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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en(시엔) 님의 서재입니다.

Kings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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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en(시엔)
작품등록일 :
2018.10.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2.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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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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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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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DUMMY

화창한 5월의 어느 날 리엔 황국의 제 1대 황제 몬테규 리엔의 초청으로 각국에서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각지에서 귀족들이 여행길에 올랐다. 체칠리아도 자신의 양부모들과 함께 떠났다. 스케리브는 결국 베렌의 추천으로 무도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스케리브는 대사제와 성녀를 보필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가 이런 중책을 맡은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일단 스케리브는 검술이 능했고 왕실 예법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스케리브가 사제들 중에서 머리가 명석하기로 유명한 것도 한 몫 했다. 다만 조금 불편한 것이 있다면 수행원으로써 여행길에도 대사제와 성녀와 같은 마차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케리브는 수도원을 나가기 전 옷매무새를 단정히 고쳤다. 이제는 꽤 길게 자란 머리도 끈으로 단정하게 묶었다. 마지막으로 스케리브는 자신의 검을 허리에 찼다. 스케리브가 신전 앞에 가니 베렌이 멋진 갑옷을 차려입고 호위병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베렌 형! 오늘 멋진데?”


스케리브를 발견한 베렌도 손을 흔들었다.


“야, 너도 너무 멋 부린 거 아니냐? 하여간 커플들이 문제라니깐. 다시 말하지만 이건 연애하러 가는 게 아니다.”


“뭐라는 거야. 나 지금 되게 진지해. 근데 오늘 내가 생각해도 나 좀 멋있는 거 같아. 그치?”


베렌은 히죽거리는 스케리브의 등을 때렸다.


“정신 차려라. 이제 곧 대사제님하고 성녀님이 나오실 거야.”


베렌의 말에 스케리브도 웃음을 거두고 줄을 맞춰 선 병사들 앞에 섰다. 곧 신전에서 대사제와 성녀가 나왔다. 성녀를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항상 공식석상에서도 성녀는 베일로 얼굴을 가려 성녀의 얼굴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고위직 사제들 말고는 없었다. 그날도 성녀는 베일로 얼굴을 가린 채 수수하지만 우아한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나타냈다. 단지 그녀의 전체적인 모습으로 생각보다 젊다는 것만 유추해낼 수 있었다. 스케리브는 마차의 문을 열었고 대사제와 성녀가 그런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마차에 올랐다. 스케리브도 뒤 따라 마차에 올랐다. 마차의 문이 닫히자 베렌도 말에 올라탔고 그의 구령에 마차가 출발했다. 이번 대사제와 성녀는 평화사절단으로서 리엔 황국에 가는 것이었다. 계속되는 몬테규 황제의 정복사업으로 험악해진 각 국가들의 관계를 개선해보기 위한 목적이었다.


마차는 한참을 달려 일렌 항구에 도착했다. 따로 도리스 국왕이 마련해준 배로 갈 예정이었다. 그 배에는 국왕을 비롯한 왕국의 귀족들과 신전 관계자들이 탈 예정이었다. 항구 주변에는 배에 탑승하려는 인파로 시끌벅적하였다. 스케리브는 어딘가에 체칠리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그녀를 찾을 수는 없었다. 베렌의 호위로 대사제와 성녀, 그리고 스케리브는 편하게 배에 탑승했다. 모든 승객들이 배에 오르고 승객들의 짐을 싣자 배는 곧 출발했다. 며칠간의 항해 끝에 리엔 황국의 델 마리노 항구에 도착했고, 다시 마차를 타고 며칠을 달려 드디어 리엔 황국의 수도 에스트렐라에 도착했다. 대사제와 성녀를 비롯한 몇몇 고위 사제들은 리엔 황궁에서 머물렀고, 스케리브는 황궁근처 여관에서 다른 호위병들과 머물렀다. 오늘만은 특별히 자유시간이 허용되었다. 7년 만에 방문한 에스트렐라는 그전보다 훨씬 화려해졌다. 광장의 규모는 더욱 커졌고 대규모의 화려한 분수에는 언뜻 보기에도 엄청난 돈을 투자한 것 같은 황금으로 된 몬테규의 동상이 세워져있었다. 광장에는 각국에서 올라온 귀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거기다 대목을 잡기 위해 거리 곳곳에 상인들이 좌판을 벌여 놓아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스케리브는 광장 한구석에 서서 체칠리아를 기다렸다. 도리스 왕국에서 출발하기 전 체칠리아와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곧 체칠리아가 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가벼운 외출복을 입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근데 사람 진짜 많다. 그 여관이 어디라고 했지?”


체칠리아는 에스트렐라 수도의 지도를 펼쳐 보며 말했다.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 날 따라와.”


분수광장을 지나 수도의 동쪽 어귀로 가니 한산했지만 그래도 거리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체칠리아는 여관 간판들을 보다가 한 여관을 가르키며 말했다.


“여기야!”


체칠리아를 따라 스케리브는 작은 여관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자 여주인의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세요! 숙박을 하시나요? 아니면 식사만 하시나요?”


“식사만 할 거에요.”


여관 안은 아담했고 이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여관 직원들은 정신없이 술잔과 음식을 날랐고, 스케리브와 체칠리아 뒤로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와 여주인은 정신이 없어보였다.


“일단 빈자리에 앉으세요. 여보! 여기 와서 주문 좀 받아요.”


스케리브와 체칠리아는 문 쪽에 위치한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 곧 갓난아기를 들쳐 업은 남자가 와서 주문을 받았다.


“맥주 두 잔하고 파이 하나 주세요.”


스케리브의 주문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와, 장사 진짜 잘되네. 그치?”


“오늘 같은 날엔 아마 시내의 여관과 주점들은 손님들로 넘쳐날 걸?”


체칠리아의 말에 스케리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해도,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여럿 있는 것을 보니 여기 평판이 나쁘진 않은 것 같아. 잘 됐네.”


곧 여주인이 주문한 맥주와 파이를 들고 왔다.


“맛있게 드세요. 뭐 더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씀하시고요.”


여주인은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싹싹하게 말했다. 그런 여주인을 보며 체칠리아와 스케리브는 묘한 눈짓을 주고받았다.


“저희 모르시겠어요?”


스케리브가 막 자리를 떠나려는 여주인에게 말했다. 여주인은 스케리브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았지만 고개를 갸웃했다.


“죄송하지만 잘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이건 알겠네요. 사제님은 참 미남이시네요.”


이번엔 체칠리아가 거들었다.


“몰라보다니 너무하네요. 세라 씨.”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여주인은 체칠리아를 유심히 보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난리법석을 피웠다.


“어머나! 체칠리아?! 그럼 여긴 스케리브?! 어머나! 어머나! 정말 오랜만이다!”


스케리브와 체칠리아는 그런 세라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세라도 몰라보겠어. 벌써 엄마가 되다니 말이야.”


“그러게. 그래도 잘 사는 것 같아 보여서 다행이네.”


세라는 체칠리아와 스케리브의 손을 잡고 흔들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다 체칠리아 덕분이지. 스케리브! 넌 진짜 몰라보겠다. 내가 알던 그 꼬맹이가 이런 멋진 청년이 되었다니! 아, 나 눈물 나려고 해.”


세라는 그렇게 말하며 앞치마로 눈가를 닦는 시늉을 했다.


“너희 도리스 왕국으로 간 것 아니었어? 혹시 너희도 무도회에 참석하려고 온 거야?”


“맞아. 나는 도리스 왕국의 대사제님과 성녀님의 수행원으로 왔고, 체칠리아는 도리스 왕국 귀족으로 왔어.”


스케리브의 말에 세라는 호들갑을 떨었다.


“세상에나! 내 친구들이 이렇게 대단하다니까! 내가 바쁘지만 않으면 너희랑 같이 수다나 떨 텐데. 보다시피 지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 애도 봐야하지, 손님들은 몰려오지. 정신이 없다니까? 저것 봐 내가 한눈을 팔면 금새 엉망이라니까? 빌! 저기 손님들 주문 좀 받아줘! 안나! 저기 맥주 3잔 나갔니? 어쨌든 만나서 반가워. 내가 서비스 많이 줄 테니까 많이 먹고들 가~ 여보! 여기 서비스 좀 팍팍 줘요!”


세라는 속사포 같은 말을 남긴 채 주방으로 사라졌다.


“와, 세라 대단한데?”


스케리브와 체칠리아는 맥주를 마시며 기분 좋게 웃었다. 그때 그들 옆 테이블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 맥주를 시키고 큰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 무도회처럼 큰 왕실 행사는 또 없을 거야? 안 그래?”


“암 그렇고말고. 거기다 이번 무도회에서는 비공식적이긴 해도 황제 폐하의 짝을 찾는 자리가 될 거라고 하더군.”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갓 나온 맥주를 들이키더니 수염에 묻은 맥주를 소매로 닦으며 말했다.


“그 소문이 참말인가?”


“아, 글쎄. 그렇다니까? 이미 폐하께선 혼기가 차지 않았는가? 이번에 자르딘 왕국까지 정복하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니 그에 맞는 배필만 찾는다면 완벽하지!”


한 남자가 몸을 낮추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항간에는 폐하께서 여자에 관심이 없다는 소문도 있다네. 대신들이 아무리 예쁘고 가문이 좋은 여자를 바쳐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다는군. 뭔가 신체에 큰 결함이 있는 것은···.”


“떽끼! 이 사람아. 큰일 날 소리! 이번엔 각국의 왕족을 포함한 고위 귀족들까지 모두 모여드니 거기에서 신붓감을 찾으실 걸세. 광장에도 얼마나 어여쁜 여인네들이 넘쳐나는지.”


남자들의 이야기를 듣던 스케리브는 체칠리아를 바라보았다.


“저들이 한 말이 사실이야?”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야. 각국의 정상들과의 회담이 주목적이지만 결혼 상대를 찾는 것 역시 이미 귀족들 사이에선 거의 확실시된 이야기로 나돌고 있어. 그래서 초청을 받지 못한 뜨내기 귀족들까지도 몰려든 거고.”


스케리브는 여행길 내내 귀족 아가씨로 보이는 잔뜩 치장한 여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다들 몬테규 황제의 배필로 선택되기 위해 각지에서 올라온 모양이었다. 대국의 황후자리는 제 아무리 욕심이 없는 자들도 견디기 힘든 유혹이었다.


“그럼 설마 너도 그 후보들 중 하나인 거야?”


“난 그럴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 노친네들은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하겠지. 황제를 사위로 맞는 일은 두 번 태어난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일 테니까.”


체칠리아의 말에 스케리브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러면 안 되는데!”


체칠리아는 여유롭게 웃으며 맥주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어차피 몬테규는 내게 관심도 없을 거야. 그리고 나도 그런 시시한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고.”


여유로운 체칠리아와는 달리 스케리브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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