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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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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마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바샄
작품등록일 :
2021.02.09 03:34
최근연재일 :
2021.03.23 12:15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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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91
추천수 :
103
글자수 :
257,960

작성
21.03.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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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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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6화. 누가 새겨놓았는지 보통 앙금이 아니었다

DUMMY

탁현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눈알을 좌우로 한참 굴리다가.


[궁사가 제대로 활을 쏘려면 십 년이 걸립니다.]


그리 말하고 입을 다물었으나, 여태까지의 놈들처럼 의혹 서린 시선을 보내오지는 않았다.


광명신의 행사이니 어려운 길이라도 따라 걸으리라.

온몸으로 그리 말하고 있으니 나도 사뭇 진지해지는 기분이었다.

전음으로 대화 중이기도 하고.


[기일은 곤륜파와 광명교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다. 절대로 십 년까지는 가지 않을 테니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궁리해라.]

[곤륜파가 쳐들어올 것이란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지금의 광명교에 미련이 있는가?]


없어 보이는데 혹시 몰라 엄격하게 내려보며 물었다.


[광명교가 광명신의 현신을 믿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광명신의 존체를 영접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광명신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뭐지?

저놈 머리께에 후광이 빛나는 것 같은 이 기분은?


[광명신의 말씀은 책륵을 구하고 탑리목을 돌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간 광명교는 서쪽으로, 북쪽으로 세를 불리고 윗사람들 배만 채웠지요. 여력이 있음에도 가까이 있는 이웃은 돌보지 않았지요!]


자책하는 듯 번민하는 얼굴을 보니, 저절로 근엄한 말이 나왔다.


[이웃끼리 화합한다면 사실 신은 필요 없다. 너는 내가 이 땅에 나타난 것이 상이 아니라, 벌을 내리기 위함임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랬더니···


“죄를 지었나이다···가진바 기예에 취해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나이다···가계에 내려오는 궁술만 발전시킬 수 있다면···헐벗고 굶주린 이웃도 외면할 수 있었나이다···흐흐흑···가증스럽게도 그게 이웃을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까지 했었나이다···흐흐흑···”


탁현이 찔찔 짜며 듣기 싫은 소리를 늘어놓고는, 벼락같은 손속으로 제 뱃전에 비수를 틀어박으니.

너무나도 급작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하여.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이 새끼 뭐야라는 생각에 밀려 멈칫거리는 사이.


미친놈이 제 배때기에 칼자루까지 깊게도 처박고 고꾸라졌다.

함부로 뽑기도 겁나는 상황이 펼쳐졌다.


“용서하지 마십시오···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죽어가는 놈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선배!”

“탁 선배!”


먼발치서 지켜보던 화일과 화이가 놀라서 뛰어왔다.



***



책륵에서 가장 큰 객잔의 객실.

침상에는 연하림이 운기조식에 빠져 있고.

바닥에는 간신히 치료를 마친 탁현이 나자빠져 있고.


그래서.


나는 화일, 화이와 마주 앉아 있었다.

어찌나 놀랐던지 술 생각도 안 나고 뜨뜻한 차를 마셨다.


“화삼은 저희 사제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탁 선배처럼 신심이 깊은 교인은 아니지요.”


내 눈치를 살피던 화일, 화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감히 광명신께 꺼낼 말은 아니지만, 저희를 의심하고 계심이 당연합니다.”

“저희로서는 그 의심을 거두게 하실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생각이 많았는지 두 녀석 말이 척척 잘도 맞았다.


“그리하니···”

“화삼과 같은 조처를 해 주십시오.”


같은 조처라면?

그건···


“고자 되는 일인데?”

“고자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회복되는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베풀어 주십시오!”

“살고 싶습니다!”


살고 싶다는 말은 조금 주의가 갔다.


“누가 너희 죽이냐?”


화일이 침통한 표정으로 시선을 내리깔더니.


“청옥신은 죽고 총단에서 서른 명이나 고수가 왔으니, 저희가 밀려나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광명신께서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곤륜파의 도사들이 책륵까지 이르렀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렇지.


“그렇다면 곤륜파의 도사들과 먼저 싸우는, 칼받이 역할을 할 교인이 누구겠습니까.”


너희겠지.


“야 좀 맥 빠지는데. 저기 저놈은 스스로 벌하겠다고 배를 찌르는 놈인데 네놈들은···”


사내를 잠깐 맡겨두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

더구나 이놈들은 기혼자들이니까.


“싸움이 두렵지는 않습니다만, 평생을 그렇게 살기는 싫습니다. 저희는 설령 곤륜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아도 죽을 때까지 위험한 곳에 투입될 것입니다.”

“저희는 끈이 없으니까요.”


너희 사부는 뭐하냐고 물었더니, 애 저녁에 죽었단다.


“광명신께서 결국 화전을 통치하시게 되시지 않겠습니까. 그때까지 살아남으려 노력하겠습니다. 화전에서 광명신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그리하니···”

“그리하니···?”

“화삼의 일도 있었고 저희를 등용하시긴 껄끄러우시겠지요.”


화일이 쭉 술이라도 되는 듯 차를 마시고 말을 이었다.


“저와 화이의 자식만큼은 차별하지 말아 주십시오. 목숨 바친 충정으로 남은 생의 죄를 갚겠습니다. 저희 죄를 저희가 갚게 해 주십시오.”


조금 뭉클하기는 한데 안 믿지.

믿는 도끼에 발등은 전생에서 많이 찍혀봤지.

나는 ‘시술’에 필요한 약재를 화이에게 일러주고 찾아오라고 내보냈다.


“내일 중으로 네놈과 네 사제의 가족을 이곳으로 모조리 불러모아라. 정리할 수 있는 자산도 전부.”


인질이다.


“감사합니다.”


화일은 눈치가 없지 않아서, 어디로 가는지도 묻지 않았다.


“저놈 자산도 정리해서 함께 가져와라.”


진땀을 흘리는 탁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곤륜파에 무슨 수를 쓰든 화전의 옥이 내공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려라. 전에 맡긴 일품옥은 탁현에게 쥐여 주고.”


사정이 재미있게 흘러가니, 나는 화일을 조금 더 써먹어 보기로 했다.


“곤륜파와 광명교의 싸움을 길게 이어갈 것이다.”

“아···아니 광명신께서는 곤륜의 도인이시지 않습니까?”


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이야?

화일이 그런 눈을 하길래.


“내가 누구냐?”


나는 가슴을 펴고 근엄하게 물었다.


“과···광명신이십니다···”

“광명신이 다른 누군가를 섬기는가?”

“당치도 않은 말입니다.”


화일이 청옥신이 죽은 날처럼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광명신께서 곤륜의 도사라고 생각하다니···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를 지은 것은 곤륜파도 마찬가지다. 본교의 계시에 광명신의 행보가 어떻다고 나와 있느냐?”


화일이 우물쭈물 시선을 피했다.

과연 신심이 깊진 않은 모양이었다.


“광명신의 행보가 어떻다고 나와 있느냐!”


나도 모른다고 할 순 없으니 목청을 높일 수밖에 없었고.

분위기가 이상해지는데.


“세상의···어둠을 지우시고···광명···밝은 빛을···”


침상에 눕힌 탁현이 웅얼거리며 도움을 주길래 냉큼 받았다.


“지금의 광명교는 밝은가 어두운가? 지금의 곤륜파는 밝은가 어두운가? 지금의 천하는 밝은가 어두운가!”


탁자를 쿵 내리쳤다.

구부정하게 몸을 말고 있던 화일이 허리를 곧추세웠다.


“의혹을 품지 마라. 곤륜파와 광명교가, 어둠과 어둠이 맞서 상잔하게 하라. 그들이 쓰러진 자리에 빛의 행보가 시작될 테니.”

“아···알겠습니다···”


화일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한참이나 숨을 골랐다.


“술을 가져와라.”


운기를 마치고 눈치 보고 있던 연하림을 내보내고 탁현을 침상에 눕혔다.

화일이 입을 꾹 다물고 벌 받는 소년처럼 앉은 모습에 얼마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모를 수도 있지···

나도 모르는데···

나는 연하림이 가져온 술을 화일의 잔에 따랐다.

나는 마시지 않고 화일만 마시게 했다.


괜찮다고, 광명신의 행보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다소 장황하게 무거운 분위기를 풀고 있노라니.


“뜻을···따르는 것이···중요한 것···”


진짜 광신도 탁현이 거들었다.


“마셔. 마셔라. 오늘은 내가 허락한다.”


어르고 달래고 거절할 수 없는 술까지 날름날름 삼키다 보니, 화일은 술술술 말이 많아졌다.


“저는 탁선배처럼 신심이 깊지 않아 겁이 납니다. 신심 때문에 광명교에 든 것이 아니라, 화전에서 가장 강한 집단이 광명교라 든 것이지요. 잘 살고 싶어서 교인이 된 것입니다.”


알아.


“여태 잘 살았지요. 하지만 위에는 위가 있음도 분명히 알았습니다. 광명교의 화전지부는 총단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화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화전출신의 교도는 위로 올라가는 데 한계가 있어요. 정확히 지금 제 위치지요.”


안다고.


“배부른 소리겠지만 제가 도달한 한계를, 제 자식에게 그대로 대물림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화전이 무너지고 광명교가 쇄신하면, 새로운 기회가 생기겠지요. 더 높은 한계가 생기겠지요. 저는 지금 제 처지를 기회로 생각하겠습니다.”


요약하자면, 내 뜻이 이뤄지기를 열심히 보좌하겠단 말이지만.

못 믿어.

사제를 죽인 거나 진배없는 나를 네놈들이 따를 거라고 어떻게 믿겠냐.

가족을 인질로 삼아도 완전히는 못 믿는다.

술을 아무리 많이 먹여도 못 믿는다.


“더 높은 한계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한계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살아남아서 네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면 좋겠구나.”


나는 안 믿을 테지만 너는 그리 믿었으면 좋겠구나.

참···이놈을 믿기도 그렇고 안 믿기도 그렇네.

탁현이 보는 앞에서, 광명신이 이놈들을 죽이기도 그러니까.

그러니까···


지켜보기로 하자.

화일과 화이는 생각지도 않았으니까.

저놈들이 배신하고 말고 따질 것도 없이, 우전의 방비를 튼튼히 하면 되니까.

우전으로 간다고는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


아주 약간의 찜찜함만 감내하면 화전 안에 눈을 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



***



다음 날 오후.

여독을 푸는지 정탐을 하는지 곤륜파는 움직이지 않았다. 시술을 진행할 짬이 생겼다.


시술을 받은 사람은 모두 열셋이었다.

화일과 화이를 제외하면 광명신의 현신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넷뿐이었다.

나머지 일곱은 오래전부터 탁현과 가깝던 교인들이라 했다.

일곱은 둔기에 얻어맞은 듯 자상이 있었는데, 광명교의 교도들이 사용하는 철봉의 흔적 같았다.


“광명신의 현신을 보고도 눈을 감은 이들은, 탁 선배의 명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죽였구나.

죽이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구나.

탁현과 가깝던 교인 일곱의 무공실력은 연하림 수준에 불과했다.


“들키지 않았느냐?”

“곤륜파가 한 줄 알겠지요. 더군다나 곤륜파가 코앞까지 오지 않았습니까?”


탁현이 알고 한 일은 아니겠지만 내게 이롭도록 아귀가 잘 맞았다.


화일과 화이를 비롯한 광명신의 현신을 목격한 사람들은, 한 손이 아쉬운 고수들이었으나 완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 모두가 종적을 감춘다면 광명교가 괜한 의심을 할 수도 있었다.


“광명교보다 너희들 목숨을 최우선으로 하라. 너희는 광명교가 아니라 광명신의 사람이다.”


그리 단단히 주지시키고 화전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보내기 전에 책륵에 머물 연하림과 통성명을 시켰다.

얼굴도 익히고 개개인이 연하림보다 강한 고수들이니 경쟁심도 고무시킬 겸.


탁현을 따르는 일곱에게는 화전에서 빠져나온 가족들을 여러 객잔에 분산시키는 일을 맡겼다.

금방 우전으로 가야 할 것이니, 짐은 풀지 말고 언제든 떠날 수 있게 대기시키라 일렀다.


곤륜파가 화전으로 움직인 것은 엿새(6일)가 더 지나서였다.


그동안 나는 탁현을 따르는 일곱의 적성검사를 했다.

광풍단을 아느냐, 광풍단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텁석부리의 사내를 파괴할 때와 마찬가지의 적성검사였다.


‘안 그래도 기회만 노리던 놈들이었지요’

‘청옥신만 없었어도 진즉에 없어졌을 놈들입니다’

‘책륵이 유독 평화롭지 않습니까?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해야지요’


말처럼 책륵이 유독 평화로운 것이 이놈들이 잔당을 죄다 죽여버린 모양이었다.

뒷감당은 어찌하려고 했냐 물었더니 역시 곤륜파가 되돌아왔다.

아니 진짜 곤륜파가 쳐들어오지 않았으면 어쩌려고?

끝내 붙잡혀서 다 죽었을 텐데···


일단 적성검사는 합격이었는데 탁현과 똑 닮은 놈이 일곱이라니.

이놈들의 지나치게 행동하진 않을까 약간은 걱정이 되었다.


“네 목숨은 광명신의 것이니 함부로 하지 말라.”


파리한 얼굴로도 열성으로 일을 거드는 탁현에게 으름장 했다. 제정신인 놈이 아니어서, 미덥지는 않았다.


곤륜파의 인물들이 책륵을 나서자마자 탁현과 일곱을 우전으로 출발시켰다.

가족까지 합치면 오십 명이 넘는 숫자였다.

몰래 빠져나가기에 지금 같은 적기가 없었다.


나는 탁현들이 전송하는 길에 막야루주에게 전하는 서신을 써주고 나서야, 곤륜파의 뒤를 밟았다.


곤륜파는 삼락객잔을 찾을 때처럼 서두르지 않았다.

말코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제각각 말까지 타고 있었다.

화전으로 가는 길에 체력을 낭비하지 않을 심산인 것 같았다.


말코는 우전에서 나설 때와 달리 일곱이 아니라 여섯이었다.


화전에 사자를 보냈겠지.

사자가 돌아오지 않았겠지.

광명교도 곤륜파도 콧대 높기로는 자웅을 겨룬 바 없으니 싸울 수밖에 없겠지.

말코들 걸음이 늦으니 싸움 구경은 며칠 기다려야 하겠지.


모래판에서 며칠 눈붙일 각오가 무색하게 싸움은 이튿날 아침 일찍 벌어졌다.


광명교에서 곤륜파를 마중 나와서였다.


“본도는 곤륜파의 청산이라고 하오!”

“본좌는 광명교의 만종이다. 여기서는 귀곡도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지.”

“광명교의 깃발이 곤륜까지 집어삼킬 기세더이다.”

“곤륜이 다 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누가 청옥신을 죽였느냐?

누가 우리 제자들을 죽였느냐? 실종된 제자들은 어디에 있느냐?


물을 법도 한데 묻지 않았다.

바로 싸웠다.


누가 새겨놓았는지 보통 앙금이 아니었다.


“사제에에에에!”


일각도 지나지 않아 곤륜의 제자 하나가 쓰러졌다.

그 위에 광명교 무사들의 칼이 내리쳐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주저 없이 발길을 돌렸다.


청산과 귀곡도는 쉽게 승부가 나질 않을 것으로 보였다.

광명교가 수가 곱절은 많으니 결과야 불 보듯 뻔했다.


“어떻게 됐습니까?”


내가 객잔으로 돌아오자마자, 연하림은 싸움 구경이 어땠냐고 궁금한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곤륜파 도사가 하나 쓰러지길래 돌아왔다. 시간이 금이잖느냐.”


그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앞으로는 책륵도 전장이나 다름없다.”

“처신을 조심해야겠지요. 무공 수행도 열심히 하고요.”

“그래.”


갓 스물. 소년 태가 가시지 않은 연하림은, 격동하는 주변 상황이 겁나기보다 재미난 듯한 얼굴이었다.

그럴 때였으나···

그럴 때일수록 조심해야지.


“분란을 일으키지 말아라. 곤륜파든 광명교든 꼬리가 밟히는가 싶으면 전속력으로 우전으로 도망쳐라. 그래도 대막대주 출신이니 말 두 필을 함께 몰 수 있겠지?”


연하림이 콧방귀를 뀌었다.


“세 필은 가능한지 물으시지요.”


말 두 필을 함께 몰 수 있다면 됐다.

두 필을 죽을 때까지 몰고 남은 내력으로 천신보를 펼친다면, 도망치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해가 질 때까지 연하림의 천신보를 교정해주었다.

연하림은 천신보를 천신봉과 함께 배웠다.

배운지 오 개월이니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

단순 효율의 극치인 천신보가, 천신팔에 버금가는 재능과 어우러지니 놀랄만한 결과를 냈다.


후반 네 개 식을 가르치지 못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내력 부족으로 후반 네 개의 식은 가르치면 혼란만 주는, 오히려 손해가 나는 상황이었다.

천신팔같은 놈으로 키우려는 연하림에게 곤륜파가 마신 독약을 권할 수도 없었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연하림이 천신팔과 겹쳐 보여 우전으로 떠나는 걸음이 무거웠다.

이번에 떠나는 사람은 나였지만.

연하림이 천하에 자기 힘을 과시하겠다고 으스대지도 않았지만.


무거운 걸음을 성큼성큼 내디뎠다.

무겁다고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곤륜파와 광명교의 분쟁은 몇 년 동안 이어질 수도, 몇 달 만에 끝나버릴 수도 있었으니.

싸움이 끝나면 서로가 나라는 존재에 대해 통찰하고 말 것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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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 웃지 21.03.21 82 2 14쪽
35 35화. 검법이 뛰어나길래 누가 만든 거냐고 물었더니 21.03.20 91 1 12쪽
34 34화. 어머니가 된다면, 그때는 알 수 있을 것이오 21.03.19 90 1 17쪽
33 33화. 갱도에서 열흘 굴렸더니 노인네가 더위를 먹었나 21.03.18 84 1 16쪽
32 32화. 뜻이 있으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 21.03.17 95 1 18쪽
31 31화. 불자나 의원이나 그게 그거니 의원을 하시오 21.03.16 100 1 14쪽
30 30화. 어린 놈 고민을 들어주었더니 죽이려 드네 21.03.15 108 1 21쪽
29 29화. 부자연스러운 그림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 21.03.14 102 1 15쪽
28 28화. 네가 약한 게 아니라 내가 엄청나게 엄청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다 21.03.13 113 1 16쪽
27 27화. 나는 도사, 스님, 미륵, 전주, 광명신, 대장이다 21.03.12 137 1 14쪽
» 26화. 누가 새겨놓았는지 보통 앙금이 아니었다 21.03.11 122 2 16쪽
25 25화. 작명가가 바로 옆에 있었다 21.03.10 129 2 14쪽
24 24화. 연기가 아니라 대를 이어온 삶 그 자체였다 21.03.09 143 3 15쪽
23 23화. 차도살인의 계략을 짰다 21.03.08 150 2 15쪽
22 22화. 광사를 한 번 따라해 봤다 21.03.07 162 2 16쪽
21 21화. 차가운 설련을 가져왔는데 왜 21.03.06 174 1 14쪽
20 20화. 곤륜산맥의 정상에 오르다 21.03.05 186 1 15쪽
19 19화. 살아있는 불이 되었더니 +1 21.03.04 177 3 16쪽
18 18화. 실전은 언제나 예상과 다르다 +1 21.03.03 172 3 13쪽
17 17화. 보물을 가지고 도망칠 계획을 짰다 +1 21.03.02 197 2 14쪽
16 16화. 알고 들어간 함정이 매서운 것은 알겠는데 +1 21.03.01 225 2 12쪽
15 15화. 원래는 반땅하려고 했었다 +1 21.02.28 228 2 15쪽
14 14화. 안 아파. 베여도 안 아파 +1 21.02.27 220 2 16쪽
13 13화. 합공은 연습할 수 없었기 때문에 +1 21.02.26 243 2 15쪽
12 12화. 머릿속에서 은을 꺼냈는데 금이 된 사연 +1 21.02.25 301 2 14쪽
11 11화. 예의 바른 놈, 취한 놈, 속은 놈 +1 21.02.24 291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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