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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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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망고
작품등록일 :
2020.03.02 20:38
최근연재일 :
2020.03.14 21:1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11
추천수 :
2
글자수 :
57,101

작성
20.03.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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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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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칼로 찔러야 꼭 살인인가요?

DUMMY

“김대현이라고 하고 ··· 어 ··· 저 ··· 나이는 24살 ··· 입니다. ”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학생이었네. 사인은 뺑소니라고 되어있고.”



“그런가요 ··· ? 대학생이었던 건 맞는데 뺑소니로 제가 죽었군요 ··· .”




현재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대현의 인적사항과 그동안 살아온 이력서를 넘기면서 대현을 흘긋 쳐다보다가 인상을 굳히고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 꾹 – 누른다.



직감적으로 현재는 골치가 아픈 영혼이며 그다지 맑은 영혼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형태가 흐릿하고 탁하다는 느낌이 강했으며, 지금은 자신의 앞에서 소심하게 굴고 있지만, 이력서는 아니었다.



가족에게 잦은 막말과 괴성을 지른 이력. 여자친구에게 손찌검한 이력. 이런 영혼들은 대충 책을 집필한 다음 소원만 들어주고 지옥으로 보내면 된다.




“제가 맡아보면 안 될까요?”



“ ··· 감정 조절 잘해야 해. 저 녀석 죽여버리고 싶어질지도 몰라.”



“그럼 이미 죽었으니까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하죠. 뭐.”




어디 보자 – 현재의 손에 들려있던 이력서를 꼼꼼히 읽던 산하는 대충 파악이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현재에게 두 손을 내밀며 말한다.




“김대현 씨의 책을 제게 넘겨주시겠어요?”




***




산하가 현재에게 받아든 ‘김대현’이라고 쓰여있는 책장을 넘기자 레오 때와 똑같이 눈이 멀어질 듯한 하얀빛으로 눈이 머는 듯싶다가 화아악 – 빛이 거둬졌고, 산하는 대학교 캠퍼스의 한 벤치에 앉아 있었다.



대현이 어떤 인간인지 대충 짐작이 되었기에 레오 때보다 수월하겠다고 산하는 생각하며 밝은 햇살을 받으며 두 손을 쭉 하늘을 향해 뻗어 기지개를 켠다.



이런 쓰레기는 현실에서도 많이 봐왔고, 드라마에서, 인터넷에서 많이 봐왔다. 자기가 저지른 행동을 정당화시키고 반성하지 않으면서 대한민국의 남자 우월주의 사상에 빠져 사는 사람들.




“ ······ ”




산하의 앞에 대현이 꾀죄죄한 남방을 입은 남루한 옷차림으로 멈춰 섰다. 신발 앞코를 구르며 멈춰선 탓에 산하는 대현의 등장을 금방 인식했으며, 대현은 산하가 안 보이는 듯 캠퍼스 안의 학생들을 스캔한다.




‘다들 커플이고 이렇게 여자들도 많은데 나는 왜 항상 혼자일까?’




대현은 침울한 건지 분노하는 건지 아랫입술을 윗입술로 지그시 누르며 품에 안고 있는 전공책을 안고 있던 손이 하얘질 정도로 책을 껴안는다.



그리고는 대학교 별관으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산하도 벤치에 일어나 천천히 대현 옆에 서서 나란히 별관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씨발! 나한테 잘해주길래 나한테 관심 있는 줄 알았던 년도 고백하니까 내빼던데 내가 그 정도로 싫은 거야? 어떻게 나한테 마음 주는 여자들이 하나도 없는 거냐고!’



‘내가 그렇게 못생겼어? 이상해? 더러워?’




제대로 씻고 다니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 대현에게 산하는 잠시 혐오감을 느끼면서 경멸의 눈길로 대현을 바라보았고, 고개를 저으며 대현의 생각을 듣는 거에 집중했다.




‘양아치 같은 놈들은 다 애인이 있던데. 요즘 여대생들은 머리가 텅텅 비었다던데 사실이었잖아?’




레오 때와 또 다른 괴로움이라고 산하는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는 이런 인간들을 수도 없이 만났을 텐데 어떻게 대응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었을까도 궁금했다.



점점 대현과의 거리를 넓혀서 걸었고, 대현을 바라보던 시선은 정면을 응시하거나 신발 앞코를 쳐다보았다. 대현을 주시하는 것보다 앞코로 차버리는 돌멩이가 더 흥미로웠다.



그렇게 대현의 속마음을 들으며 걷다 보니 학교 별관 건물에 도착했고, 산하가 별관의 계단을 올라 문턱을 넘어서자 복도에 모래폭풍이 일며 일순간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는다.




“하아 ··· .”




하얀 입김이 바람을 타고 흘러갔고, 산하의 옷차림은 똑같았지만 춥지는 않았다. 뒤를 돌아보자 아까 보았던 많은 학생은 사라지고 모두 하교하는 듯 학교 바깥으로 향하는 몇몇 학생들만 보였다.



그리고 파릇파릇하던 나무들은 앙상한 팔뚝을 드러내며 하얀 이불에 덮여 쉬고 있는 듯했다.




“ ··· 잖아 ······ 아니야?”




학교 건물에 아직 사람이 남아있는 듯 복도로 사람 목소리가 울렸고, 산하는 목소리의 근원지를 따라가기로 했다.



점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선명하게 대화 소리가 들렸고, 확신이 드는 교실에 도착해서 문 앞의 시간표를 확인했을 땐 공강 시간인 강의실이었다.



손잡이를 잡아 열려던 산하의 손이 그대로 문을 통과해 강의실로 넘어왔고, 산하는 여자와 나란히 서 있는 대현을 발견한다. 입고 있던 남방 위에 패딩 하나를 더 걸친 대현은 여자의 어깨를 쓰다듬었고, 여자는 울고 있었다.




“진짜 ··· 그만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 정말 힘들어요 ··· .”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어깨를 들썩이는 여자는 닦아도 닦아도 나오는 눈물을 닦아내는 걸 포기하고는 소매에 그대로 눈을 묻었고, 대현이 그런 여자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한다.




“혜민아. 나 졸업할 때까지만 버티라니까? 학교에 네 소문이 돌았으면 좋겠어?”




겉으로 보았을 때 혜민이라는 여자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산하는 곧 대현이 혜민을 괴롭히고 성희롱 중이라는 걸 알아챘다.



손바닥이 등에 닿았을 때 움찔하는 등과 쓰다듬을 때 무서운 듯 조금씩 떨리는 어깨. 싫어하는 티와 대현에 대한 혐오를 몸은 감추지 못했지만, 혜민은 입으로 내뱉지 못했다.




“ ··· 솔직히 그게 잘못인지 저는 모르겠거든요. 소문내실 거면 마음대로 하세요.”



“그, 그럼? 강단 걔도 너랑 같은 생각이래? 너만 생각하지 말고 단이 생각해도 해야지!”




용기를 내서 대현의 손길을 뿌리치고 일어나려던 혜민은 붙잡는 대현의 손길에 행동을 멈추고 입술을 굳게 다문다.




“걔가 먼저 비밀연애하자고 했다며. 그럼 너랑 소문나는 게 싫다는 거잖아. 너 지금 나가면 진짜 죽을 줄 알아.”




이를 악물며 말하는 목소리에는 최대한 상대방을 위협하려는 감정 반과 불안한 마음 반이 섞여 있었고, 수법에 통한 것인지 혜민은 겁을 먹고 몸을 바들바들 떨 뿐 대현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어라? 먹혔네?’




대현은 안심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체구도 크고 여러 번 위협을 받았던 남자에게 당차게 나갈 수 있는 여자가 몇이나 있을까? 산하는 이제 대현을 벌레 보듯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나랑 자면”




그 말의 뜻을 이 강의실 안의 세 명 모두 이해했다. 내뱉은 자는 자신감이 없으면서도 그걸 원하고 있었으며, 그 말을 들은 자는 그러고 싶지 않으며 애써 외면하고 못 들은 척했고, 지켜보는 자는 이 상황을 막고 싶었다.




“오늘로 끝내줄게.”




학생과 교수도 거의 없는 한적한 별관. 방학이라서 더 싸늘한 바람이 불면서 낙엽이 사람의 머릿수보다 더 많이 뒹구는 한적한 학교.



대현은 양손으로 혜민의 어깨를 억지로 밀어서 차가운 바닥에 등을 부딪치게 한다.




( 쿵 - ! )




온몸에 기운이 순식간에 무언가에 빨려 들어갔다가 한꺼번에 기온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산하는 순간 어지러운 정신을 차리려고 눈에 힘을 주고 앞을 바라보았고, 손끝에는 열이 오를 정도로 힘을 주었다.



자신의 밑에 깔린 혜민을 확인하자마자 산하는 황급히 어깨에 손을 떼며 엉덩방아를 찧어버렸고, 아픔도 잠시. 급하게 거리를 멀리한다.



대현은 의자에 걸쳐놓은 옷을 입고 있었다.



혜민의 옷은 엉망으로 바닥에서 구르고 있었다. 혜민도 드러난 상체를 두 팔을 앞으로 모아 가리고 두 손으로는 얼굴을 가렸다.




“ ······ ”




혜민을 위로하려고 손을 뻗었던 산하는 다시 그대로 손을 거둔다. 위로라고 해도 다른 남자의 손길이 달가울 리가 있을까. 그게 호의의 손길이라도 혜민은 반갑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는 대현의 이야기 속이니까 자신의 손길이 혜민에게까지 닿지 않을 것이고,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피해자를 두고 나가는 가해자를 따라 나가는 수밖에 없다.




***




그 뒤로 대현의 이야기는 평범한 남자 대학생의 일상이었다. 집에서 통학하면서 수업을 꼬박꼬박 듣고, 조별과제는 별별 핑계로 최대한 피하면서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잠을 잤다.




「 신고할 거에요 」




거의 잊고 있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산하가 지켜본 대현의 일상생활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곤 볼 수 없을 정도로 편안했고, 즐거워 보였다.




「 뭐래는거야 」


「 너 어디야? 」


「 미친년아 하지마 」


「 어딨어 」




혜민의 문자를 보기 전까지는 과자를 먹고 배를 긁으면서 티브이에서 해주는 재방송 예능을 보면서 엄마와 하하하 – 웃고 있었던 대현이었다.



먹던 과자를 내팽개치고 급하게 대현이 방으로 달려가 점퍼를 걸쳐 입고 나오자 대현의 엄마는 궁금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최근 아들이 본인이 신경을 쓰면 뭐든 신경질부터 내기 시작했기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 어딨냐고 」


「 대답 안 해?????」




그러다 문득 자신의 갤러리 안에 저장해놨었던 혜민의 시간표를 생각해냈고, 시간표를 확인한 결과 곧 있으면 마지막 수업이 끝날 거라는 걸 알아차린 대현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손톱을 물어뜯고 머리를 헝클이고 다리를 덜덜 떠는 모습은 지나가는 누가 봐도 뭔 일이 있구나. 불안하구나. 라는 감정을 느낄 정도였다.



급하니까 그는 최대한 빨리 가는 방법을 모색했다.




( 빵!!! 빠아앙!!!!!!!! )



( 끼이이이익 – 쿵 - ··· . )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사고를 당하는 건 흔하다. 운전자는 신호도 지켰으며 속도도 지키고 주변도 살폈지만,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람을 판단하기엔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교통법규를 잘 지키며 살아온 선량한 운전자에게 ‘살인자’라는 타이틀을 안겨주며 생을 마감하는 대현의 모습에 산하는 민폐라고 생각하며 이야기에서 빠져나온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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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로 찔러야 꼭 살인인가요? 20.03.08 5 0 10쪽
5 아리 20.03.07 22 0 10쪽
4 감당할 수 있을까? 20.03.06 5 0 14쪽
3 불편한 사회를 읽게 되었다 20.03.05 17 0 12쪽
2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 20.03.04 7 1 15쪽
1 오늘이는요 20.03.02 2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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