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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 님의 서재입니다.

레타의 창 Page 1.소년의 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서형™
그림/삽화
서형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0.05.01 21:00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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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37
추천수 :
906
글자수 :
1,084,906

작성
20.04.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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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Chapter V - E.p. 79 (안하던 짓을 하면)

DUMMY

새하얗게 땅을 뒤덮은 눈밭 위로 하얀 꽃 한송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찬 바람에도 고개를 흔들며 버티던 꽃은 누군가의 발에 짓밟혀 버렸다. 노인은 꽃을 밟은 줄도 모르고 연신 주위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껏 움츠린 자세로 노인이 향한 곳은 마을 밖에 있는 언덕 위의 수도원이었다.


수도원 옆의 무덤가.

생명의 신의 상징인 Y형태의 비석들 사이로 아직 눈조차 쌓이지 않은 무덤이 하나 보였다. 축축하고 검은 땅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이 무덤은 다른 무덤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 크기였다. 어린아이의 무덤이었다.


무덤에 다가간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무덤을 쓰다듬으며 흐느꼈다. 소리 죽여 흐느끼던 그는 진정이 되자. 눈가를 훔치고는 무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흙이 품고 있던 관이 창백한 달빛아래 드러났다.


끼이이이

관이 비명을 지르며 들춰지고 그 안에 잠들어 있는 이가 보였다. 가슴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누워있는 소녀는 이제 열 살이나 되었을까? 앳된 모습이었다. 금발에 투명할 정도로 창백하고 맑은 피부.


간신히 진정되었던 노인은 다시 왈칵 눈물을 쏟았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소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흐느꼈다.


투둑. 둑.

소녀의 얼굴 위로 노인의 눈물이 떨어졌다.

“오···. 아가···우리 강아지.”


훌쩍이던 노인은 무언가 생각이 나 품속을 뒤져 병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 병안에는 무언가 검고 찐득한 액체가 들어있었다. 노인은 젖병을 물리는 어미처럼 소녀의 시신을 안아 올렸다. 차갑게 굳어있는 시신은 노인의 손길에 저항을 하는 것처럼 흔들렸다. 노인은 그런 소녀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소녀의 입을 억지로 벌려 병 안에 든 것을 입안으로 흘려 보냈다.




인기척을 느낀 수도사가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는 무덤가에서 웅크리고 있는 노인의 실루엣을 발견하고는 놀랐다. 수도사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급히 랜턴에 불을 붙이고는 문을 열고 노인이 있는 곳으로 랜턴을 내밀었다.


“거..거기! 누구요??”


화들짝 놀란 노인은 소녀의 시신을 품에 끌어 안아 숨겼다. 뒤뚱거리며 밖으로 나온 수도사는 노인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의 품속의 소녀를 보고는 경악했다.

“미쳤소? 뭐 하는 짓이오?”


노인은 다급히 말했다.

“그녀는 죽지 않았습니다. 아직 살 수 있어요!”


“이미 죽은 아이요!”

수도사의 다그침에 노인은 격렬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혼잣말을 하듯이 빠르게 말했다.

“아냐아냐아냐아냐 살 수 있다고 했어. 아직 늦지 않았다고 했단 말이야. 아직 나흘이 지나기 전인걸.”


노인의 말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수도사가 물었다.

“나흘? 늦지 않았다니. 당신한테 그런 말을 한 이가 누구요?”


그러자. 노인은 간절한 표정으로 수도사를 간절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며 빈 병을 내밀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했어요.”


노인이 내밀은 병을 본 수도사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수도사는 고개를 저으며 물러섰다.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알려야겠어.”

수도사는 종을 치러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작고 낡은 수도원에 머물고 있는 다른 이는 없었다. 하지만 종을 울린다면 근방 마을주민들이 달려올 것이다. 수도사는 검지 손가락을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종을 아주 빠르게 치는 거야. 무언가 심상치가 않아.”


탑은 고작해야 2층 높이였다. 탑이라기 보다는 옥상에 작은 판자로 구색만 맞춰둔 것이었다. 탑에 오르기 위해서는 사다리 하나만 오르면 될 뿐이었다. 하지만 잔뜩 배가 나온 수도사에게는 그마저도 쉬워 보이지 않았다. 낑낑거리며 힘겹게 사다리에 오른 수도사는 문득 주위가 너무 조용하다는 걸 깨달았다.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살피던 수도사의 눈에 벌써 저만치 마을 쪽으로 달아나는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땀을 잔뜩 흘린 수도사는 엄한 표정을 지으며 종을 쳤다.


땡땡땡땡떙~





노인은 품에 소녀의 시신을 끌어안고 마을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어. 안 늦었다고.”


마을로 달리던 노인은 미끄러지는 소녀를 추슬러 올리다가 문득 그녀가 눈을 뜬 것을 발견했다. 놀란 노인은 멈췄다.

“오···. 아가······”


멍하니 허공을 보던 소녀의 눈동자가 움직이더니 노인을 쳐다보았다. 노인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터져 나왔다. 감격한 노인은 소녀를 품에 끌어안으며 울었다. 노인의 품에 안긴 소녀는 천천히 손을 뻗어 노인의 목을 감쌌다. 그리고.




“으아아아악!”


종을 치던 수도사는 비명소리에 멈췄다. 그리고 저만치 달려가던 노인이 쓰러진 것을 발견했다. 무슨 일이지? 달빛을 머금은 눈밭이 차갑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이 쓰러진 주위로 붉은 피가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수도사는 숨을 헐떡이며 그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노인이 쓰러져있는 곳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소녀였다. 소녀는 노인을 뜯어 먹고 있었던 것이다.


“오··· 신이시여.”

빠르게 성호를 긋던 수도사는 문득 자신이 수도원 문을 열고 들어왔음을 떠올렸다. 다급해진 수도사가 허둥거리며 밑으로 내려가려고 했을 때. 수도사는 펑퍼짐한 자기 수도복을 밟고 중심을 잃었다. 고꾸라진 수도사는 아래층으로 떨어지며 의식을 잃었다.


얼마나 의식을 잃었을까? 희미하게 정신이 돌아오는 수도사의 시야로 새카만 수도원의 내부. 그리고 열린 문 밖으로 달빛을 반사한 눈밭의 하얀 모습이 보였다. 그의 의식이 몇 차례 깜빡이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린 수도사가 땀에 흥건해진 얼굴을 손으로 닦아냈다.


문을 닫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던 수도사는 문득 문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시야가 점점 회복되며 또렷해졌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문 밖의 밝은 곳이었다. 문밖 새하얀 눈밭에서 무언가 이곳으로 기어온 핏자국이 길게 이어져있는 것이 보였다. 수도원 안까지 이어진 그 핏자국은 수도사 앞까지 이어졌다. 그제야 수도사는 어두운 수도사 안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에 피칠갑을 한 소녀가 수도사를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빵 세 덩이랑 말린 고기 반쪽, 계란 열 개에 우유 한 병 맞죠?”


에드는 식재료가 든 바구니를 테이블에 올렸다. 그리고는 눈으로 가격을 빠르게 계산했다.

“빵은 세 덩이에 은화 한 닢이고. 고기반쪽은 은화 둘에. 계란은 다섯에 하나니까. 다섯에. 우유 한 병에 은화 하나. 배달료까지 은화 일곱. 7파드pod에요”


집으로 돌아온 에드는 배달 일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은화 하나를 받고 식당이나 여관의 장을 봐주거나. 글을 모르는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고 전달해주는 일을 했다. 예전처럼 귀족들의 연애편지를 전달할 때처럼 많은 돈을 받지는 못했지만 에드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아녜스는 에드가 왜 돌아온 건지. 갑자기 전처럼 배달 일을 시작했는지 묻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에드가 떠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대해주었다. 반면 조이는 단단히 토라져서 달래는데 엄청 애를 먹었다.

에드가 알버스를 따라 코른으로 가면서 일년에 두세 번 찾아가 얼굴을 보던 것도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족했다. 마치 떠난 적이 없던 것처럼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



“죽은 자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며?”

“사람이 죽었으면 죽은 거지. 산사람을 어떻게.”

“진짜라니까. 코른 방벽 밖에는 이미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고.”

“······에이~”

“어허~ 이 사람 진짜. 이렇게 소문에 어두워서야.”


어느 날부터 그런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저 흥미거리로 떠들 뿐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탈레에서 좀비와 한번 마주친 적이 있던 에드는 그냥 흘려 들을 수 없었다. 소문대로라면 엄청난 수의 좀비들이 나탈레에 나타난 모양이었다. 에드는 동료들이 걱정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나탈레로 돌아가보고 싶었다. 동료들이··· 알버스가 그리고 마리안느가 괜찮은지 먼발치에서라도 확인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갈 수는 없었다. 사람들이 저 소문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코른방벽 안쪽은 안전할거란 생각 때문이다. 천년 가까이 무너진 적인 없는 방벽이니까. 하지만 에드는 이제 방벽 안쪽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성자 삐에르 사건도 그랬으니까.


‘알버스는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아냈을까?’

‘마리안느는 무사하겠지?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에드는 문득 딘스대일의 거리를 둘러보았다. 그간 근방에서 몰려든 피난민들 때문에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만약 이곳이 공격받는 다면?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사람은 많고 그에 비해 경비대 병력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적었다. 에드는 이대로 간만이 있을 수 없었다.


‘경비대에라도 알려야겠어.’

‘잠깐···.. 근데 내 말을 믿어 줄까?’

‘경비대장이 아녜스와 알던 사이라니까. 믿어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경비대 건물이 있는 곳으로 걷다가 고갤 저으며 멈췄다.

‘퍽이나 믿어주겠다.’


경험상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대하는지 알았다. 마리안느도 노엘과 칼리의 능력을 보기 전까진 믿지 않았으니까.


‘어쩌지···.’


그렇게 고민을 하던 에드는 순간 한 사람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어른을 상대로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도 절대 무시 받지 않을 만한 사람.




잠시 후.

번화가 찻집 앞.

딸랑딸랑.

문에는 닫힘이라는 푯말이 적혀있었지만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글을 못 읽나? 장사 안 해.”


말콤은 마른 천으로 찻잔을 닦으며 시큰둥하게 말하다가 에드를 보고는 멈췄다. 에드는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그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말콤”




에드의 걱정과는 다르게 말콤은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리고는 물었다.

“니가 구원의 기사냐?”


심장이 덜컥 주저앉는 기분이었다. 마치 무언가 잘못을 하다가 들킨 기분이었다. 그래서 에드는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

“아뇨. 아니에요.”


“그래?”


“예. 아니에요. 왜. 그런 말을···.”

그렇게 되묻는 에드의 말에 말콤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혹시나 싶었다. 좀비에 대한 일이라면 나도 겪어봤다.”

“진짜요?”


에드가 너무 반색을 하며 되묻자. 말콤은 인상을 구기며 쳐다보았다. 한동안 에드를 노려보던 그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아버렸다.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 다더라니.”




~~ ~ ~ ~~ ~~~ ~ ~~ ~ ~~ ~ ~ ~~ ~~ ~ ~ ~~~~

살면서 배워선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두려움? 비겁함? 아니 그것들은 오히려 살아남게 해준다. 최소한 멍청한 짓으로부터 날 떼어 놓으니까. 내가 말하려던 건 자만이다. 그래 내가 충분히 해낼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거란 그 빌어먹을 자만이 상황을 이따위로 만들었다.


말콤은 며칠 전.

나이 많은 농부 하나가 그를 찾아와 도움을 청했다. 자기 농장에 왠 괴물이 나타나 양과 소를 죽였다는 거였다. 말콤은 그런 일은 경비대에 말을 하라며 돌려보내려 했다.

“하지만 저는 이곳 영주민이 아니라. 안도와 줄 겁니다.”


“그럼 용병이나 사냥꾼을 찾아가쇼.”

“저에겐 그럴 돈이 없습니다.”


슬슬 짜증이 나던 말콤은 인상을 구기며 노인을 노려보았다. 보통은 그것만으로도 도망치기 마련인데. 이 노인은 제법 끈질겼다.

“예전에 코른에서 뛰어난 군인이라고 들었습니다. 제발···.부탁 드립니다.”


말콤은 이전과는 다른 의미에서 굳어진 얼굴로 노인을 노려보았다.

“그 이야길 누구에게 들은 거야.”


그 물음에 노인은 잠시 말이 없다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내밀었다.

“제 아들이 기사대에 있었습니다.”


그건 그 아들의 유품이었다. 혹 자기 밑에 있던 친구였더란 이야기를 들을까 싶어. 말콤은 차마 그 아들이 어느 기사대에 복무했었는지 묻지 못했다. 그리고 더 이상 노인의 부탁을 거절하지도 못했다. 말콤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던데.”





“뛰어!”


말콤은 청년 하나와 같이 마차를 따라잡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차는 둘을 위해서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주지 않았다. 마차는 금방이라도 뒤집어질 것처럼 내달렸지만 마부는 더욱 채찍질을 하며 말을 보챘다. 말도 눈을 까뒤집고 입에 거품을 물며 내달렸다. 모두가 잔뜩 겁에 질려있었다.


말콤은 이미 피가 잔뜩 묻은 검을 쥐고는 뛰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고 얼굴과 옷 곳곳에는 피도 묻어있었다. 더러운 것은 질색하던 그였지만 지금은 그런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말콤 옆에서 잘 달리고 있던 청년이 미끄러져 넘어졌다.


“어서 일어나!”


말콤의 외침에도 청년은 재빨리 일어나기보다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표정만으로 욕을 내뱉은 말콤이 달려와 청년을 거칠게 일으켜 세웠다.

“멍청아! 가!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


이를 악문 말콤은 자신을 쫓는 무언가를 돌아보고는 잇소리를 내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마차 짐칸에는 청년의 아비로 보이는 중년의 농부와 그의 가족들이 타고 있었다.



“지미!”

농부는 청년의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지미라는 청년이 따라잡기에는 마차속도가 너무 빨랐다. 농부가 마부에게 외쳤다.

“속도 좀 줄여!”


농부의 외침에도 마부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저으며 채찍질을 해댔다.

“내 아들이 아직 못 탔다고!”


“세우면 다 죽어! 죽는다고!”

바락 소리지른 마부는 다시 강박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절대 그럴 수는 없어.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말이···.. 저건 그냥···.. 옛날 이야기잖아.”



농부는 짐칸의 난간을 부여잡고 마차 밖으로 더욱 몸을 내밀며 손을 뻗었다. 이를 악문 말콤이 씨근거리며 내달려 농부가 뻗은 손을 잡았다. 순간적으로 두 사람의 체중이 실리자. 농부가 부여잡은 난간이 삐그덕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농부는 이를 악물고 말콤을 끌어당겼다. 말콤이 거의 몸을 날리다시피 짐칸에 올라타자. 농부의 딸로 보이는 여자가 급히 말콤을 붙잡아주었다.


농부는 다시 난간을 붙잡고 마차 밖으로 몸을 내밀어 손을 뻗었다. 지미라는 청년은 온 힘을 쥐어짜며 마차를 따라잡으려고 애썼다. 몇 번이나 손을 뻗었지만 번번히 놓치고 말았다. 지미는 이미 한참 전에 한계가 왔다. 농부는 간절한 얼굴로 손을 뻗으며 중얼거렸다.


“안돼. 지미. 제발. 제발. 포기하지마.”

농부는 간절하게 몸을 더 내밀며 외쳤다.

“잡아!!!”


농부의 간절한 외침에 힘을 얻은 걸까? 지미은 눈까지 질끈 감으며 마지막 힘을 쥐어짜냈고 결국 농부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농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얼굴이 환해졌다.


농부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그의 아들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지미는 마차에 발을 디디다가 미끄러지며 아래로 늘어졌다. 농부는 아들의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는 목에 이를 악물고 온힘을 다해 지미를 끌어올렸다.


지미가 마차의 반쯤 올라탔을 때 농부가 부여잡고 있던 난간이 부서졌다. 마차까지 덜컹거리며 요동치자. 두 사람 모두 마차에서 떨어졌다.




순간 팔을 뻗은 말콤이 지미의 팔을 붙잡았다. 지미는 마차 아래로 나뒹구는 농부를 보며 절규했다.

“안돼에!”

~~ ~ ~ ~~ ~~~ ~ ~~ ~ ~~ ~ ~ ~~ ~~ ~ ~ ~~~~





“그래. 그 빌어먹을 좀비라는 게 진짜 있는 거더라.”


에드는 말콤이 자신의 말을 믿게 된 거에 안도를 해야 할지. 아니면 생각보다 좀비가 가까운데 있다는 거에 걱정을 해야 할지.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뭐 나보고 어쩌라고. 너랑 그 좀비라는 걸 잡으러 가자는 거냐?”


그렇게 쏘아붙인 말콤은 잠시 말이 없다가 대뜸 물었다.

“근데 넌 왜 돌아온 거냐?”

“..........”


말콤은 대답이 없는 에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에드는 그의 시선을 슬며시 외면하다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전에 말했었죠. 내가 가려는 길 끝에. 그 말이 맞았나 봐요.”

“........”


이번엔 말콤의 말문이 막혔다.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입맛을 다시다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해주면 되는데? 진짜 같이 그 괴물들을 잡으러 가자는 말은 아니겠지?”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경비대에 같이 가서 경고를 해주셨으면 해서.”

말콤은 니가 가서 말하면 되지 않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에드는 멋쩍게 웃으며 묻지도 않은 말에 대답했다.


“저 같은 어린애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믿어줄 테니까요.”


말콤은 금새 납득을 하며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거라면 사람을 잘못 골랐어.”


그렇게 거절을 하던 말콤은 쓰게 웃는 에드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하던 짓을 자꾸 하게 만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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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Chapter V - E.p. 81 (좀비 말살 작전 그 1단계) 20.04.28 125 1 12쪽
181 Chapter V - E.p. 80 (독사 같은 놈) 20.04.24 129 1 11쪽
» Chapter V - E.p. 79 (안하던 짓을 하면) 20.04.21 124 1 17쪽
179 Chapter V - E.p. 78 (열려라 참깨) 20.04.17 127 1 16쪽
178 Chapter V - E.p. 77 (검왕의 검) 20.04.14 132 1 12쪽
177 Chapter V - E.p. 76 (다급한 종소리) 20.04.10 121 1 10쪽
176 Chapter V - E.p. 75 (모두를 지킬 수 없는 선택) 20.04.07 12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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