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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51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8.30 13:05
조회
272
추천
5
글자
10쪽

최강의 반신

DUMMY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비라고? 광화문에?"


길을 걷던 하단우는 오랜만에 듣는 한국어에 잠시 걸음을 늦추었다.


"그래서 한국 들어가는구나. 응, 잘 갔다 와."


한국어로 통화하던 중년 남자는 전화를 끊었고, 하단우도 가던 길을 다시 갔다. 그런데,


"어이 너, 여기서 못 보던 애인데?"


방금까지 통화를 하던 남자가 하단우를 불러 세웠다. 하단우는 무시하고 가려고 했지만 남자가 쫓아오며 말했다.


"한국인 아닌가? 어디서 왔어? 여기 사는 애 아니지? 혼자 온 거야?"


남자는 한국인 아닌가?를 영어로, 어디서 왔어?를 태국어로, 여기 사는 애 아니지?를 중국어로, 혼자 온 거야?를 일본어로 말하며 따라왔다.


왜 초저녁부터 미친 사람이 시비를 거는 건지. 하단우는 기가 막혀서 뒤를 돌았다.


"모르는 사람한테 관심 끄시죠?"

"한국인이었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했다.


"나는 널 모르지만 관심을 안 가질 수는 없구나."

"왜죠?"

"시카고에 내가 모르는 반신이 돌아다니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지."


하단우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에게서 반신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는데.


"아저씨 반신이에요?"

"그래. 이러면 알겠니?"


남자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갑자기 반신의 에너지가 화르륵 밀려 들어왔다. 기운으로만 어마어마한 공격력이 느껴졌다.


하단우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기운을... 숨긴 건가요?"

"응. 이렇게 안 하면 사람들이 가까이 못 오더라고. 그래서 좀 누르고 다니지."

"인간이 반신의 기운을 느낀다고요?"

"뭐든 정도를 지나치면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남자의 말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닌 게, 같은 반신이지만 완전히 다른 규모의 에너지였다. 이 정도의 기운이라면 정말 인간도 감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주 작은 지진은 예민한 사람만 알아채지만, 큰 지진은 땅 위의 모든 사람이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운을 죽이고 산다니. 하단우가 알기로 반신이 기운을 누르는 방법은 딱 하나. 갖고 있는 요력을 쉬지 않고 발산하는 것이다.


하늘로, 땅으로 요력을 날려 보내어 체내에 보유한 요력의 비율을 낮추는 방법이다.


이렇게 365일 요력을 사용하며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반신들은 굳이 자신의 기운을 누르는 일은 없다.


"사서 고생하시네요."


하단우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만, 직장은 다녀야 하니까."


그리고서 하단우에게 물었다.


"그래서, 너는 여기에 왜 온 거야? 여행?"

"네. 오늘 떠날 테니까 신경 끄세요."


한국인 반신을 만나다니 일이 귀찮게 되었다. 하단우는 당장 시카고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어디서 왔는데?"

"그런 걸 왜 묻는데요?"


추궁당하는 기분에 하단우가 되묻자, 남자는 손으로 자기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어젯밤 이 동네에 이상한 일이 있었거든. 웬 아시안 걸이 선량한 시민을 팼다고 하더라고."

"선량하다뇨! 그놈이 먼저 저한테 시비를 걸었다고요!"

"역시 네 짓이구나."


남자는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어. 덩치가 산만한 미국인을 동양인 여자가 제압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


그리고는 하단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반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남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단우는 한국을 도망치듯 떠나 미국에 들어온 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호텔을 전전하며 생활했고, LA에서 지내다가 사람들이 자꾸 말을 거는 게 짜증나서 조용하다는 동부로 이동했다.


시카고에 도착하니 한결 나았다. 이 동네 사람들은 그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편안히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바로 어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밤늦게 출출해져 편의점에 갔었는데, 음식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웬 백인 남자와 마주쳤다. 그런데 그 남자가 갑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라며 폭언을 퍼붓는 것이었다.


난데없이 욕을 먹은 게 어이가 없어서, 하단우는 남자를 때려눕히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이제 말해 줄래? 너는 어디에서 왔지?"


남자가 추궁하듯 물었다. 하단우는 빨리 이 자리를 뜨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제가 대답할 이유 없어 보이는데요."

"요력을 쓰면서 설치고 다니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어. 이러다 네 정체가 발각되면 반신들이 다 피해를 본다고."

"알았어요. 앞으로 요력 안 쓰면 될 거 아니에요."

"그래도 내가 묻는 말에는 대답해 줬으면 하는데."

"제가 왜 그래야 하죠?"

"글쎄. 내가 너보다 강하니까?"


재수 없어. 라고 하단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 사람과 요력으로 붙으면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LA에서 왔어요."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기는 싫고, 실제로 시카고에 들어오기 전 LA에 머물렀었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구나. 드라이버 라이센스 좀 보자."

"운전 못하는데요."

"그럼 다른 신분증이라도 있을 거 아냐."

"아저씨가 경찰이라도 돼요?"

"네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LA 사는 반신한테 물어봐야겠구나. 방금 통화한 친구가 LA에 살고 있거든."


남자는 핸드폰을 톡톡 치며 말했다. 하단우는 어쩔 수 없이 가방에서 여권을 꺼냈다.


"뭐야, 한국에서 온 거야? 이름이.. 하 단..."


이름을 읽던 남자는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하단우? 너 명호 딸이니?!"

"우리 아빠를 아세요?"

"알다마다. 명호 딸이 이렇게 컸단 말이야? 요만할 때 봤는데..."


남자는 손바닥을 오므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하단우의 얼굴을 여기저기 살펴보고서 미간을 좁혔다.


"너 아빠 하나도 안 닮았구나."

"그게 뭐 어때서요? 아저씨가 보태준 거 있어요?"

"성격도 전혀 안 닮았어. 큰딸은 아빠 닮는다던데..."


남자는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젓고서 말했다.


"나는 백규빈이라고 해. 너희 아빠 친구고... 너, 지금 어디서 지내고 있냐?"


백규빈의 물음에 하단우는 손가락을 들어 길 건너편의 호텔 건물을 가리켰다.


"저기서 혼자 살고 있다고?"

"네."

"명호는 네가 여기 온 거 알아?"

"모를걸요. 말 안 하고 와서."

"너 설마 가출했어?!"


백규빈이 기가 막혀 하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하단우에게 말했다.


"너 우리 집에 가자."

"제가 왜요? 싫어요!"

"너희 아빠가 걱정할 거 아니야. 아저씨 말 들어."


그러면서 백규빈은 누르고 있던 요력을 다시 발산했다. 보기만 해도 주눅이 드는 에너지였다.


그러고 보니 고성에서 백씨 가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태평양 반신들 중에 가장 강력한 공격술사 집안으로, 철저하게 순혈로만 후대를 잇는다고 들었다.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이 정말 그 가문의 순혈 반신이라면, 그 어떤 저항을 해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하단우는 별 수 없이 백규빈의 뒤를 따라갔다.



***



백규빈의 집은 시카고 도심의 고층 아파트였다. 묵고 있던 호텔에 가서 짐을 다 챙겨서 나왔으니, 정말이지 빼도 박도 못하게 여기서 살게 된 것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웬 남자가 걸어 나왔다. 백규빈은 그에게 하단우를 소개했다.


"중모야, 얘는 내 친구 딸인데 당분간 좀 부탁한다. 단우야 인사해, 이쪽은 서중모."


하단우는 서중모에게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서중모는 30대 중반 정도로 보였고 동양인의 외모였지만 어딘가 서양인의 느낌이 났다. 눈동자도 옅은 갈색이었고 말이다.


서중모는 가볍게 하단우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서 백규빈에게 말했다.


"그런데 저녁밥을 박사님 먹을 것만 했어요."

"괜찮아. 나는 라면 끓여 먹지 뭐."

"네, 내일 만나요."

"수고 많았어."


그렇게 서종모는 집을 나갔고, 하단우는 백규빈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구예요?"

"우리 집 관리해 주는 사람."

"가사 도우미요?"

"그런 셈이지. 일단 밥부터 먹자. 네가 먹을 건 식탁에 있어."

"저는 안 먹어도 돼요."

"나 오랜만에 라면 좀 먹으려고 그래."


백규빈은 부엌으로 들어가 라면을 꺼냈고, 하단우는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백규빈은 라면 물을 올리고서 전화를 걸었다. 그것을 본 하단우가 말했다.


"설마 우리 아빠한테 거는 거 아니죠?"

"맞지."

"걸지 마세요!"


하단우가 다급히 말했지만 백규빈은 신경도 쓰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 하단우는 밥을 앞에 두고 먹지도 못하고 백규빈의 통화 내용을 들어야 했다.


"응, 혼자 시카고까지 왔더라고. 지금은 집에 갈 생각이 없어 보이니까 내가 데리고 있을게."


결국 아버지에게 위치를 들키고, 아무 데도 못 가게 붙잡힌 상황이 되었다. 하단우는 한숨을 쉬었다.


"고맙기는 뭘.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나중에 보자."


전화를 끊은 백규빈은 하단우에게 쏘아붙이듯 말했다.


"너는 할아버지 돌아가셔서 아빠 힘든데, 굳이 가출을 해야 됐어?"


백규빈의 말을 하단우는 부정할 수 없었다. 아버지한테 말을 안 하고 미국에 온 것은 그의 잘못이 맞다. 아버지는 장례식도 혼자서 치러야 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아버지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한국에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왜?"

"싫어서요. 거기 있는 모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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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침략의 목적 21.09.06 252 4 12쪽
73 낙뢰 21.09.05 249 4 11쪽
72 랠리 21.09.04 250 4 12쪽
71 싸우는 역할 21.09.03 254 3 12쪽
70 그들을 만나다 21.09.02 252 4 13쪽
69 광화문의 이상 기후 21.09.01 276 5 10쪽
68 21.08.31 284 5 12쪽
» 최강의 반신 21.08.30 273 5 10쪽
66 복수심 21.08.30 262 5 5쪽
65 영향력 한계돌파 21.08.29 264 5 14쪽
64 응급 호출 (2) 21.08.28 273 5 11쪽
63 응급 호출 (1) 21.08.27 265 5 12쪽
62 미끼 21.08.26 265 4 13쪽
61 야수와 같은 원소 21.08.25 263 5 14쪽
60 피라미드 꼭대기의 위 21.08.24 273 4 11쪽
59 치료소 21.08.23 273 5 11쪽
58 아무도 알 수 없다 21.08.22 281 5 12쪽
57 설득 21.08.21 292 4 12쪽
56 실험 준비 21.08.20 304 5 11쪽
55 미래의 인류를 위한 투자 21.08.19 304 5 11쪽
54 거래 21.08.18 313 6 12쪽
53 변수 21.08.17 320 5 12쪽
52 뜻밖의 마주침 21.08.16 325 5 10쪽
51 생체병기 연구. 인체 개조, 유전자 조작 의심 21.08.15 346 8 11쪽
50 실험인가 학살인가 21.08.14 337 8 11쪽
49 엘 리스너 (2) 21.08.13 358 6 11쪽
48 엘 리스너 (1) 21.08.12 378 8 10쪽
47 하단우 21.08.11 377 9 12쪽
46 여자친구 21.08.10 393 8 12쪽
45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 21.08.09 40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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