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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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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
작품등록일 :
2024.08.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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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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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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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 욕구불만

DUMMY

6. 욕구불만




#


쿠웅-


“후우···”


야구란 운동을 백 년 단위로 하다 보면, 괜찮은 운동 파트너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 수 있다.


특히나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근육은 물론이고 인대나 힘줄, 뼈까지 ‘능력’으로 인해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다는 건 근육으로만 운동을 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오버워크를 할 수 있다는 뜻이었고, 여기에 괜찮은 보조까지 붙는다면 그 한계를 또 한 번 부수며 말 그대로 근육을 ‘조질’ 수 있다는 뜻이니까.


쉽게 말해서, 나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운동으로 인한 자극의 역치가 높은 편이라는 뜻이었다.


“좋아! 비켜! 친구. 내 차례니까.”


그런 의미에서 맥스는 정말 완벽한 파트너였다.


뇌까지 근육으로 차 있는 건지, 아니면 살면서 웨이트를 하며 다쳐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는 타인의 실패 지점을 지나치게 높게 잡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그의 기준은 매일매일 내 근육을 파열 직전까지 몰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인대도.


“흐으으으읍-”

“맥스, 지금 설마 내려놓으려고 한 거예요? 아니에요. 아직 두 개는 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아요. 업! 뒤에 보조 있습니다. 다시, 다운! 복압 잡고!”

“끄으으으으으으응!”

“좋아요!”


터엉!


“후욱, 후. 히-언? 너는 정말 최고의, 파트너야.”

“별말씀을.”


띠링-


[워크에씩 증가]

[팀워크 증가]

[+1.7]


게다가 같이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매일 포인트까지 선물해 주니, 내가 그를 지금까지 내가 겪은 운동 파트너 중 1위 자리에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사람이랄까.


물론.


“잭? 젠장. 아직도 트레드밀 위에 있는 거야?”

“허억, 헉.”


그런 우리 둘 사이에 낀 죄로 약간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띠- 띠- 띠디디디디디디-


“아, 안돼!”

“이 속도로 뛰다간 겨우 5마일 뛰는 데 2시간도 더 걸리겠다! 집에 있는 내 첫째도 이것보단 더 빨리 뛰어!”

“아악!”

“참고로 맥시무스 주니어는 4살이야, 척!”


···그게 내 잘못은 아닐 거다.

매일 내가 데리고 오긴 하지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진리에 따라, 그보다 훨씬 더 무거운 원판 역시 많은 사람들이 들어야 더 효율적이니까.


#


“그 애송이는 어디 갔지?”

“글쎄요. 먼저 들어간다고 했는데.”

“이런. 설마.”

“네. 도망친 것 같네요.”

“오.”


물론.

맥스가 내 성장을 가속화 시켰듯, 반대로 내 성장을 둔화시키는 사람 역시 존재했다.


‘어쩐지 오늘 유독 날 애처롭게 바라보더라니.’


우리의 집중단련 시간에 질렸는지, 기어코 척이 틈을 노려 도망을 치고 말았으니까.


당황스럽긴 했을 거다.

모든 걸 스스로 구해야 하나라도 얻어낼 수 있는 환경에 있다 갑자기 입만 벌리면 뭐라도 처넣어주는 곳에 갑자기 떨어진다면.


배신감 따위는 없었다.


‘도망치는 놈들··· 많았지.’


배신감을 토로하기에는 우승에 대한 열망이 아직 살아있던 초중반 회차에 비슷한 상황을 수도 없이 겪어봤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원판 셔틀, 아니.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를 그냥 둘 순 없지?”

“그렇죠. 비록 같은 포지션의 경쟁자지만 저는 올바른 경쟁을 추구합니다.”

“그래. 으음. 오늘은 운동시간이 부족하겠군.”

“슈퍼세트는 어때요?”

“오. 슈퍼세트. 그러면 되겠군. 자, 그럼 우리를 탈출한 아기돼지를 찾으러 가볼까?”


척은 우리의 프랜드쉽을 간과하고 있었다.

내 공정경쟁에 대한 자신감 역시도.


[팀워크 감소]

[-0.01]


···이 모습을 보고 있던 누군가는 나와는 의견이 조금 다른 것 같긴 했지만.


아무튼.


“차 좋네요.”

“그렇지?”


우리는 근질거리는 몸을 겨우 진정시킨 뒤 맥스가 피닉스에 올 때마다 탄다는 거대한 픽업트럭에 몸을 실었다.


“어디로 갔을까요?”

“걱정 마. 내 머리엔 돼지-레이더가 있으니까. 뚜두두두두두두- 좋아. 거기 있겠군.”


그렇게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망설임 없이 근처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향해 차를 몬 맥스는 마침내 2번째로 들른 칙필래에서 치킨샌드위치를 크게 한입 베어 물고 있는 척을 발견했다.


“히얼즈 맥스.”

“읍, 켁, 케켁.”

“이런, 우리 귀여운 돼지가 여기 있었네? 그래, 즐거운 시간은 끝났지? 늑대가 왔어.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야.”

“맥, 맥스.”


웬만한 일에는 잘 놀라지 않는 나지만, 그 순간 척의 얼굴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태양 빛에 타 붉어져 있는 얼굴이 실시간으로 새하얗게 변하는 광경이란.


괜히 백인이 백인이라 불리는 게 아니더라고.


#


잠시 뒤.


“흐읍. 하. 이 공기가 그리웠어.”


척을 데리고 다시 웨이트 룸으로 돌아온 맥스는 마치 로키산맥의 정상에 오른 것처럼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자연스럽게 렉으로 향했다.


“초이.”

“왜?”

“네가 꼭 스포케인에서 시즌을 시작했으면 좋겠어.”

“그럼 네 주전 자리는 없을 텐데?”

“그래도 실컷 괴롭혀 줄 순 있겠지.”

“글쎄.”


나와 척 역시 늘 하던 대로 그를 따라 나는 보호대를, 척은 45파운드짜리 원판을 양손에 챙기며 렉으로 향했고.


하지만.


우리가 척을 잡아 오는 사이, 웨이트 룸에는 그간 이곳에서는 마주치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내놔.”

“빌어먹을. 이렇게 일찍 잡히다니.”

“휘유. 얼마를 건 거야?”

“큰 거 2장.”

“난리 났군. 어제도 그렇게 잃었으면서.”


서로 지폐를 꺼내 주거니 받거니 하며.


‘또 내기인가?’


대충 들려오는 소리로 예상해 보건대, 척의 탈출 쇼에 대한 소식을 어디선가 듣고 그의 무사 귀환을 종목 삼아 내기를 벌인 것 같았다.


철컹.


“이봐. 히-언. 뭐해? 오늘 할당량을 채우려면 시간이 없다고.”

“아. 네. 갑니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맥스는 어느새 렉에 올려놓은 바벨에 원판을 꽂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이렇게 주변이 시끄러운데도 맥스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있었다.


‘하긴. 매일 저런 모습을 보면 나라도.’


정말로 누군가의 말처럼 내가 우물 안에서만 야구를 해서 그런 건지, 지금까지 겪어본 야구단 중 여기만큼 내기를 좋아하는 팀을 본 적이 없었다.


지켜본바, 내기의 기본 단위는 100달러.

큰 거 몇 장이라고 잔뜩 허세를 부리면서 기껏해야 100달러짜리 지폐 몇 장을 내미는 모습이 조금 좀스럽긴 했지만, 결코 내기의 단위가 그 위로 올라가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내기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듯이.


게다가 모두가 참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몇몇 마이너리거가 100달러짜리 지폐를 들고 내기에 참여하려다가 거절당하는 모습도 몇 번 봤고.


심지어는 그보다는 좀 나은, 그래도 메이저리그 최저임금 정도는 보장받는 AAAA리거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고액 연봉자, 혹은 그런 계약을 앞둔 사람들만 끼워주는군.’


아마 그게 저들이 암묵적으로 세운 기준점이겠지.


하루에 수백 달러를 날려도 전혀 재정에 타격이 없는 이들끼리의 작은 놀이인 셈이고.


“젠장. 10분만 더 늦게 왔으면 됐는데. 캠프의 정문을 막아버려야 했나?”

“진정해, 호세. 그냥 네 감이 별로인 거니까.”

“하. 내가?”


···그렇다기엔 100달러짜리 내기에 너무 진심인 것 같지만.


그리고.


쿠웅!


“헤이. 히-언? 네 차례야.”

“아, 네.”


어느새 렉에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휘어있는 바벨을 향해 내가 걸어갈 때.


“맥스. 또 누굴 IL에 보내려고 그러는거야?”


돈을 잃었는지, 심술궂은 얼굴을 하고 있던 한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봐 호세. 우린 지금 진지해. 말하자면 예배 전에 몸을 가다듬고 있는 거라고.”

“맙소사. 바벨을 괴롭히는 게 아니고? 저거 봐. 이미 휘어있잖아?”

“괜찮아. 원래 바는 휘어지라고 만들어지는 거니까.”

“하.”


호세 마누엘 바르가스.

한국 팬들이 흔히 말하길 ‘사람 새끼가 없다.’ 평가받는 로키스의 투수진 중에서 1선발인 앤드류 테일러와 함께 유이하게 제 몫을 해준다는 평가를 받는 투수가.


#


엔드류 테일러.

호세 마누엘 바르가스.


놀랍게도 로키스의 원투펀치인 두 투수가 작년에 올린 원정 승은 13승이었다.

거기서 세 명을 더해 다섯 명을 합치면 20승이었고.

거기서 더 나아가 스물까지 넓히면 25승이 됐다.

작년 로키스가 거둔 원정 승 역시 25승이었고.


즉, 두 투수가 올린 승수가 팀의 원정 승리 중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그런 호세의 활약에 눈이 돌아간 프런트는 이 젊은 25살짜리 투수에게 10년 보장, 6년 뒤 선수가 옵트아웃 선언 가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과 3천만 달러에 달하는 AAV(연평균 연봉·average annual value)를 제시했고, 그는 당당히 고액 연봉자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리고.


“살살해. 살살.”

“걱정 마. 여기 있는 친구들은 허슬이 넘치는 친구들이니까.”

“그놈의 허슬.”


보통 팀 내에서 그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는, 으레 그렇듯 발언권 역시 그만큼 강해지기 마련이었다.


스쿼트로 인해 도파민이 과다 분출된 맥스조차 휴식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바벨을 짊어지지 못할 정도로.


“호세, 이 친구 이름이 뭔지 알아?”

“알지. 초이 아냐?”

“그건 이 친구의 성이야. 그리고 이 친구의 진짜 이름은 히-언이라고, ‘He’s Unbreakable’의 약자지.”


아니, 맥스는 오히려 이제 운동보다 호세에게 나를 알리는데 더 관심이 생긴 듯했다.


마치 자신이 조각한 조각품을 친구에게 자랑하듯.


그리고.


“하하. 그건 좀 웃겼어 맥스. 음 그래, 친구들. 쇳덩이들하고 지루하게 비비지 말고 재미있는 놀이 한번 해볼래?”

“네?”

“우리 친구들, 배트는 쥘 줄 아나?”


그런 맥스의 태도에서 무엇을 본 건지, 호세의 눈이 불길하게 빛나는 게 보였다.


마치···


“좋아. 호세가 판을 또 벌였어.”

“이번엔 누가 걷을 차례야?”

“쉿. 조용.”


건수를 물었다는 듯.


“솔직히 말하면···”

“솔직히 말하면?”

“아마 배트 잡는 솜씨는 꽤 괜찮을 겁니다. 위든, 아래든.”


나야 상관없었다.

아니, 솔직히 반가웠다.


그동안 내가 여기서 한 거라고는 불펜에 처박혀 공을 받아주거나, 기초적인 수비 연습, 그리고 가끔 케이지에 들어가 배팅머신이 던져주는 배팅볼을 쳐대는 게 전부였으니까.


그래, 나는 지금 일종의 욕구불만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단지 그런 욕구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알기에 티를 내지 않았을 뿐.


“그래? 그럼 한번 봐야지. 어때, 내 공도 칠 수 있겠어?”

“글쎄요. 아마도?”

“하하하핫! 좋아!”


그런 감정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슬슬 어느 정도 최악에서 벗어나 전성기의 몸 상태를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 힘을 시험해 볼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걸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같은 팀 투수 공을 두들기는 건 내 취향이 아니긴 하지만.’


게다가 내가 굽히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자기가 먼저 던져준다고 한 거잖아?


그럼 뭐, 상관없겠지.


작가의말

작중 선수들의 연봉이나 계약금 등의 금액은 약간의 물가상승률분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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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아니. 나도 잡혀왔어. +4 24.08.25 5,962 123 15쪽
8 8. 포수란 그런 존재지 +7 24.08.24 6,315 116 14쪽
7 7. 결국 +5 24.08.23 6,348 135 11쪽
» 6. 욕구불만 +4 24.08.22 6,651 132 11쪽
5 5. 애리조나 +7 24.08.21 6,908 136 13쪽
4 4. 진출 +13 24.08.20 7,126 144 11쪽
3 3. 루틴 +16 24.08.19 7,277 157 15쪽
2 2. 그럼 한국에서 야구 안하면 되겠네요 +11 24.08.19 7,850 138 13쪽
1 1. 홈런 못 치면 죽음 +14 24.08.19 9,424 1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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