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반갑습니다.

얼굴 천재라고 하기에, 아이돌이 되기로 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따뜻한일상
작품등록일 :
2024.03.13 14:45
최근연재일 :
2024.04.15 20:2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30,745
추천수 :
880
글자수 :
213,588

작성
24.03.16 14:50
조회
1,012
추천
25
글자
12쪽

7. 춤 춰볼게요.

DUMMY

이튿날.


지하의 연습실에 모인 NEXT 멤버들 사이에는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강우진 매니저는 남형우를 가운데 두고 둘씩 툭툭 붙어있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차도진과 함께 서있는 기태형의 표정은 단순한 의무감으로 있는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형우야, 원래 춤 빼곤 별 관심이 없으니 그렇다 치고, 하루아침에 3:1에서 2:2가 된 느낌인데?’


강우진은 현재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 만에 어떻게 구워삶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대단하네. 생각보다 섞이는 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겠어.’


강우진은 긍정적인 소식을 하나 건진 것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도진이는 일단 단체 트레이닝에서는 빠져서 개인 트레이닝을 받을 거야. 기본기가 어느 정도 갖춰지는 대로 단체 연습에 투입될 거니까, 최선을 다해 임해주길 바란다. 알았지?”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도진이는 옆 2호 연습실로 가. 전석호 팀장님이 안무 봐주신다고 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차도진은 강우진에게 인사를 하고, 멤버들에게도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향했다.


기태형은 믿는다는 듯이 차도진에게 외쳤다.


“도진아! 빨리 배울 수 있지?”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불가능은 없다! 알지?”


“네, 형. 감사합니다.”


차도진은 처음으로 그들 앞에서 희미한 미소를 내보였다.


UDT의 신조를 외쳐주는 기태형의 응원이 낯간지럽기도, 고맙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멈칫했다.


계속 무표정해서 딱딱해 보이던 얼굴이 스르륵 풀리며 나타난 모습이···.


상당히 ‘폭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뭐랄까, 홀린다는 것이 뭔지 알게 된 것 같은 기분.


문이 닫히자, 남아있던 6명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헛기침을 했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지? 다행이다···.’


뭔가 안도를 하며 그들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그럼, 다들 연습들 하고 있어. 놀지 말고. 1분 1초가 아까운 거 알지?”


강우진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안무 연습실 문을 나섰다.


기태형이 어깨를 으쓱이며 셋을 돌아봤다.


“잘생긴 건, 솔직히 다들 인정이지?”


남형우나 권형식은 적극적인 동의는 하지 않고 슬쩍 눈을 돌리기만 했다.


그러나 거기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진주혁이었다.


“하! 형은 뭐가 그렇게 단순해? 저 인간이 저렇게 튈수록 우리는 뒷전 될 가능성 엄청 높은 거 몰라?”


다만, 기태형은 이미 예상해둔 반발이라는 듯이 담담히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근데 주혁아. 달리 말하면, 도진이 덕에 우리 팀이 제대로 주목받을 수 있지 않을까? 첫 데뷔 임팩트로, 솔직히 외모만한 것도 없는 건 사실이잖아. 도진이 정도면 비주얼은 진짜 역대급이고.”


그가 하루 만에 적극적으로 두둔하게 된 것에 당황한 진주혁은 울컥한 듯이 입을 열려고 했다.


다만, 춤만큼은 진심인 남형우가 크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아으, 우린 일단 우리 할 것부터 하자. 춤추기 전에 흥분하면 부상 와. 다들 흥분 가라앉히고 몸부터 풀어. 태형이 형, 같이 하실?”


“그래. 그러자.”


두 연장자가 거울을 보며 준비운동에 들어가자, 진주혁은 차마 더 말을 못 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대신 재빨리 권형식에게 눈을 돌렸으나, 자신의 편이던 막내 권형식도 눈을 피하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다른 건 몰라도 춤출 때만큼은 남형우가 무서워지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진주혁도 어정쩡하게 몸을 풀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의 머릿속까지 정리가 된 건 아니었다.


‘아니, 분위기 왜 이래? 태형이 형은 왜 갑자기 저 인간 변호를 하고 있는 건데?’


진주혁은 그런 의문과 불만을 머리에 띄우며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사실, 유독 진주혁이 이렇게 날뛰는 이유가 있었다.


여태까지는 그가 그룹의 비주얼 담당을 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요즘의 아이돌, 특히 남자 아이돌의 경우는 센터 포지션이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비주얼 센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팬덤 사이에서도 분명 각 그룹의 최고 비주얼 하나씩을 뽑아서, 다른 그룹의 비주얼 멤버들과 늘어놓고 대결을 하곤 했고.


당연히 회사 차원에서도 제일 밀어주는 자리였고, 주목을 받는 자리였다. 그룹이 망해도 비주얼 멤버는 홀로 살아남는 경우들도 많을 정도니까.


그러니··· 이번 차도진의 합류로 제일 부담스러워진 것은 진주혁이었다.


투톱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솔직히 자신이 봐도 차도진의 비주얼은 한 수 위였다.


‘아, 진짜 이러면 안 되는데.’


진주혁은 불안한 심정에 계속해서 눈을 굴려댔다.


****


그 시각. 차도진이 들어간 연습실.


거기에는 전석호 안무 팀장이 오디션에서 보인 차도진의 춤을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이동형 TV같은 것을 하나 옆에 두고.


차도진은 민망한 기분이었지만, 일단 인사부터 크게 했다.


“안녕하십니까.”


“아, 왔어요? 이쪽으로 와요. 아, 나 이제 말 편하게 해도 될까요? 제자한테 나긋하게는 잘 못 해서.”


“예.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차도진은 깔끔하게 수긍했고, 전석호는 피식 웃으며 차도진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좋아. 음, 온 김에 처음부터 같이 보자. 네가 춤추는 모습이 어떻게 찍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거든. 거울로 보면서 하는 거랑은 또 달라.”


“네. 알겠습니다.”


차도진이 곁으로 가자, 전석호 팀장은 처음으로 화면을 돌려서 다시 재생을 시켰다.


차도진은 본인의 춤을 보기 시작하자, 점점 얼굴이 붉어졌다.


‘와 씨. 나 너무 딱딱하네. New Bless 분들은 엄청 부드럽게 연결되던데···.’


‘이 부분은 진짜 심각하다. 박자만 겨우 맞추고 있네.’


그런 차도진의 얼굴을 힐끗 본 전석호는 소리 없이 슬쩍 웃었다.


얼굴을 붉히고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진지한 눈으로 스스로의 춤에서 눈을 떼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자신이 찍힌 모습을 보면, 부끄럽다며 집중은 안 하고 눈을 돌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본인 얼굴을 못 보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걸지도 모르겠네.’


전석호가 속으로 짤막한 평가를 내리는 동안, 화면도 어느새 끝이 나 있었다.


“어때? New Bless 친구들 춤이랑 비교하면? 아, 잘 기억이 안 나려나? 그것도 한 번 볼까?”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당일에 돌아가서 New Bless 님들 무대를 찾아봤습니다. 다만, 제 춤이 어땠는지는 잘 몰랐는데, 제가 봐도 딱딱해서 유기적으로 연결이 전혀 안 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몇 가지 자잘한 동작들은 놓친 것이 많았습니다.”


“응? 잠깐. 돌아가서 찾아봤다고? 그럼 그 전에는 New Bless 무대 본 적이 없다는 거야?”


“예. 그렇습니다.”


“뭐야. 그럼, 오디션에서 이 춤은 어떻게 춘 거야?”


“아, 그게···. 전역 직전에 새로 들어온 하사들 신고식이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장기자랑 준비해서 선배들 앞에서 하는 건데, 거기서 본 춤이 ‘Calm boy’였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춤을 기억하는 노래는 그게 유일해서, 그중 제일 잘 하는 것 같은 한 명의 춤을 따라 했습니다.”


“자, 잠깐.”


전석호가 손을 들어 보였다. 차도진은 말을 멈추고 전석호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그때 한 번 본 걸로 춤을 다 기억했다는 거야? 그리고 춰본 적도 없는 걸 그때 즉석에서 춘 거고?”


“그건 아닙니다. 서너 번은 더 봤습니다. 잘한다고 고참 선배님들이 몇 번 더 시키셔서.”


“어쨌든, 네가 춰 본 적은 없는 거잖아. 게다가 본 지 몇 달은 지난 거고.”


“예. 그렇긴 합니다. 제가 사람 얼굴 구별은 잘 못 하지만, 그 대신인지 사람 움직임은 잘 분석하고 기억합니다. 체형이나 개인 특유의 움직임 같은 것으로도 사람을 구분하다 보니, 그렇게 훈련된 것 같습니다.”


전석호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진짜라면 이건 대단한 재능이었다.


안무가들이나 메인 댄서를 맡은 아이돌 멤버의 경우, 춤을 한두 번 보고 바로 안무를 카피해내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모두 어릴 때부터 최소 수년 동안 춤을 췄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Calm boy의 안무가 쉬운 편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동선도 꽤 복잡하게 섞이는 편이고, 동작들도 적정선을 벗어나면 순식간에 과한 느낌이 들거나 힘이 너무 없어 보이게 된다.


‘그러니까, 방금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이놈은 괴물이라는 소리야.’


전석호 안무팀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도진을 훑어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했던 말, 거짓말 하나도 없는 거지? 지금이라도 제대로 말해.”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내가 추는 춤. 기억하고 따라 할 수 있겠지?”


“예. 다만, 저 날 이후로 제가 춤 연습을 해본 적이 없어서, 동작은 여전히 어색할 겁니다.”


“그건 괜찮아. 그리고 진짜 처음이라면··· 저게 마냥 못 춘 춤은 아니야.”


“감사합니다.”


전석호는 고개를 살짝 흔들고는 빠르게 음악을 찾았다.


시중에 나온 음악은 아니고, 그가 생각하는 아이돌 댄스의 기본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망라할 수 있게 따로 제작한 곡이었다.


그의 제자들은 이 곡에 맞춰 전 동작을 완벽하고 부드럽게 연결해야만,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댄서나 아이돌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많지 않으니, 차도진의 경우에는 약간의 모자람 정도는 감수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방금 대화로 전석호의 열정이 확 불타올랐다.


음악이 시작되자, 전석호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휙 바뀌었다.


뭐랄까, 콕 집기는 어려웠지만, 정말 ‘모드’가 바뀐 느낌이었다. 발끝이나 손끝까지 말이다.


그리고 박자가 바뀌며 곧바로 시작된 춤.


그 동작들을 코앞에서 보는 차도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차도진은 지금까지 춤은 그저 노래에 곁들여지는, 노래를 좀 더 돋보이게 하는 장치 정도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전석호의 춤을 보는 순간, 그런 차도진의 생각이 흔들렸다.


춤도 그 자체로 노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차도진은 모든 동작을 기억하기 위해 더 집중했다.


춤 동작들은 파워풀했지만, 딱딱하지는 않았다. 또한, 매끄럽고 부드럽게 흘렀지만, 흐물거리지는 않았다.


몸이 유연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탄탄한 느낌이 드는 것이 신기했다.


일반적인 아이돌 노래보다는 조금 길었던 음악이 끝나는 순간까지, 전석호는 자신의 탄력을 조금도 잃지 않았다.


“후-.”


가볍게 숨을 내뱉는 전석호에게 차도진은 순수하게 박수를 보냈다.


고개를 든 전석호는 어딘가 상쾌한 목소리가 되어 입을 열었다.


“후-.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보다. 이것도 꽤 힘드네.”


“멋졌습니다.”


“그건 나도 알아.”


전석호는 튕기듯 말했지만, 목소리에서 날카로움은 없었다.


“나 무슨 공짜 공연한 거 아니다? 한 번 더 보고 싶으면 지금 말하고, 아니면 준비해. 시작됐다고 하면 음악 틀어줄 테니까.”


“음. 안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차도진은 순순히 전석호가 처음 춤을 시작했던 자리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동작들을 떠올렸다. 음악이 같이 들리는 것처럼 머릿속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안무 동작들.


움직이는 동선이나 자잘한 손동작 같은 것들은 복잡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기본기’였으니까.


“준비··· 됐습니다.”


차도진의 말에, 전석호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Ok···. 그럼, 시작!”


그리고 곧바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오후 8시 50분에 하나 더 올라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얼굴 천재라고 하기에, 아이돌이 되기로 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9. 마음이 가는 아이. +2 24.03.17 963 24 12쪽
8 8. 3주만 줘요. +2 24.03.16 988 24 13쪽
» 7. 춤 춰볼게요. +2 24.03.16 1,013 25 12쪽
6 6. 굴러 들어온 돌. +2 24.03.15 1,050 24 12쪽
5 5. 계약합시다. +2 24.03.15 1,105 25 12쪽
4 4. 존잘은 오디션을 찢어. +2 24.03.14 1,138 22 13쪽
3 3. 가슴이 뛰었다. +3 24.03.14 1,215 19 11쪽
2 2. 아이돌 해볼래요? +2 24.03.14 1,358 25 13쪽
1 1. 차도진. +4 24.03.14 1,711 3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