던 학생들은 인파에 겁을 먹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매점에서 어떤 거대한 덩치의 학생이 걸어오며 입을 열었다.

매점을 점거한 일행의 대장이나 다름없는 3학년 5반의 박현우였다.


"용건이 뭐야."


"아, 그냥 좀 뭐랄까. 거래를 하러 왔다고 해야 하나?"


"거래? 웃기지도 않는구만."


"웃길지 안 웃길지는 우리의 판돈을 보고 말하시지?"


박현우의 말을 한정현은 비웃듯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엄지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박현우는 한정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보고 경악했다.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양손에 물통을 끼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물통을 서너 개 정도 가지고 있던 아이들도 있었다.


"정수 70통. 내가 이 학교의 물들을 끌어모았다.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않겠어?"


"너... 이게 대체..."


"그러면, 다시 용건을 말하지."


한정현은 바짓주머니에 양손을 집어넣고 눈을 치켜뜨며 박현우를 노려보았다.


"각각 매점의 소유권과 정수 70통을 걸고 게임을 하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들의 게임에 초대되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 매점 탈환 (2) 19.01.11 36 1 14쪽
» 매점 탈환 (1) 19.01.09 61 1 11쪽
1 Prologue. 악마 19.01.08 89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