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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손가락의 남은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중·단편

완결

모험작가
작품등록일 :
2017.07.18 08:36
최근연재일 :
2017.08.25 09:13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777
추천수 :
30
글자수 :
60,401

작성
17.08.25 09:13
조회
96
추천
2
글자
10쪽

3부 5회 - 결말

DUMMY

"흐음.. 크크큭.."


악마는 거뭇거뭇 한 손가락의 날카로운 손톱으로 볼을 긁어대며 고민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단호한 요한의 두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마치 시험을 주최한 감독관도 같았다.


"한 가지만 물어도 될까요?"

"네."

"왜 지금의 모습 그대로 돌아가고 싶어 하죠? 저라면 나이와 신체 모두 젊어지고 싶어 할 텐데요? 시간을 무제한으로 돌리고 싶다면 분명 죽기 직전까지 늙은 후에 젊음을 되찾으려 시간을 돌릴 터. 하지만 능력을 사용하기 전의 모습을 유지한다면 시간을 무제한으로 돌릴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진심으로 궁금해 묻는 악마의 물음에 요한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계약조건에 대한 내용도 설명해야 될 필요가 있나요?"

"크크큭. 아닙니다. 필요 없죠.. 크큭."


이번엔 악마가 생각에 잠겼다. 아직도 징그럽게 웃어대며 요한의 두 눈을 똑바로 쏘아보며 말이다. 악마의 두 눈엔 '인간은 역시 재밌어.'라는 생각이 쓰여있는 듯 보일 정도였다.


"대신."


이번엔 악마가 제안했다.


"당신의 세 가지 조건에 저 역시 조건을 추가하겠습니다. 하나, 능력의 발휘는 신체를 회수한 뒤 이루어질 것. 둘, 계약조건을 위반한다면 영혼을 바칠 것."


요한은 움찔했다.


'뒤의 조건은 이해가 가지만 첫 번째 조건의 의미는 뭐지? 팔을 회수한 뒤 시간을 돌려준다는 것을 조건으로 부여한다는 건 팔을 회수할 때 내가 포기할 경우가 생긴다는 뜻인가?'


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생각해보니 김성식 씨도 청력을 잃을 때 그랬고 영주도 손가락을 잃었을 때 비명을 질러댔다. 저 악마 놈은 필시 고통과 함께 신체를 회수하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팔을 회수하는 중간에 포기한다면 시간을 돌려주지 않을 작정임이 틀림없었다. 요한은 더욱 화가 났다.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의 모든 조건을 지키지 않는다면 당신 역시 제게 복종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크크크큭.. 캬캬캬캬캬캬캬캬!!"


악마는 마침내 소리 내어 웃어댔다. 어지간히 즐거웠나 보다. 하지만 요한 역시 이번엔 귀를 막지 않고 고통을 참으며 악마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좋아요! 좋습니다! 아주아주 맘에 들어요! 몇백 년 동안 이런 인간이 찾아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대신 마지막 조건 하나를 걸겠습니다! 감히 인간 따위가 악마에게 복종을 명할 정도의 조건이라면 필시 어마어마한 계약이 될 테니까요! 오늘 부여된 능력은 꼭 1달 안에 사용하십시오! 당신이 어떤 식으로 능력 발휘를 하는지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습니다! 카카카카캬!"


요한은 고막이 찢길듯한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당장 계약하겠습니다!"


악마는 다른 사람과도 그랬듯 입을 크게 벌려 요한의 머리통을 집어삼켰다! 그리곤 어깨, 가슴, 배까지 오물거리며 먹어댔고 마침내 요한을 꿀꺽 삼켰을 때 커다란 빛과 함께 골목은 사라졌다.



***



요한은 눈을 떴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셔츠 안으로 뒤져본 어깨에 커다란 문신이 새겨져 있을 뿐. 후우.. 깊은 한숨을 내뱉고 눈을 감았다.


그리곤.. 악마를 떠올렸다.


'지금 당장 시간을 돌리겠습니다.'


어둠 속에서 악마가 다시 튀어나왔다. 매우 놀랐지만 동시에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을 하고는 요한에게 물었다.


"바로 말입니까? 크크큭. 좋아요! 저야 빠를수록 좋지요! 자. 언제로 시간을 되돌릴까요?"

"450년 전. 이곳으로 제 나이 그대로 유지한 채 돌려주세요."

"네?"


악마는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굳어버렸다. 적지않이 놀란 모양이다. 요한은 그런 악마의 모습에 더욱 용기를 얻어 소리를 질렀다!


"당장! 계약을 이행하세요! 아니면 평생 제 노예로 복종하며 살아야 할 겁니다!"


요한의 외침에 악마는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망설였다. 왜일까? 450년 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어서일까? 한참을 망설이다 눈을 감고 체념한 듯 말했다.


"좋습니다.. 다만. 먼저 팔부터 회수하겠습니다.. 어느 팔로 할까요?"

"대가로 지불할 팔은 왼팔로 하겠습니다."


악마는 씨익 웃어 보이며 요한의 왼팔을 덥석 잡았다.


"중간에 포기한다면 계약조건대로 당신의 영혼을 회수하겠습니다.."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갑작스레 손톱을 입으로 물어뜯었다.


"어억?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생각지도 못한 회수 방법에 요한은 소리를 질러댔다. 맙소사! 마법 같은 걸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몸을 씹어먹어서 가져갈 줄이야!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도 고통은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손톱에서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맛을 음미하듯 씹어먹고 있을 때 요한의 마음은 이미 포기를 외치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악!!! 으으아아아악!!!"


손톱의 고통이 익숙할 때쯤 생기는 손가락의 고통.. 그리고 손가락의 고통이 끊나자 손바닥까지 으적으적 씹어먹어갔다.


'으으으윽.. 지금이라도 포기할까.. 아버지는 이 고통을 어떻게 견디셨지..?'


마음이 나약해져 가있는 상황에 악마는 손목을 집어삼켰고 동맥이 끊긴 손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튀어나갔다.


"아아아아악!!! 안돼! 안돼!!!"


요한이 안된다는 비명을 질러대자 악마는 피범벅이 된 입을 벌려 웃으며 물었다.


"캬캬캬캬캬! 포기입니까?"


하지만 요한은 눈물을 흘려가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냐! .. 포기할 순 없어. 어서 빨리.. 가져가! 시간 끌지 말고 빨리!"

"캬캬캬캬! 의외로 질긴 구석이 있었군요! 좋습니다!"


악마는 단번에 팔꿈치까지 집어삼켜 뼈를 오도독오도독 씹어먹었다.


"아아아악!!!"


마취도 안 한 채 살아있는 몸이 찢기는 고통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온몸에 땀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고통을 참으려 깨문 입술에선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음속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포기를 외쳤지만 요한은 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복수심이 그를 버티게 했다.

팔꿈치까지 모두 먹혔을 때.. 요한은 정신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시작된 어깨의 고통에 깨어났고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마저 들게 됐다. 영혼이든 뭐든 가져가도 좋으니 제발 이 고통이 멈췄으면 좋겠다. 이 생각뿐이었다.


길고 긴 고통의 시간.. 결국 악마는 왼팔을 모두 집어삼켰고 요한은 그 고통을 견뎌내고 쓰러졌다.


잠시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불덩이같이 뜨거운 몸을 한채 눈을 뜬 요한은 생전 처음 보는 곳에 누워있었다. 아스팔트라고는 전혀 없는 흙바닥. 황량한 모래바람이 휘몰아쳤고 아무것도 없는 주위에 초가집 한 채만이 서있었다.


'이곳은.. 450년 전. 조선..'


요한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계약대로 왼팔은 옷과 함께 사라져 있었고 처음부터 없었던 듯 아물어있었다. 하지만 말도 못할 고통에 몸을 제대로 가누기 조차 힘들었다.

바람이 세차게 한번 불어 젖히자 가뜩이나 힘이 풀린 요한의 다리는 휘청거리다 못해 풀썩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다가와 요한의 남은 오른팔을 부축해 일으키며 물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거적대기 같은 옷을 입은 10대의 소년. 요즘 나이로 보면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앳된 얼굴의 미소년이었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씻지 못했는지 얼굴엔 검은 때가 가득했지만 원체 하얀 얼굴과 생기가 도는 빨간 입술은 한눈에 그 누군가를 연상시켰다.


악마. 그 악마가 분명했다.


죽기 직전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


[.. .. 그놈의 이름은 [김광남]. 450년 된 악마다. 악마란 놈들도 태어나면서부터 악마가 아니었다. 처음엔 인간이었던 게지 .. ..]


악마의 본명과 그가 인간이었던 시절. 요한은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머나먼 과거로 돌아간 것이었다.


"애야.. 네가 혹시 광남이니?"


요한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저를 아세요?"


요한은 눈물을 흘리며 남은 오른팔을 품속에 넣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가지고 다니던 단도를 꺼내.


아무 말없이 아이의 심장에 아주 천천히 찔러 넣었다.


푸욱..


"허윽! 억억!"


아이는 저항할 새도 없이 말도 못 이으며 헉헉댔고 요한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미안하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넌 미래의 아주 커다란 잘못을 범할 운명. 난 그걸 막으러 왔단다.."


아이는 요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쓰러졌고 곧 숨이 끊어졌다. 요한은 천천히 피 묻은 손을 뻗어 아이의 눈을 감겨주었다. 분명 통쾌할 줄 알았는데.


가슴이 미어질 듯 답답했다. 복수는 성공했는데.. 전혀 통쾌하고 기쁘지 않았다.


"난.. 제대로 된 복수를 한 걸까..?"


퍼억!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요한의 머리는 그대로 짓이겨졌고 단번에 숨이 끊어졌다. 초가집에서 맷돌을 짊어진 채 뛰쳐나온 누군가가 그대로 요한의 머리를 박살 내버린 것이다.


"아이고! 아이고! 광남아.. 우리 아들아!!!! 아아아아악!!"


그 누군가는 이상한 옷을 입은 사내를 구하러 나간 아들의 죽음을 보곤 그대로 요한에게 달려간 것이었다.



***



"내 살아생전 이름은 김광남. 찢어질 듯 가난한 집안에서도 아비의 보살핌 속에 꿋꿋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때 나타난 원인모를 사내에게 죽음을 당했지. 목숨이 끊어졌어도 아비를 향한 걱정과 억울하게 나를 죽인 사내에게 분노했다. 그 분노가 날 악마로 만들었다. 그리고 난 너와 네 가족에게 복수했다. 크크크큭. 지금 너에게 죽은 450년 전의 나는 다시 악마로 태어나 너에게 복수할 것이다. 넌.. 영원히 나에게 고통받으며 살 운명인 것이다. 크크크크큭. 캬캬캬캬캬캬캬!!!"


작가의말

단편으로 작성한 글이 완결되었습니다.


부족한게 너무 많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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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 5회 - 결말 17.08.25 97 2 10쪽
12 3부 4회 - 뜻밖의 협상 17.08.23 163 1 9쪽
11 3부 3회 - 계약한 자의 최후 17.08.18 56 1 11쪽
10 3부 2회 - 드러나는 악마의 흔적 17.08.16 68 1 10쪽
9 3부 1회 - 최후의 남자 17.08.09 133 2 11쪽
8 2부 3회 - 예견된 결말 17.08.04 99 1 11쪽
7 2부 2회 - 재회 17.07.31 142 2 11쪽
6 2부 1회 - 또다른 계약자 17.07.27 123 2 10쪽
5 1부 5회 - 끔찍한 결말 +1 17.07.26 125 3 12쪽
4 1부 4회 - 과욕 +1 17.07.24 136 3 9쪽
3 1부 - 3회 손가락 하나만큼의 시간 +4 17.07.21 168 4 9쪽
2 1부 - 2회 나락의 장소로 +1 17.07.20 177 4 10쪽
1 1부 - 1회 탐욕스러운 계약 +1 17.07.18 29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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