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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젠 님의 서재입니다.

먹이가 된 유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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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젠
작품등록일 :
2018.04.08 14:51
최근연재일 :
2018.04.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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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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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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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나모스의 발견

DUMMY

“찾았어요, 백작님!!”

얼굴이 창백한 남자가 백작의 방으로 노크도 없이 뛰어들어왔다.

“케나모스, 내 방에 들어올 땐 노크하라고 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공작님을 살릴 방법을 찾았어요!”

업무를 보던 보르카니오 백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게 사실이냐?”

“네, 백작님이 저번에 말했던 이 세계의 존재들. 그놈들만 있으면 공작님을 살릴 수 있어요.”

“자세히 말해봐라.”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보르카니오 백작이 언성을 높였다.

“저번에 섬에 들어왔던 놈들 기억나시죠?”

케나모스의 말에 보르카니오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들이 다시 나타났어요.”“다시 나타났다니? 그때 우리가 분명···”

“몰살했었죠. 하찮은 피라고 피도 빨지 않고, 장창에 꽂아서 마당에 본보기로 전시했었죠. 그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기억하시죠?”

“몇 시간 뒤에 감쪽같이 사라졌었지.”

그때의 분노로 보르카니오 백작의 송곳니가 날카롭게 뻗어 나왔다.

“방금 그놈들이 섬에 들어온 걸 보고 왔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입고 있는 옷이 달라서 처음에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까 저희가 죽였던 놈들이었어요.”

“그럼 그 약했던 놈들이 우리처럼 불사의 몸을 가지고 있단 말이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그럼 네가 말했던 방법이라는 게···”

“그놈들을 생포할 생각이에요.”

케나모스의 의중을 이해할 보르카니오 백작이 턱을 쓰다듬었다. 붉은 손톱이 창백한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아무리 피가 많이 있어도 인간의 피라면 공작님은 결코 입을 대지 않으실 거다.”

“그거야 저희한테 피가 빨린 인간이 죽으니까 그러는 거잖아요. 피가 빨리고도 살아남는 인간이 있다면요? 공작님도 조금은 생각을 바꾸겠죠.”

“일단 내가 가서 말해보마. 넌 침입자들을 생포해라.”

“병력은요?”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다.”

보르카니오 백작의 하락에 케나모스가 환하게 웃었다. 공작을 살릴 방법을 찾아낸 것과 평소 다루던 것보다 상위의 병사를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이 그를 고취시켰다.

“하이든! 4급 흡혈귀들을 성문 앞으로 모아줘! 보르카니오 백작님도 허락한 일이야. 안 그러면 내가 그놈들을 마음대로 부르겠어? 지금 당장.”

케나모스가 높은 천장을 향해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내질렀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한편, 섬에 들어온 블랙 일행은 잔뜩 긴장한 채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저 성이지?”

“네.”

고액의 보상금을 미끼로 일행에 합류시킨 탑랭커 ‘신’이 블랙에게 물었다. 원래 일행의 리더였던 블랙이었지만 아이템과 레벨이 월등히 차이 나는 신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뭐해? 안내 안 하고?”

“제··· 제가 앞장서나요?”

“그럼 처음 오는 내가 안내하리?”

대놓고 블랙을 무시하는 신이었지만 압도적인 힘은 약자의 입을 틀어막았다.

“걱정하지 마. 흡혈귀 놈들 송곳니라도 보이면 내가 다 죽여줄 테니까.”

겉으로는 30대 건장한 남자처럼 보이는 신이었지만 현실에서 고등학생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블랙 일행이 그의 반말에 큰 반감을 느끼는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언제 도착하는 거야?”

“거의 다 왔습니다.”

“잠깐 멈춰봐. 뭔가 온다.”

흡혈귀의 성으로 가는 검은 숲을 반쯤 지났을 무렵 신이 가장 먼저 앞쪽에서 뻗어 나오는 살기를 감지했다.

“하늘에 저거 구름이야?”

일행 중 하나가 높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검은 물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는데.”

검은 물체는 빠르게 하강하며 검은 나무들 사이로 날아들었다.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박쥐로 만들어진 구름이 블랙 일행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테체! 보호막, 법사들 캐스팅하고 탱커들은 최대한 수비에 신경써.”

압도적인 적의 숫자에 당황하는 한편, 블랙이 리더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동요하던 일행들은 곧바로 자신의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긴장이 내려앉은 숲에 오직 신만이 여유로운 눈으로 검은 구름을 살피고 있었다.

“박쥐가 많아봤자 박쥐지. 뭘 그렇게들 쪼시나.”

등에 걸려있던 두 개의 도를 양손에 꺼내든 신이 가볍게 어깨를 돌리며 블랙 일행을 지나쳤다. 가장 먼저 움직인 신에게 반응한 박쥐들이 곧장 그를 휘감았다.

“신! 신!”

블랙이 검은 박쥐들에게 둘러싸여 형체조차 보이지 않는 신을 불렀지만, 대답 대신 돌아온 건 박쥐들의 울음소리뿐이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래서 장비랑 레벨 말고 정신이 박힌 놈을 찾으려고 했는데···”

머리 위를 맴도는 박쥐들을 보며 블랙이 이를 악물었다.

“뒷담화는 파티 창에 내 체력이 얼마 남았는지 확인하고 해야지.”

박쥐들의 울음소리를 뚫고 신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킬을 통해 증폭된 목소리에 그를 둘러싸고 있던 박쥐들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피로 쏘는 레이저 본 적들 있나? 이번에 새로 승급하면서 배운 스킬인데, 잘 봐둬 첫 개시니까.”

신이 오른손에 들린 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혈로.”

신이 스킬명을 외치자 그의 몸 전체에서 핏방울이 빠져나와 칼끝으로 모여들었다. 모여든 핏방울들이 커다란 구체가 됐을 때 신이 짧은 움직임으로 칼을 내질렀다. 그 순간 구체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마그마처럼 끓는 피에 닿은 박쥐들은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오우, 쩌네.”

성인 주먹 크기의 구체는 하늘의 덮은 박쥐들을 반 이상 줄일 때까지 피를 뿜어냈다. 승급 후 처음 써본 스킬에 신은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얘네한테 털린 건 아니지?”

“조심해요. 우리도 박쥐는 다 잡았었어요. 조금 있으면 그 미친놈이 나올 거예요.”

“미친놈?”

“하하하하하하하.”

블랙의 말에 신이 되묻는 순간 하늘에서 순수함을 넘어 멍청함에 가까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소리를 기억하는 블랙 일행이 들고 있던 무기들을 고쳐 잡았다. 박쥐들이 하늘을 돌며 회오리를 만드는가 싶더니 벼락처럼 아래로 떨어졌다.

“못 보던 얼굴도 있네.”

화려하게 등장한 케나모스가 신을 보며 말했다.

“이 새낀 또 뭐야?”

“잠깐만, 나는 비폭력주의자라서.”

케나모스가 칼을 쥔 채 다가오는 신에게 양손을 펼쳐 보였다.

“싸움도 안 하는 놈이 여긴 왜 온 건데?”

“말이 좀 거치네. 보르카니오 백작님이 왔으면 혀가 뽑혔을 거야. 내가 왔으니 다행인 줄 알라고.”

“미친놈은 맞네.”

신이 케나모스와 블랙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어? 안녕. 또 보네. 오늘은 그때보다 더 굉장한 걸 데리고 왔으니까 기대해.”

케나모스가 신의 뒤로 보이는 블랙 일행을 보며 신나게 손을 흔들었다. 상황을 제대로 이해 못 한 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블랙 일행은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다음에 등장하는 놈이 진짜예요.”

“백작님은 오늘 안 오실 거야.”

블랙의 말에 케나모스 답했다. 그 말에 블랙 일행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기뻐하긴 너무 이르지 않나. 자, 이제 온다. 박수!”

양손을 귀에 가져갔던 케나모스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격렬하게 부딪히던 그의 손뼉에서 피가 튀기 시작했다. 케나모스가 피가 뻗어 나오는 양손을 하늘로 치켜들자 숲에서 갑자기 나타난 흡혈귀 두 마리가 그의 손에 달라붙었다.

“이제 그만해줄래? 현기증이 나려고 하네.”

케나모스가 두 흡혈귀에게서 손을 뺐다. 양손은 어느새 나아있었고, 흡혈귀들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자! 4등급 흡혈귀, 쿤이랑 장이야. 인사들 해.”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소개에 화가 난 스드워쿠나가 케나모스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알았어. 제대로 소개할게. 이것 좀 놔봐. 그리고 오늘은 내가 리더거든? 백작님이 허락했다고.”

백작이라는 단어에 스드워쿠나가 멱살을 풀었다. 목을 한 번 쓰다듬은 케나모스가 입을 삐죽 내밀고 다시 두 흡혈귀를 소개했다.

“내 왼쪽에 계신 이분이 고귀하고 고귀하신 암살자 집단의 간부 스드워쿠나님이십니다. 그리고 제 오른쪽에 계신 분은 아까 소개했듯이 장이고요.”

장의 눈치를 살핀 케나모스가 아까와 같이 장을 소개했다. 망토로 얼굴을 가린 장의 감정은 읽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 이제 끝났냐?”

케나모스의 소개가 끝나자 신이 커다랗게 하품을 하며 흡혈귀들에게 다가갔다. 케나모스는 뒤로 크게 물러섰고, 장도 팔짱을 낀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파도 너무 자책하지 마, 저 빌어먹을 흡혈귀 때문에 그런 거니까.”

신과 싸우게 된 스드워쿠나가 쌍검을 든 적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한 명의 인간과 흡혈귀 사이에서 불꽃이 튀었다.

“미친놈. 혈로.”

앞으로 뻗은 신의 칼끝에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핏방울이 모여들었다. 3초 정도 지나자 아까와 같은 크기의 구체가 만들어졌다.

“그냥 뒤져!”

신이 칼을 내지르자 피로 된 길이 세 흡혈귀를 덮쳤다. 가만히 서 있던 스드워쿠나가 피의 길이 날아오는 위치로 이동했다.

“오늘 점심은 스프야?”

스드워쿠나가 오른손을 들었다. 그녀의 손에 닿은 신의 스킬이 순식간에 그녀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맛은 괜찮네.”

블랙 일행의 위로 절망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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