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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친구가 먼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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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21.02.22 17:47
최근연재일 :
2021.04.14 00:27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5,386
추천수 :
204
글자수 :
138,673

작성
21.03.08 18:23
조회
228
추천
9
글자
11쪽

#네가 거기서 왜 나와

DUMMY

친구가 먼치킨

네가 거기서 왜 나와

by 마로나스














"미친놈."


깨어나자마자 들은 소리가 저거였다.


"길드장···?"


"그래. 나다. 미친놈아."


아그작. 아그작. 하고 입에 있던 무언가를 마저 씹어 삼키더니 길드장은 한숨과 함께 나에게 말했다.


"너. 이번에 진짜 죽을 뻔 했어. 알아?"


"알죠. 이 꼴인데."


"포션으로도 회복되지 않을 만큼 큰 상처여서 몇 번이고 큰 수술을 반복했고 실제로 심장이 몇 번 멈추기도 했다."


"그거 큰 일이었겠네요."


"그래. 큰 일이었지. 이번 사건에서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도록 만든 영웅이 죽을 뻔 했으니까."


영웅.


길드장은 나를 향해 그렇게 표현했다.


먼치킨으로 최전선에서 활약하여 수많은 바이러스를 사냥하고 세계를 지키고 있는 친구놈에게나 사용할 법한 호칭을 말이다.


"영웅이라니. 저는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 넌 충분히 영웅이야."


길드장은 단언했다.


나는 조용히 손을 움직여보았다.


감각이 없지만 움직여지기는 했다.


"상황은 어떻게 되었어요?"


"뭘 어떻게 되긴. 잘 끝났다. 너 말고 크게 다친 놈들은 없어."


"견습···유하나라고 불리는 여자애는요?"


"유하나? 아. 그 아이라면 지금도 바깥에서 네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무사해."


"하핫. 그건 기쁘네요."


"표정은 전혀 기쁘다는 꼴이 아니다만?"


"마취가 안 풀려서 그래요."


"마취는 무슨. 너 일주일 만에 일어난 거야."


일주일.


그렇게나 오래 잠들어 있었나.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대규모 수술이 몇 번이나 이어졌다고 들었지만. 수술만 성공해서 목숨을 붙여 놓는다면.


나머지는 치료 능력이 있는 계약자들이나 포션이라도 사용해서 회복시키면 어렵지 않게 완전 회복이 가능했다.


"뭐. 일단 누운 채로 들어라."


"이왕 환자가 된 거. 철저하게 글러먹은 생활을 할 생각이니 걱정 마세요."


"거참. 글러먹기는 커녕 성실하기만 한 놈이 말은 잘해요."


왜 다들 나보고 성실하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나만큼 글러먹은 인간이 어디에 있다고.


하지만 그런 내 이야기를 하기에는 길드장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


아니. 사실. 이제부터의 이야기가 어떤 건지 대충 예상이 갔기에 농담이라도 하며 시간을 끌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한바다."


"네."


"네가 이전에 부탁했던 것 기억하냐."


"물론이죠. 그걸 제가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잖아요."


내가 길드장에게 부탁한 것은 단 하나였고.


그 부탁은 이전까지도 충분히 계속해서 길드장은 들어주었다.


"만약 너희 파티에, 그리고 길드 사정에 부정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면. 그 대부분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게 해달라고 했었지."


"그랬죠."


그래. 그 부탁은 지극히 단순한 것.


그리고 길드장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유용한 패이기도 했다.


방금 전에 길드장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길드에 부정적인 인식이나 시선. 혹은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이 생겼을 때.


그 책임을 나에게로 옮겨달라는 이야기였다.


그 결과.


길드는 염제를. 친구놈을. 세계를 구할 영웅이라는 위치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게이트가 계속해서 열려서 점점 더 위험해지는 세계의.


불안에 떠는 사람들의 희망의 상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그 상징이 친구놈이 되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다.


나라는 녀석은. 솔직하게 말해서 람이나 친구놈에 비하면 그 능력이 명백하게 부족했고. 그렇기에 같은 파티에 있으면서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모으기가 용이했기 때문이었다.


친구놈은 세계를 구할 영웅으로. 그리고 사람들의 동경과 희망의 상징으로.


나는 길드의 실패를. 친구놈에게 향하는 부정적인 시선을 전부 짊어질 액막이가 된 것이다.


"그 이야기를 왜 갑자기 꺼내는 겁니까. 길드장."


길드장은 복잡한 표정으로 내 물음에 대답해주었다.


"이번 사고에 대한 것은 명백한 길드의 실책이었지. 네가 활약해준 덕분에 기적적으로 사상자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야."


"이야기가 쓸데없이 긴데요."


"좀 진지해져라."


"결국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거 잖아요. 이번 사고로 사상자는 없지만. 결국 능력이 부족해서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다. 혹은 바이러스의 퇴치에 실패했다. 그런 말에 대한 책임을 제가 짊어지게 되었다는 거 아니에요?"


"그 말대로야"


"그럼 뭘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어요. 길드장. 제가 부탁한 대로 해주신 것 뿐인데."


"네가 바란다면."


내 말에 길드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공식적으로 발표해서.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증명할 수 있어."


과연.


길드장이 복잡한 표정을 지은 이유가 있었다.


이번 사고에 대해서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그리고 아까 나에게 말했던 영웅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이번 사고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나일 터였다.


하지만 길드로 향하는 책임과 그 부정적인 시선과 바이러스의 존재에 불안해 하는 사람들의 여론을 돌리기 위해서.


길드장은 이전의 부탁대로 그 전부를 나에게 돌린 것이다.


그러나 길드장은 아무리 내 스스로 부탁한 일이라고 할 지라도.


이것이 올바르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굳이 이런 말을 한 거겠지.


"길드장. 저는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하려고 하는 녀석이에요. 거기에 자기 희생이라는 감정은 조금도 없죠."


내 말을 길드장은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러니까 괜한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해주시는 게 저한테는 이득이에요."


"그러냐."


"네. 그렇습니다."


내 말에 길드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다른 이야기로 돌아가지."


"이야기할 게 많은 건가요? 저. 아직 졸려서 쉬고 싶은데."


"이미 깨닫고 있을 테지만."


길드장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너. 약해졌다."


그건 나 자신의 몸상태를 지적하는 이야기였다.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게이트를 넘어온 바이러스를 상대로 가진 전력의 한계를 넘어선 힘을 운용했을 때.


이미 각오한 부분이었다.


"의사의 말로는 뇌에 상당한 무리가 가서. 앞으로 능력의 사용에 제한이 걸릴 거라고 이야기 하더군."


"아. 그건 좀 안 좋은 데요."


친구놈의 그림자조차 바라보기 힘든 상황인데.


여기서 더 거리가 벌어지는 건 큰 일이었다.


"회복할 방법은 없데요?"


"적어도 지금 당장은."


"하."


나는 절로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애써 억누르며 몸을 일으켜새웠다.


전신에 감각이 없어서.


이상한 느낌이었지만 몸을 움직이는 건 문제가 없었기에 나는 손을 뻗어보았다.


손을 뻗어서.


정면에 있는 과일바구니에서 사과를―.


"젠장."


사과는 잠깐 허공으로 떠올랐다가. 그대로 제자리에 떨어졌다.


"총 능력치의 3할. 딱 그 정도의 출력이 줄었을 거라던데."


"3할이라니."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생각에 잠겼다.


한계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넘었으니까.


그 후유증이 결코 적지 않으리라는 건 예상했다.


하지만 능력의 3할이 떨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말이 3할이지.


실제 전투력은 그 이상으로 떨어진다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되면 B랭크 최강이라는 표현도 못 쓰겠네요."


"···꽤 냉정해서 놀랐다."


"왜요. 제가 막 울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울지는 않더라도 분해할 것 같기는 했지. 너는 항상 염제의 뒤를 쫓아가려고 필사적이었으니까."


"분하기는 해요. 솔직히 제가 도달하고 싶은 곳에서. 더 멀어지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말이에요. 길드장."


"뭐냐."


"쫓는 녀석이 아직 보이니까요. 분하기도 하고. 아쉬움도 남지만. 그게 절망할 이유는 되지 않아요."


그런 나의 말에 길드장은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놀란 표정으로. 멍하니 있다가 이윽고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넌 그런 놈이었지. 네 그 이상한 신념을 보고 있자니 뭔가 내가 바보 같아진다."


"이상한 신념이라니. 표현 참 너무하네."


"하지만. 약해진 건 틀림 없는 사실이겠지. 그리고 네가 수많은 생명을 지킨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말인데."


길드장은 내게 무언가 내밀었다.


"네 녀석이 바라던 휴가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한다."


"제안이요?"


"말했잖아. 넌 영웅이라고. 이번 사건의 내막은 계약자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뭐. 언론 쪽에서는 대부분 다 네 탓이라고 돌리는 멍청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네가 바라던 부분이니까 넘어가고."


길드장이 내민 서류는 계약서라고 적혀있었다.


다만 단순한 계약서가 아니라.


파견 근로 계약서였다.


"널 모셔가고 싶다는 곳이 생겼다. 네 후배를 자칭하는 녀석의 학교인데. 학교 내부에서 준비하고 있는 훈련에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


"그게 전부라고 하기에는 뭔가 보상이 너무 풍부한데요."


당장 이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내 쪽으로 넘어오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학교를 후원하고 있는 거대 그룹에서의 VIP 이용권과 계약자에게 필요한 필수 물품의 무제한 지원.


이 두 가지만 해도 적지 않은 보상인데.


이것 말고도 더 많은 것들이 서류에 줄줄히 적혀 있었다.


호화롭다 못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보상.


고작해야 학교 수업의 일종으로, 훈련을 도와줄 뿐인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엄청났다.


"이거 사기 같은 거 아니죠?"


"사기라니. 뭐. 적혀 있는 내용을 보자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전부 농담이나 가짜가 아니라. 전부 사실만을 적어놓은 거다. 몇 번이나 확인했으니까."


"이런 건 거절하는 것 자체가 아깝네요. 하지만 여기에 사인하기 전에."


나는 길드장에게 물었다.


"이 서류를 저에게 주는 이유는 따로 있죠?"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네 녀석의 상태가. 능력이 이전보다도 약해졌다는 점. 또 하나는 네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때문이야."


"포션 마시면 회복될 텐데요."


"그 포션으로 해결이 되지 않으니까 입원해있는 거잖아. 멍청한 놈."


그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길드장의 말대로 지금의 내 몸 상태는 상상 이상으로 좋지 않았다. 아니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8번 구역에서의 전투는 말 그대로 내 목숨을 갈아넣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이렇게 사지멀쩡히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너 말이야."


길드장은 나를 부른 뒤 잠시 말을 끊었다.


이걸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러다 결국 이어진 말은 내 고개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염제가 그 장소에 도착한 직후. 사실상 너 한 번 죽었었어."


죽었다니.


지금 난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왜 죽었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그런 의문을 묻기도 전에 길드장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왜요."


"화이트랑은 무슨 관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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