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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전사(鐵甲戰士)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北天侯
작품등록일 :
2019.11.01 12:30
최근연재일 :
2020.03.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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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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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전사(鐵甲戰士) #006

DUMMY

006





파팟!

사람들은 소류강이 마치 귀찮게 달려드는 각다귀를 뿌리치는 것처럼 팔을 휘젓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기세 있게 달려들던 두 사내의 자세가 흐트러지더니 그대로 바닥에 나뒹구는 것이었다.

털썩! 털썩!

비명도 없었다. 그리고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지켜보던 사람들도 알 수가 없었다.

뚜벅. 뚜벅.

흑색 장포를 입은 사내는 무슨 일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앞으로 걸어갔고, 그가 멀어졌을 때에야 사람들은 쓰러진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아앗!”

“이, 이런···!”

두 사내는 앞으로 달려가던 자세 그대로 엎어져 있었는데, 그들을 바로 눕히던 사람들이 경악성을 토해냈다. 그들은 이미 죽어 있었고, 그들의 이마에는 각각 구멍이 나 있었던 것이다.

“아미타불!”

“지풍···! 지풍에 당했구나! 소리도, 형체도 없었는데···.”

시체를 살피던 노인도, 그리고 공연한 정의감을 내세워 검을 출수하지 않고 참았던 사내들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만약 자신들도 소류강을 향해 검을 쳐냈다면···?

처음 사내처럼 목이 없는 시체가 되거나, 이마에 구멍이 난 채로 차가운 땅바닥에 누웠을 것이다.

(아아···!)

그들은 애초부터 그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가 목숨은 하나밖에 없으니 신중을 기하라고 했던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으며, 자신들을 위한 배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말을 듣고, 그리고 그의 기세에 밀려 출수를 망설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불귀의 객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의구심이 들었다.

저 자가 미친 살인마라고?

그는 절대로 미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심한 눈빛과 침착한 태도,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리 눈을 까뒤집고 다시 생각해도 미친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아무리 깊은 원한이 맺혔다고 하더라도 저런 초극강 고수가 힘없는 승려들을 죽이고 사찰까지 불태웠다고···?

물론 그럴 수는 있을 것이다. 저 정도의 능력이라면 와룡사가 아니라 와룡사의 시조라도 불태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 자가 범인이라면 과연 사람들이 몰려와서 시신을 끌어내고 불을 끄려고 할 때까지 절을 불태우고만 있었을까? 범행을 은폐하려면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전에 사라졌어야 옳았다. 저 정도의 능력을 지닌 자라면 많은 사람들에게 목격되기는커녕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범행 현장에서 목격되었고, 광소를 터뜨리며 불타는 와룡사를 가로지른 다음 담장을 넘어 사라졌다고 했다.

목격자들 중 어떤 사람은 머리를 산발하고 손에 긴 창을 든 모습이 야차(夜叉) 같다고도 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흑색 장포를 펄럭이며 날아가는 모습이 아수라(阿修羅)를 연상시켰다고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하나 같이 미친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하지만 소류강을 직접 만나고 난 사람 그 누구도 그가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도 침착하고 냉정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선택을 해야 했다. 앞으로도 그를 추적할 것인지, 아니면 그를 잡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그냥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소류강이 사라진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흑색 장포의 사내는 보이지도 않았고, 석양 이후 들판에는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아미타불.”

침통하고 복잡한 표정으로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던 성각이 석상처럼 서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청의노인을 돌아보았다. 그는 소류강이 떠났는데도 움직임조차 없었다.

“시주는···, 저 자의 정체를 알고 있소?”

깊은 몽상 속에서 가까스로 깨어난 눈길로 바라보던 청의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오늘 객잔에서 잠깐 만났을 뿐이오. 노부 또한 저 자의 정체가 궁금해졌소. 대사께서는 와룡사에서 오신 것이오?”

청의노인의 물음에 성각이 고개를 저었다.

“소승은 와룡사의 비보를 듣고 달려갔다가 용의자가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왔던 것이었소.”

“사찰이 불타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들었소만, 피해가 어느 정도 되는 것이오?”

“주지 스님을 비롯하여 열두 명의 승려가 죽었으며, 대웅전을 비롯한 대부분의 건물이 불에 소실되었다고 들었소.”

“생존자는 없었소?”

“탁발을 나갔던 승려들과 외따로 떨어져 있는 암자의 승려들은 피해가 없었다고 하오.”

“그럼 사건 당시에 와룡사에 있던 분들만 변을 당한 것이로군요. 혹시 스님들 외에 다른 피해자는 없었소? 이를 테면 당시에 불공을 드리러 왔던 신자들도 있었을 것 아니오?”

“다른 사람이 죽었다는 말은 못 들었소.”

“흐음. 그렇단 말이지요?”

청의노인이 눈을 가늘게 뜨며 조금씩 짙어가는 어둠을 응시할 때였다. 시신을 수습한 사람들이 떠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침통한 표정이었고, 분노로 떨고 있었으나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정의감 때문에 나섰지만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결과에 그들 모두 할 말을 잃었던 것이다.

“당시 와룡사에 있던 스님들은 다 죽었으며, 그들 외에 죽은 사람은 없고, 용의자는 사찰에 불길이 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달려갔을 때까지 와룡사에 있었다는 말이로군요. 그것도 법당을 불태우면서 말이오.”

청의노인이 중얼거리듯 말했으나 성각은 말이 없었다. 그가 사건의 내막을 추리해 내는 내용이 사실 그가 알고 있는 전부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계속 소류강을 추격해야 할지 아니면 일단 돌아가서 상황을 알려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자가 정말 범인인지 확실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소.”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청의노인도 소류강을 따라가야 할지, 아니면 와룡사로 가서 생존자들을 만나 자세한 상황을 알아봐야 할지 고심하는 눈치였다.

두두두두!

그런데 그때였다. 말발굽소리가 요란하게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 끝에서 한 떼의 인마(人馬)가 나타났다. 이제는 어둠이 더욱 짙어져 사람도 희미한 윤곽만 보일 정도였는데, 그래서 더욱 길을 서두르고 있는지는 몰라도 달려오는 기세가 대단해서 그들이 가까이 이르기도 전에 길옆으로 비켜서야 했다.

“어헛···? 당신은···?”

히히힝! 히힝!

그런데 무서운 속력으로 지나칠 줄 알았던 인마가 선두에 선 사내가 길가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말고삐를 당겼고, 그 바람에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말을 멈추는 것이었다. 달려오는 속도가 빨랐던 것에 비해 말을 세우는 솜씨가 남다른 것으로 보아 그의 기마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뒤를 따르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앞에서 급히 말을 세웠는데도 전열이 흐트러짐이 없어서 마치 일시에 말을 멈추기로 약속을 한 사람들처럼 보일 정도였다.

선두에 선 청의인 뒤로 모두 열두 명이 도열하듯 멈춰 섰는데 그들의 눈부신 기마술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풍기고 있는 엄청난 기세였다. 그들은 열두 명 모두 청색 경장을 입고 있었고, 모두 검을 등에 매고 있었으며,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있었는데 날카로운 눈매와 전신에서 풍기는 기도는 압도적이었다.

선두에 있는 청의인은 삼십대 중반이나 후반으로 보이는 사내였는데 전신이 탄탄한 근육으로 뭉쳐 있었고, 약간 각진 얼굴에 눈에서는 칼날 같은 예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뒤에 도열한 열두 명과는 달리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

휙!

청의인이 날렵한 동작으로 말에서 내리더니 길가에 서 있는 사람들 앞에 섰다.

“당신은 혹시···?”

그가 응시하는 인물은 청의노인이었다. 청의노인의 입가로 쓴웃음이 걸렸다.

“노부가 강호를 종횡해도 한동안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대의 눈은 속일 수가 없구려.”

“아!”

청의인이 다시 놀라며 예를 취하려 하는 것을 제지하면서 청의노인이 말했다.

“운현궁(雲峴宮)의 사대무신(四大武神)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했는데 갑자기 여기는 어쩐 일이시오?”

청의인은 그가 자신의 정체를 다른 사람 앞에서 밝히고 싶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고 자신의 행적을 말하기도 곤란하여 그는 성각을 비롯한 다섯 승려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당신들은 누구요?”

청의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위엄이 있었다.

그때 다른 사람들은 시신을 수습하여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고, 성각을 비롯한 다섯 명의 승려와 청의노인만 남아 있었다.

성각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며 합장을 했다.

“소승은 방태사(芳態寺)의 성각으로, 와룡사에 관련된 일로 용의자를 쫓고 있었소.”

“그 자를 만났소?”

“만나기는 하였으나···.”

“그 자는 어디로 갔소?”

성각은 상대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도 않으면서 마치 심문을 하듯 재차 묻는 것에 기분이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또 그렇게 묻는 당신은 누구냐고 물어볼 용기는 없었다.

그때 청의노인이 짐작한 바가 있는지 청의인에게 묻는 것이었다.

“청룡(靑龍)께서도 그 자를 찾는 것이오?”

그 말을 듣는 순간 성각은 깜작 놀랐다.

(바로 이 자가 운현궁의 사대무신 중 하나인 청룡이란 말인가? 운현궁의 공주가 와룡사를 찾는다는 말은 들었으나 사대무신을 직접 보기는 처음이로구나. 그런데 청룡이 예를 취하는 저 노인은 누구지?)

성각의 눈길이 새삼스럽게 청의노인에게로 향했다.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특별할 것도 없는 노인이었다. 하지만 운현궁의 청룡이 가던 길을 멈추고 예를 취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그때 잠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청룡이라고 불린 청의인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 자를 잡아오라는 공주의 명이 있었소.”

“와룡사에서 사건이 발생간 것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런 명이 내려졌단 말이오?”

청룡이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공주께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와룡사에 가서 불공을 드렸소. 이번에도 와룡사를 찾으려 하였으나 사찰이 불에 탔다는 말을 들으시고 크게 격노하셨소.”

“허어. 그런 일이 있었구려.”

청의노인의 고개가 끄떡여질 때 청룡이 물었다.

“대협께서도 그 자를 만나셨소?”

청의노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소.”

“그런데도 그 자를 놓아주셨단 말이오?”

청룡의 물음 속에는 그 누구도 청의노인의 손에서 임의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노부가 무슨 이유로 그를 잡아둘 수 있겠소? 많은 사람들이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소류강이라는 그 청년은 객잔에서 우연히 만났으며, 그가 와룡사의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도 오늘 알았소. 하지만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노부가 생각하기에도 의문점이 있소.”

“그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오?”

“와룡사에는 다녀오셨소?”

“물론이오.”

청룡의 대답에 청의노인이 고개를 끄떡인 후에 말했다.

“노부는 와룡사에 가서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알아볼 생각이오. 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오. 도망을 친다거나 회피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 말이오. 다만···.”

청의노인이 잠깐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그를 만나더라도 너무 핍박하지 마시오. 손을 쓰는 거야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만에 하나 억울한 일이 생긴다면 차후에 곤란하지 않겠소?”

청룡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사람이었지 임의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했는지 청의노인 또한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럼 노부는 이만 가보겠소.”

팟!

그 말고 함께 청의노인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리도 없었고, 움직임도 없었는데 마치 꺼지듯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아···!)

성각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움직이는 것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순식간에 사라졌으니 말이다. 성각은 철룡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고서야 청의노인이 그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었다.

(강호의 기인이었구나!)

성각은 말에 오르는 청룡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저분은 누구시오?”

“무영신군(無影神君)이라는 별호를 들어본 적이 있소?”

“예엣? 설마···?”

두두두두!

성각이 놀랄 사이도 없이 청룡과 열두 명의 복면인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무영신군? 정말 무영신군이라고? 백 년 전의 기인이 아직도 살아 있었단 말인가?”

짙은 어둠 속에서 성각은 얼이 빠진 얼굴로 석상처럼 굳어 있었다.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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