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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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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
작품등록일 :
2024.08.16 10:28
최근연재일 :
2024.09.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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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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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8. 포수란 그런 존재지

DUMMY

8. 포수란 그런 존재지




#


“스윙 좋은데? 빨리 올라와, 초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내게 홈런을 맞은 뒤 마운드 위에서 글러브를 집어 던지던 모습과는 다르게 호세는 생각보다 젠틀한 태도로 날 대했다.


말할 때 어찌나 이를 꽉 깨물었는지, 턱 근육이 터질 것 같았다는 것만 빼고는.


‘아직 어리네.’


하긴.

메이저리그, 그것도 팀 내에서 2선발 소리를 듣는 젊은 투수가 저 정도 승부욕도 없다면 그것도 실망스러웠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나름 선배랍시고 쿨한 척을 하는 모습도 제법 봐줄 만했고.


“좋아! 오늘 저녁은 내가 쏘지, 친구들.”

“한탕 크게 버셨나 보네요?”

“그럼. 언제나 우정은 돈보다 값지거든. 쓰읍, 하.”


뭐 그것도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와 근육을 꿈찔거리며 100달러짜리 지폐를 펄럭거리는 맥스만 하겠냐마는.


#


잠시 뒤.


“오늘은 치킨-샌드위치 데이야, 친구들.”


내기를 벌이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된 나머지 웨이트 대신 짧은 WOD(Workout of day) 하나로 가볍게 몸만 푼 우리는 맥스의 주도 아래 한 식당에 방문했다.


“뭐든지 다 시켜.”

“정말로?”

“정말로.”


치킨샌드위치.

그러니까 우리나라식으로 말하면 치킨버거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에.


그렇다고 뭐, 척이 숨어있던 칙필레같은 패스트푸드점은 아니었고··· 뭐라고 할까, 수제버거집? 그래. 그 정도 위치인 가게였다.


단품 버거 하나만 해도 30달러가 가볍게 넘어가는.


아, 칙 하니까 생각났는데.


“으으으···”

“정신이 좀 들어?”


중간에 약간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끼어 있었지만, 당연히 척 역시 이 자리에 끼어있었다.

우리는 ‘버디’니까.


“으으으···”

“뭐라고?”

“디럭스 치킨-와규 샌드위치에 치즈 세장, 토마토 두 개, 구운 양파 추가···”


음.


“그렇다는데요, 맥스?”

“배신자에겐 죽음을.”

“죽음보다 더한 샐러드를.”

“고기 따윈 한점도 넣지 마, 히-언. 그간의 정을 생각해 논-슈거 드레싱은 허가하지.”

“확인.”

“제발, 맥스.”


물론, 척 주제에 마스크를 쓰고 입을 턴 대가는 받아야겠지만.


#


“맛있네요.”

“맛있지. 주머니가 가벼울 땐 이만큼 좋은 곳이 없지.”

“그렇다기엔 비싼데요?”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을 잘 이용해야지. 안 그래?”

“그건 그렇죠.”


그렇게 우리가 머리통만 한 치킨샌드위치를 하나씩 씹고 있을 때, 척은 커다란 보울에 가득 찬 샐러드를 소처럼 퍼먹고 있었다.


“이건 고문이야···”


샐러드의 양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드레싱을 아끼고 아껴가면서.


그리고.


“그래, 캠프 생활은 괜찮나?”

“오.”

“왜?”

“맥스 입에서 한 개 더! 이외의 말이 나오는 건 처음 봐서.”

“제길. 이봐. 멍청한 척. 내일도 이 영롱한 치킨-샌드위치 대신 샐러드를 처먹고 싶은 거야?”

“아.”

“아, 는 무슨.”


단순히 권선징악이나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있다는 걸 떠나, 확실히 이번 내기를 통해 내가 어느 정도 이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게 느껴졌다.


척의 말마따나 운동 관련된 대화만 주구장창 하던 맥스에게서 처음으로 운동 외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왔으니.


‘미국 놈들이 더 친해지기 어렵다더니.’


내가 지금까지 겪어본바, 미국 사람은 뭐랄까, 새침떼기 같았다.


분명 눈만 마주치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결국 뒤에 보면 그 대화에 알맹이는 하나 없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당연한 거 아냐?’

‘뭐가?’

‘길 가다 만난 사람하고 대화하다 갑자기 진지한 이야기로 들어가면 부담스럽잖아. 그렇다고 눈앞에 사람이 있는데 그냥 아무 말도 없이 무시하라고?’


그나마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척에게 물어봐도 이런 반응이 돌아올 정도니.


“이 멍청한 돼지는 됐고. 히-언은 어때?”


이왕 내게 마음을 연 거, 분위기상 신인 같은 모습을 보이며 징징대는 게 제일 베스트긴 하겠지만, 솔직히 말해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백 살이 넘은 먹은 노괴가 겉모습이 19살이라고 반짝거리는 눈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 그건 내 기준에서는 엄연한 불법이니까.


그래서 나는 씹고 있던 닭가슴살 패티를 목구멍 안으로 넘기며 최대한 덤덤히 대답했다.


“이제 드디어 척과 같은 라커를 쓰지 않아서 좋네요. 솔직히 저 덩치와 부대끼는 게 좀 불편했어서.”

“...초이?”

“아하하하핫. 그래. 슬슬 다들 자리를 찾아갈 시기지. 캠프 분위기가 한창 뒤숭숭할 때기도 하고. 내가 애크런에 있었을 때 일인데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나서 자신이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이야기를 푸는 맥스.


뭐, 말은 물어보는 거지만 결국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겠지.


원래 사람이라는 게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는 순간 자기 무용담을 풀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나 역시 그랬었고.


그나저나.

맥스의 말처럼 캠프가 진행됨에 따라 라커룸을 가득 메우는 것으로도 모자라 복도까지 점령하고 있던 선수들이 확 빠지고 있긴 했다.


슬슬 시범경기도 2주 앞으로 다가와 있었고.


‘일단 계약상으로는 이번 주까지가 내 보장 기간인데···’


이제 막 입단한 19살짜리 포수이기에 마이너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오래 이곳에서 버티고 싶은 것도 솔직한 마음이었다.


이제야 슬슬 웨이트 룸이 한가해지기 시작하는데, 또다시 기구 앞에 줄까지 서가며 운동을 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래도 뭐.

일단은 보장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바로 마이너리그 캠프로 가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너희는 다음 주까지는 괜찮을걸? 포수란 그런 존재지.”


일단은.


#


초청 선수를 제외하고, 현재 로키스의 팜에서 ‘포수’라 부를 수 있는 인원은 총 11명이었다.


그중 마스크를 쓰고 장비를 입고 있다 뿐이지 미트 대신 고무장갑을 끼는 게 더 어울리는 인원들을 제외하면 7명 정도.


놀랍게도, 나와 척은 그 7명 중 ‘그나마’ 공을 제대로 받을 줄 아는 3명 안에 드는 포수였다.


작년 시즌 안방을 지켰던 데이브··· 음, 성이 뭐더라.


아무튼 놈이 FA를 선언하며 토론토로 떠나고 그 자리를 차지한 백업 포수 데빈 올리버.


드래프트 2년 차로 작년까지 하이 싱글 A에서 신나게 구르던 척.


그리고 나.


이 세 명을 제외하고서는 호세의 지랄맞은 싱커나 테일러의 커터와 체인지업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으니까.


그렇다고 여기서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다는 말은 공을 미트에 넣을 수 있냐를 말하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수비가 젬병이라는 소리를 듣는 포수라도 일단 드래프트에 뽑혀 어딘가에서 프로 생활을 하는 포수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포수로서의 에고와 방법론적인 문제였다.


예컨대, 공을 받을 때 엄지손가락의 활용이라든지, 엉덩이의 움직임, 혹시 모를 반대 투구에 대비한 마음가짐 같은.


아무리 기계신의 판정이 전 세계에서 기계교도를 양산하고 있어도 결국 포수의 능력은 수비력으로 수렴되는 법이니까.


그런 말도 있잖아.

명품은 디테일에서 결정된다고.


그러니 뭐가 됐든 둘의 컨디션을 위해서라도 우리를 내려보낼 수 없는 거지.


당장 불펜 포수들이 있다고 해도.


“좋은 기회야. 그러니 둘 다 잘 잡으라고. 이 말을 해주고 싶었거든.”

“···저, 맥스?”

“왜? 팻-맨?”

“그, 이러다가 혹시···”

“노, 노노. 그 뒤에 말은 내뱉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네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거든.”

“···이미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다 보니 이미 척은 부족한 드레싱 대신 김칫국을 사발째 부어가며 샐러드를 처먹고 있었다.


희망회로를 과하게 돌려보면 실제로 메이저리그에 백업 포수 자리가 하나 비어있는 건 사실이었고, 아직 그 자리를 누구로 채울 건지 정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굳이?’


구단 입장에서 유망주 랭킹에도 들지 못하는 포수 유망주를 굳이 콜업시켜서 100만 달러가 넘는 최저연봉을 보장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싹수가 보이는 유망주면 오히려 서비스타임을 관리해야 하기에 콜업 시기를 늦추면 늦춰야지.


“트레이드?”

“글쎄, 아마도?”


내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맥스.


뭐, 그게 답이긴 하겠지.


세상 어떤 단장이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쓰면서 배트를 들고 타석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사실상 수비 원툴 주전 포수를 데리고 시즌을 운영할 것이며, 설령 그런다 해도 이제 막 데뷔 2년 차인, 그렇다고 방망이에 탁월한 소질을 보이는 것도 아닌 포수에게 그 자리를 주겠어.


당연히 트레이드가 이뤄지겠지.

생각이 있다면.


짝!


“자. 이 이야기는 이쯤 하고. 굳이 말을 많이 내뱉어 봤자 썩 좋은 이야기는 아니거든.”

“아하.”

“아, 그렇다고 걱정하지는 마. 나는 지정 구단 3개 외에 다른 구단에 대한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거든. 우리의 친구 사이가 다른 사람의 의지로 인해 깨어질 일은 없다는 뜻이지.”

“그거 좋네요.”

“이제 가볼까?”

“···비록 이 보울에 담긴 초록색 악마들은 끔찍하긴 했지만, 그래도 감사해요 맥스. 이것도 그렇고 데려다주시는 것도 그렇고.”

“오. 그건 당연한 일이지.”

“네?”

“오늘은 야간운동이야 친구. 넓은 그라운드를 우리가 독점하면서 신나게 놀아보자고.”

“에엑.”


아무리 그래도 단장은 여기 있는 누구처럼 뇌까지 근육과 운동으로 가득 찬 고릴라가 아닐 테니까.


“좋네요. 밖에서 하는 쇠질이 또 그만의 맛이 있죠.”

“소이-쥘?”


아마도.


#


- 로빈슨은 어때? 우리가 아끼는 포수야. 자네도 알잖아?


“그러니까 지금 테일러 모건을 달라고 하면서 겨우 트리플 A 포수를 내미는 거야? 샘, 양심이 있나?”


- 내야 유틸리티하고 포수의 가치가 같을 순 없지. 안 그런가 제이? 게다가 테일러의 타격 성적도 쿠어스를 홈으로 쓰면서 만들어진 셈이고. 아니면 자네 설마 설마 데빈으로 한 시즌을 보낼 셈이야?


“···그래도 로빈슨 하나로는 안돼. 차라리 더블 A에 있는 그, 누구지? 이번에 BA 리스트에 들었던···”


- 설마 올리버를 말하는 건 아니지? 제이. 오. 이런. 마침 전화가 왔군. 이 건은 나중에 또 맞춰보자고. 그럼.


“이봐, 샘. 샘!”


뚜뚜뚜뚜-


최호현의 말대로 콜로라도 로키스의 단장인 제이슨 북스는 25인 로스터 안에 넣을 포수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


문제라면, 그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29개 구단 단장이 모두 알고 있다는 점이었지만.


전쟁이나 다름없는 스토브리그에서 자신의 약점을 노출했다는 건 말 그대로 치명적이었다.


25인 로스터의 한자리를 차지할 만한 내야 유틸리티를 달라고 하면서 만년 AAAA리거 포수를 들이밀 정도로.


심지어 다른 선수들을 끼운 것도 아니고, 1대 1 트레이드로.


“그러니까 데이브가 떠나기 전에 트레이드해 버려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물론, 제이슨이라고 해서 이런 상황에 놓이고 싶은 건 아니었다.


“빌어먹을 구단주.”


단지 그 역시 월급쟁이일 뿐이었고, 구단주가 ‘저 녀석을 꼭 잡아라.’라고 선언하면 그에 맞출 수밖에 없을 뿐.


그러면서 말 그대로 데이브가 절대 거절할 수 없는 FA 계약서의 초안을 가져갔을 때 곤란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기는-


“후우. 빌어먹을.”


데이브는 그 지점에서 간신히 생각을 멈춘 뒤 빌어먹게 푹신한 자신의 의자에 몸을 묻었다.


어쨌거나 자신을 메이저리그 단장 중에서도 꽤나 고액 연봉자로 만들어 준 건 구단주였고, 아직 모기지 대출이 남아있는 이상 그가 만족할 만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처지였으니까.


‘팜은 다 털렸고, 올리버는··· 그래, 일단 쓸 수는 있겠지. 긍정적으로 보면 전력 유출은 데이브밖에 없으니 잘하면 와일드카드 경쟁에도 참여할 수 있을 거야. 그렇다면···’


결국 그는 생각에 끝에서 ‘행복회로’라는 끈을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쓰레기통을 뒤질 수밖에.’


어떻게든 지금 있는 포수들이 제 몫을 해준다는 가정하에 나중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팀들을 대상으로 트레이드를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물론.

그 가정에는 남들이 보기에는 로키스가 그 좌절된 팀 안에 들어갈거라 보고 있다는 점이 빠져 있었지만.


아니, 정확히는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었지만.


삐-


- 제이, 마이너리그 선수 보고서가 왔는데 바로 보낼까요?


“부탁할게.”


- 알겠어요. 아, 그리고 예전에 메이저리그 캠프 참가권을 요구한 친구가 있었잖아요?


“음, 사우스 코리아에서 데리고 온 그 친구?”


- 네. 그 친구하고 약속한 기간이 다 됐는데, 어떻게 할까요?


“일단 내려보내. 잠깐만, 그 친구 포지션이 포수지?”


- 네.


“···일단 남겨놓고 보고서 보내달라고 해. 이번 주부터 프리시즌 경기 시작이지?”


- 네.


“스쿼드 B에 박아놓고 몇 경기 뛰게 해보라고 하고.”


- ···제이, 일이 잘 안 풀리나 봐요?


“그럴 리가.”


- ···알겠어요. 그렇게 요청할게요.


덕분에 최호현은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머물 수 있었으니, 최호현의 입장에서는 절로 ‘운이 좋군’이란 말이 나올만한 상황이었다.


“아시안 유망주라. 몇몇 그쪽 시장에 미친 놈들이 있으니 좋은 카드가 될 수도 있, 하아. 피곤하군.”


정작 단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린 결정이었지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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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아니. 나도 잡혀왔어. +4 24.08.25 5,979 125 15쪽
» 8. 포수란 그런 존재지 +7 24.08.24 6,334 116 14쪽
7 7. 결국 +5 24.08.23 6,368 135 11쪽
6 6. 욕구불만 +4 24.08.22 6,680 132 11쪽
5 5. 애리조나 +7 24.08.21 6,939 136 13쪽
4 4. 진출 +13 24.08.20 7,156 145 11쪽
3 3. 루틴 +16 24.08.19 7,305 158 15쪽
2 2. 그럼 한국에서 야구 안하면 되겠네요 +11 24.08.19 7,882 139 13쪽
1 1. 홈런 못 치면 죽음 +14 24.08.19 9,467 1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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