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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여자를 꼬셔서 황제가 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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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9
최근연재일 :
2023.05.17 19:36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06
추천수 :
5
글자수 :
23,030

작성
23.05.17 19:36
조회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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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5. 이사벨라와의 첫 만남

DUMMY

“세상에···.”


알리나와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늘을 찌를듯한 성의 주탑은 고개를 한껏 젖혀서야 시야에 들어올 정도였다.


“이게 빅토리아 공작의 성이라구요?”


“‘님’자를 붙여라, 천한 것아! 정확히 말하자면 빅토리아 대공 부인의 성이지. 대공의 성은 수도 근처에 있느니라.”


집사가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성이 한 채가 더 있다고? 대체 얼마나 세력이 대단한 거지···?


“자, 이곳이 너희가 일할 곳이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성의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건물이었다. 성의 입구에 반대쪽에 자리 잡은 이 건물은 얼핏 봤을 때 밖에서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주 건물보다 작긴 했지만, 상당히 견고하게 건축된 느낌이다.


“왜 이렇게 늦었느냐!”


앙칼진 목소리가 별채의 내부에 울려 퍼졌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중앙 계단에서 한 여자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고급스러운 복장에 기품있는 걸음걸이···. 저 사람이 바로 빅토리아 대공의 손녀인 듯했다.


“용서해주십시오, 아가씨. 경매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일? 무슨 일?”


“노예 중 한 명이 하급 기사와 결투를 했지 뭡니까. 다행히 승리하여, 목이 붙은 상태로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하급이라 해도 기사와 결투하여 승리하다니? 대단하구나. 필시 저기 있는 기골이 장대한 녀석이겠지?”


“아뇨, 아가씨. 그 옆에 있는 이 친구입니다.”


공작의 손녀가 내 앞에 다가왔다. 은은한 라벤더 향과 함께 그녀의 보랏빛 머리칼이 흔들렸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었다. 이런 미인이 하모니아에 있었다니···.


- 퍼억!


“으악!”


“이놈! 예를 갖추거라! 이분이 바로 이사벨라 드 빅토리아 공녀시다!”


맞은 뒤통수가 얼얼했다. 이 집사란 양반 왜 이리 힘이 센 거야? 옆을 보니 아킴과 알리나는 이미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서 자신을 따라 하라는 알리나의 눈빛을 보고 하는 수 없이 자세를 취했다.


“고개를 들어라.”


이사벨라가 내 앞에 와서 명령했다. 아니꼽긴 하지만 뭐 어쩌겠어. 난 노예고 저 여자는 공녀인데···.


“네 이름이 무엇이냐.”


“디트입니다.”


“디트? 정말 평민 그 자체 같은 이름이군.”


아니, 도대체 디트가 어때서? 어렸을 때 애칭이 디트였단 말이다! 그러는 네 이름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사벨라, 이사벨라··· 그럼 벨라라고 부르려나? 흠,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이긴 하네.


“좋아, 디트. 네가 나의 경호를 맡도록 해라!”


“예? 제가요?”


“그래.”


“왜요?”


이사벨라의 눈이 커지는가 싶더니 분노로 가득 찼다. 난 진짜 순수한 마음에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감히 내 말에 토를 달다니, 건방진 것. 집사! 당장 이놈을 끌고 가서···.”


“아이고, 고정하십시오. 아가씨.”


집사가 깜짝 놀라 앞으로 달려 나와 손사래를 쳤다. 이사벨라의 화난 시선이 집사 쪽으로 향했다.


“고정은 너나 하고, 당장 이놈의 목을 쳐라!”


목을 치라고? 설마 손날로 목을 치라는 의미는 아니겠고. 참수? 그거 좀 물어봤다고 사람 목을 자르라고 해? 이거 정신 나간 년 아니야?


“이, 일단 제 말 좀 들어보시죠. 아가씨의 경호는 저 덩치가 맡으라고 대공 부인께서 직접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디트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놀라서 물어본 걸 겁니다. 감히 아가씨의 말씀에 불복종한 게 아닙니다.”


“할머님이 직접? 흠···. 근데 저 덩어리···? 뭐라 불러야 해.”


“이름은 아킴입니다, 아가씨.”


“그래, 아킴. 쟤는 얼굴이 너무 투박해. 저런 놈을 어떻게 데리고 다니느냔 말이다! 만찬회나 파티에 저런 우락부락한 놈이 오면 내 체면이 뭐가 돼!”


“아하하···. 아가씨께서 정 그러시면, 아가씨를 호위하는 동안 가면을 쓰게 하는 건 어떨까요? 경호를 맡긴 맡아야 합니다. 대공 부인 성격 아시잖습니까.”


“어쩔 수 없지. 그건 그렇게 하고, 이제 저놈의 목을 쳐라!”


“아이고, 아가씨···. 이번 노예들 몸값이 무려 100골드입니다!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목을 치시면 그 돈 날리는 거예요.”


“뭐? 무슨 노예 따위가 100골드나 해?”


“대공 부인께서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셨겠죠. 그렇게 사 온 노예 목을 치시면···. 어휴, 전 모르겠습니다.”


“경호를 맡은 저 덩어리는 그럴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겠고···. 디트라는 놈과 저 여자 노예는 무슨 용도인데?”


“저 둘의 업무에 대해서는 말씀하신 게 없습니다. 아마 아가씨의 재량에 맡기신 거겠죠. 하지만 목은 꼭! 꼭 붙어 있어야 합니다.”


집사야, 고맙다···. 덕분에 내가 목숨을 건지는구나. 슬쩍 눈을 들어 이사벨라를 보니, 아직도 씩씩거리면서 분을 삭이지 못한 모습이었다.


“좋아. 거기 여자!”


“알리나라고 하옵니다, 아가씨.”


“이름은 내 알 바 아니고, 넌 메이드나 해라. 집사! 하우스 키퍼한테 저 노예를 데려다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아가씨.”


“그리고, 너! 디트!”


“네, 아가씨.”


목이 날아갈 위기는 넘겼지만, 이 여자 성격이 개차반이란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최대한 공손하게 대해야지, 안 그러면 또 뭔 지랄을 할지 몰라···.


“넌 뭘 할 줄 아느냐?”


여자를 잘 꼬십니다! 라고 말하면 안 되겠지? 하지만 진짜 그것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는걸···.


“왜 대답이 없느냐! 할 줄 아는 게 없다면 네놈은 가서 마구간지기나 해라!”


뭐? 마구간? 나보고 말똥이나 치우라고? 이 여자가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아르카나의 국보급 미남인 내가 마구간에서 썩는다면 그건 국가적 손해라고! 그런데 대체 뭐라고 말해야 적당한 일을 맡을 수 있을까. 내 복수를 위한 초석을 다져야 하는데···.


“레이디 이사벨라, 제가 감히 한 말씀 올려도 괜찮겠습니까?”


아킴이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사벨라는 거만한 표정으로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디트는 저와 같은 아르카나 출신으로서, 베른 상회의 유능한 세무 관리인이었습니다. 비록 대규모의 상회는 아니지만, 그런 곳에서 세금 계산을 하고 자금의 흐름을 총괄했으니 충분한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호오, 이 녀석이 재무관리를 했단 말인가···.”


으, 아킴과 처음 만났던 마차에서 했던 거짓말이 이렇게 돌아오는구나! 돈 관리를 아예 할 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킴이 말한 것처럼 유능한 세무 관리인은 아닌데···. 그래도 당장 할 말이 없어서 일단 닥치고 있기로 했다. 마구간지기보다는 훨씬 일하기 편하잖아?


“생각보다 머리는 돌아가는 놈인가 보구나. 좋아, 넌 이제부터 물자 관리를 하도록 해라.”


“물자 관리라면··· 성의 전반적인 회계나 출납 등을 관리하라는 말씀이신가요?”


“하! 너 따위가 감히 그런 고차원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창고를 관리하라는 말이다!”


창고 관리라···. 나쁘지 않은데? 일단 이런저런 돈을 빼돌릴 수 있을 자리다. 앞으로의 내 계획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금이 필요할 테니까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겠지. 노예 신분으로 부를 축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테니 여기서 돈을 모아놓아야겠다.


“명을 받겠습니다, 레이디 이사벨라.”


이사벨라는 내 정중한 태도에 만족한 듯한 표정이었다. 뻔하네. 어렸을 때부터 아주 오냐오냐 키워서 버르장머리는 없지만, 조금 띄워주고 아부하면 그저 좋아 죽는 타입이구만.


그녀가 자리를 떠난 뒤 집사가 내 어깨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이봐, 디트! 자네 세법과 회계 같은 걸 알고 있었단 말이야? 그걸 왜 진작 말 안 했어!”


“아니 이보셔요. 물어보기나 했어요? 난 당장 시장에서 기사랑 결투하느라 죽을뻔했는데 그런 거 말할 정신이 어딨어요? 상품 소개는 상인이 해야지, 상품이 직접 하는 일도 있나? 억울하면 노예 상인한테 다시 가서 따지세요.”


“아냐, 아냐! 좋아서 그래!”


“네? 좋다니요?”


“오랜만에 쓸만한 노예가 들어왔군! 세무와 회계를 아는 노예라니, 크하하! 역시 대공 부인이셔. 이만하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 이 말이야!”


“이 양반 왜 이래···?”


집사가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 된 건 별채 안으로 들어가고 난 후였다. 그는 집무실에 나를 데려가 자신의 서류들을 보여줬다.


“자, 이거 보이나?”


“어마어마하네요···. 그런데 이건 왜요?”


“이제부터 자네가 나를 도와 해야 할 일이라네.”


“네? 제정신이세요? 이걸 제가 어떻게 다 해요?”


“어허! 자네 몸값을 잊은 건 아니겠지? 이 정도 업무는 해야 본전을 뽑는 거지!”


“잠시만요! 이사벨라 님께서는 저한테 그저 창고 관리만 하라고 하셨는데요.”


“하하! 그분이 성의 재정에 대해 잘 아실 것 같아? 그저 대충 이쪽 일을 하라고 명하셨으니, 이곳의 모든 일을 총괄하는 나에게 맡기신 거지.”


“그런 게 어딨어요! 저는 그저 창고 관리나 하면서 쉬엄쉬엄 놀면서 돈을 빼돌리려···.”


“뭐?”


“아, 아닙니다···.”


“자, 그럼 자네에게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을 알려주지. 이쪽으로 와서 앉아봐.”


그렇게 나는 밤새도록 성의 전반적인 재무에 대해 숙지했다.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은데도 억지로 억지로 계속 정보를 쑤셔 넣는 집사가 잔인해 보일 지경이었다. 제발 누가 살려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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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사벨라와의 첫 만남 23.05.17 25 1 10쪽
5 4. 100골드의 가치 23.05.12 20 1 10쪽
4 3. 잘생겼는데 검술도 뛰어난 노예라고? 23.05.11 27 1 10쪽
3 2. 아르카나의 흑진주 23.05.10 30 0 10쪽
2 1. 디트리히, 노예가 되다 23.05.10 34 1 10쪽
1 0. Prologue +1 23.05.10 71 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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