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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이 님의 서재입니다.

미친 드래곤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문채이
그림/삽화
문채이
작품등록일 :
2019.04.01 12:59
최근연재일 :
2019.08.07 14:41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125,131
추천수 :
2,177
글자수 :
625,270

작성
19.08.07 14:30
조회
778
추천
14
글자
16쪽

에필로그 + 외전 (완)

DUMMY

“자아! 마셔마셔!”

“원샷! 캬아!”


몰렉과의 전투가 끝난 지 일주일 후, 디아스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블렌디스 주점에 모였다.


“제가 너무 늦었나요, 디아스님?”

“바실릿사! 리타!”

“다시 봐서 반가워, 디아스!”


올 수 있을 거라 예상 못했던 인물들이 등장하자 디아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성왕국도 지금 어수선하잖아. 와도 괜찮아?”

“밤을 새서 급한 일을 모두 끝마치고 왔지요. 모두가 승리의 기념으로 모이는데 빠지고 싶지 않았다구요.”

“하하, 그건 그렇지.”


모임의 장소가 블렌디스 주점이 된 이유는, 주점이기도 했지만 주점 안쪽에 포탈이 있기 때문이었다.


블렌디스 주점은 오늘 하루 휴업을 하기로 했다.


드물게 퉁명스럽게 대답한 바실릿사는 리타의 등을 떠밀어 디아스의 앞에 세워두고, 블렌디스가 있는 바 자리에 착석했다.


“어떤 음료로 드릴까요?”

“일단 피로가 풀릴 수 있을 만한 칵테일로 부탁드릴께요.”


밤을 샜다는 말은 정말인지 그녀의 얼굴은 약간 피곤해 보였다.


바 자리에는 의외의 주당인 위크가 있었다.


‘저 자리는 가까이 가지 말아야겠다.’


바실릿사도 꽤나 술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로고스에게 들은 적이 있던 디아스는 속으로 다짐했다.


리타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어색해하면서 디아스에게 말을 걸었다.


“디아스, 그 이후로 이틀이나 잤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아?”

“응. 지금은 완전히 말짱해졌어.”

“정말? 다행이다!”


디아스의 말을 들은 리타가 환하게 웃었다.


디아스가 마신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일어났을 때는 몰렉과의 싸움이 끝난지 이틀이나 지난 후였다.


보주를 이용한 강제적인 힘의 사용으로 몸에 열이 났기 때문이다.


프쉬카는 디아스가 깨어난 것을 보고 쯧쯧, 혀를 차며 드래곤이 열이 나는 건 처음 본다고 한심하다 평했다.


“아, 그렇지. 리타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응? 뭐를?”

“잠시만. 수리야!”


디아스가 수리의 이름을 부르자 리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뺘악!”


디아스의 부름에 엘파바의 품에 안겨 있던 수리가 디아스에게로 날아왔다.


몸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된 후로, 평소에는 디아스의 머리 위에 올라탈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생활하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디아스의 머리 위로 수리가 안착했다.


“이 아이가 수리야?”

“응. 많이 컸지?”


리타는 성전이 일어났을 때에 수리를 보지 못했기에, 성장한 모습은 제대로 처음 본 것이었다.


리타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수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뺘아~”

“이렇게나 자랐다니...”


수리가 리타의 손에 머리를 부비자, 그녀는 볼을 붉게 물들였다.


“이야! 이 언니 정말 잘 마시는데!”

“하하하! 엘프의 간을 무시하지 말라고!”


수리를 리타의 품에 안겨준 디아스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오디네와 밀리아나가 술 대결을 하고 있었다.


루페가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이 보였다.


흥이 오를 대로 오른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한 채 연속으로 잔을 부딪쳤다.


‘얼마나 마시는 거야...’


디아스는 리타를 판이 있는 테이블로 안내해준 뒤, 오디네가 있는 테이블로 갔다.


“둘이서 얼마나 마신 거야?”

“셀 수도 없을 만큼 마셨습니다. 과음은 좋지 않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야! 이렇게 마실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드문데!”

“맞아 맞아!”


저리도 죽이 잘 맞다니.


루페는 슬금슬금 둘에게서 떨어졌다.


“디아스님, 저 둘 오늘부터 의자매랍니다.”

“뭐?”


술로 의기투합한 둘은 말릴 수 없어 보였다.


“그런데 넌 안 마셔?”

“저는 술에 취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지라.”


루페는 그렇게 말한 뒤 앞에 놓인 청사과를 집어 먹었다.


루페의 말을 들은 오디네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쯧. 술 맛을 모르다니!”

“모르다니!”

“그렇지! 오늘 술 맛을 배우는 거야!”

“좋은 생각이십니다! 언니!”


좋지 않은 예감에 디아스는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뭐, 뭐야!”

“동생! 루페의 입을 열도록”

“넵!!”

“자, 잠깐!! 으붸엑.”


밀리아나가 루페의 입을 강제로 열고, 오디네가 그 속으로 술을 콸콸콸 들이부었다.


디아스는 모른 척 등을 돌렸다.


아리엘과 파시아, 우리야와 콜라스 등 힘 좀 쓴다는 이들이 한데 모여 팔씨름을 하고 있었다.


대결이 진행되면서, 근육이 우락부락한 파시아를 이기는 자가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크으...역시 힘이 장난이 아니네.”


아리엘은 세 번이나 도전했지만 세 번 다 참패를 당했다.


디아스는 고개를 돌려 마법사들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에클레르와 오페라, 팔미에가 한 테이블 구석에서 프쉬카와 릴리를 붙들고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건 에클레르와 오페라뿐이고 팔미에는 술만 들이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생각해보니 팔미에가 엘파바의 곁에 없는 것도 이상했다.


고개를 푹 수그리고 술만 퍼 마시던 그는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깜짝이야! 팔미에, 뭐 하는 거야!”

“...알 필요...없다...딸꾹!”


완전 만취한 팔미에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엘파바가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주점에 있는 모두, 엘파바와 팔미에의 사이를 눈치채고 있었기에 자연히 주점의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렇게 조용해진 찰나, 팔미에가 폭탄 발언을 했다.


“엘파바! 나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주지 않겠나!!”


그 말을 하는 팔미에의 얼굴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세상에...”


디아스는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찌질한 고백을 보고 경악하고 있었다.


게다가 만취해서 한 최악의 고백.


하지만 엘파바는 수줍게 팔미에의 손을 잡았다.


“오오오오오!!”

“와아아아!”


그녀의 반응에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한 사람만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팔미에의 멱살을 잡았다.


“감히 엘파바에게 고백을 하다니!!”


아리엘이었다.


그 광경에 주점 안이 웃음으로 꽉 찼다.




“디아스...조금 더 큰 모습으로 폴리모프 할 생각은 없어?”

“이 모습이 제일 편해서.”

“하아. 이래서는 보는 사람마다 엄마와 아들로 보겠어.”


전투가 끝난 뒤, 릴리와 함께 지내면서 서로 쓰던 존댓말을 편하게 바꿨다.


거리가 느껴진다는 것도 있었지만 프쉬카도 함께 지내게 되면서 존대를 붙이기 어색해진 것이 컸다.


릴리의 한숨에도 디아스는 그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둘은 현재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상태였다.


“그나저나 디아스가 나와 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

“릴리와의 약속인데 당연히 기억해야지.”


디아스는 뜨끔한 속마음을 숨긴 채 웃어보였다.


릴리와 했던 함께 유희를 하자는 약속은 마신과의 이야기를 할 때 문득 떠오른 것이었다.


사실은 그 전까지 몽땅 잊고 있었다.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한 법이지.’


디아스는 열심히 마음 속으로 자기 합리화를 했다.


“프쉬카는 진짜 그 모습으로 갈 거야?”

“인간 모습은 취향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프쉬카도 유희에 함께 합류하게 되었다.


셋이서 어딜 가는 조합은 처음이라 디아스는 기대가 컸다.


‘물론 걱정도 크지만.’


유희 경험이 있다곤 하지만 영 사회성이 좋지 않은 파란 용을 살짝 흘긴 디아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셋은 현재, 동대륙이 잘 보이는 산 중턱에 올라 있었다.


산에서 보이는 제국의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


예전처럼 활기에 넘치지도 않았고, 부가 넘치던 황금의 나라도 없었다.


몰렉과의 전투로부터 한 달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새카맣게 탄 듯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유희를 하면 어떤 게 제일 하고 싶어?”


릴리의 말에 디아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사실 하고 싶은 게 없어서 돌아다니면서 찾아보려고.”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아! 여행하면서 가보고 싶은 곳은 있다.”


디아스는 로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로니카가 정식으로 왕세녀로 책봉되면서 블렌디스 주점으로 돌아간 그의 얼굴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로이가 일하는 곳에서 가서 밥 먹고 싶어.”

“그럼 우선 거기까지 가는 걸 목표로 하자.”


그 말을 하곤 릴리는 앞장서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디아스와 프쉬카도 그 뒤를 따랐다.


드래곤의 유희는 한 생을 다 살아볼 수도 있었고,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의 업적을 쌓는 등 그 목표가 천차만별로 다양했다.


디아스는 아직 그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여행을 끝내고 나면 하고 싶은 것이 생겨날 지도 몰랐다.


“프쉬카는 이번 유희 때 뭘 할거야?”

“난 바드를 할거다.”

“바드? 노래 부르는 바드 말야?”

“그래. 음유시인 바드.”


디아스는 그 말에 해괴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너 노래 잘해?”

“아주 잘 한다.”


프쉬카는 의기양양한 목소리였다.


릴리가 앞에서 고개를 젓는 걸로 보아 본인 혼자만의 생각인 듯 보였다.


산을 내려가고 나자 보인 제국의 모습은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그 안에는 희망이 보였다.


깨어나고 나서 리치가 소개해준 카이트라는 제국 기사는 혼란스러운 사람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었다.


통치자를 잃은 제국이 그래도 유지되고 있는 것은 그의 역할이 컸다.


조만간 임시로 왕의 대리를 맡을 자를 뽑을 것이라던데, 그 자리에 카이트가 오를 것은 확인하지 않아도 눈에 뻔히 보였다.


제국의 국경 근처를 바라보자, 바리바리 짐을 챙겨서 제국을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저 자들은 제국에서 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었다.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기 보단,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었다.


대부분은 어쩌다 보니 리온 왕국에 정착한 이들의 가족들이었다.


어디서부터 퍼진 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국민들을 안전하게 보듬어준다는 이야기가 퍼져 날로 날로 인구가 늘어가는 중이었다.


결국 리온은 근처에 있는 수림에 마을을 하나 만들 수 밖에 없었다.


디아스가 포탈을 설치한 그 숲이었다.


‘유희 도중에 놀러 가 봐야겠다.’


개 수인들과 인간들이 어떤 식으로 공존하고 있는 지 궁금했다.


아리엘은 왕세자의 역할을 위해 루테티아 왕국으로, 루페는 오디네와 함께 부모님을 모시며 화목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특히 아리엘은 루테티아 역대 왕세자 중, 인기가 제일 많은 왕세자가 되었다.


‘용사이기도 하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지.’


엘파바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정식으로 팔미에와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울면서 고백하는 모습이 디아스는 완전 깼었는데, 그녀는 다르게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완전히 감동받은 모습이었지.’


그래도 뭔가 얄미운 탓에 디아스가 다시 한 번 팔미에의 멱살을 한 번 잡아주었다.


밀리아나는 오비슈 영지의 클로버 마을에 집을 얻어 살며, 수녀원에 자주 들렀다.


판도 마찬가지로 클로버 마을에 정착했다. 밀리아나와 자주 다니며, 또래가 많은 수녀원 아이들과 부쩍 친해진 것 같았다.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지만 이상하게도 외로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인연으로 묶여져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디아스도 알 수 없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더 보면 알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디아스! 빨리 와!”

“디아스, 너 혼자 뒤쳐지지 말아라.”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앞서 걷는 둘과 거리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미안! 금방 갈게!”


디아스는 빙긋 웃으며 뛰어갔다.


세 드래곤의 모습이 사람들의 모습 사이로 사라졌다.




<외전 : 끝나지 않은 그의 이야기>



슥슥, 손이 땅을 문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없는 황폐한 마른 땅 위에서 한 남자가 파헤쳐진 땅의 흙을 다시 덮고 있었다.


낡은 로브를 벗어 던진 가벼운 차림의 서리였다.


꽤 오랜 시간이나 작업을 했던 것인지, 동이 터오고 있었다.


해가 떠오르고 어둠이 가시자 그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서리가 수습하고 있던 것은 누군가의 묘지였다.


그것도 꽤 많은 수의.


마지막 흙까지 다 덮고 나서 서리는 쭈그린 몸을 일으켰다.


“어머니, 아버지. 저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묘지의 앞에서 그저 서서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기억이 되돌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집안 내력에 관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는 품에서 한 권의 서책을 꺼냈다.


몰렉을 죽이고 성에 침입하여 황제의 집무실을 뒤져서 찾은 것이었다.


이것은 황제가 찾아내어 기록한 ‘드래곤 슬레이어’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책이었다.


이 책이 없었다면 서리는 지금까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드래곤 슬레이어 가문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그 명맥이 점점 끊어졌다.


강한 힘을 애매하게 물려받은 이들은 오히려 그 힘이 독이 되었다.


약한 몸은 힘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드래곤 슬레이어의 후계들은 모두 명이 짧았다.


단절된 산골 마을에서 살아가던 서리 일족도 그랬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후계들 중 유일하게 몸과 힘 모두 강하게 태어났다.


그리고 우연히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을 찾던 황제의 눈에 띄게 되었다.


일족 중 마지막으로 함께 살던 부모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서리는 너무나도 어렸다.


그를 발견한 황제는 고대의 드래곤 슬레이어의 재림이라 말하며 기뻐했다.


그 이후론, 세뇌가 시작되었다.


서리는 황제와 제국이 저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며 자랐다.


황제가 부모님의 묘마저 전부 파헤쳐 놓은 것도 모른 채.


황제는 드래곤 슬레이어가 남겼을지 모를 흔적들을 찾고 싶어했다.


그 결과 묘지까지 파헤치게 된 것이다.


황제는 원하던 것을 얻었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과거에 쓰러뜨렸던 드래곤의 뼈를 얻었으니, 꽤 좋은 수확이라 했겠다.


묘지의 밑에서 드래곤의 뼈를 발견하자 황제는 다른 드래곤 슬레이어의 마을을 수색했다.


찾아낸 마을에서도 묘를 파헤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서리가 맡았다.


진실을 알고 나서 얼마나 소름이 끼쳤던가.


서리는 이곳에 오기 전에 먼저 명을 받아 갔었던 다른 마을에 들러 묘를 수습하고 왔다.


“이런다고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서리의 얼굴에 씁쓸함이 번졌다.


황제는 몰렉을 견제할 생각으로 서리를 키웠다.


하지만 그는 서리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


세뇌는 풀렸지만, 그 부작용인지 서리는 원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름을 잃어버리고 황제가 좋을 대로만 살아온 그에게 다시 이름을 붙여준 건 라라였다.


조종당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 데에 몰렉이 간접적인 일조를 했지만, 원망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몰렉에게 칼을 겨눈 것은 라라와 도도의 복수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생긴 친구와도 같은 존재.


서리는 둘을 떠올리곤 발걸음을 옮겼다.




“세계수님?”


라라는 자신을 깨우는 세계수의 부름에 단번에 세계수의 숲으로 달려갔다.


라라가 심은 세계수의 가지는 어느새 라라의 키만큼이나 자라있었다.


라라는 세계수의 이파리에 이마를 갖다 대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단 하나의 영상만이 머릿속에 흘러 들어왔다.


라라는 눈을 크게 떴다.


“감사합니다! 세계수님!!”


꾸벅 인사를 하곤 라라는 세계수를 뒤로 하고 뛰었다.


“도도! 일어나! 지금 가야 해!”

“도도...?”


라라는 잠에 취한 도도를 연신 흔들었다.




서리는 어느 샌가 자신이 머물렀던 동굴 안에 들어와 있었다.


자신과 라라와 도도, 이렇게 셋이서 피웠던 모닥불의 잔해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었다.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다 불을 피웠다.


불을 따라 공기가 따뜻하게 데워졌다.


일렁이는 불길을 바라보며 서리는 회상에 잠겼다.


“서리!!”

“도도!!”


어찌나 회상에 집중했던지 둘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재연되었다.


실제로 옆에서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의 양 어깨를 붙잡는 손이 있었다.


하나는 아주 작은 아이의 손, 하나는 뭉툭하고 둥글둥글한 손이었다.


“라라? 도도?”


뒤를 도니 보고 싶던 두 친구가 서 있었다.


서리는 황망히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팠다.


둘은 환각이나 꿈이 아니었다.


“드디어 찾았다!!”


둘은 서리의 품에 안겼다.


“이젠 아무데도 안 보낼 거야!”

“도도!”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말라구!”


라라의 목소리는 울먹이고 있었다.


서리는 망설이다, 그녀의 머리로 손을 올려 토닥였다.


얼어 붙었던 몸이 라라와 도도가 닿은 부분부터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서리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의 삶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작가의말

완결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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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악연 19.07.25 455 11 12쪽
98 악연 19.07.24 482 9 13쪽
97 악연 +1 19.07.23 462 9 13쪽
96 필연 19.07.22 490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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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19.07.17 45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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