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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얀데레 게임 속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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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9.06.18 23:14
최근연재일 :
2020.02.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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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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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76

작성
19.06.1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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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위험한 소녀들.

DUMMY

얀데레 게임 속에서 살아남기

위험한 소녀들.

by 마로나스






"역시 사라졌어."


나는 컴퓨터를 켜고서 어제 설치했을 게임을 확인해보았지만, 컴퓨터 그 어느 파일에도 깔았던 게임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뭐 이제 와서 아무래도 좋은가."


당장 게임 속으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손해 볼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얀데레들이 가득한 게임이 아니라, 그저 세계관과 등장인물만이 같을 뿐이어서 목숨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조금 문제가 되는 게 있다면 있지도 않던 가족이 갑자기 생겼다는 점과 생활해야할 환경이 달라졌다는 부분이지만 애초에 외톨이로 설정된 주인공이었다.


우우웅. 우우우웅.


그때였다.


휴대폰이 울린 것은.


"···?"


연락 올 사람이 있던가.


열어보니 코코아톡의 알람이다.


이하연이라는 이름으로 톡이 와 있었다.


[지금 어디야?]


갑자기 어디 있는지를 묻는 이유가 뭘까.


그 전에 나 차였다고 하지 않았어? 고백하고 차였으니까 되게 어색할 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던 나는 문득 유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하연은 내 고백을 농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던 것 같다고 했던가.


내가 고백한 것도 아니지만···.


이쯤 되면 되게 불쌍한 녀석이었네. 이름 모를 주인공 씨.


이미 읽었기에 답장을 적지 않을 수 없었다.


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하던 내게 찾아온 첫 번째 시련.


어차피 고백조차도 농담으로 생각했을 거라고 말하던 것을 떠올려보면 별 의미를 갖지 못하는 단순한 물음이겠지.


[집이야.]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읽음 표시는 떴으나 더 이상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리의 말만 듣고서는 얀데레라는 설정으로부터 완전히 안심하기는 부족했었다.


"정말 별 사이 아니었나보네."


하지만 유리의 말대로 내게 관심이 없어 보이는 하연의 모습에 나는 정말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만약 하연이 주인공의 고백을 진지하게 생각해주었다면, 지금 어디에 있냐는 물음보다는 다른 말을 했을 테니까 말이다.


"집에는 아무도 없지."


설정상, 그리고 실제로도 내 동생의 역할을 맡은 유리는 현재 집에 없다.


덤으로 부모님도 없다.


친구 놈에게서 추천받았던 게임이 사라진 것을 제외하면 컴퓨터도 지극히 멀쩡하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건···.


"다크 워커나 할까."


컴퓨터에 깔려있는 온라인 게임 중 하나를 골라 킨다.


오늘은 황금 같은 주말.


게임의 최종 컨텐트인 레이드 진입 횟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말에는 버닝이 있다!


무려 경험치 흭득량과 아이템 드롭률! 심지어 퀘스트 클리어 경험치마저 30퍼센트 높아지는 버프다!


그렇기에 주말이야말로 레이드에서만 드롭되는 한정 장비를 얻기 최고로 효율이 좋아지는 날인 것이다!


"어디 보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로그인하자, 게임 속으로 들어왔어도 달라진 게 크게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캐릭터 선택 창에서 캐릭터를 고르고 게임에 접속하자 원래 내가 키우던 캐릭터가 맞음에 작게 안도했다.


그렇잖아?


열심히 키운 캐릭터가 접속했는데 없어졌어 봐.


혹은 템이 털려있어 봐.


진심으로 게임 접고 싶어지지.


사라진 아이템도, 장비도 없다. 골드도 그대로다.


즐기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 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때였다.


띵동···!


"뭐야. 한창 재미있어지려는 타이밍에."


누구지.


아까 약속이 있다던 유리인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계속해서 들리는 벨소리에 방문을 열고 나왔다.


"누구세요."


"나야."


누구지.


나야, 나 사기꾼인가?


"이하연이야."


내가 머뭇거리는 걸 문 너머로 느낀 건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아까 카톡으로 어디냐고 물었던 건 나를 만나기 위해서였나보다.


일단 바깥에 내버려 둘 수는 없었기에 나는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보이는 건 자색 머리카락의 소녀였다.


"어서 와."


과연 게임은 게임. 미연시는 미연시다웠다.


은발적안을 가진 소녀도 동생이라고 나왔었다.


그렇다면 자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나와도 이상한 건 아니겠지.


"아직 밥은 안 먹었지?"


나는 2D의 캐릭터가 진화하여 3D의 캐릭터로 나타난 소녀의 모습에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성실히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응."


"그렇다면 해줄게."


'얀데레에게 사랑받고 싶어'의 게임 속에서 이하연은 그다지 말이 많은 캐릭터가 아니었다.


차갑다고 표현해야 할까. 표정의 변화도 그리 다양하지 않았고 말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하연이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소꿉친구라는 설정을 제외하고서라도 이하연이라는 캐릭터는 차갑지만, 배려심이 많은 상냥한 성격이었는가.


차갑다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겉의 표현.


이하연이라는 캐릭터의 내면은 분명 상냥했다.


"···비켜줄래?"


아, 길을 막고 있었구나.


나는 옆으로 비켜서며 그녀가 들어올 수 있게 해주었다.


신고 있던 운동화를 벗고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하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아침, 해주려고 찾아온 거야?"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늦은 시간이지만.


"응."


그러고 보니 설정에 그런 게 있었지.


주말에도 일로 바쁘신 부모님들을 대신해서 소꿉친구인 이하연이 대신 아침을 차려주었다고···.


게임의 모든 설정을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8시간 30분이라는 시간에 걸려 플레이해서 클리어한 게임에는 상당한 부분의 스킵이 있었기 때문에 사소한 설정까지 전부 기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되는 건 딱히 없을 터였다.


'사소한 설정'이라고 해도, 어차피 이 세계가 완전히 게임 속의 설정을 그대로 투영한 세계가 아니라는 걸 유리의 말 덕분에 이해했으니까 말이다.


주방에 들어선 그녀는 손부터 씻고서는 냉장고 안을 살폈다.


"뭘 먹고 싶어?"


뭘 먹고 싶냐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먹고 싶은 것이라고 물어보더라도, 딱히 떠오른 건 없었다.


잠시 고민한 나는 하연에게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무거나 상관없어. 라고,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


그런데 어째서 말이 나오지 않는 거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대신이라는 듯, 내 눈에는 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 무척이나 익숙한 창이었다.


[1. 네가 해주는 거라면 뭐든 좋아.]


[2. 널 먹고 싶어.]


와, 시바견.


아니 이게 지금 뭐야.


왜 게임의 선택지가 내 눈에 보이는 거지?


거기다가 선택지를 고르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거야?


나는 막상 닥친 이례적인 상황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은 멈춘 게 아니었고,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었다.


무엇을 먹고 싶냐는 하연의 질문에는 대답을 해야 했다.


주어진 두 개의 선택지 안에서 말이다.


"네가 해준 거라면 뭐든 좋아."


나는 일단 당황을 애써 감추고서 가장 무난한 선택지를 골랐다.


1번의 선택지는 그렇다 쳐도.


2번의 선택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고를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애초에 저런 닭살 돋는 대사를 한다고 쳐도,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책임질 자신이 없었기도 했고 말이다.


하연은 나의 대답에 내 시선을 살짝 피했다.


표정의 변화는 딱히 없다.


하지만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보면 내 말이 부끄러웠던 걸까.


"아침이니까, 간단하게 할게."


"아아."


게임 속 세계로 들어왔다.


그리고 게임의 시스템 역시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여기까지는 이해를 했으나 설마 미연시 게임 본래의 시스템인 선택지마저 남아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받아들여야겠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내가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던 것 같았다.


게임의 시스템이 있어도, 내게 있어서 이 세계는 나쁘지 않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무심히 넘어가 버리고 만 것이다.


"간단하게 만든다면서···."


"간단하게 인데?"


나는 30분도 안 돼서 만들어진 음식에 어이가 없었다.


간단하게 만든다고 말했던 하연이 내게 차려준 음식은 불고기 덮밥에, 된장국, 매콤한 무생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간단하게 만든 상차림이라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나 일단 나를 위해 차려준 것들이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숟가락을 들어 조금 늦은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


맛있다!


"어때?"


"맛있어!"


"그래."


차분한 목소리, 변화 없는 표정.


그러나 아까와도 같이 붉어진 볼과 시선을 피하는 것이 무척이나 귀엽게만 느껴졌다.


···진짜.


이거 개꿀인데?


게임 속에 들어와서 얀데레에게 고생할 것 같지도 않다.


없던 가족도 생겼고, 누군가가 정성 들어 만들어진 요리를 주말마다 먹을 수 있다.


외롭게 지내던 현실과는 다르게···.


정말 개꿀인데?


점점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진다. 아니 애초에 돌아갈 마음이 없었지. 참.


하핫.


그나저나 되게 맛있네.


하긴 주말마다 찾아와서 요리해줄 정도였다.


요리 솜씨가 없어도, 늘 수밖에 없겠지.


나는 된장국을 마시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차려진 건 1인분이 전부였다.


국그릇을 내려놓고서 하연이에게 물었다.


"네 몫은? 재료가 없었어?"


하연이가 고개를 저어 보였다.


"재료는 충분했어. 다만 나는 먹을 필요가 없었을 뿐이야."


"···먹고 왔다는 거야?"


"···비슷해."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다시피 하니 그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먹을 필요가 없다. 이미 먹고 온 것도 아니다.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일단 나는 내 몫의 아침을 비우는 데 집중했다.


"후우···. 고마워. 정말 맛있었어."


깔끔하게 내 몫의 식사를 전부 비워낸 내 모습에 하연이가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 그녀를 보고서 처음으로 본 미소였다.


지금까지 모니터 너머의 화면으로만 보아왔던 미소는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잠깐 그 미소에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하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서 나는 하연이에게 물었다.


"주말인데, 약속 같은 건 없었어?"


"약속?"


"유리는 약속이 있다면서 먼저 나갔거든."


"약속은 없었어. 다만 할 일은 있어."


"그러면 다시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가봐야 해."


자신의 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때문에 찾아온 거였나.


"개인적인 일이 있으면, 굳이 아침을 차려주러 오지 않았어도 되었어."


나야 좋았지만, 할 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 하나 때문에 찾아온 걸 생각하면 괜히 미안해졌다.


"아니, 이것도 내 일이니까."


하연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수줍은 미소를 지우고서 내게 물었다.


"이전에."


"응?"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


···주인공이 아니었으니까 알 리가 없다.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하연이에게 솔직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리 때와 같이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하연이는 내가 어떤 말을 했었는지 알려주었다.


"내가 좋다고 했잖아."


"···아."


내가 한 고백은 아니지만.


유리의 말로는 고백했다가 거하게 차였다고 했었지.


"어. 그랬···지."


일단은 그녀의 말에 긍정한다. 게임 속에 들어온 지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게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어색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고백에 대한 변명을 머릿속으로 그려냈으나 그런 내 행동보다도 빠르게 하연이가 말을 이었다.


"그거 진심이야?"


"그, 그러니까 말이야."


고백은 농담이었다고 말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장난이었다고.


그렇게 말해야 어색한 관계를 풀고 원래 소꿉친구의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굉장히 졸음이 몰려왔다.


"···어라?"


왜 이리 졸리지?


배가 부르면 사람은 만족감을 느끼며 식곤증이 일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말로 표현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강렬한 졸음이었다.


그래. 거기서 깨달았다.


"설마···. 너···!"


하연이의 무표정함. 그러나 조금 전에 한순간 지었었던 아름다운 미소.


식사를 전부 마친 직후 지어 보였던 그 미소의 의미를, 나는 깨닫고야 말았다.


"···식사에···약을···!"


음식에 약을 탔다.


국에, 혹은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


그러면서도 맛 자체에 커다란 이상이 없을 정도로 절묘하게 요리를 마쳤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의 제목은···!


"잘 자. 한 시우."


― '얀데레에게 사랑받고 싶어'였으니까···!


작가의말


느햐...오늘은 여기까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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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험한 소녀들. +3 19.06.18 3,035 47 12쪽
1 프롤로그 +5 19.06.18 3,972 3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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