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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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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1.05.17 23:04
최근연재일 :
2021.08.03 12:35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819
추천수 :
81
글자수 :
201,882

작성
21.07.12 10:05
조회
13
추천
1
글자
7쪽

41 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별 하나도 빛나지 않는 이상한 밤이었다. 숲에 바람이 불자 하늘의 어둠이 나뭇가지처럼 함께 조금씩 움직였다. 운조가 말했다.

“이런 현상은 처음인데.”

운조가 계속해서 하늘을 노려봤다. 달이 없어도 별들이 보여야 하는데. 모르는 사이에 뭔가 당한 건가? 숲의 냄새는 변하거나 바뀌지 않았다. 오딘의 사악한 마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러나 오딘의 마법이 아니었다. 오딘은 아스가르드에서 싸울을 지켜보며 술을 마셨다. 그러던 중 싸울의 주변이 어두워지는 걸 보곤 다른 곳을 눈을 돌렸다. 싸울에게 멀리 떨어진 곳에 거대한 부락이 보였다. 그곳을 보자 오딘이 눈을 찡그렸다. 붉은 도끼 부족의 블로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방에 피로 물든 몽둥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기이하게도 그 누구도 살려달라 소리치지 않았다. 그저 고통에 몸부림쳤다.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다.

“위대한 지옥의 여인이여! 희생으로 우리를 강하게 만드소서!”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사내들이 함께 괴성을 지르며 몽둥이로 사람을 헤쳤다. 썩 유쾌한 광경은 아니었다. 그러나 인간의 피와 희생은 그들에게 힘이 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벨이 보였다. 뒤늦게 합류한 잉켄과 골켄은 블로트에 참여하지 않았다. 잉켄과 골켄은 숲 근처에 함정을 만들며 대화를 나눴지만, 그저 붉은 도끼의 블로트의 대해 불평할 뿐이었다. 잉켄이 말했다.

“사슴도 안돼. 돼지도 안돼. 잡아 죽이는 건 사람뿐이라니. 저런 것들이랑 정말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니. 끔찍해.”

골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조용히 해. 수틀려서 우리도 제물로 바칠 놈들이야.”

오딘이 깊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말세야. 대놓고 헬을 믿는 놈들이라니.”

주변에서 술을 마시던 로키가 아무도 모르게 오딘을 쳐다봤다. 자신의 딸이 어째서 지옥의 여인이라 불리게 됐는지 망각한 건가? 바로 너 때문이다. 시선을 의식한 오딘이 로키를 쳐다봤다. 로키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미소 지었다. 지금은 인내해야 할 때였다.

오딘은 로키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로키는 눈썹을 찡그린 걸 봤다고 했다. 오딘은 별일 아니라고 말하고 다시 인간 세상을 관찰했다. 그러던 중 검은 오로라가 북동의 숲 끝의 거목에서 피어오르는 걸 목격했다. 오딘이 자세히 지켜봤다. 이들은 이그드라실 부족이었다. 나무 앞에 왼쪽 눈이 비대한 사내가 겨우살이를 쥐고 나무를 세차게 때리며 중얼거렸다. 싸울을 부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오딘은 사내를 쳐다볼수록 끔찍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대체 어떤 마술일까? 자신이 들어보지 못한 기이한 마술이라며 계속해서 관찰했다. 사내는 맹렬히 나무를 노려보며 말했다.

“싸울에게서 빛을 훔쳐라. 영원히 드워프와 검은 엘프의 땅으로. 저 지저의 세계로 추방하노니.”

사내가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오딘은 사내의 말을 듣고 별거 아닌 마법이라 여겼다. 마법이라기보단 이그드라실에게 애원하는 것에 가까웠다. 이그드라실에게 의지가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나, 독이빨을 지닌 용 니드호그가 이그드라실의 뿌리를 갉을 때면 소원 성취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반대로 이름이 없는 독수리와 싸우는 동안엔 제법 괜찮은 결과를 내기도 했다.

오딘이 다시 사내를 쳐다봤다. 그의 뒤에 카인이 있었다. 카인의 옆에 오른손 엄지가 없는 사내가 이를 갈며 말했다.

“이 모든 건 팔라드를 위해서다.”

카인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팔라드가 살았는지 알 길은 없었다. 하지만 그놈을 쫓아 사라졌던 놈이 다시 이 땅에 발을 들인 걸 보아하니. 일을 끝낸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우리 차례였다. 카인이 말했다.

“막서스, 잘되고 있는 건가?”

막서스가 잠시 행동하는 사내를 쳐다보고 말했다.

“확신 못 한다. 그러나 기이한 일이 나타나고 있으니. 반은 성공한 거겠지.”

오딘이 다시 싸울이 있던 곳을 쳐다보자 보이지 않았다. 조금씩 떠오르는 태양 빛은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을 걷어내지 않았다. 무심하게 지나치며 세상을 밝혔다.



싸울이 눈을 뜨자 아직도 밤이었다. 주변을 밝히는 건 꺼져가는 모닥불뿐이었다. 운조가 이상하다며 말했다.

“어쩌면 우린 오딘의 마법에 당한 게 분명하다. 빌어먹을 그 개자식이 농간을 부린 게 분명해!”

싸울은 오딘이 우릴 막을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건 바로 나의 존재 때문이겠지. 너의 복수가 끝나면 자신들에게 칼을 겨눌 거라 생각하는 거다. 횃불을 만들어라. 당장 출발한다.”

싸울이 운조의 말대로 송진을 이용해 횃불을 만들었다. 조심히 북동으로 향했다. 운조는 이상하다며 계속 냄새를 맡았다. 싸울의 냄새가 이상하게 반복해서 난다고 말했다.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불어오던 바람도 끊겼고 그 탓에 잉켄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싸울이 말했다.

“마법에 관해서 아는 건 없나.”

“없다. 나는 타고난 신체의 힘과 위대한 불의 힘으로 살아왔기에 마법은 관심 밖이다.”

싸울이 출발했던 제자리로 돌아오자 운조가 말했다.

“더 강한 불이 필요하겠어. 숲에서 나무를 가져와서 더 큰 모닥불을 만들어라.”

싸울은 운조의 말대로 행했다. 나뭇가지를 뜯어와 불을 피웠다. 만족하지 못한 운조는 칼로 나무의 가지를 모두 쳐내라고 했다. 싸울은 보이는 족족 칼을 이용해 가지를 쳐냈다. 그것들을 모아 불 위에 쌓아 올렸다. 불이 커질수록 열기와 빛이 강렬해졌다. 빛이 멀리 가지 못하는 하늘을 보며 운조가 말했다.

“이거 이상하군. 마치 우리가 지하에 있는 느낌이다. 더 크게 불을 지펴라.”

“더 키우면 숲에 불이 날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그러면 먹어 치울 불이 늘어날 뿐이다.”

싸울이 불을 더 키웠고 수풀에 불똥이 튀더니 이내 불이 붙었다. 불은 계속해서 나무와 잎사귀를 먹으며 자신의 덩치를 키워나갔다. 이윽고 나무 하나가 불타올랐다. 나무에서 사방으로 불을 쏟아냈다. 그 모습을 보며 운조가 말했다.

“태워라! 모조리 태워라!”

거대한 불을 본 운조는 즐거움에 계속해서 크게 소리쳤다. 불이 거대해질수록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방이 환해졌지만 어두운 기운에 짓눌려 완전히 밝아지지 않았다. 운조는 불길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싸울은 불에서 멀어졌다. 불은 멈추지 않았다. 끝없이 숲을 집어 삼켰다. 싸울이 누군가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다. 그곳엔 다른 나무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이 잘못 들었거나. 운조 탓에 미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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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 후일담-고통 完 21.08.03 23 1 13쪽
56 4 후일담-고통 1 21.08.02 13 1 7쪽
55 3 후일담-로키의 전조 21.07.30 16 1 12쪽
54 2 후일담-방패 처녀의 여행 21.07.29 18 1 9쪽
53 1 후일담-생존자 21.07.28 17 1 5쪽
52 52 대지를 적시다. 21.07.27 14 1 6쪽
51 51 으깨기 21.07.26 12 1 7쪽
50 50 줄기 거인 21.07.23 13 1 7쪽
49 49 꼬챙이 21.07.22 12 0 7쪽
48 48 사투 21.07.21 16 1 8쪽
47 47 시작 21.07.20 12 0 7쪽
46 46 연어 21.07.19 12 1 8쪽
45 45 죽기까지 21.07.16 12 1 8쪽
44 44 붉은 도끼 21.07.15 14 1 9쪽
43 43 고심 21.07.14 13 1 8쪽
42 42 9일 21.07.13 14 1 8쪽
» 41 불 21.07.12 14 1 7쪽
40 40 살리 21.07.09 16 1 7쪽
39 39 교란 21.07.08 16 1 8쪽
38 38 숲에서 21.07.07 18 1 8쪽
37 37 구전 21.07.06 17 1 7쪽
36 36 결합 21.07.05 16 1 7쪽
35 35 정상에서 21.07.02 16 1 8쪽
34 34 산으로 21.07.01 16 0 7쪽
33 33 판결 21.06.30 16 0 10쪽
32 32 결투 재판2 21.06.29 20 0 8쪽
31 31 결투 재판 21.06.28 18 0 7쪽
30 30 이사즈리미르 21.06.25 15 1 9쪽
29 29 헤이무스 21.06.24 17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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